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암진천경-222화 (222/350)

제22편 어부지리(漁父之利)

최고운영회의의 일원은 자신의 정체를 알려서도, 누군가 그 정체를 알아차려서도 안 된다.

그렇다면 공식적인 발표나 지시는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누군가, 최고운영회의의 이름을 멋대로 사용해 혼선을 빚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최고운영회의에는 행정각이 있었다.

그리고 그 행정각의 최고 책임자가 행정각주(行政閣主)다.

즉, 그는 최고운영회의의 대리인이었다.

* * *

그 최고운영회의의 대리인, 행정각주가 삼공자 측 주둔지에 방문했다고 한다.

무슨 발표가 있을 것인가.

최고운영회의는 어떤 지시를 내릴것인가.

염 장로와 삼공자 측 주둔지의 지휘부 전원으로 터져 나갈 것 같던 천막 안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

그 불안하고, 불편한 침묵에 침음하는 이들을 보며, 연소현이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방금까지의 기세는 어디 갔는지 모르겠군. 다들 뭘 그렇게 긴장하고 계시오?”

"......."

누군가는 연소현을 흘겨보았고,

누군가는 매섭게 노려보았다.

누군가는 끊임없이 밖의 수하에게 전음으로 상황 파악을 위해서 지시를 내리고 있었고,

누군가는 머리를 굴리느라, 연소현의 말을 듣지도 못한 것 같았다.

"......."

그렇게, 자신의 노골적인 조롱에도 침묵을 지키는 삼공자 측 지휘부의 모습에 연소현이 참지도 않고, 키득키득 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소리를 들은 삼공자 측 인물들의 얼굴이 붉어지고, 이마에는 혈관이 돋았다.

'역시 주군의 성격은….'

그 모습에 염 장로가 속으로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그가 아는 인물 중에 연소현만큼 손바닥 위에 올라온 상대를 잘 가지고 노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그가 거의 하루 동안 자신을 몰아 붙이던, 삼공자 측 지휘부를 보며 내심 미소를 지었다.

'기분은 좋군.'

염 장로는 입지전적인 인물이었지만, 시기와 장소가 맞지 않아, 연소현의 아버지인 태상가주와는 크게 인연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고, 인정을 받는 동안, 누구의 보호도, 도움도 받은 적이 없었다.

검악파산(劍岳破山).

어쩌면 그 이름은, 기댈 곳이 없었던 사내가 스스로 우뚝 서 산악이된 결과물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이제야 자신이 느끼던 감각을 이해했다.

'나는 지금 주군의 존재에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구나….'

그 깨달음에 그는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더 이상, 북방과 관련된 끊임없는 임무에 시달리던 일도.

더 이상, 장로원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일도.

더 이상, 이공자나 삼공자 측 같은 무리 지어 한데 뭉친 권력자들을 상대하는 일도.

더 이상, 차라리 북방으로 돌아가 한 명의 무사로서 전투와 긴장속에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는 일도.

어느새 전부 없어졌다.

'그렇구나.'

그는 자신의 책상에 앉아 흥미진진한 눈으로 펼쳐질 일을 기대하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가 고민해야 할 모든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치워 버리는 든든한 존재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검악(劍岳)- 검으로 된 산맥이라고 한다면, 저 소년은, 대공자 연소현은, 틀림없이 그 산악을 받쳐주는 광대(廣大)한 대지 같은 존재였다.

'저분이 바로...,'

검악파산 염곽추의 얼굴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걸렸다.

'나의 주군이다.'

그렇기에 그는.

“최고운영회의 행정각의 행정각주께서 납시었습니다.”

최고운영회의의 대리인이 수하들을 이끌고 모습을 드러낸 순간, 누구보다도 먼저 입을 열 수 있었다.

그의 산맥처럼 넓은 어깨가 쭉 펴졌고, 천막이 떠나갈 듯 그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곳에는 본가의 대공자께서 계시오. 그러니 행정각주는 먼저 대공자께 인사를 올리도록 하시오.”

모두가 좌우로 비켜섰다.

책상에 걸터앉은 연소현을 발견한 행정각주가 수하들과 함께 동시에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았다.

“행정각주 황 모(某)가, 본가의 대공자님을 뵙습니다.”

“본가의 대공자님을 뵙습니다!”

