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암진천경-209화 (209/350)

제9편 권력(勸力)과 권력(權力)

하남성 경계 부근.

고지에서 멀리 낙양 방향을 바라보는 노인이 있었다.

깊은 밤이었음에도, 저 멀리 낙양에 드리운 짙은 먹구름이 선명했다.

때때로 번개가 번뜩이고, 이곳까지 천둥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폭우인가. 상류의 둑을 열지 않으면, 위험할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노인은 거기서 생각을 끊었다.

자신은 어차피 이제 '낙양지사'가 아니다.

대처는 낙양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알아서 해야 할 터였으니.

“어르신.”

경계를 서던 호위의 말에 전(前) 낙양지사가 뒤를 돌아보았다.

“남동(南東) 방향에서 한 무리의 인원이 접근 중입니다.”

* * *

경악.

“아, 암천존자….”

좌중의 시선이 연소현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리고 낙양검가의 대공자…?”

모두의 시선이 연소현이 들고 있는 가면과 그의 얼굴을 오고 갔다.

암천존자가 이 자리에 나타났다고?

그런데 그 암천존자가 낙양검가의 대공자라고?

방금까지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들을 죽이려 들고 있는 그 낙양검가 말인가.

그리고 그 낙양검가의 대공자가 자신들의 앞에 나타났다고?

암천존자의 모습으로?

“…도, 도대체?”

지금 이것이 무슨 상황인지.

평소 주변으로부터 영리하다는 소리를 듣던 이들조차, 도무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멍하게 서 있느라, 자신이 손에든 바가지에서 물에 말았던 쌀밥이 흘러 바닥에 떨어지고 있는것도 모르는 이도 있었다.

“…뭐, 뭐야? 뭐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야?”

그 와중에 다른 반응을 보이는 이가 있었다.

“대, 대공자님을 뵙습니다…!”

낙양검가 무사 출신이라던 협사가 연소현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 손을모아 인사했다.

연소현이 담담하게 그의 인사를 받고, 일어나라는 듯이 손짓을 했다.

“나를 알아보는가?”

“무, 물론입니다.”

하지만 협사는 무릎을 펴지도 못하고 연소현에게 말했다.

“과거 검가의 호위각에 몸을 담 았었던지라, 공자와 공녀님들의 용모는 전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대화를 듣던 빈민 노동자들의 지도자가 즉시 무릎을 꿇었다.

“…낙양검가의 대공자님을 뵙습니다.”

그러자, 하나둘씩 정신을 차리고 연소현에게 무릎을 꿇었다.

“낙양검가의 대공자님을 뵙습니다.”

번져 나가는 파도처럼, 모두가 무릎을 꿇었다.

“…고맙소. 하지만 부디 일어나주시면 감사하겠소.”

두 손을 모아 그들의 인사를 받는 연소현의 태도는 정중했다.

그 태도에는 그 어떤 순간보다도 진심이 담겨 있었다.

“용맹하기가 비할 데가 없고, 긍지 높은 협사들과 협객들께서 이러시면, 본인이 심히 부담스럽다오.”

그 말투와 몸가짐에서 우러나오는 예(禮)는 완벽하여, 절제하는 위엄이 드러나는지라.

그 자리의 누구도 감히 그가 대공자 연소현, 그 본인임을 믿어 의심하지 못했다.

“그, 그럼 말씀대로...“

무사 출신의 협사가 몸을 일으키자, 다들 눈치를 보며 무릎을 폈다.

"......."

하지만 일어서지 않는 이도 있었다.

“그대는 어째서 일어나지 않는 것이오?”

연소현의 물음에 모두의 시선이 일어나지 않는 이를 향했다.

“저, 저는….”

그는 빈민 노동자의 지도자였다.

그가 부끄러움에 검게 탄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궜다.

“저는 벽돌이나 나르던 한낱 잡일꾼입니다요.”

대공자는 협사들과 협객들더러 일어나 달라고 했었다.

“…협객도 협사도 아닌, 그저 천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런….”

연소현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젓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협사들은 감히 그의 길을 막지않고, 좌우로 비켜섰다.

“…내, 이전에 명가의 젊은이에게 협의(俠義)에 대해 논한 적이 있었지.”

그제 저녁, 공씨 가문의 후계자인 공담웅에게 했던 말을 떠올린 연소현은 삐쩍 마른 노동자의 앞에 서서 담담히 말을 이었다.

“무릇 협행이란, 불의에서 벗어 나려는 자력구제에 그 기원이 있고, 자신과 같은 일을 겪는 이들의 사정에서 눈을 돌리지 않는 측은지심에서부터 비롯된 것. 그러니 그 의미에 따르면….”

대공자가 다가가 손수 지도자의 손을 잡아 일으키는 모습에, 모두가 숨을 삼켰다.

