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암진천경-227화 (227/350)

제2편 비승비속俳僧非俗)

“대공자님!”

육부장의 외침에 대공자 연소현은 뒤를 흘긋 돌아보았다.

"......."

하지만 발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대공자님!”

다급해진 쪽은 육부장이었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연소현의 휘적거리는 걸음을 따라잡았다.

자신의 뒤에 따라붙는 육부장을 향해 연소현이 말했다.

“벌써 마음을 결정하기에는 이른것 같은데?”

육부장이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연소현의 뒷모습을 향해 물었다.

“어째서 저입니까?”

정면을 바라보고 걷고 있던 연소현이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틀린 질문이다.”

잠시 연소현의 발걸음이 멈췄다.

“자네가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어째서 대공자인 내가 자네를 골랐는지가 아니라.”

연소현의 읽을 수 없는 시선이 그를 향했다.

“어째서 자네가 나에게 충성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스스로에게서 찾아야 할 것이야.”

“그 말씀은-.”

“거기까지.”

육부장이 한 걸음 더 다가오면서 질문을 던지려고 하자, 연소현이 손을 들어 그의 접근을 막았다.

“나는 지금부터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가봐야 하네.”

그의 말을 대변이라도 하듯.

대공자의 시녀장이 연소현과 육부장의 사이를 막아섰다.

“하지만-!”

“어차피 삶이라는 것이 항상 그렇듯, 이건 답을 찾는 문제가 아니야.”

삶에서 답을 찾을 수 없다.

삶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까도 말했듯.”

연소현이 손가락을 들어 육부장의 머리를 가리켜 보였다.

“모든 것은 선택의 문제이지.”

연소현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 * *

낙양검가, 거주 구역.

“여기서 내려 주게.”

“아직 자택까지는 많이 남았는뎁쇼?”

“됐어. 걸으면서 생각을 좀 정리할 것이 있네.”

육부장은 마차에서 내려서 걸었다.

이 얼굴 그대로 집으로 들어갈수는 없었다.

대공자의 제안은, 그가 지금까지 살아오며해 왔던 어떤 모험보다도 큰 위험을 동반했다.

"...후우."

집 앞에 도착한 그가 마지막으로 호흡을 크게 하며, 자신의 집을 바라보았다.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고아한 맛이 있는 작은 저택.

'이곳이 내가 지켜야 할 나의 가족들이 사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표정을 가다듬은 그가 대문에 들어섰다.

“당신!”

마당에서 하인들을 부려 정원을 손질하던 자신의 부인을 만날 수 있었다.

잠시 어리둥절해하던 부인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반겼다.

“웬일이에요? 당신이 이 시간에 집에를 다 오시고?”

“곧 회의가….”

“아!”

그가 말을 제대로 꺼내기도 전에 그녀가 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호법원의 정례 회의 전에, 옷을 갈아입으러 오셨군요.”

현명한 여인이었다.

그는 결혼한 이후, 단 한 번도 그를 실망하게 한 적 없는 자신의 부인에게 감사를 표했다.

“…고맙소.”

그녀는 그의 얼굴에서 뭔가 읽은것 같지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새 옷으로 갈아입는 그를 손수 거들어 주며, 그의 부인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좋은 소식이 있답니다.”

“좋은 소식?”

그의 옷매무새를 다듬어 준 부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딸이 말이에요.”

“설마…?”

“그 설마가 맞아요. 방금 있었던 검가건축의 승진자 발표에 우리 딸의 이름이 올랐다고 하더라고요.”

육부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이오?”

“동기들을 모두 제치고, 가장 먼저 승진했대요! 성공 가도에 올라선 것과 다름없지요!”

부인이 검가체신국의 사환을 통해 받은 딸아이의 서신을 보여 주었다.

"저녁이면 볼 터인데, 녀석이 서신까지 보냈소?”

“주변엔 경쟁자들투성이니, 우리에게라도 빨리 자랑을 하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딸아이의 얼굴이 떠올라 미소가 절로 나오는 내용이었다.

“이대로만 가면, 그 아이는 앞으로 검가건축 역사상 최연소로 부장이 될 거예요!”

부인의 호들갑 어린 목소리를 들으며, 육부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잘됐군, 잘됐어….”

