41화. 접수 완료!(2)
* * *
* * *
「친애하는 가주님.
이렇게 미천한 이름으로 가주님의 손과 눈과 시간까지 더럽히게 되어 무척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름이 아니오라, 이번에 발생한 '백포도주' 건으로 제 주인님께서 은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십니다.
장소와 시간은 맨 밑에 적어두었고, 확실한 신분 확인을 위해 패를 같이 동봉했습니다.」
콰드득.
아르에느의 귀족은 편지를 구기며 인상을 썼다.
"무슨 일이십니까?"
제로스가 물었다.
"백포도주 건으로 이야기를 나눌 게 있다는구나."
귀족은 백포도주만 생각하면 가슴이 쓰라려 죽을 지경이었다.
날려버린 돈이 다 얼마인가.
"…후. 그 패가 정말 무르토 마을 건지 확인했는가?"
"예. 무르토 귀족의 패가 맞습니다."
"흐음."
귀족의 침음이 깊었다.
분명 무르토 귀족 놈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했다.
평소 같으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편지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자신과 은밀히 접선하려고 뒷세계 놈들까지 꼬드긴 걸 본다면 뭔가를 아는 게 틀림없었다.
무엇보다 백포도주 건을 언급하는데 어떻게 모르는 척 지나갈 수 있을까.
"준비해."
"가실 생각이십니까?"
"그래."
"제대로 준비하겠습니다."
"아니."
귀족은 제로스를 말렸다.
마약이 사라진 문제로 메멘 귀족 놈이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동맹이었던 놈 중 비튼 마을만 조용한 것도 너무 이상했다.
사실 무르토 마을 역시 수상했지만, 이렇게 은밀히 접선을 시도하는 걸 보면 메멘 마을과 비튼 마을이 뒤에서 새로 동맹을 맺지 않았을까.
'그래. 어쩐지 처음부터 이상했어.'
메멘 마을과 비튼 마을 사이에 축제도 같이 열고, 따로 만나는 것도 몇 번 보고로 듣긴 했다.
그게 다 이번 일을 위해서였을지도 몰랐다.
'…이 개새끼들. 그런다고 위에서 네놈의 짓거리를 알아주는 줄 알아? 아니면 혹시…….'
귀족은 순간 흠칫거렸다.
'내 포도밭. …그래, 역시 그거였어. 내 포도밭을 뺏으려는 거였어. 감히 내 포도밭을……!'
주먹을 움켜쥔 손에 힘이 가득 들어갔다.
'안 되지. 절대로 그런 꼴은 못 보지!'
까드득.
귀족이 이를 갈며 제로스를 쳐다보았다.
"조용히 움직인다. 다른 놈들은 몰라야 해. 알겠나?"
"알겠습니다. 맡겨 주십시오."
제로스는 그대로 허리를 숙인 뒤 방을 빠져나갔다.
"…잠깐만."
귀족이 제로스를 부르자 그는 순간 움찔거렸다.
"예. 말씀하십시오."
귀족의 눈 사이가 좁혀졌고, 제로스의 두 주먹이 떨리자 그는 떨리는 손을 숨기려 뒷짐을 졌다.
"최악의 사태도 생각해 봐야겠지?"
"최악의 사태라뇨?"
"말이 통하지 않으면 말이야 어떻게 해야겠어?"
"설마……."
제로스는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래. 저쪽도 준비하고 있을지 누가 알아? 쥐새끼도 불러."
쥐새끼.
제로스는 저 귀족이 뒷세계를 지칭할 때 쓰는 말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무슨 말인지 단번에 눈치챘다.
"혹시 일이 잘못되어도 누군가는 죄를 뒤집어써야 하지 않겠는가?"
때마침 뒷세계도 한번 눌러줄 타이밍이었고.
귀족의 입가가 길어졌다.
"그럼,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제로스는 허리를 숙인 뒤 밖으로 나갔다.
평소처럼 무표정한 상태로 복도를 거닐다 조용히 제 방으로 들어왔다.
"…하아."
방으로 들어온 제로스는 겨우 숨을 토하며 일그러진 표정을 드러냈다.
푸드득.
날갯짓 소리에 제로스는 움찔거리다 고개를 돌렸다.
벌써 자신의 방으로 날아온 새의 매서운 눈빛에 질겁했다.
'내 비밀만큼은. 내가… 저 돼지 새끼의 뒷돈을 몰래 숨긴 사실만큼은 들키면 안 돼.'
당장 책상으로 달려가 종이를 찢어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귀족이 지시한 일을 적어 새의 다리에 묶었다.
