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날마다 찾아오는 게 아닌데
* * *
생각보다 목소리가 어렸지만, 수장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목에 겨눠진 우산이 치워지자마자 수장은 당장 무릎을 꿇었다.
손과 발이 덜덜 떨렸다.
정체를 모르지만,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이 악몽이 어서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이었다.
"물려."
"대, 대기한다! 모두 대기하라고!"
수장은 덥수룩한 수염에 침이 튀는 것도, 목소리가 갈라지는 것도 모를 정도로 소리쳤다.
이러다 다 죽을 판이었다.
최악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문 닫아."
하벨은 카샬과 페트리오에게 말했다.
시간을 끌면 불리한 건 자신들 쪽이었지만, 이미 기세를 짓눌렀다.
문이 닫히자마자 꿈틀거리는 수장의 손가락을 보며 확신했다.
"귀족 대신 땅을 다스리고 싶지 않은가?"
갑자기 들려오는 달콤한 속삭임에 수장은 제 귀를 의심했고, 멍한 표정으로 하벨을 바라보았다.
책상과 의자를 무식하게 부술 때는 언제고.
"사람은 포부를 크게 가져야지. 그렇지 않나?"
귀족들의 뒷공작은 아마 대부분 같은 귀족들의 눈을 피해, 죄를 덜고자 뒷세계를 통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귀족들과 뒷세계 사이에 연계가 오갈 수밖에 없었고, 귀족의 세력이 커지는 만큼 뒷세계 역시 커졌다.
하지만 어느 정도 뒷세계 세력이 커진다면 귀족들은 자신의 약점을 아는 그들을 짓누르려 할 테지.
여러 귀족이 동맹을 맺은 지금이 그때가 아닐까 싶었다.
"요즘 고민이 될 텐데. 그렇지 않은가?"
하벨은 마치 그런 수장의 생각을 꿰뚫어 본 것처럼 살살 구슬렸다.
수장은 입가를 핥으며 침묵으로 긍정했다.
"도련님."
그 침묵이 길어지자 페트리오가 하벨에게 다가왔다.
"왜?"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알린 적이 없지만, 도련님만큼은 예외로 하겠습니다."
페트리오는 검을 쥔 채로 수장을 바라보았다.
"제가 드리는 또 하나의 목줄입니다."
서걱.
하벨이 무어라 말을 하기 전에 페트리오는 수장의 팔을 베었다.
"아, 아악!"
수장이 소리쳤다.
'엄살은.'
하벨은 눈살을 구기며 검지를 가면 입 위로 올렸다.
조용히 하란 경고에 수장은 필사적으로 입을 악물며 고개를 끄덕이기 바빴다.
페트리오는 검에 묻은 피를 손가락에 묻히더니 그대로 가면을 올려 삼켰다.
문을 지키고 있던 카샬마저 잠깐 멈칫거렸다.
"전 마법사입니다."
하벨만 들을 수 있게 목소리를 죽이는 페트리오의 눈 부분이 이전처럼 빛이 났다.
"제 마법은 전투 쪽이 아니라 일반인과 다를 게 없죠."
페트리오는 숨을 참고 정답을 아는 것처럼 당당하게 어딘가를 향해 발을 움직였다.
수장의 얼굴이 점점 굳어지고 페트리오가 여러 개 걸린 그림 중 한 그림 앞에 멈췄을 때, 얼굴이 창백하게 물들어갔다.
"도련님 말씀대로 저놈은 최근 심한 갈등을 한 모양입니다. 귀족을 죽일지, 아니면 더 쓸모있는 가치를 증명해야 할지."
페트리오는 태연하게 액자를 떼서는 뒷부분을 찢었다.
그곳에서 튀어나온 서류를 흔들었다.
"귀족의 목줄을 잡을 수도 있는 이 정보를 읽으며 고민을 하더군요."
"그, 그걸 어떻게……."
수장은 당장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몸을 움직이다 서늘한 시선에 눈을 크게 뜨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까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이 술은 이 마을에서 나오는 술이 아닙니다."
페트리오는 하벨에게 서류를 넘긴 뒤 깨진 술병을 집었다.
"왕실에 납품하는 백포도주입니다. 아르에느 마을에는 포도밭이 많죠. 아, 도련님께서 가지고 계시는 명단에 기록되어 있던 그 '아르에느 마을'이 맞습니다."
무르트 마을과 아르에느 마을이 서로 협력을 한 게 확실하다.
페트리오는 술병을 증거로 삼으며 하벨의 생각을 확신으로 바꾸어주었다.
"어떻습니까? 도련님께서 생각하신 것보다 더 쓸만하지 않습니까?"