행정각주의 인사는 매우 정중했고, 한 점 흠을 잡을 곳 하나 없었다.

그를 따르는 행정각의 인원들은 자신들의 수장보다도 머리 하나는 깊게 고개를 숙였다.

"......."

그리고 그 모습에 삼공자 측 주둔지 지휘부 인원들은 다시금 깨달았다.

"......."

방금까지 자신들을 놀리던, 저 소년이.

그들이 노려봤던, 그들이 다그쳤던, 저 소년이.

낙양검가의 명실상부한

대공자임을.

낙양검가의 대공자, 연소현이 대답했다.

“반갑소, 행정각주. 내가 대공자 연소현이오.”

그가 느긋하고 여유롭게 손짓을 하자, 행정각주와 그 수하들이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그런 그들을 보며, 연소현이 걸터앉은 자세 그대로 말했다.

“나는 그저 잠시 참관을 온 것뿐이니. 그대는 신경 쓰지 말고, 그대가 해야 할 일을 하시오.”

“감사합니다, 대공자님.”

그 말에 수염이 허옇게 센 행정각주가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 자신이 가져온 두루마리를 펼쳤다.

“나는 검가법전이 내려 준 권한에 따라 본가의 최고운영회의를 대변하여 그 명을 전달하려 한다.”

그의 뒤에서 한 발짝 앞으로 나선 이가 말했다.

“그러니 모두 예를 표하여, 검가법전을 준수하며, 최고운영회의의 권위에 복종하고, 본가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시오.”

천막 내부를 가득 메우고 있던 모든 이들이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어 예를 표했다.

"......."

그들과 함께 예를 표하지 않는 유일한 인물은, 다리를 까딱거리고 있는 대공자 연소현뿐이었다.

“흠흠."

무슨 언질이라도 받았던 것일까.

행정각주는 그런 연소현과 잠시 눈이 마주쳤지만, 신경도 쓰지 않고, 헛기침을 하여 목청을 가다듬고, 제 할 말을 이어 나갔다.

“최고운영회의의 결정 사항을 전달한다.”

연소현의 취향이었다면, 여기서 충분히 뜸을 들였겠지만.

행정각주는 자신이 맡은 소임에 충실하고, 충직한 인물이었다.

“황제 폐하의 충직한 신하인 낙양지사가 해당 소요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하며, 불민(不敏)하고 불민(不愍)한 백성들의 죄를 감면하여, 그들을 영구적인 노역에 처하는 명령을 내렸다.”

"......!"

갑자기 낙양지사가 웬 말인가.

병환으로 집에 누웠다는 낙양지사가 갑자기 여기서 왜 나온단 말인가.

'노역형이라고..?!,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삼공자 측 인물들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그리하여 낙양검가의 최고운영회의 또한 제국의 백성으로서, 황제 폐하의 의지를 대행하는 낙양지사의 명을 받들어야 하는바.”

'이게 뭔 소리야?!’

'무슨 본가의 최고운영회의가 겨우 낙양지사의 눈치를 본단 말인가?!’

'명목상으로는 옳은 말이지만….'

그런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행정각주는 말을 이어 나갔다.

“백성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본가의 실책을 인정하고, 낙양지사의 명에 따라, 앞으로 그들의 지도와 책임을….”

행정각주의 시선이 연소현을 향했다.

고개를 쳐들고 상황을 파악하던 모두의 시선도 따라서 연소현을 향했다.

행정각주가 연소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본가의 대공자, 연소현에게 완전히 위임한다.”

연소현은 즉각 대답했다.

“나 대공자 연소현. 확실히 권한을 위임받았소.”

행정각주가 고개를 숙여 보였다.

“위대한 낙양검가의 영령(英靈)들이 대공자 연소현의 앞길을 축복하시길.”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어, 어어?”

침묵은 짧았다.

“지, 지금 무슨...?!”

누군가 하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우리가 손을 떼야 하는 것은 알겠소. 그런데 노동자들을 전부 대공자에게 넘기라니?!”

하나가 그렇게 소리치자,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는 자들의 외침이 마른 날의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그들을 전부 대공자에게 넘기고나면, 우리는 어떻게 공사를 마무리하라는 말이오?!”

“지금부터 새로 모집을 한다고 해도, 기초 단계도 아니고, 이제 마무리 구간이오! 마무리!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란 말이오!”

