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암진천경-338화 (338/350)

제13편 낙양(浴陽) 땅의 주인

낙양검가, 삼공자 진영.

군사부 (軍師部).

제갈 대군사가 백우선(白相扇)을 들어 자신의 놀란 표정을 가리며 말했다.

“… 대단하군요.”

그의 시선이 차(茶)의 향을 음미 하는 남궁혁천을 향했다.

“화산파(華山派)와 무당파(武當 派)로 하여금. 이리 단시간에 동맹 선언을 하게 만드시다니….”

그가 남궁혁천에게 물었다.

“대체, 언제부터 밑 준비를 해두 신 겁니까?”

그 질문은 사마 대군사 또한 하 고 싶었던 것이라, 그 또한 눈빛을 번뜩이며 입을 열었다.

“군사부는 그동안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만.”

그동안.

남궁혁천이 좌우 대군사를 견제

했던 만큼.

좌우 대군사 또한 남궁혁천의 움 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아무리 군사부의 대단한 첩보망 이라 한들, 모를 수밖에 없지.”

남궁혁천이 찻잔 뒤에서 미소 지 었다.

“그들과 접촉한 것은 본인이 아 니니.”

“그렇다면….”

좌우 대군사 정도 되는 인물들은 그 정도만으로도 상황을 눈치챘다.

“•••남궁세가의 본가 쪽에서 그들

과 접촉을 하고 있었던 것이로군 요.”

“그렇소.”

남궁혁천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 였다.

“•••좌우 대군사께서도 알다시피. 본인은 그동안 이 검가를 위해서. 외부의 힘을 끌어들이는 것을 제한 해 왔소.”

검가를 위해서.

라고는 하지만, 사실 검가가 아 니라.

남궁혁천 본인의 영향력이 줄어 드는 것을 꺼렸기 때문임을 모르는

이는 이 자리에 없었다.

“•••그렇지요.”

“…외세의 힘이 더해질수록, 이 검가가 혼란스러워질 것이니 말입 니다.”

하지만.

손을 잡기로 한 시점에서 굳이 들쑤실 필요는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대공자의 위험성을 깨 달은 이상.”

그가 찻잔을 탁 하고 내려놨다.

“이제, 수단을 가릴 여유는 없어 졌소.”

화산과 무당의 개입은 그것만으 로도 큰 충격이겠지만.

그들은 시작에 불과할 뿐.

결코, 그들이 마지막으로 검가의 후계자 다툼에 개입하는 세력이 되 지 않을 것이다.

남궁혁천이 이를 드러냈다.

“놈을 이 판에서 제거하기 위해 서. 가능한 모든 수를 동원할 것이 오.”

선수(先手)는 대공자에게 빼앗겼 지만.

승리는 결코.

양보할 수 없다.

‘•••외세(外勢)들이 득세하여, 이 검가가 사분오열(四分五製)되는 한 이 있더라도.’

이젠, 상관없었다.

낙양검가의 모든 것을 얻지 못한 다면, 차라리.

갈가리 찢어진 일부라도 먹어야 만 하는 것이다.

“•••어쨌든.”

제갈 대군사가 자신의 백우선을 펄럭였다.

“대공자가 태상가주의 무공을 펼

쳐 보이고, 벽에 막혀있던 팽 장로 의 경지를 끌어올려 줬으니. 우리 는 그가 노리는 바를 그 시점에서 읽었습니다.”

사마 대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어떤 방법으로든, 신 무림 맹을 혼들어 핵심 인원들을 때가려 는 것이라 추측했지요.”

“하지만, 이것으로.”

남궁혁천의 입가에 뒤를린 미소 가 걸렸다.

“그들 또한 어느 진영이 유리한 지. 다시 한번 제대로 자각하게 될 것이오.”

“그렇지요.”

좌우 대군사가 웃었다.

“이미 배반했던 자들 또한 크게 동요할 것입니다.”

그때.

“남궁혁천 장로님.”

« o »

수하 하나가 들어와 남궁혁천에 게 공손히 쪽지를 바쳤다.

남궁혁천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 짓자, 사마 대군사가 눈을 가 늘게 뜨더니.

쪽지 내용을 그 자리에서 즉시 유추했다.

“아미파0謝i 派) 입니까‘?”

“그렇소.”

그 대답에 제갈 대군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이것으로, 공동파까지 저쪽으로 전향(轉向)하는 일은 막았습니다.”

낙양검가, 원각정.