푸드득.
새가 날아가자 제로스는 겨우 의자에 앉아 마른세수했다.
'…정신 차리자. 이번 일만 제대로 하면 비밀을 숨겨준다고 했어. 저 돼지 새끼한테 죽을 순 없지. 내가 어떻게 버텼는데?'
제로스는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살짝 열어 주변을 살핀 뒤에 밖으로 나왔다.
다시 복도를 거닐었을 때 그의 표정에는 어떤 변화도 볼 수가 없었다.
* * *
푸드득.
바이온이 방으로 들어온 새를 손가락에 앉히며 다리에 매고 온 쪽지를 페트리오에게 넘겼다.
"제안을 승낙했습니다. 그리고 도미논도 불렀다고 합니다."
페트리오는 하벨을 보며 말을 꺼냈다.
"거봐, 되잖아? 누가 안 된다고 했더라?"
하벨의 시선이 카샬을 향했다.
카샬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어울리지도 않을 헛기침만 꺼냈다.
이어 하벨은 셴을 보았다.
"…이, 이게 되는 겁니까?"
셴은 정말 놀랐다.
"그래. 되는 거지. 지금 귀족들 눈이 돌아간 상태잖아?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의심이 머리끝까지 차오른 상태니 평소에 의심하고 있었던 일들이 마치 사실처럼 여겨지겠지."
라르웬은 턱을 괴며 대답하자 하벨은 고개를 연거푸 끄덕였다.
"맞습니다. 이 짧은 시간에 귀족들이 움켜쥔 정보가 뭔지 다 알 순 없죠. 그건 자네들이 지금까지 파악한 정보로도 부족할 테지."
그래서 하벨은 자신들은 모르지만, 귀족들끼리 서로의 목에 겨눌 셈으로 한껏 움켜쥔 정보를 이용하기로 했다.
불신의 벽을 터트리면 나머지는 알아서 자폭할 테니까.
하지만 이렇게 불신의 벽이 높을 줄이야.
하벨은 자신이 예측한 시간이 단축되어 무척 기뻤다.
"하지만 이게 쉬운 게 아니란 말이지. 다 우리… 뭐, 달님이가 잘난 덕이지."
라르웬은 하벨이라는 이름을 꺼내고 싶어 입이 다 간지러웠다.
"예. 물론입니다. 잘나셨죠."
카샬이 빈정거림 없이 대답하자 하벨은 잠깐 몸을 떨었다.
왜 저러냐고 말을 하려다 슬슬 준비해야 했기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긍정의 편지가 올 거니까, 가서 준비해두게."
"…죽여도 되오?"
헤콘이 물었다.
"귀족 놈 밑에 자식이 있나?"
"있소."
"그럼 하고 싶은 대로 해."
하벨은 헤콘이 자신에게 목줄이라 넘겼던, 목걸이에 걸렸던 팬던트 속 어린아이 사진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누구인지 캘 마음은 없었다.
이번 일만 제대로 마무리가 된다면 더는 그들을 볼 이유도 없고, 간간이 페트리오를 통해서 들으면 그뿐인 관계였으니.
"단, 작위 계승은 제대로 밟게 해. 일단은 다른 귀족들이 탐내지 않게 허수아비라도 세워둘 필요가 있으니까."
땅의 주인인 귀족이 사라지면 왕실에서는 다른 귀족에게 영토를 하사할지도 몰랐다.
그러면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에 곤란해졌다.
적어도 귀족인 페트리오가 저 네 곳의 땅을 소유하기 전까지 말 잘 듣는 귀족을 움켜쥐고 있어야 했다.
"그 점은 알고 있소. 고맙소, 달님. 이는 진심이오."
헤콘은 처음으로 허리를 숙였다.
그의 묵직한 목소리에 묻어난 감정은 진심이라고밖에 표현할 순 없었다.
하벨은 더는 말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차, 자네들도 귀족을 죽이고 싶다면 자식이 있는지 확인하고 마법사를 고용해 죽이는 거 잊지 마."
귀족들과 마법사들 사이의 갈등도 이참에 일으켜야지 않겠는가.
* * *
"막내야."
"예?"
라르웬의 물음에 하벨은 창문에서 시선을 돌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순간, 마차가 덜컹거렸다.
꺄르르.
아라가 몸이 붕 뜬 채로 네 발을 흔들며 웃었다.
"왜 네가 움켜쥐지 않는 건데?"
라르웬의 물음에 카샬이 곧바로 반응했다.
