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암진천경-285화 (285/350)

제10편 마(W)

낙양검가, 삼공자 측 진영.

군사부, 접객실.

“대군사. 내 장담컨대.”

유등의 불빛이 불안하게 흔들리 며, 접객실에 있는 이들의 그림자 가 마귀가 춤을 추듯 흔들렸다.

“그들은, 마교(魔敎)는.”

사마 대군사의 앞에 마주 앉은

노인의 쉬어 빠진 목소리가 저주 (ta 脫)를 읊는 주술사의 주문(脫文) 처럼 들렸다.

“분명, 틀림없이. 이 낙양에 존재 하고 있소.”

노인의 뒤에 선 무사들은 끊임없 이 진언(眞言)을 웅얼거리고 있었 다.

“옴 (해)----

“옴C3送)----

낮게 진동하는 무사들의 진언 소 리 사이로, 노인의 목소리가 지독 할 정도로 생경하게 들렸다.

“그들의 본거지는 이 낙양의 중

추이자, 가장 깊은 곳.”

노인의 삐쩍 마른 손이 두두둑거 리는 뼈 소리를 내며 활짝 펼쳐졌 다.

“그들은 필시, 이 낙양의 지하대 수로에 있소.”

“ 옴여)---

“옴여)----

무사들이 읊는 소리는 분명 축문 (祝文)이라 할 만한 진언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높낮이가 조금 다른 무사들이 내는 저음이 서로 공명하 며, 불길하게만 들렸다.

사마 대군사 뒤에 있던 삼공자 측 군사부의 군사들이 알 수 없는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켰다.

“하아...”

하지만.

정작, 그 이야기를 듣는 사마 대 군사의 표정은 시큰둥했다.

“•••대주(隊主). 그 이야기는 이제 지긋지긋하외다.”

긴 한숨을 내쉰 사마 대군사는 자신의 얼굴을 문질렀다.

“도대체, 십만대산(十M大山)에서

마교가 멸망한 것이 언제인데. 아 직도 그 이야기를 하고 또 하는 것 이오?”

그러자, 한껏 긴장하고 있던 군 사부의 군사들도 서로 시선을 교환 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십만대산의 마교가 토벌되고.

그 여파로, 궁극적인 적이 사라 진 무림맹이 무너진 지도 수십 년 이었다.

하지만 사마 대군사에 의해, 대 주라 불린 노인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너진 것은 십만대산이지, 마

교가 아니오.”

노인이 고개를 흔드는 동작을 따 라, 그의 귀에 매달린 수많은 귀걸 이들이 함께 흔들리며 소음을 흘렸 다.

혼옥(魂玉), 정은(正銀), 백금(白 金), 귀철(鬼鐵).

모두 민간(民間)에서, 횡액(橫厄) 을 쫓아내고, 사마(邪魔)를 물리친 다고 알려진 소재로 만들어진 부적 귀걸이들이었다.

“그들의 잔당. 어쩌면, 대제사장 (大祭司長)을 비롯한 핵심 인사까 지도 여전히 살아서. 부활의 때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 틀림없소…!”

대주라 불린 노인의 쉰 목소리가 점차 커졌다.

“옴여)-----

“옴여)-----

그러자 진언을 읊는 무사들의 목 소리가 더욱 커졌고, 군사들은 귀 를 긁고 머리를 짓누르는 듯한 저 음에 인상을 썼다.

“그들은 필시 지하대수로에서부 터 올라와, 낙양을 불태우고-.”

“그만!”

드물게.

사마 대군사가 역정을 냈다.

“대주가 그놈의 말도 안 되는 소 문을 주장해 댄 덕분에, 몇 년 전 에 본가에서 자체적으로 특별 조사 단까지 꾸려 조사를 마쳤던 것을 잊었소?!”

사마 대군사가 입에서 침을 튀겨 가며, 탁자에 놓인 서류들을 내리 쳤다.

“이게 바로 그때, 조사 결과 보 고서요! 당연히 대주도 알고 있겠 지! 아니, 알 수밖에 없겠지!”

사마 대군사가 손을 들어 대주라 불린 노인을 가리켰다.

“이 조사는 당신들, 제마멸사대 (制魔滅邪隊)의 철저한 감독하에 이루어졌으니까!”

그 말에 제마멸사대의 대주가 침 묵했지만, 사마 대군사는 더욱 그 를 몰아쳤다.