“그대는, 그대들은, 모두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목숨조차 돌보지 않고, 모두를 위해 떨쳐 일어났으니, 이미 진정한 협사와 협객이라.”

연소현이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 자리에 있는 고명한 협사중, 어디 이 말을 부정할 수 있는 이가있소?”

연소현의 질문에 협사들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무사 출신의 협사가 입을 열었 다.

“오히려 이들은, 저희와 같은 내공과 무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불의에 맞섰으니….”

다른 협사가 그 말을 받았다.

“저희보다 훨씬 더 뛰어난 협의와 용기를 가졌다 하겠습니다.”

모두가 동의를 표했다.

“암, 그렇지. 그렇고말고.”

“힘이 없음에도 모두를 위해서 앞장서는 것이 가장 어려운 법이 아니던가.”

그런 말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대공자가 지도자에게 말했다.

“들었소?”

연소현이 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대들이 해낸 일을 이렇게 모두가 인정하고 있소. 그러니 긍지를 가지도록 하시오.”

“…가, 감사합니다.”

그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과연 그의 생애에 이토록 높은사람에게 제대로 인정을 받은 일이 있었던가.

“그 말씀 앞으로도 명심하겠습니다.”

과거에 북부 전쟁 참전 당시.

훈장을 받아야 할 정도의 전공을 세우고도, 그 공을 상관에게 빼앗기고, 그 상관이 장군에게 치하를 받는 것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그였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감히 반역이나 다름없는 일을 벌이고, 낙양검가의 대공자에게 이런 치하를 받을 줄이야.

상상이나 해 보았겠는가.

"......."

모두가 그 광경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을 때.

무사 출신의 협사가 입을 열었다.

대공자님.”

그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대공자님께서 저희 낙양의 봄에 관심을 보이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분명 그런 대화가 있었다.

그 대화에 기억이 떠오른 낙양의 봄 소속 협사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낮게 탄성을 흘렸다.

“혹시…?!”

“대공자께서 저희를 도우러 오신겁니까?”

모두의 시선이 기대의 열망을 담고 연소현을 향했다.

단지 그가 낙양검가의 대공자이기만 하다면, 그의 진의를 의심했을 이들도 있었지만.

그가 암천존자였다는 것이 드러난 이상, 감히 그 심중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게다가 연소현이 봉기를 일으킨 노동자들을 진정한 협사요, 협객이라 칭하기까지 했으니.

그들이 그런 희망을 품는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물론.”

칼같이 나온 연소현의 대답에 주변의 표정이 환해졌다.

“내 그럴 요량으로 여기까지 직접 온 것이오.”

그 말에 대부분이 기쁨을 표했지만, 몇몇 이들은 아니었다.

“…대공자님.”

낙양검가 무사 출신의 협사도 소수의 인원 중 하나였다.

“죄송하지만, 지금 이 상황이 절대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출신이 출신이니만큼, 대공자가 낙양검가 내에서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고있었다.

그의 말에 환호성을 지르려던 이들이 하나둘씩 입을 다물었다.

“비록 여기까지 와 주신 것에는, 그리고 저희의 뜻을 알아주신 것에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를 느끼고 있으나….”

그가 하는 말을 이해한 이들이 낯빛을 굳히고는 대화에 시선을 집중했다.

“검가를 공격하고, 그 사업을 위협하고, 감히 봉기를 일으킨 저희입니다. 관군까지 개입하고 있으니, 반란군이나 다름이 없지요. 그런 저희를….”

어떻게 말을 이어야 할지 난감한듯 말끝을 흐리는 동료를 대신하여, 폭약 담당의 협사가 대신 입을 열었다.

“이 상황을 타파하는 것은, 그 검가의 대공자님이라하여도,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

잠시 희망에 밝아졌던 만큼, 더욱 무거운 침묵이 묵직하게 내리깔렸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모두가 '무검자'의 악명에 대해서, 적어도 한 번은 들어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고립되어 있던 처지라, 연소현이 벌였던 일들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을 터였다.

그리고 솔직히, 그 일들을 알았다 하더라도, 혹시나 하는 희망 이외에는 현실적인 기대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미 저희는 너무 많은 피를 손에 묻혔습니다.”

지도자가 담담하게 현실을 수긍하며 말했다.

“대공자께서 아무리 암천존자라 하시더라도, 저희 중 일부나마 구하기 위해서 포위망을 공격해 달라할 수는 없는 법이지요.”

현재 그들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검가의 무사들 그리고 관병들과 대치 중이었지만.

“…그들 중에 무고한 이들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그 말에 하나둘 인원들이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었다.

“그러니, 저희 중에 손에 피를 묻히지 않은 일부라도, 후에 대공자께서 탄원을 해 주신다면-.”

“확실히.”