대연회장(大宴會場).

“화산과 무당이라니….”

“삼공자 측이 단단히 마음을 먹 은 모양이오.”

귀빈들이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 처럼 술렁이고 있었다.

“이공자 측이 당했던 것처럼. 전 력을 채 동원해 보지도 못하고 패 배하는 것은 피하겠다는 뜻이겠지.”

과연, 좌우 대군사인가.

남궁세가 또한 대단하군, 따위의 이야기가 곳곳에서 홀러나오고 있 었다.

“•••낙양검가는. 바둑으로 치면 천원(天元) 이지.”

“시대에 밀렸던 화산과 무당의 입장에서는. 삼공자를 적극적으로 밀어, 이 검가의 내부에서부터 그 시절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것이로 군.”

혀를 내두르는 이도 있었다.

“그들이 그동안 얼마나 칼을 갈 아 왔을지. 상상만 해도, 살이 떨릴 지경입니다. 허허.”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귀빈의 시선이 흘긋흘긋.

이 자리에 있는 ‘전(前)’ 삼공자 휘하의 인물들을 향했다.

“애초에, 본인의 결정은. 정치적 유불리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것이 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종남의 문주였다.

“우리 종남은, 대공자께 검을 바 친 결정에 어떠한 후회도 없소이 다.”

그의 표정은 단호했고.

말투 또한 담담했지만.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눈을 감고, 더 이상 주변의 물음에 대답 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본인은 떳떳하다 주장하지만, 불안한 것이지.”

“어찌 그러지 않을 수 있겠소?”

그러자.

좌중은 또 모습을 보고 쑥덕거렸 고, 그들 중 가장 목소리를 크게 내는 자들은.

“대종남파의 명맥(命脈)이 끊어

질지도 모르는 결정을, 흘로 내린 것인데.”

당연히 콧대가 높아진 삼공자 측 충성파들이 었다.

“이래서, 섣부른 결단을 피하라 고 했던 것인데….”

“에잉, 쯧쯧.”

그들은 마치 들으라는 듯이, 더 욱 목소리를 높였다.

“공동파의 대사부를 본받았어야 지.”

공동파의 대사부는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지만.

그의 모습에서.

어딘가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는 이들은 느낄 수 있었다.

“조금만 시간을 가졌으면 될 것 을….”

“이제 우리 삼공자 측은 진정한 신 무림맹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 소이다.”

“이 일은. 한 조직의 수장이 감 정에 치우친 결정을 내렸을 때, 얼 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사례로 기

록되겠군.”

삼공자 측 충성파 인원들의 시선 이 점창의 전 장문인에게로 옮겨 갔다.

“어떻소, 장문인?”

“위기감이 좀 느껴지시오?”

점창 전 장문인의 평소의 경박한 성격에 비추어보자면.

지금 가장 초조한 것은 틀림없이 그였으리라.

하지만.

어째서인지.

점창 전 장문인은, 그저 가만히 서서.

이렇다 할 반응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다.

“신 무림맹에 화산과 무당이 합 류한 것이오!”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점창 전 장문인은 속옷까지도 식 은땀으로 축축해지는 것을 느꼈었 다.

비록, 화산과 무당의 이름이 예 전만 하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낙양검가의 속파가 되거 나, 봉문한 타 문파들과 달리.

새 시대에서 독자적으로 꾸준히 세력을 불려온 이들이었다.

‘•••너무 이른 시점에서 내가 대 공자의 편에 섰다는 것을 드러낸

것인가?!’

만일.

오늘 이 자리에서 자신의 배반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조금 더 분위기와 상황을 살피 며, 계산을 해 볼 수 있었을 것인 데…!’

그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대공자의 모습을 좇았다.

그리고.

경악하는 좌중의 사이에서.

대공자는 분명.

그 순간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표정을 본 순간.

점창의 전 장문인은.

마치 사술(邪術)에라도 걸린 것 처럼.

마음속 모든 동요가 사라지고.

정신이 바닥까지 차분하게 가라 앉은 것을 느꼈다.

“홀홀.”

노인의 웃음소리가 들려온 것은.

점창 전 장문인의 표정에서, 삼 공자 측 충성파들이 뭔가 이상함을 느낀 그 직후였다.

“늦어서 미안하구려, 대공자.”

이 시점에서 대공자에게 말을 편 하게 할 수 있는 이가 낙양 바닥에 얼마나 되겠는가.

“누구시지...?”