오전부터 호법원주에게 끔찍한 밀명을 받았고, 그 대공자는 자신을 소름 끼치는 선택의 기로에 떨어뜨려 두었지만.

역시, 세상엔 나쁜 일만 있으라는 법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걸로 이제. 장인어른의 자금 문제만 해결되면….”

말실수였다.

부인의 얼굴이 굳었다.

"......."

“미안하오.”

부인에게 최고의 날이 되고 있었을 텐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고 말았다.

“오늘 정신이 사납다 보니, 해서는 안 될 이야기를 했소. 내 조만간에 꼭 그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 보리다.”

“…그게 아니에요.”

부인은 그에게 다가와서 그의 손을 잡았다.

“친가의 문제를 왜 당신이 신경 쓰시나요? 친가의 상단 자금 문제는 가주인 우리 아버지가 충분히 해결하실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장인어른이 내게 검가전장의 대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그리도 간곡하게 부탁하셨….”

“당신.”

그녀가 다가와 그의 처진 어깨를 추켜세워 주며 부드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모든 문제를 당신이 해결하려 할 필요는 없어요.”

그러고는 중년 여성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띠었다.

“게다가 우리 친가는 부자잖아요. 망해도 삼대는 먹고살 테니, 신경 쓰지 말아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는 부인에게 감사를 표했다.

“…언제나 고맙소.”

“뭘요 저는 언제나 당신이-.”

부인의 말을 끊은 것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방해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만.”

집사가 문을 열고 들어와서 말했다.

“지금 밖에 검가전장에서 보낸 사환이 와 있습니다.”

* * *

대공자 연소현의 철갑요새가 거리를 달리고 있었다.

“주인님.”

일령이 눈치를 살피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제가 평소엔 주인님의 말씀과 행동에 전혀 일말의 질문도 하지 않사옵니다만….”

“말해 보거라.”

서류를 읽던 연소현이 승낙하자, 일령이 질문을 했다.

“어째서 호법원의 육부장을 손에 넣으시려는 것이옵니까?”

자신의 질문이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그녀가 보충했다.

“그자는 혈혈단신으로 그 자리에 올라선 자라, 처가를 제외하곤 배경도 변변찮고, 호법원의 일년차 부장이라는 자리는….”

말을 고르는 그녀를 대신해서 연소현이 대답했다.

“호법원의 일년차 부장 자리는 언제든지 교체가 가능한 자리이기도 하지.”

연소현이 제 할 말을 대신 해 주자, 일령이 조금 더 용기를 내서 말했다.

“게다가 그자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충성심이 없는 자란 말이겠지?”

일령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충성심도 없는 데다가 심지어 고결한 이상이나 고귀한 품성을 가진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연소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지.”

그가 서류를 옆 좌석에 내려놓자, 일령이 좌석 끝으로 바짝 당겨 앉았다.

서류를 내려놓았다는 것은 연소현이 진지하게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겠다는 뜻이었고.

그녀는 주인보다 더욱 진지하게 그의 말을 경청해야만 했다.

“하지만 말이다.”

연소현이 담담한 어조로 그녀에게 물었다.

“어느 쪽이 더 많으냐?”

"예?"

* * *

"예?”

육부장이 되물었다.

낙양검가의 검가전장 본사.

“정말로 호법원의 부장되시는 분께서 제가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해서 묻는 것은 아니겠지요?”

검가전장의 간부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그러니까….”

잠시 이마를 짚었던 육부장이 다시 물었다.

“제 장인의 상단에 대한 대출이 승인되었단 말입니까?”

“말씀을 조심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저희가 대출을 승인한 이유는 그 상단이 육부장님의 장인이 운영하는 상단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검가전장의 간부가 인상을 썼다.

“법무(法務)에 평생 몸담고 계셨던 분치고는 매우 경솔하신 어휘선택이군요.”

“알겠습니다. 사죄드리지요. 그런데, 어쨌든.”

육부장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절대 안 된다던 대출이, 갑자기 이리 쉽게 승인되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처음부터 사과와 함께 설명해 드렸다시피….”

검가전장의 간부가 자신의 안경을 밀어 올리며 답했다.

“품의 과정에서 서류상 인적 오류가 있었던 것뿐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그것을 바로잡는 중인 것이죠.”

“인적 오류…, 말입니까?”