“보시오! 이 서류를 다시 제대로 보란 말이오!”

사마 대군사가 조사 결과 보고서 를 거칠게 펼쳐 보였다.

“가장 얕은 하수도(下水道)부터, 세간의 소문에 마(魔)의 심층(深層) 이라 불리는 지하 수맥까지도…!”

한 장 한 장, 보고서를 넘길 때

마다 복잡한 구조가 담긴 지도들이 펼쳐졌다.

“그 모두가, 전부! 당시에 새로 만든 이 지도들에 있잖소?!”

한참을 침묵하던 제마멸사대의 대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적은, 마교에는 미혹(述惑)과 환몽(幻夢)의 대가들이 있소. 이 또 한 현혹된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

“그 대가란 놈들, 전부 죽었잖소! 뒈졌단 말이오!”

사마 대군사가 참지 못하고, 자 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날! 마교가 멸망했던 그날에!” 그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고성을 내질렀다.

“토벌군(討伐軍)의 선발대에 속 했던 우리 두 사람 모두, 그날 똑 똑히 보았지 않소?!”

사마 대군사가 손을 들어 창밖을 가리켰다.

“십만대산의 입구까지 밀렸던 놈 들은 누구랄 것 없이, 모두 ‘집단 자살’을 택했지!”

사마 대군사의 눈에 그날의 참상 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시체, 시체, 그리고 또 시체.

아이, 늙은이, 여인, 마인 할 것 없이, 모든 교인이 죽어 있던.

수천 구의 시신이 나뒹굴던.

그 광경.

“시체로 가득하던, 그 미쳐 버린 장소에서! 우리 선발대는 교주를 비롯한 마교의 핵심 인사 전원의 시신을 직접 확인했잖소?!”

십만대산까지 이르는 길에서 무 수한 전투가 있었지만, 결국.

정파인들이 상상하던, 최종대전 은 없었다.

“그 자리에 대주, 당신과 내가 있었잖아?!”

오랜 지기(知己)이자 전우를 향 한 사마 대군사의 외침은 간절하기 까지 했다.

“기억나지 않으시오?!”

그 간절함이 닿은 것일까.

“…그랬지. 그랬어.”

이제는 人}마 대군사와 함께, 지 긋하게 늙어 버린 제마멸사대의 대 주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기억이 났-!”

대주가 반색하는 사마 대군사의

말을 끊었다.

“말했듯이, 놈들은 미혹과 환몽 의 대가들이오. 그뿐만이 아니라, 놈들의 그 끔찍한 주술 의식은 인 간의 혼백을 뒤틀고-.”

“주술과 의식이라니…!”

사마 대군사가 자신의 머리를 쥐 어뜯었다.

“그런 이야기가 당시에 많았지 만, 그런 건 전부. 호사가들이 퍼트 린 한낱 소문에 불과했지 않았 소?!”

처음부터 끝까지.

마교의 주력은 언제나.

마공이라 불리는 강력하지만 그 만큼 부작용이 가득하던 ‘무공(武 功)’을 익힌 마인(魔人)들이었다.

“놈들은 전선에서 밀리기 시작하 자, 더욱 끔찍한 부작용과 편법으 로 점철된 마공을 들고 나왔지만.”

사마 대군사의 목소리가 쩌렁쩌 렁하게 접객실을 울렸다.

“그건 어디까지나 무공이었소!”

제마멸사대의 대주가 고개를 저 었다.

“아니, 그렇지 않소. 전쟁 극후반 기에 새로 둥장했던 마인들이 품은 그 마기(魔氣)는-.”

“그래서 지금까지도 아무 데나 정화를 위해서라며 불을 지르고 다 니는 것이오?!”

사마 대군사의 말에 대주의 뒤에 서 있던 무사들이 움찔했다.

“대주의 무사들이 낙양의 백성들 을 얼마나 산 채로 태워 죽였는지, 알고나 있소?!”

“며칠 전, 죄악계곡에 불을 질렀 던 것도 그대들이 아니오?!”

대주는 아무런 표정도 보이지 않 았지만, 사마’ 대군사의 날카로운 눈은 움찔한 무사들의 행동을 놓치

지 않았다.

“•••역시, 그대들이었군.”

사마 대군사가 자신의 얼굴을 감 싸 쥐었다.