“새로 모집한 어중이떠중이들로 예정되어 있던 공사 기간에 제대로 맞출 수 있을 리가 없잖소?!”

행정각주가 일갈했다.

조용!”

내공 한 점 없는 외침이지만, 행정 각주의 목소리에는 그들이 거부할수 없는 권위가 담겨 있었다.

"......."

권력을 원하고 권력에 목마른 자들은 권력에 굴종할 수밖에 없다.

“아직 명령 전달이 끝나지 않았으니, 다시 예의를 갖추시오!”

명령 전달이 끝나지 않았다고?

모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이어서 무슨 말이 나올지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그 정도도 눈치채지 못하는 자는 낙양검가의 정계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었으니.

* * *

낙양검가, 행정각.

행정각주의 집무실.

행정각주의 부재로, 대신 삼공자 측의 좌우 대군사를 맞이한 것은, 부(副) 행정각주였다.

그는 말을 마치고, 자신의 앞에 놓인 차를 마셨지만.

좌우 대군사는 그럴 수 없었다.

“지, 지금 뭐라고 하셨소?!”

젊은 혈기가 이성의 벽을 무너뜨린 것인가.

“노동자들을 전부 대공자에게 넘기는 것도 모자라서…!”

제갈 대군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삿대질을 했다.

“대공자에게 용봉지회 경기장의 완공까지 맡기겠다니!”

낙양지사의 명령서를 이행하겠다는 결정과 함께,

그것이 최고운영회의의 추가적인 결정 사항이었다.

“최고위원들이 지금 제정신인 것이오?! 연소현 그자는 그런 대규모 공사에 대한 아무런 경험도, 뒤를 받쳐 줄 조직도, 그리고 준비도 되어있지 않단 말이오!”

제갈 대군사가 엎은 찻잔에서 찻물이 흘러나와 탁자를 적시고, 바닥에 주르륵 떨어졌다.

“제갈 대군사.”

찻잔으로 얼굴을 가린 채, 그 광경을 찌푸린 눈으로 쳐다보던 부행정각주가 시선을 들어 제갈 대군사를 향했다.

“지금 내 앞에서, 본가의 최고위원들을 모독하고, 본가의 대공자를 모욕한 것이오?”

그 눈알에는 숨길 수 없는 분노가 번들거렸다.

“그건-"

“닥치시오.”

제갈 대군사가 아차 하고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의 찻잔처럼, 이미 엎어진 물이었다.

“나는 이전부터 당신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

부행정각주가 좌우 대군사를 항한 경멸을 숨기지도 않고 말했다.

“대군사니, 뭐니. 이미 예전에 망해 사라진 '무림맹 놀이'나 하는 자들이…."

이공자 측의 책사 집단인 '강남사단'처럼.

삼공자 측의 '군사부'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당신들이 이 낙양검가에서 맡은 임무는 뭐고, 직위가 뭐요? 정식적으로 임명된 사항이 있긴 있소?”

없었다.

"......."

태상가주가 쓰러지고, 후계 문제가 불거지며, 태상대부인들의 권위를 등에 업고 곰팡이처럼 피어난 이들.

이제는 소속된 집단이 너무 강해져, 자신들이 검가의 무엇이라도 된 양 구는 자들.

부행정각주는 그런 시선으로 제갈 대군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정도면, 최고운영회의의 입장은 전부 전달한 것 같소.”

그가 손을 들어 출구를 가리켰다.

축객령이었다.

“하지만 이건 너무 일방적으로 대공자에게 유리하기만 한…!”

사마 대군사가 젊은 대군사의 말을 끊었다.

“제갈 형제.”

노인의 시선에 제갈 대군사가 고개를 떨궜다.

“…큭."

사마 대군사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예의를 지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행정각주님의 후의에 깊이 감사를 표합니다.”

부행정각주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의 인사를 받았다.

“…제 직무를 했을 뿐입니다.”

아무리 공식적인 직함이 없는 이들이라 하여도, 좌우 대군사는 삼공자 측 진영에서 그 권한과 권력이 막강한 자들.

선을 넘는 것을 경고한 수준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럼.”

등 뒤로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며, 좌우 대군사가 자리를 떴다.

* * *

“제길!”

삼공자 진영의 군사부로 돌아가는 큰길.

제갈 대군사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도 않았다.

