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암진천경-341화 (341/350)

제16편 환영(歡迎)

공동파의 대사부가 돌아서자마 자.

빛 한 줄기 드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듯이.

심연(深溫)의 동공(洞空)과도 같 은 시커먼 대공자의 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공동파의 합류를 환영하오.”

분명히 신장은 자신 쪽이 크건 만.

나이로 비교하자면 세 배 이상 차이가 나건만.

어째서.

“대사부.”

대공자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것 만 같은가.

가까이서 접하는 대공자는, 멀찍 이서 바라만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감사합니다, 대공자님.”

그에 답하는 공동파 대사부의 목 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떨려왔다.

“크흠.”

급히 헛기침이라도 해서 목청을 가다듬은 그에게, 대공자 연소현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걱정하지 마시오.”

“무, 무엇을 말입니까?”

대공자 연소현이 이미 전부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그대는 공동이 뒤늦게 합류를 선택했기에. 나의 진영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점이 두 려운 것이겠지.”

공동파 대사부의 주름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여기서 지금, 그 이야기를 직접 거론한다고?’

만약에 자신이 대공자의 입장이 었다면.

결코, 지금 이 공개된 장소에서 꺼내지 않았을 이야기였다.

‘다른 이들보다 빨리 충성을 바 친 문파와 뒤늦게 합류한 문파를 동등하게 대하면, 결국 불만의 싹 이 될 것인데….’

그렇다면, 대공자가 지금 여기서 이 이야기를 본인의 입으로 꺼낸 이유가 무엇인가?

공동파의 대사부의 머리가 순간 폭발적으로 회전했다.

‘아…!’

무언가를 확신한 그는 얼른 허리 를 굽혀 보이며, 대공자에게 답했 다.

“아닙니다, 대공자님.”

그가 최대한 사양하는 태도로 말 을 이었다.

“공동은 시류를 살피고 늦게 합 류했습니다. 그런데 평등이라니? 감히, 저희 공동이 어찌 그런 욕심 을 부리겠습니까?”

그는 주름진 얼굴에 미소를 만들 어 보였다.

“저희 공동은 그저. 아군(我軍)에 게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만족입 니다!”

그가 목소리를 높였다.

“낙양에서 근거지 확보 같은 일 은 언감생심 (W敗生心), 꿈도 꾸지 않습니다! 보상은 그저, 주어지는 대로 받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공동파 대사부 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공자께서는 필시, 내가 먼저 이렇게 사양하길 바라셨던 것이겠

지…!’

뒤늦게 합류한 공동이 이렇게 알 아서 굽히면.

대공자는 적당히 공동에 부족하 지 않을 정도는 알아서 챙겨줄 것 이고.

다른 문파들에서 불만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동이 한 몸이 되 어 다년간 대공자 휘하(摩下)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이 낙양에서 근거지를 확보할 기 회가 결국에 자신들에게 주어지리 라.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오, 대사 부?”

“•••예?”

하지만.

대공자는 역시나.

“내 아무 걱정 하지 말라 하지 않았소?”

그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어 보 였다.

“점창, 종남 그리고 형산북류에 약속했던 것처럼.”

대공자 연소현의 손이 공동파 대 사부를 가리켰다.

“마찬가지로. 그대들, 공동파에게 도 당연히 낙양에서 근거지를 확보 할 수 있는 사업권이 주어질 것이 오.”

자신이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것인가.

공동파 대사부의 눈은 휘둥그레 지고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예…?”

그는 자신도 모르게 대공자 연소 현에게 대꾸를 하고 말았다.

“아니, 그렇게 하신다면. 다른 문

파들의 불만을, 대공자께서는 어떻 게 통제하시려고 하시는 겁니까?”

점창의 전 장문인부터가 스스로 웃음거리가 되면서까지, 어떻게든 차지하려고 했던 그 기회를.

이렇게 뒤늦게 합류한 자신들, 공동에게 던져 줘 버리면 어쩌자는 것인가?

그 말에 웃음을 터트린 것은.

“홀흘흘.”

낙양지사(浴陽知事) 내정자인 노 마(老魔) 공량이었다.

“만일, 대공자가 베풀 수 있는 기회가 ‘낙양 근거지 확보’가 전부

라면. 불만을 품는 자가 나올 수도 있겠지.”

“그 말씀은-.”

공동의 대사부가 정신이 아연해 지는 것을 느끼며 물었다.

“대공자께서는 각 문파에 더 큰 기회를 제공하실 수 있다는 말씀이 십니까?”

그 답변은.

연소현에게서 나왔다.