"예. 인적 오류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육부장이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제 장인의, 아니. 그 상단의 재정적 상황은 매우 심각합니다. 속된 말로, 다 망해 가는 중이란 말입니다.”

“확실히 그렇군요.”

검가전장의 간부는 다시 한번 서류를 들여다보고,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답했다.

“하지만 전장이란. 현재의 가치가 아니라, 미래의 가치를 보고 투자를 해야 하는 법입니다.”

육부장이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쳤다.

“그 미래 가치가 없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것 아닙니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뭘 더 바라겠는가.

이 정도 대출이라면, 장인의 상단은 몇 년을 끄떡없이 버틸 수 있을 것이고.

부인에게 있어서는, 더할 나위없는 선물이 되리라.

하지만.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시간 낭비군요.”

탁.

서류를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검가전장 간부의 모습에 육 부장이 잠시 움찔했다.

“그래서 대출을 받으실 겁니까?”

그의 안경알 아래 눈알이 무감정하게 육부장을 바라보았다.

“아니면, 안 받으실 겁니까?”

"......."

* * *

연소현이 다시 물었다.

“충성스럽고, 고귀하며, 고결한 자들과 그렇지 않은 자들. 어느 쪽이 더 다수더냐?”

너무도 뻔한 질문이었다.

일령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당연히 후자가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연소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충성스럽지도 않고, 그 정신이 고귀하지도 않으며, 행동이 고결하지 않은 자들이 이 세상의 다수지. 그래서 그들이 모두 악인들이더냐?”

“…아니옵니다.”

일령이 곰곰이 생각하고 대답을 이었다.

“그들은 평범한 이들이지요.”

“그래. 평범한 자들이 절대다수다.”

연소현이 어지럽게 지나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 검가의 상층에는 그런 평범한 이들도 드물지.”

연소현이 혼잣말처럼 말을 이었다.

“혼자 거친 세상을 박차며 누빌만큼 유능하지 않고. 그렇다고 홀로 세상의 무게를 버텨 나갈 만큼 강하지도 않은 자들.”

* * *

낙양검가 호법원의 후원.

정례 간부 회의가 끝났다.

“…제길.”

후원 구석을 찾은 육부장이 품을 뒤졌지만, 연초가 잡히질 않았다.

아무래도 연초함을 책상 위에 올려 두고 온 모양이었다.

'오늘은 정말 온종일 정신을 놓고 있군

솔직히.

자신의 탓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그 순간순간, 공교롭게 딱 맞아 돌아가는 듯했어.'

회의가 끝나고, 호법원주는 반사회적 무림인 집단에 대한 조사로 육부장을 다그치려 했지만.

갑자기 생긴 중요한 용건으로, 자리를 비워야 했다.

“혹시….”

그때 후원을 청소하던 늙수그레한 하인이 그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연초가 필요하십니까?”

노인이 품에서 연초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싸구려지만. 혹시 필요하시다면….”

“고맙네.”

그가 넙죽 그 연초를 받아 들었다.

지금은 피울 수만 있으면, 무엇이라도 상관없었다.

“딱, 이게 필요한 순간이었어.”

“그렇지요.”

그가 길게 연기를 뿜으며, 만족한 웃음을 짓자 정원사가 검게 탄 얼굴로 함께 웃었다.

“말씀처럼 오늘은 유난히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일이 생기지 않던가요?”

“…네놈.”

육부장의 손에서 담배가 떨어졌다.

“정체가 무엇이냐?”

내공을 끌어 올리는 육부장의 눈매가 대번에 사나워졌다.

“아시다시피 저는 호법원의 하인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제가 누군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지요.”

상대는 호법원에서 일한 시간이 부장인 자신보다도 긴 하인이었다.

그 긴 세월 동안 무거운 입으로 충성을 증명했기에, 지금까지도 호법원에 남은 이들.

“그렇다면 누가 자네를 보냈느냐가 중요하겠지?”

노인이 어깨를 으쓱였다.

“부장님도 이제쯤 눈치채고 계시지 않습니까?”

"......."

육부장은 아까부터 머릿속에 계속해서 맴도는 인물을 입에 담으려다 참았다.

호법원의 후원에서 그 이름을 입에 담기에는 위험성이 컸다.

“그분께서 전해 드리라는 서신입니다.”

육부장이 늙은 하인을 잠시 노려보다가 그 서신을 받아서 펼쳤다.