“어디서 들어본 듯한 목소리인 데…‘?”

좌중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목소 리가 들려온 대연회장의 입구 쪽으 로 향했다.

“아닙니다, 어르신.”

그렇게 답한 대공자 연소현이 직 접 노인을 맞이했다.

바퀴 달린 의자에 앉은 깡마른 노인의 모습에.

좌중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 저분은…?!”

“황도십육가문(皇都十大家門) 중 공씨 가문의 가주이신, 공량 어르 산“?!”

감히, 그 자리의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지만.

모두의 머릿속에는 그 인물을 칭 하는 한 단어가 공통적으로 떠올랐 다.

‘노마(老魔)…!’

그들은 몇 달 전.

공량에 의해 낙양에 무자비하게 몰아치던 피바람을 똑똑히 기억하 고 있었다.

“여러분께 소개해드리오.”

대공자 연소현이 좌중에게 공량 을 소개했다.

“이번에 새로 낙양지사(浴陽知 事) 직에 내정되신 공량 어르신이 오.”

그 소개말에.

좌중의 인물들이 벼락을 맞은 것 처럼 소스라치게 놀랐다.

“낙양지사?!”

“공량 어르신이 새 낙양지사로 내정되셨다고?!”

하지만.

그들의 경악은 거기서 끝나지 않 았다.

“홀홀. 오늘내일하는 이 늙은이 가 이런 중책을 맡을 수 있게 된 것은….”

공량이 곁에 선 연소현에게 두 을 모아 인사했다.

“전부, 이 대공자께서 황제 폐하 께 직접 본인을 추천해주었기 때문 이라오.”

묵직한 충격이 좌중을 흔들었다.

“낙양지사 직을 대공자와 친분이 두텁기로 유명한 공량 어르신으로 황제 폐하께서 낙점(落點)하셨다는

이야기는…!”

“•••추측만 난무하던 대공자와 황 제 폐하의 관계가 사실이었단 말인 가?”

“그렇다면….”

좌중의 귀빈 중 하나가 불현듯이 중얼거렸다.

“이 낙양 땅은 이미, 대공자의 것이라는 뜻이 되어버리지 않는 가?”

삼공자가 외세를 과감히 끌어들 이는 강수를 두는 사이.

대공자는 이미 낙양 땅에 자신의 깃발을 확고히 꽂아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귀빈 여러분께 전해 드릴 좋은 소식이 있소이다.”

공량의 입이 열리자.

모두가 입을 다물고 노인의 조곤 조곤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여기 검가의 대공자께서는. 그 오랫동안 빈곤의 상징이던 오흉(五 凶) 중 하나인 죄악 계곡을. 단기간 에 극적으로 탈바꿈하시는 데 성공 하셨소이다.”

공량이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려 보였다.

“이 공량은 굶주린 백성들을 생

각하는 대공자의 그 마음과 모두가 포기했던 죄악 계곡을 기어코 되살 린 끝 모를 능력에 크게 감복하고 야 말았소. 그리하여….”

공량이 대공자의 손을 쥐어 함께 들어 보였다.

“낙양지사 직에 오른 본관(本官) 은. 여기 이 대공자와 면밀히 협조 하여.”

그러면서 그가 환하게 웃어 보였 다.

“오흉 중 아직 낙양에 남아 있는 네 곳의 빈민가를 완전히 재생(再 生)하기 위한 일대(一大) 사업을

추진하기로 협의하였소이다. ”

삼공자 측 충성파를 포함하여.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모를 수 가 없었으니.

그것은 기회였다.

“이것은 국책 사업이며.”

대공자 연소현이 그들의 추측에 쐐기를 박듯이 말을 더했다.

“당연지사 엄청난 예산이 투자되

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기도 하 오. 따라서….”

공량이 그 말을 받았다.

“투자의 길은 활짝 열려 있소. 하지만.”

노마의 시선이 좌중을 주욱 훑다 가 한 곳에 멈췄다.

“모두에게 열려 있는 것은 아니 지.”

공동파의 대사부를 바라보며, 공 량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이 사업은 단지 금전적인 이익 뿐만 아니라. 그동안 낙양에서 이 렇다 할 기반을 닦지 못했던 이들

에게는 거대한 기회가 되겠지.”

대공자는 이미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종남파의 문주를 향해 미소 지었다.

“문주.”

“예…!”

“이것이 내가 종남의 재건을 위 해서 줄 수 있는 첫 번째 보답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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