“물론.”

그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오만하다 느낄 정도로 자신감으

로 가득한 미소였다.

“이 대공자 연소현의 그릇이. 겨 우 그 정도밖에 되지 않은 줄 알았 소?”

그가 시선을 돌려.

자신의 휘하에 새로 들인 각 문 파의 수장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오늘 합류한 모든 문파는 낙양 에 근거지를 확보할 기회가 기본적 으로 동등하게 주어질 것이고.”

그의 시선이 스쳐 지나가자.

각 문파 수장들이 자신의 몸가짐

을 한충 더 겸손하게 다듬었다.

“앞으로 공을 세우는 이들에게 는, 언제 어느 시기에 합류했든 상 관없이 공에 맞는 보상이 새로 주 어질 것이다.”

대공자 연소현이 목소리가 좌중 에 울려 퍼졌다.

“이에 불만이 있는 자는 있는 가?”

근거지를 확보하고, 기반을 다지 는 것을 비원으로 삼았던 이들에게.

더 큰 보상에 대한 약속을 하는 연소현이었으니.

당연히.

그저, 대공자가 제공할 수 있다 는 더 큰 기회가 무엇일지 속으로 궁금해할 뿐.

불만을 표하는 자 따윈, 있을 리 가 없었다.

“좋군.”

대공자 연소현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좌중의 귀빈들에게 말했다.

“오늘 이렇게 참석해주시어, 자 리를 빛내주신 귀빈들께 감사를 표

하오.”

눈앞에서 대공자라는 인물의 활 약올 생생히 느낄 수 있었던 귀빈 들에게서 박수가 터져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시녀장에게 음식과 술을 충분히 준비하라 일러두었는데….”

그런 귀빈들에게 손을 들어 화답 한 대공자 연소현이 미소를 지으며 가벼운 농을 던졌다.

“지금 대연회장에서 소진되는 양 을 보아하니. 다들 사흘에 피죽 한 그릇도 못 얻어먹으신 둣하외다. 어디 가서 거지 떼 취급받지 않으

시려면, 자중들 좀 하시는 편이 좋 겠소이다.”

좌중에서 웃음소리와 터져 나오 자, 연소현 또한 함께 웃어 보였다.

“그럼, 본인은 내부 회의가 있어 서 자리를 비우겠소이다. 본인의 몫까지 대신 즐겨들 주시오.”

대기하고 있던 시녀들에 의해 후 문이 열리고.

퇴장하는 대공자를 향해, 좌중의 귀빈들이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다음은 낙양지사 공량이었다.

“대공자의 말처럼. 다들 먹고 마 셔대는 것을 보니. 빈약한 낙양의

재정으로는 감당이 안 되겠군.”

그가 짓궂은 표정으로 좌중의 귀 빈들을 향해 말했다.

“내 정식으로 취임식을 하는 날 에는 다들 각자가 먹고 마실 음식 과 술들을 필히 지참하도록 하시 오.”

다시 한번 한바탕 웃음소리가 터 져 나오고.

낙양지사 내정자 공량의 바퀴 달 린 의자가 대공자의 뒤를 따라 퇴 장했다.

“엣헴.”

그 뒤로는 괜히 어깨에 힘을 준

점창파의 전 장문인이.

그다음은 그런 점창 전 장문인에 게 쓴웃음을 지어 보이는 종남파의 문주와 형산북류의 속죄자얘頂罪者) 들이 나란히 걸음을 옮겼다.

그 어찌 당당한 모습들인지.

그 모습을 어딘가 아득한 것을 보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공동파 대사부의 어깨를.

귀빈 중 하나가 두드려 불렀다.

“공동의 대사부 또한, 이제 대공 자님의 측근이 아니오? 함께 가셔 야지.”

그랬다.

이제, 공동파 또한.

저 대공자 연소현 휘하의 세력인 것이다.

“•••감사하오.”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한, 공 동파 대사부가 박수를 받으며.

마지막으로 대연회장에서 퇴장했 다.

원각정 (原各庭).

정문 앞 거리.

“대공자께서 우리 공동을 받아주 셨다고?!”

“그렇습니다!”

안에서 상황을 확인하고 돌아온 공동파의 이대(三代) 제자가 환한 얼굴로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대공자께서 저희에게 낙양에서 근거지를 마련하게 허락

까지 해주셨다고 합니다!”

노점 한구석에서 어두운 표정으 로 앉아있던 공동의 제자들이, 그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됐어! 됐다고!”

“이걸로 우리 공동에도 다시 길 이 열리는 것이야!’’