[그늘은 충분히 시원하고, 강물은 충분히 갈증을 달래 주던가?]

'...역시 그랬나.’

좋은 배경도 없는 딸아이의 승진도.

될 리가 없었던 장인어른의 상단에 대한 대출도.

자신의 목을 졸라 수사를 압박했어야 할 호법원주가 급한 용건이 생겨 급히 자리를 비운 것도.

그렇게 그의 모든 일이 이상할 정도로 술술 풀린 것은.

'…이것이 그 대공자인가.’

말은 무수하게 들었지만

실제로 겪어 보니,

'미쳤군.'

깊이 생각에 잠겨 있던 그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

늙은 하인은 어느새 모습을 감춘지 오래였다.

'…결국, 모든 것은 선택의 문제라 했던가.’

그가 발걸음을 옮겼다.

그 발걸음은 어딘가 결연했다.

* * *

낙양 구시가지, 어딘가.

연소현이 탄 철갑요새가 정차했다.

목적지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철갑요새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대공자 연소현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곳에 모여 있던 모두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다들 환대해 주셔서 고맙소.”

연소현이 손을 들어 박수를 보내는 이들에게 인사를 보내자, 박수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그곳에 있는 수십에 달하는 이들 모두가, 무림인이었으며.

그들 모두가 각자 다른 가면을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중원국 전역에서 가장 의로운 협사들을 만나게 되어서 영광이오.”

연소현이 말을 시작하자, 지칠 줄을 몰랐던 박수 소리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협사 여러분을 이렇게 처음으로 만난 자리에서….”

그들 중 누군가 외쳤다.

“저는 이미 그 지옥 같은 곳에서 뵙지 않았었습니까? 아무리 가면을 쓰고 있어도 기억 못 하신다고 하니, 섭섭합니다!”

그러자 다른 이가 맞받아쳤다.

“그대의 못생긴 외모를 누가 기억하고 싶단 말이오? 가면을 쓰고 있어서 다행이지.”

그 농에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물론 기억하고 있소.”

그들과 함께 한바탕 웃은 연소현이 말을 이었다.

“잊을 수가 없지. 어찌 잊을 수가 있겠소? 여기 계신 협사 중 절반 이상은, 나와 면식이 있을 것이오.”

연소현은 입가에 미소와 함께, 천천히 모두를 둘러보았다.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검가와도 싸웠던 진정한 투사들이지.”

그 말에 모두가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누가 있어, 이들을 빼고, 낙양에서 쉬이 협의를 논할 수 있다는 말인가.

연소현이 그런 그들을 향해 말했다.

“그대들이야말로, 낙양에 진정한 봄을 불러올 영웅호걸들이오.”

그랬다.

그들은 낙양의 봄이었다.

그리고 연소현이 서 있는 이곳은,

낙양의 봄 비밀 집회가 열리는 장소였다.

“이 집회에 처음으로 참석하게 되어-.”

“주인님.”

다가온 일령이 그에게 쪽지를 넘겨주며 근접 거리에서 전음을 전했다.

[방금 본가의 최고운영회의의 행정각에서 들어온 정보이옵니다.]

연소현이 쪽지를 펼쳐 보았다.

"......."

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이제 어째서. 앞으로 그런 평범한 자들이 더욱 많이 필요한지 알겠지?]

일령이 전음으로 답했다.

[그들이 충성스럽고, 고귀하고, 고결한 이들을 보호하게 될 테니까요]

연소현이 고개를 끄덕여 보인 뒤, 좌중을 향해 말했다.

“이 집회에 처음으로 참여하는 순간에 딱 맞춰, 여러분을 위한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되어서 기쁘기 그지없소이다.”

연소현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금, 용봉지회 경기장 건설 부지의 법무 책임자인 호법원의 육부장이 최고운영회의에 첫 수사 보고서를 제출했소.”

연소현이 쪽지를 펼쳐 보이며 그 들에게 말했다.

“보고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소.”

모두의 눈과 귀가 집중되었다.

“첫 수사 결과, 해당 지역에서 활동했다는 반사회적 무림인 집단에 대한 정보는 허위였던것으로 보임.”

연소현의 말이 이어짐에 따라, 모두의 입이 점차 벌어졌다.

“추가적인 수사는 불필요할 것으로 판단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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