“제발, 정신들을 좀 차리시오. 그 명예롭던 제마멸사대가 어찌….”

명예를 언급하자, 무표정을 고수 하던 대주의 기세가 날카로워졌다.

“명예‘?”

순간.

방 안이 칼날로 가득 찬 것 같았 다.

“우리의 주군은, 삼공자는. 명예

라는 것을 알고는 있소?”

“그게 또 무슨...”

대주의 목소리가 스산해졌다.

“낙양 낙후 지역을 재개발하기 위해. 그의 직속 무사들이 우리 제 마멸사대의 이름을 핑계로 삼아 빈 민가에 불을 지르고, 빈민들을 죽 인다는 것을 내 알고 있는데?”

이번엔 군사부의 군사들이 움찔 했다.

“공적(功績)을 세우기 위해서, 수 습 무사들이 빈민들을 마교로 몰아, 무참히 도살하는 것은?”

그런 군사들을 향하는 무사들의 시선이 뽑은 검처럼 날카로워졌다.

“우리, 제마멸사대는 적어도. ‘의 혹’이 깊은 이들을 정화하는 것이 지, 사리사욕에 따라 움직이지는 않소이다.”

마교는 신앙을 위해 빈민들을 혹 세무민하고.

제마멸사대는 신념을 위해 의심 스러운 빈민들을 태워 죽이며.

또 다른 누군가는 야욕을 위해, 그들의 이름을 이용해 빈민들을 도 살해 왔다.

“•••이제, 되었소.”

사마 대군사가 고개를 내저으며, 출구를 향해 힘없이 손을 들어 보 였다.

“그만 나가 주시오.”

“•••대군사. 마교는 매우 중대한 문제요.”

“ 대주.”

사마 대군사는 자신의 자리에 풀 썩 주저앉았다.

“지금 낙양의, 이 낙양검가의 상 황이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 는지는 알고나 있소?”

“그 중대하다는 문제는 다음에 다시 들어 드릴 터이니, 대주. 이만 돌아가 주시오.”

제마멸사대의 대주가 천천히 늙 은 몸을 일으켰다.

“•••귀중한 시간을 내어 주셔서 감사하오, 대군사.”

“…배웅은 하지 않겠소, 대주. 살 펴 가시오.”

“옴 (하)---

대주를 따라 움직이는 무사들의 입에서 홀러나오는 진언이, 점차

멀어졌다.

“•••칙?!”

복도에서 그들을 마주친, 군사부 의 인원들이 기겁하여 길을 비켰다.

심지어 그들의 모습을 보자마자, 저 멀리 도망을 가는 이도 있었다.

“옴C3送)----

온갖 잡부적을 기워 몸에 두르 고, 온몸에는 마귀를 막아 준다는 미신적 문신들로 가득한 무사들을 갑자기 마주친다면.

“옴 (하)----

집단적인 광기에 휩싸여, 빈민들

을 태워 죽이고 다니는 이들을 복 도에서 갑자기 마주친다면.

그것은 당연한 반웅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자리를 떠났고.

그 불길한 진언 소리마저 이젠 들리지 않았지만.

사마 대군사의 뒤에 서 있던 군 사들은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대군 사의 눈치만을 살폈다.

제마멸사대.

마교와의 전투라면 항상 전위(前 衛)를 담당하고, 중원 어디에서라도 마교가 들끓는 곳이면 가장 선두에 섰던 이들.

“…어쩌다, 저런 집단이 되었는 지.”

다시 한번.

한숨을 길게 쉰 사마 대군사가 수하들을 향해 손짓했다.

“…이제, 다음으로 넘어가지. 어 디까지 보고했었나?”

“아, 예.”

과거의 영광을 잊고, 영락(需落)

해 버린 집단의 헛소리 따위에 귀 를 기울일 때가 아니었다.

너무나 숨 가쁜 밤이었다.

“기관이 그렇게 당하자, 연씨 혈 족들이 본가 어딘가에서 비밀 집회 를 연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이 밤은 아직.

그 끝이 보이지도 않았다.

죄악계곡.

지하대수로.

철퍽, 철퍽.

어두컴컴한 하수도 안.

오수(汚水)를 튀기며 뛰는 소리 가 좁은 하수도를 울리며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헉, 헉.”

오룡지파의 민머리 간부가 무기 도 없이, 맨손으로 지하대수로 안 을 뛰고 있었다.