홀로, 타는 속을 달래려 술병을 몇 개째 비우고 있던 일대(一代) 제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우오오오!”

하늘에 대고 외쳤다.

“이 불초 제자는 믿고 있었습니

다! 대사부!”

한숨을 돌린 대제자(大弟子)가 그런 그의 모습에 헛웃음을 지었다.

“아니, 네 녀석은. 대사부를 욕할 때는 언제고-.”

“어, 어홈!”

부끄러움과 술기운으로 얼굴이 붉어진 일대 제자가 황급히 주변의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오늘은 우리 공동에 큰 복이 들 어왔소! 검가의 가족 여러분, 모두 축하해 주시오!”

뭔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축하할 일이라 하니.

술에 잔뜩 취한 이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웃으며 술잔을 들어 축하를 전해주었다.

“축하하오!”

“경하드리오!”

일대 제자가 호탕하게 웃고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오늘 술값은 전부 우리 공동에 서 내겠소! 다들 아침까지 마시고 죽읍시다!”

같은 노점에 앉았던 사람들의 환 호성이 울리는 가운데.

“아니. 이 멍청한 녀석이.”

대제자가 황당하다는 듯이 웃으 며 고개를 절레절레 혼들었다.

“애초에. 오늘 술과 음식은 전부 대공자님께서 베푸시는 것이지 않 으냐?”

“아, 아앗?!”

일대 제자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 고, 주변에서는 한바탕 박장대소가 터져 나왔다.

원각정, 통제구역(統制區域).

대회의장(大會議場).

공동의 대사부는 정신이 없었다.

“하하! 합류를 환영합니다, 공동 의 대사부!”

가장 먼저, 그렇게 친근하게 그 를 반겨주는 것은 젊은 여인이었는 데.

“대공자께서 공동이 낙양에 거점 을 확보할 수 있도록 약속하셨다지

요?”

그녀는 다름 아닌 사천당가(四川 唐家)의 소가주이、家主), 당은랑(唐 銀期)이었으니.

“어쩌면, 앞으로. 우리 당가와 공 동이 낙양에서 경쟁 관계가 될 수 도 있겠습니다!”

그런 그녀의 말에.

“어찌, 저희 공동이. 감히 사천의 패자와 경쟁에 대해 논할 수 있겠 소이까?”

공동의 대사부는 난처하다는 듯 이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저 공동은, 당가에 많은 지도

편달을 부탁드릴 뿐입니다.”

“지도 편달이라, 좋습니다!”

그녀가 습관적으로 호탕하게 웃 으며 말했다.

“우리 당가는, 공동보다 한발 앞 서 대공자님의 은혜로 먼저 낙양 진출에 성공했으니!”

사천당가는 성지 계곡(聖地淡谷) 에 지부를 성공적으로 건설하고.

매일같이 기록적인 이익을 거두 는 중이었다.

“얼마든지, 그 비결을 공유해 드 리겠습니다.”

그녀가 찡긋, 하고 한쪽 눈을 감 아 보였다.

“이제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이 니. 앞으로 함께 잘해 봅시다!”

“아니, 아니…!”

공동의 대사부가 급히 두 손을 내저었다.

“저희 공동이야말로 부디 잘 부 탁드립니다.”

그녀가 웃으며 돌아서자, 그런 당가의 소가주를 배웅할 여유도 없 이.

“앞으로, 낙양에서 법적인 시빗

거리가 발생하면. 언제든 사람을 보내 연락을 주시오.”

다음 인물이 대사부의 앞에 섰 다.

“호, 혹시. 청씨 가문의…?”

“그렇소.”

중년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 을 소개했다.

“본인은 청씨 가문을 이끌고 있 는, 청효(淸효)라고 하오.”

“청 대인(大人)!”

청씨 가문은 과거로부터 사법(司 法) 명가로 이름 높았으나.

이제는 심지어 낙양지사가 된 공 량까지 함께하니, 그야말로 낙양 사법계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가진 가문이라 할 수 있었다.

“반갑소!”

“환영하오!”

그 이후로도.

한 명, 한 명.

공동의 대사부에게 인사를 건네 는 이 모두가, 감히 지금의 공동이 마주하기도 힘든 이들이었으니.

그저 가진 것은, 옛 구파로서의 이름뿐인 공동 대사부의 허리가 펴

질 줄을 몰랐다.

‘이것이, 대공자님의 힘이구나…!’

쉴 새 없이 허리를 숙여대느라, 요통(寢痛)마저 느껴졌지만.

하지만, 그 고통마저.

지금 공동의 대사부에게는 즐거 움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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