"맞아. 웬만한 자들이 그렇듯 능력이 있는 자들은 언제나 좋지."
하벨은 가면 때문에 보이질 않는 걸 알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아, 지금쯤 연락을 받아 네놈 부하들이 여기저기서 우르르 달려올 거라 생각하고 있겠지. 희망을 버리게."
하벨은 수장만이 들을 수 있게 목소리를 낮췄다.
"독에 중독됐거든."
거짓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장의 안색이 더 새파랗게 질려가자 큰 사건을 상상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언제까지 뒷세계가 귀족들의 뒤치다꺼리만 담당할 셈인가. 증거를 쥐었으면 터트릴 수도 있어야지."
흔들리고, 흔들리는 와중에 하벨은 다시 또 달콤한 말을 뿌렸다.
은연중에 저 수장이 생각했을 말을 건드리자 그의 얼굴에 어린 두려움이 차차 식어갔다.
"자네의 두려움은 단지 나뿐만이 아닐 걸세. 어쩌면 망설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어."
수장이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게 또다시 움켜쥐는 것도 잊지 않았다.
"…티에라 가문."
그 이름을 꺼내자 수장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티, 티에라 가문에서 보낸 겁니까?"
물으면서도 수장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벌써 들켰을 리가 없지 않은가.
아니, 들켰다면 자신이 아니라 귀족한테 따지러 가는 게 먼저였다.
당연한 게 아닌가.
큰 물고기와 송사리가 같이 있으면 당연히 큰 물고기를 잡으러 온 신경을 다할 테니까.
하벨은 그냥 웃었다.
수장 스스로가 부정하고 있는데 왜 말을 덧붙여 흔들겠는가.
"나는 귀족이 싫다네."
오히려 다른 말을 꺼냈다.
"자네도 물론 싫은 건 마찬가지일세. 하지만 어차피 둘 다 똑같다면 조금 더 쉽고 편하게 움켜쥘 수 있는 놈이 좋지 않겠는가?"
짖는 개보다 말 잘 듣는 개가 훨씬 좋은 건 당연했다.
태생부터 고귀한 자와 바닥에서 기어온 자 중 사태 파악이 빠른 쪽은 후자였고.
"그건 자네도 마찬가지일 테지. 기왕 이렇게 된 거 귀족을 짓누르고 올라서고 싶지 않은가?"
이전보다 더 큰 달콤함에 수장은 어떤 굶주림을 느꼈다.
"대체 당신은 누구십니까……?"
"…가면단일세."
하벨이 꺼내는 말에 카샬의 한숨이 들려왔다.
어쩜 지어도 저렇게 못 짓는 건지.
그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지만, 하벨은 무시하며 또 먹잇감을 던져두었다.
"위로 오르고 싶으면 자네의 목줄을 내놓게. 싫으면 목을 내놓으면 그뿐일세. 어차피 자네가 아니라더라도 할 사람은 많으니까."
"…최근에 돌던 소문이 사실일 줄은 몰랐습니다."
"소문이라니?"
하벨은 처음 듣는 이야기에 반응했다.
"뒷세계를 응징하는 자가 나타났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아."
참 영양가 없는 소문이었다.
응징이고 뭐고 지금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하벨은 우산을 올려 수장의 목에 겨눴다.
책상도 부순 와중에 머리라고 못 부수겠나.
"목줄… 을 바치겠습니다."
수장은 우산이 제 머리를 부수기 전에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적어도 생각을 할 줄 아는 머리가 달렸으면 뭘 선택해야 하는지는 뻔한 결과였다.
* * *
"…혼자는 억울할 테니 지금 당장 연락을 보내게."
하벨은 새로운 방에서 책상에 다리를 올리며 건방짐이 넘쳐 흐를 정도로 수장, 바이온에게 명령을 내렸다.
아직 랜턴의 불꽃이 꺼지지 않았다.
사건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과 같았다.
그럼 친구도 불러야지.
"지금 말입니까?"
바이온이 움찔거렸다.
"시간 차이를 둬서 보내는 거 잊지 말게. 놈들의 흥미를 끌 만한 걸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게 싫으면 지금 나가게. 여긴 이제 내 건물이니까."
하벨은 바이온을 비웃었다.
뒷세계에서 힘은 돈에서 나왔다.
바이온이 소유한 모든 건물과 토지 계약서는 위임장과 함께 자신의 손에 들어왔다.
그게 놈이 내민 목줄이었다.
페트리오가 바이온을 유심히 바라보았고 그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가면을 썼는데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소름이 돋는지.
페트리오는 천천히 다가와 바이온에게 작게 속삭였다.