그의 동료 간부였던, 외눈은 이 미 보이지 않았다.

그는 중류를 청소하던 당백에게 일수에 목이 잘렸다.

만약, 해적 용병들이 들이닥친 시간이 조금만 늦었다면.

그 또한 그의 동료 간부와 마찬 가지로, 수급을 수집당했으리라.

“컥, 허억.”

하지만.

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당가의 전술 독 병기, 무면무명 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점차 숨이 막혀 왔다.

“커억, 컥-.”

결국.

억지로 내력을 끌어 올리던, 그 가 제 발에 꼬여 바닥에 나뒹굴었 다.

텀벙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를 오수에 처박았던 그가 기겁하며 몸 을 일으키려 했다.

온갖 더러운 것들이 모두 모이는 하수도의 오수가 두려운 것이 아니 라.

혹시라도 뿌려졌던 당가의 독이

오수에 녹아들었을까, 그것이 두려 웠던 것이었다.

“허억…!”

실제로 오수에는, 독에 몰살당한 쥐 떼들이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한번, 오수가 이루는 격류에 휩 쓸린 그는 속절없이 소용돌이 속으 로 빨려 들어갔다.

오수를 마시지 않으면서, 사방으 로 손과 발을 내저어 봤지만.

함께 휩쓸린 쥐들의 사체만이 손 끝에 걸릴 뿐.

이미 바닥을 보이고 있는 내공으 로는, 격류에 속절없이 떠내려가는 것이 전부였다.

‘여기서 이렇게 뒈질 수는 없 어...!’

그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은 것인 가.

가는 숨이 끊어지기 전에, 몸이 부유하는 느낌이 들더니.

풍덩하고, 깊은 웅덩이 같은 곳 에 빠졌다.

‘X, X발…!’

간신히 거기서 기어 나온 그는.

욕설이라도 한바탕 퍼붓고 싶었 지만.

독의 작용으로 인해, 부풀어 협 착되기 시작한 자신의 목구멍에서 는.

쌔액, 쌔액.

공기가 좁은 틈을 오가는 소리만 이 요란할 뿐이었다.

그는 거칠게 고개를 혼들었다. 오수에서 빠져나오고서부터 . 알 수 없는 노랫소리가. 웅얼거림이.

곡(哭)을 하는 소리가.

웃음소리가.

남녀노소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 를 울리고, 사방에 가득했기 때문 이었다.

‘뭐, 뭐야, X발…!’

그는 고개를 쳐들고, 자신의 눈 을 비볐다.

그의 눈은 이미 실핏줄들이 모두 터지고, 부풀어 오른 눈가의 수포 들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지 만.

분명,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은 거

대한 공동(空洞) 한가운데서 피어 오르고 있는 붉은 화염과.

그 주위를 둘러싸고 천천히 돌고 있는 혹의를 입은 인물들의 모습이 었다.

‘이, 이제, 독기가 뇌수까지 치민 것인가…?’

독에 완전히 중독된 그에겐, 이 미 환상과 현실을 구별할 힘은 없 었다.

방법도 없었다.

“꺼억, 꺼억.”

간신히 뭍까지 기어올랐던 그는 천천히 의식이 멀어지는 것을 느끼 며, 바닥에 고개를 처박았다.

자신이 빠졌던, 오수가 시뻘건 핏물이었고.

공동으로 모여 쏟아지는 모든 오 수가 핏물이었으며.

자신의 몸 또한 피투성이라는 것 도.

그는 알지 못했다.

“천중(天中)의 천살성(天殺星)이 옳은 자리로 돌아왔으니.”

그런 그의 귓가에 고양된 목소리

가 들려왔다.

“천년고도가 피와 살점에 젖었 고, 계곡에는 수백, 수천의 죽음이 흐르니. 그것이 곧 우리의 제물(祭 物)이고 양식(程食)이라.”

그것은 수십 명이 같은 말을 떠 드는 것 같기도 했고, 한 사람의 우렁찬 목소리 같기도 했다.

“예언 속에 약속된 날이 다가왔 도다.”

그 목소리가 지시했다.

“교(敎)의 진법을 가동하라. 그로 써 적들의 성곽이 무너지고, 성문 이 삭을 터이니.”

분명한 것은.

그 목소리가 지독하게도 그릇되 고, 끔찍하게 부정한 것이라는 점 이었다.

“대제사(大祭祀)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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