"맞습니다. 도련님께서 좀도둑의 목줄을 잡고 있어봤자 결국, 놈이 배반하면 끝이잖습니까? 무엇보다 공짜로 영토 네 개를 손에 넣을 테니 그 뒤에 지금 마음과 얼마든지 달라질 수도 있고요."
"그렇지. 마음이라는 게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니까. 맞는 말이야."
하벨은 마치 저 물음을 기다렸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페트리오가 자신에게 하나도 아닌 세 개의 목줄을 쥐여준 걸 보면 그 역시 스스로가 어떻게 변할지 몰라 두려웠던 게 아닐까 싶었다.
하벨은 팔찌를 만지작거리며 그때, 보았던 밝은 불꽃을 기억했다.
분명히 불꽃의 색이 변하지 않았던가.
"티에라 가문이 강하다면서요? 설마, 그것도 못 막습니까?"
하벨은 두 사람을 위해 질문 형식의 답을 내놓았다.
페트리오가 땅 네 개를 손에 넣고 난 뒤를 걱정하는 건 이해했다.
하지만 티에라 가문이 그렇게 떠드는 강함을 빌려보자면 어차피 송사리가 곁에 맴도는 것과 똑같을 테고, 오히려 이번 일로 자연스레 귀족들과 마법사 협회의 동맹까지 흐트러질 테니 뭐가 문제일까.
라르웬의 웃음이 터졌다.
애초에 걱정할 이유도 없었는데 괜히 민망해 꺼내는 웃음이었다.
"아니. 못 막을 리가 있나."
라르웬은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귀족 네 명을 묻는 것보다 한 명을 묻어버리는 쪽이 우리한테도 좋지. 게다가 좀도둑, 그놈. 같은 귀족들한테 미움받고 있다며?"
"대법관한테도 미움을 받는다는 건 미움이라는 단계를 넘어선 거죠."
"그래. 네가 뭘 노렸는지 제대로 알겠네. 귀족들에게도 고립된 좀도둑이 다른 귀족과 동맹을 맺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는 거지?"
"그건 말이 안 됩니다. 좀도둑이 가진 힘이 뭔지 아시잖습니까?"
유순해진 라르웬과 달리 카샬은 여전히 페트리오를 향한 의심을 풀지 않았다.
피를 통해 기억을 보는 힘으로 강제 동맹을 맺을 가능성이 컸다.
"그래. 좀도둑이 가진 힘은 굉장히 무서운 힘이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하벨은 카샬의 걱정을 이해했기에 단호하게 알렸다.
카샬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중에 도련님께서 엉엉 울기 전에 제가 주기적으로 살피겠습니다."
"내가 엉엉 울 수도 있다고?"
하벨은 코웃음을 쳤다.
"그거야 모르죠. 사람은 누구나 눈물을 흘리니까요."
"누구 눈에서 눈물이 먼저 나올지 궁금하네."
하벨의 도발에도 카샬은 웃음으로 자연스럽게 대처했다.
"참, 형님."
"왜?"
"마법사 흉내를 낼 수 있습니까?"
"정령사랑 마법사랑 쓰는 힘이 비슷할 수는 있는데 사실 좀 달라."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하벨이 웃자 라르웬도 따라 웃었다.
"하긴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보여주기 용으로 쓰일 텐데. 내가 적당한 순간에 힘을 쓸 테니까, 넌 입이나 놀려."
라르웬은 하벨이 망토로 숨긴 정화 장치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하벨이 의도적으로 이번 사건을 마법사와 엮으려 한다는 사실과 별개로 그가 힘을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일단 보류하겠습니다. 가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니까요."
"그럼, 기억해. 숨을 참고, 매개체가 될 수 있는 걸 던지고, 무슨 말이든 중얼… 아 참, 가면을 썼지? 그럼, 여유롭되 과장된 모습을 보여. 그 상태에서 형태를 잡지 말고 허공에 힘을 띄워. 그럼 너도 그럴듯한 마법사처럼 보일 테니까."
라르웬이 동전 하나를 튕기며 숨을 참았다.
"후웁."
양손을 펼쳤는데, 그 동작이 꽤 웅장하게 느껴졌다.
라르웬의 손바닥 중앙에 불꽃이 타올랐다.
화르륵.
[와!]
아라가 입을 벌리며 쳐다보았다. 루룸마저 신기한지 눈을 떼지 못했다.
[오. 진짜 마법사 같았어!]
"봤지?"
라르웬은 입꼬리를 올렸다.
"충분하네요.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하벨은 고개를 끄덕였다.