연소현의 목소리가 지도자의 말을 끊었다.

“대공자 연소현의 권력으로는 부족한 일이지.”

"......."

그 말에 몇몇 이들은 불만이 서린 눈으로 연소현을 바라보기까지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자신들을 구하러 왔다는 식으로 희망을 불어넣어, 더욱 처지를 실감하게 만든단 말인가.

“하지만.”

연소현이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과 일일이 시선을 맞추며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제대로 된 권력(權力)의 힘이란, 때때로 더욱 힘있는 이들을 '알아 듣도록 타일러 움직이게 하는 것(勸力)'에서 나오기도 한다오.”

* * *

“신호는 확인했나?”

전 낙양지사의 말에 호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호는 정확합니다. 어르신께서 미리 알려 주셨던 바로 그 신호입니다.”

멀리 다가오던 이들이 등불을 가렸다가, 열었다가 하면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렇군.”

직접 신호를 확인한 노인이 호위의 어깨를 두드렸다.

“접근해도 좋다고, 신호를 보내게.”

“예, 어르신.”

호위가 들고 있던 등불을 조작하여, 신호를 보냈다.

그 깜빡이는 등불 빛을 보며.

전 낙양지사는 어젯밤- 정확히는 이제 자정을 넘었으니, 그저께 밤을 떠올렸다.

마치 지금처럼.

기름이 떨어져 가던 유등 빛이 불규칙하게 깜빡거리던 무렵.

그들은 예고 없이 그를 비밀 장소로 불러냈었다.

아니.

공씨 가문으로부터 무조건 대기하고 있으라, 미리 전해 들었었으니.

예고가 없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그래. 우리를 이 정도나 기다리게 했으니, 이제 마음은 정했겠지?”

“이 늙고 힘없는 늙은이들을 세워 놓고, 너무 오랫동안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닌가?”

노인들의 말에 낙양지사가 속으로 이를 부득 갈았다.

'정작, 지금 서 있는 건 나란 말이다!’

그의 생각처럼.

노인들은 자리에 앉아 있었고, 자신은 계속 서 있던 중이었다.

하지만 감히 그가 소리 내어 그 말을 외치지 못한 것은....

“분명, 방금 저놈이 눈빛으로 우리를 욕한 것 맞지 않소?”

“으음. 자다가 한번 눈알을 잃어버려 봐야, 정신을 차릴 녀석이로고.”

“저따위로 생각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게 굴어서, 어떻게 지사 자리까지 올랐는지, 쯧쯧.”

앉아서 자신을 보며 혀를 차는 이들이, 바로 그 악명이 자자한 북망산의 노마(老魔)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녀석아.”

낙양검가 대공자의 부탁으로 찾아왔다는 노마의 부름에, 낙양지사가 즉시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예, 어르신.”

“계산이 어렵나?”

“아니, 그것이 아니오라…. 너무 급작스럽게 중요한 결정을 내리라 하시는 것은-.”

“쯧쯧."

다시 한번 혀를 차는 소리에, 낙양지사가 식은땀을 닦으며, 입을 다물었다.

“아둔한 네놈을 위해서, 우리가 친절히 계산을 대신해 주마.”

노마, 공손나강이 말했다.

“오늘, 검가의 대공자가 북망산을 방문한 것은 들었을 테지.”

다른 노마가 말을 받았다.

“그게 앞으로 어느 정도로 큰일이 되어 갈지는 알 것이고.”

“그러면 그것이 자네의 은퇴 전 마지막 관직 생활에 있어서, 얼마나 큰 재앙이 될지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것이고.”

다른 것은 제쳐 두고서라도.

이 악명 자자한 노마들이 북망산을 기어 내려와 떼 지어 몰려다니는 것만 보아도.

'...끔찍하군.'

앞으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 흉조(凶兆)란 말인가.

모두가 부러워하던 평화로운 낙양지사직이, 지옥으로 직행하는 마차 편이 되어 버린 순간이었다.

“그러니 눈 딱 감고, 여기에 지사 직인을 찍으라니까.”

노마 하나가 탁자에 놓인 서류를 손으로 두드려 보였다.

“잘 보라고.”

이미 몇 번이나 내용을 들여다보았던 서류였다.

굳이 다시 볼 필요도 없었다.

"...거기 직인을 찍으면, 저의 지사직도, 제 생명도 끝입니다.”

낙양검가의 결정에 거스르는 서류에 직인을 찍는 것은 그런 의미였다.

“에잉. 이 멍청한 자를 봤나….”

노마들이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쳤다.

“자네의 그 흐리멍덩한 눈에는 이 서류가 자네 자신의 사형 집행 문서처럼 보이겠지만.”

“자세히 보라니까.”

“이게 바로 자네가 살아남을 유일한 길일세.”