"더 중요한 목줄이 있는데 왜 드리지 않았지?"
"……!"
"저분을 배신한다면 내가 직접 네 목줄을 잘라 뿌려주지."
무겁지 않았지만, 바이온에게 그 어떤 말보다 공포 그 자체였다.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당장 움직이겠습니다."
뭘 망설이겠는가.
바이온은 밖으로 나와서는 잠깐 그대로 미끄러지듯 주저앉았다.
겨우 숨을 내쉬었다.
"두목, 괜찮으십니까? 저희가 다른 놈들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아니."
저 남자는 자신이 뒷세계에 설 수 있게끔 한 뿌리까지 파악했다.
정체를 캘 마음조차 싹 사라지고 말았다.
"갈아탄다. 우리의 주인은 이제부터 가면단이다."
어차피 누가 주인인지는 처음부터 아무 상관도 없었다.
오늘도 살아남으면 그뿐.
"…그러니 오늘 밤 살금살금 도망치는 것들은 모조리 죽여."
* * *
"…아아. 사랑하는 가면단 여러분."
하벨은 가운데에 앉아 즐겁게 목소리를 냈다.
목소리를 변조했기에 주머니에 있던 아라가 신기한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저자 중에서 정령사가 있을지 모르니 아라를 간질이며 나오지 못하게 막았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지.'
미끼를 물고 달려왔던 수장 3명이 자신을 노려보았지만, 하벨은 여유로웠다.
어차피 자신들에게 얻어터지지 않았던가.
"미쳤어? 이건 납치라고!"
수장 셴이 소리치자 반삭을 한 머리 때문인지 몰라도 절로 시선이 갔다.
이상할 정도로 부하들의 결속력이 좋아 짓누르는 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마지막에 도착하기도 해 목줄을 채우진 못했다.
"납치한 주제에 사랑? 사랑 같은 개소… 읍읍!"
페트리오가 언성을 높이는 셴의 입을 막고는 작게 속삭였다.
"나는 네가 '보물'이라고 말하는 열쇠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데."
아무리 숨기려 해도 당황한 감정이 셴의 눈동자에 드러났다.
그걸 어떻게 아는가.
푹!
카샬이 책상에 검을 박아 넣었다.
방 안 전체에 퍼진 살기에 반응하지 않은 수장들이 없었다.
"또 얻어터지기 싫으면 집중 좀 합시다. 예?"
"꽃님아. 그렇게 사납게 대하면 되겠어? 다 우리 가면단 사람인데."
하벨은 자신이 말했음에도 입꼬리가 바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다.
가면을 써서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그러지 않았으면 웃음을 참느라 힘겨웠을 테니까.
"…예. 주의하겠습니다."
카샬은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
―나는 달님이고, 너는 꽃님이고, 좀도둑 너는 별님이야. 어차피 하루만 이러고 말 거니까 얼굴 좀 펴, 카샬.
당장 춤이라도 출 것처럼 신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저택으로 돌아가면 반드시 저 가면부터 산산조각낼 생각이었다.
"우리 가면단 여러분,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게 되어 정말 감격이야."
창문 너머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에 하벨은 짙은 피곤함을 느꼈다.
"시간은 그만 끌고 이렇게 모은 이유를 말해야지 않겠소?"
헤콘은 언짢아하며 팔에 힘을 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근육 때문에 터질 것 같던 옷자락이 더욱 팽팽해졌다.
제압하는데 가장 저항이 심했지만, 귀족에게 땅을 뺏지 않겠냐는 말에 짙은 복수심을 드러냈다.
목걸이 하나를 주며 자신의 목줄이라고 했는데 그 안에 어린 딸 사진이 있었다.
"왜 이렇게 모았는지 예상한 사람 있나?"
하벨의 물음에 도미논이 손을 슬쩍 들었다.
"최근 동맹 관계를 구축한 귀족들 밑에 있는 뒷세계 사람들이 아닙니까?"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도미논은 '귀족들의 땅을 갖지 않겠냐'는 말에 수장의 목을 자발적으로 베어서는 자신에게 갖다 주었다.
주 수입원인 포도밭까지 전부 날름 넘기며 '위'를 향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계약서를 맡길 정도라면 수장이 꽤 신뢰했을 텐데.
"그것도 맞지만, 티에라 가문을 건드린 공범이라는 쪽이 더 잘 어울릴 텐데."
그들이 이곳에 오기 전까지 카샬과 페트리오에게 사실 하나를 들었다.
저들은 티에라 가문을 중간에 두고 동서남북으로 둘러싼 마을 중 힘이 있는 곳이라는 걸.
티에라 마을은 약소 마을이었지만, 가장 가까이서 티에라 가문을 관찰하기에 좋은 곳이었고.