"막내야."
라르웬은 불꽃의 제어력을 풀며 하벨을 불렀다.
"예, 듣고 있습니다."
"방금 끝낸 말이지만, 진짜 괜찮겠어?"
"괜찮습니다. 어차피 땅에 미련도 없고요."
"그거 말고. 네 마음 말이야."
"예?"
"아예 몰랐다면 모르지만, 너와 같은 시간을 공유했어. 그럴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혹시나 배신당하게 된다면 그 시간만으로도 엄청 아플 거야."
"…알고 있습니다."
하벨의 얼굴에 웃음기가 지워졌다.
마치 정말로 배신이라도 당한 사람처럼 보여 라르웬은 당황해 카샬을 보았다.
카샬마저 놀란 감정을 드러내자 라르웬은 숨을 짧게 내쉰 뒤에 다시 하벨을 불렀다.
"하벨아."
"예."
"만약 그런 일이 너한테 벌어져도 네 탓이 아니야."
"……?"
하벨의 시선이 흔들리자 카샬이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맞습니다. 그 개자식이 잘못된 거지, 결코 도련님의 탓이 아닙니다!"
"정말로?"
"예. 당연한 겁니다! 곁에서 봐온 제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도련님께서는 좋은 분입니다."
"그러니까 하벨아. 그때는 다른 곳을 봐. 네 주변에는 더 좋은 사람이 많을 테니까."
라르웬은 자신을 가리켰다.
"난 무슨 일이 있어도 너 안 버려."
저 단호한 말에도 하벨은 억지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저들이 보는 자는 '하벨 티에라'지 '용왕'인 자신이 아니었으니.
"…예, 감사합니다."
* * *
은밀히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자리이기에 이런 일을 수백 번은 더 해본 페트리오에게 맡겼다.
페트리오가 선택한 장소는 바이온이 몰래 꿍쳐뒀다 그에게서 뺏은 건물이었다.
꽤 고급스러운 음식인지 가게에 들어서는 이들의 옷차림이 심상찮았다.
[대장.]
아라가 '킁킁'거리더니 하벨을 불렀다.
"왜?"
하벨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무르토 마을로 가는 동안 열심히 자신만 '대장'이라고 주입 시킨 보람이 있는지 지금까지는 자신에게만 대장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감격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대장, 얌얌.]
아라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 어설펐다.
이제 갓 말하기 시작한 아이 같기도 했다.
다리가 생겨도 무슨 동물인지 알기 어려웠고, 무엇보다 꼬리도 없었다.
[대장?]
아라가 동그란 눈동자로 하벨을 지그지 바라보자 그는 눈웃음을 지은 뒤 가면을 썼다.
"맞아. 얌얌이야."
[얌얌! 얌얌얌!]
아라가 헤헤 웃으며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럼 일 마치고 여기서 저도 얌얌 해도 됩니까?"
라르웬이 카샬을 끔찍이 바라보다 가면을 썼다.
"와… 방금 진짜 죽이고 싶었다."
"여기 비싼 곳입니다. 잡지에서 여러 번 나왔고요. 가고 싶었는데, 그러면 안 됩니까?"
카샬은 라르웬이 꺼내는 말을 한 귀로 흘리며 하벨을 간절히 바라보았다.
"잡지에서도 나왔다면 먹어봐야지."
가면을 살짝 올린 하벨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 * *
"이쪽입니다."
직원의 안내에 아르에느의 귀족은 시종으로 위장한 기사들과 도미논을 동행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
귀족은 스무 명 이상을 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넓은 방 안에 자리를 잡은 세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저놈은 대체……."
"왔어, 도미논? 그리고 뮈에르 진젤?"
하벨이 도미논을 이어 아르에느의 귀족을 친근하게 불렀다.
꺼지지 않던 랜턴의 불꽃이 뮈에르를 보자마자 점보다 작은 검은 불꽃으로 변했다, 다시 원래 크기대로 돌아갔다.
마치 제대로 잡았다고 알려주는 듯했다.
"예, 데려왔습니다."
도미논 역시 즐겁게 말하며 기사들에게 대놓고 돈주머니를 넘겼다.
"고생 많았습니다. 이걸로 오늘 크게 한잔하시죠."
"필요 없네. 저 돼지 새끼의 마지막 최후라고 생각하니 없던 힘도 났으니까."
기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도미논의 돈을 거절했다.
"…이, 이게 무슨 일이냐?"
침묵하던 뮈에르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 그럼 알려줘야지."
하벨은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켰다.
"꿇어, 개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