그 말이 옳다는 것은 자신도 알고 있었다.

"......."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고민하던 낙양지사가 눈을 떴다.

“…아무리 어르신들께서, 황도십육가문의 전대 가주이시더라도.”

그가 마른침을 삼키고 말을 이었다.

“운남성(雲南省)은 황실의 권력조차 미치지 않는 곳입니다.”

“그렇지.”

“운남성의 지사는 사실상 대리단가가 고르는 것과 마찬가지란 말입니다. 그런 곳의 지사직을 보장하시겠다니요?”

“우리가 보장하는 것이 아닐세.”

“예?”

과거 황제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필했던 노마, 공손나강이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지사직을 보장하는 것은 대리단가라네.”

“어르신.”

과거를 회상하던 전 낙양지사가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이제 곧 육안으로 모습이 관측 가능합니다. 저들이 맞는지 확인을 해 주시지요."

호위의 말처럼.

가까이 다가오는 이들의 모습이 달빛 아래 드러났다.

그들 중 가장 앞에 선 자가 눈에 띄었다.

"......."

그는 영물의 것으로 보이는 가죽을 한쪽 어깨에 걸고 있었는데, 그 푸른 눈이 야광주와 같은 빛을 선명하게 발하고 있었다.

“…저들이 맞다.”

저 눈은 틀림없이, 대리단가.

운남성을 통치하는 일족의 상징이었다.

“그대가 서신에서 언급된 그 인물인가? 전 낙양지사?”

“맞습니다. 그것이 바로 납니다.”

그 물음에 전 낙양지사가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찍어 달라는 직인은 전부 찍었습니다! 서류의 처리는 끝났습니다! 해 달라는 것은 전부 해 드렸습니다!”

그가 외치듯이 말했다.

“제가 정기적으로 연락을 취하지 않는다면, 그 서류들은 이후에라도 전부 쓸모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 말에 대리단가의 직계혈족이 분명한 사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직인? 서류?”

그가 전 낙양지사에게 말했다.

“그런 것은 모르겠군. 상관도 없지.”

“사, 상관이 없다고요?”

그렇다면 도대체 왜 그 저주받을 서류들을 처리해야, 자신에게 운남성 지사직을 주겠다고 한 것인가?

"그래. 상관없네.”

사내가 달빛에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 대리단가는 검가의 대공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것뿐.”

"대, 대공자? 정당한 대가라고요…?”

그 말에 대리단가의 사내는 더 이상 설명을 해 주지 않았다.

“(이자는 그 대공자와의 '거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전사 하나가 부족 언어로 말했다.

그것은 운남의 남부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부족 중 하나의 언어였다.

“(과연 이런 자를 지사직에 앉혀도 되겠습니까?)”

사내가 돌아섰다.

"(상관없다.)”

그가 멀리 운남의 방향을 가늠하며 수하에게 말했다.

“(우리는 대공자 덕에 중경의 도시 개발 사업권도 얻었고, 장강의 수로 확대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아미파가 날로 먹으려던, 중경의 토지도 절반이나 되찾았다.

“(고작해야 명예직에 지나지 않는 지사직은 아무것도 아니지.)”

"(...옳으신 말씀입니다.)”

“(오히려 고작 이것만으로는 그에게 치러야 할 대가로는 부족하다.)”

대리왕가의 후예들로서.

거래의 대가에 대한 계산은 명확히 해야 했다.

"......."

사내가 뒤를 돌아서, 전 낙양지사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이해를 못하는 노인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사내를 따라서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는 것뿐이었다.

“헤, 헤헤.”

그 멍청한 미소를 보며, 사내가 수하에게 물었다.

“(저자를 위한 저택은 완공되었겠지?)”

“(예. 가주께서 대공자의 요구대로, '밀림의 가장 깊숙한 곳'에 지어 놓으라, 노예들에게 명을 내리셨습니다).”

그 대답에 사내가 흡족해하며, 대공자의 요구 사항이 함께 담겨있던 서신의 내용을 떠올렸다.

“(…그 대공자가 예측했던 대로군. 저 명예를 모르는 자가 자신의 가족까지도 버리고 홀몸으로 나타나다니.)”

그 말에 전사가 자신도 모르게 소름이 돋은 뒷덜미를 주물렀다.

“(…어떻게 이것들을 전부 예측하고, 몇 달 전에 친왕을 통해 서신을 보냈던 것일까요.)”

“(정말로 대예언자께서 하신 말처럼, 그 대공자라는 자가 미래를 보는 눈을 가진 것이 아닐까요?)”

“(천리안이라니….)”

전사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하자, 사내가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진정한 왕이 될 수 있는 자는, 미래를 예견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자라고 하지.)”

그가 멀리 낙양의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대공자는 어느 쪽일지, 과연 궁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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