“연소현! 그 망할 놈이…!”

사마 대군사의 눈짓에 따라, 그들을 호위하던 병력이 움직여 다른 이들의 시선을 차단했다.

그는 성질을 부리는 제갈 대군사를 고까운 눈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젊은이를 보는 노인의 시선에는 그 활화산 같은 열정과 패기를 부러워하는 기색이 깃들어있었다.

“제갈 형제. 자네가 그때 말을 한적이 있었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사마 대군사가 담담히 미소 지으며, 당시의 대화를 입에 담았다.

“당시 대공자가 소유하고 있던, 가주직인과 관련된 문제가 해결된 뒤에 자네가 이렇게 말했었지.”

“…모든 것이 예상대로 흘러갔기에, 조금 실망한 것뿐입니다. ”

제갈 군사의 잘생긴 얼굴에 침울한 기색이 감돌았다.

“이 검가에서 그렇게 많은 이들이 두려워하던 대공자가, 고작 이 정도일까요?”

그 영리한 머리가 당시의 대화를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

낯빛을 굳힌 제갈 대군사를 향해, 사마 대군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대공자는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자기 보신밖에 모르는 낙양지사를 움직였어.”

“…거래가 있었겠지요. 그가 낙양지사직을 팽개칠 만한.”

“그리고 이 짧은 순간, 대공자는 이미 소요 사태를 일으킨 노동자들의 지도부와 조율을 마친 모양이고.”

“그러니, 저 천지도 모르고 날뛰던 무지한 놈들이 이토록 얌전히 있는 것이겠지요.”

“게다가 그 암천존자라는 자로 인한 소동까지.”

“…그 암천존자라는 존재가 아니었다면, 형산북류의 참수부대가 성공을 했을 겁니다. 대체 그 암천존자라는 자와 대공자 사이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사마 대군사의 말에 맞춰, 하나씩 자신들이 알지도 못했던 곳에서 대공자가 벌여 놓은 일들을 돌이켜 보는 제갈 대군사의 뒷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무서운 자입니다. 그 대공자는."

“그렇지. 그렇기에 최고운영회의는 결정을 내렸네.”

이제 완전히 평소의 침착함을 되찾은 제갈 대군사가 나직한 목소리로 사마 대군사의 말을 받았다.

“…이번 결정은 최고운영회의가 후계 문제를 이파전(二巴戰)으로 끝낼 생각이 없다는 뜻을 표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인정할 만큼, 대공자가 우수한 능력을 증명해 냈다는 것이지.”

“…그리고 지금처럼, 우리는 다 된밥을 솥째로 뺏기면서도. 제대로된 항의 한번 하질 못하게 되었지요.”

“우리가 먼저 명령을 어기고 병력을 무단으로 움직였으니, 말일세.”

무단으로 무력 집행까지 시도했다가 이번에는 최고운영회의의 정식 결정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한다?

자살행위였다.

“이것이 제갈 형제가 기대하던 그 대공자의 실력인가 보군.”

지금까지 평생 제대로 된 맞수를 찾지 못했던, 제갈가의 젊은 천재가 입을 다물었다.

"......."

그 모습을 보며, 선풍도골의 사마 대군사가 흘흘하고 이빨 사이로 웃음을 흘렸다.

'대공자, 연소현.'

마치 신선 같은 분위기의 웃음과는 다르게, 길의 저편을 향하는 그의 깊은 눈은 흥분과 기대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이거 앞으로 일이 한층 흥미로워지겠어.'

이번 소요 사태에 대한 대응은.

대공자의 상상도 하지 못한 기습으로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들의 완패(完敗)였다.

* * *

대공자 연소현에게 용봉지회 경기장 완공을 맡긴다.

최고운영회의의 결정에, 삼공자 측 인원들의 입이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

“…그런!”

입을 저리 크게 벌리고도, 아무도 제대로 된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며, 대공자 연소현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이것, 참.”

그가 자신에게로 모여드는 시선을 즐기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나는 그저 참관만 하러 왔을 뿐인데, 갑자기 책임자가 되어 버렸군. 뭐, 어쩔 수 없지.”

그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걸렸다.

“기왕 이렇게 된 이상, 최선을 다 해보아야 하지 않겠소?”

그 뻔뻔한 말에, 모두의 말문이 한번 더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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