페트리오를 이용해 내부에 불신이라는 불꽃을 터트리고, 자신의 독 사건으로 확실하게 태워버린 뒤 그 분노를 대체 어디로 향하게 하려는지 몰라도 드디어 보였다.
'왕실의 힘이 약해진 지금, 티에라 가문을 공격할 셈이다. 부정한 것들을 덮어 정령들의 시선을 막은 뒤에 마법사를 마을로 침투시켜 뒤를 치려는 거겠지.'
제아무리 티에라 가문이 강하다고 한들 사방에서 몰려오는 적과 마법사들의 공격은 막기 어렵다.
아마 적들도 자신과 비슷한 생각일 테지.
"그게 무슨 소리요? 우린 티에라 가문을 건든 적이 없소."
헤콘은 갑자기 튀어나온 '티에라 가문'에 당황했다.
"다른 건 몰라도 티에라 가문과 척을 지는 건 뒷세계에서도 병신이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오!"
바이온을 제외한 나머지도 처음 듣는 이야기인 것처럼 받아들이자 하벨은 더 만족스러웠다.
"뭐야? 너, 티에라 가문 끄나풀이었어? 망할!"
페트리오가 손을 풀어주자 셴은 언성을 높이며 인상까지 구겼다.
"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 정말 아무것도 안 했으니까, 제대로 전해줘!"
"그거 유감일세. 자네들은 이미 귀족과 같이 티에라 가문을 건드렸는데?"
하벨은 바이온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꼬리를 늘였다.
아무래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자는 바이온과 도미논이 죽인 전 수장 둘뿐인 듯했다.
'제대로 압박을 주길 잘했네.'
"그냥 던질 말이 아니오. 제대로 말해보시오."
헤콘은 분노를 드러내며 말했다.
자신이 귀족과 범죄를 저질렀다니.
그 땅에서 숨죽여 놈들을 죽일 기회를 노리면 노렸지 절대로 그런 짓은 하지 않았다.
'시간이 없어 상대적으로 다른 쪽은 조금 느슨했지만.'
하벨은 턱을 괴며 가벼운 이야기를 꺼내듯 내뱉었다.
"자네들의 영역에서 귀족의 끄나풀이 약을 하나씩 사 갔더군."
"겨우 약 하나로 지금… 헛."
셴이 발끈하다 말고 깜짝 놀라며 자신의 입을 가렸다.
"…설마?"
"그 설마가 맞네. 독약이지."
하벨의 대답에 방안이 조용해졌고, 카샬은 분노를 억눌렀다.
"티에라 가문의 막내가 그대들이 소유한 땅에서 산 독약을 먹어 사경을 헤맨다지?"
"미, 미친 소리 하지 마시오…! 독약이라니!"
헤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맞습니다! 전 수장이 아무리 멍청이라도 그 정도는 구분할 줄 아는 놈이었습니다!"
도미논까지 흥분하자 얼굴에 짙은 흉터 자국이 꿈틀거렸다.
저게 사실이라면 그냥 죽으라는 소리가 아닌가.
"사실인 걸 어쩌겠나? 살아남으면 제대로 확인하게."
하벨의 시선이 또 바이온을 향했다.
"자, 크게 하나를 건드렸네."
하벨은 손가락 하나를 올렸다.
"최근 귀족들에게 일 하나를 받았지 않은가?"
이 역시 조용했다.
독약 여파가 큰 모양인지 셴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두려움을 드러냈다.
"대수롭지도 않았던 그 작은 일이 티에라 가문을 공격하는 의도에 동참한 행동이라면?"
하벨은 '부정한 것'을 언급하는 대신 손가락을 하나 더 올렸다.
"최근 마법사가 자주 들락날락했을 걸세. 무슨 이유 때문일까?"
하벨의 손가락이 또 하나 올라왔다.
"…설마, 귀족 새끼들이 시킨 일 때문에……."
헤콘은 말을 잇지 못했다.
설령 저들이 부정한 것들을 그리지 않았더라도, 귀족 끄나풀이 독약을 샀다는 사실을 몰랐어도, 방문하는 마법사가 늘어났다는 사실을 대수롭지도 않게 생각했다 한들, 이미 저들은 깊숙이 간섭하고 말았다.
"자, 머리가 있다면 그대들이 이미 죽은 목숨이라는 건 분명하지 않은가."
하벨은 비웃음을 터트렸고, 그들은 침묵했다.
"하지만 내 자네들에게 기회를 주러 이렇게 오지 않았나?"
절망만이 가득한 그때, 그들 모두 구원의 빛 같은 하벨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귀를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