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편 사자신중충(獅子身中蟲)
연소현과 공요가 떠난 행정동.
행정동의 총책임자로 임명된, 홍독지주가 자신의 집무실을 확인할 겨를도 없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럼 이 건은 대공자께서 말씀하신 대로 대응을 하는 것이 좋겠소.”
그녀의 말에 좌증의 인물들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그 대공자가 직접 대응 지침을 마련해 준 안건에 왈가왈부할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럼 그렇게 처리할 것으로 결정을 내리고,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면….”
옆에서 그녀와 꽤 오래 손발을 맞춰 온 사공자의 행정 전문 시녀가 서류를 넘기고 있을 때, 집무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있었다.
“사무장님! 급보입니다!”
밖에서 들려오는 외침에 홍독지주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끼아악! 저 소리만 들으면 속이 울렁거린다니까…!’
하지만 이 자리에는 사공자도 없었고, 대공자도 없다.
책임자는 그녀, 자신이었으니.
“들라 하라.”
차분하고 위엄 있는 목소리.
두껍디두꺼운 화장의 도움까지 받은 그녀는 겉으로 아무런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검가전장이 사업 지원단의 지원 일부가 한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전령의 보고에 좌중이 술렁였다.
“어허. 요청에 대한 검토에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었지 않습니까?”
“적어도 검토를 하는 시늉이라도 할 것으로 생각했건만.”
“마치 검가전장 측이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움직이는군요.”
검가전장 내에서도 만만찮게 높은 인물이 직접 손을 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다들 동요하지 마시오."
홍독지주의 말에 모두가 입을 닫고 고개를 숙여 보였다.
“예, 사무장님.”
대번에 집무실 안이 차분한 기색으로 돌아오자 홍독지주는 속으로 감탄했다.
'과연…, 대서원장께서 이들을 적극적으로 추천하신 것에는 이유가 다 있구나.'
대서원장 공요가 자신했던 것처럼, 이들 또한 각계(各界)에서 산전 수전을 다 겪으며 실전에서 단련된 인물들이었다.
“급보에 대한 대처는, 때가 되면 이 사무장이 직접 나서서 해결을 볼 것이오. 그러니 지금은 현재의 안건들에 집중을.”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좌중은 급보의 내용에 대해서는 잊어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굴었다.
“다음 안건 같은 경우에는….”
“제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는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그들은 논의를 펼쳐 나가면서도, 한 번씩 홍독지주를 흘금거렸다.
'허. 저런 급보를 듣고 일말의 동요도 보이지 않는구나.'
'과연…. 총책임자의 직위를 수행하는 것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대공자께서는 용인술(用人術)마저도 뛰어나시군.'
“새로운 시각에 입각한 훌륭한 방법이군. 일단 그 방법을 기조로 삼아 방안을 만들어 보는 것이 좋겠소.”
그들의 시선에 담긴 감탄을 아는지 모르는지, 홍독지주는 담담히 회의의 진행을 이끌고 있었다.
'다, 다행이다…!’
그녀는 그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삼키고 있었다.
'과연 대공자님께서 미리 말씀해주신 대로 일이 흘러가는구나…!’
만약 연소현이 그녀에게만 남긴 예측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그녀는 새 수하들 앞에서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을지언정, 대책을 고심하느라 현재 회의에 집중을 하지는 못했을 터였다.
'감사합니다, 대공자님…!’
그것은 새 직무에 빠르게 적응하고, 새 수하들로부터 쉽게 인정받게 하기 위한 연소현의 세심한 배려 였다.
그녀가 속으로 열 번쯤 연소현에게 감사를 표했을 무렵, 회의가 종료되 었다.
“다들 고생해 주시오.”
그녀가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 나는 좌중을 향해 말했다.
“다들 이 검가에서 일하는 것은 처음이니, 조금의 이상이라도 발생하면 즉각 이 사무장에게 보고부터 하시고.”
“예, 사무장님. 여부가 있겠습니까.”
집무실을 벗어나는 이들 사이에서 남아 있던 한 인물이 손을 슬며시 들었다.
“그런데, 사무장님….”
조심스러운 그의 말에 홍독지주가 표정을 풀며, 부드럽게 대꾸했다.
“양 진사(進士)이셨던가. 그대 정도 되는 분이 굳이 손을 드실 필요는 없소. 이쪽으로 와서 기탄없이 편히 말씀해 보시오.”
“감사합니다.”
벌써 자신의 신상과 얼굴을 외운 그녀에게 양 진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알기로는 대공자님의 정보 조직은 검가의 밖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러하오.”
그가 말하는 검가 밖의 정보 조직은 현월각을 일컫는 것이리라.
“그런데 어떻게 검가 내부의 정보마저 이리도 빠르고 정확하게 들어올 수 있는 것입니까?”
이전도, 방금도, 전령이 가져다준 급보는 사실 내부자나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였다.
'사업 지원단 지원일부의 죄악계곡 사업에 대한 지원금 지급 중단 선언.’
'그에 이어서, 사업 지원단이 검가전장을 통해 우리 측에 투자했었던, 지원금의 전액 회수 요청.'
'검가전장이 검가 지원단의 지원 일부가 한 요청 수락.'
도대체 대공자는 무슨 수로 낙양검가를 훤히 꿰뚫는 것 같은 정보망을 보유했단 말인가.
“후후. 그러고 보니, 양 진사께서는 행정동 정보부서의 지원자이셨군요.”
그녀의 말에 양 진사가 고개를 조아렸다.
“아, 예.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밖에서 했던 일이 관련 계통의 업무였다 보니….”
그가 자신의 말을 끊고, 고개를 저어 보였다.
“아! 생각해 보니, 오늘 합류한 제가 여쭈어도 될 부분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겸연쩍은 표정으로 그녀에게 사과했다.
“괜히 말을 꺼내어, 사무장님의 귀한 시간을 뺏게 되었습니다. 실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양 진사쯤되는 분이라면 충분히 여쭈실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오.”
미안해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한 대답이 아니었다.
'하남성, 중앙 관청, 정보 보안부 출신. 관의 정보를 빼돌려 뒤로 판매하던 상관과 충돌을 일으킨 뒤 사직. 능력 출중, 신뢰도 상(上).'
그녀의 머릿속엔 양 진사의 신상에 대한 기밀 보고서가 있었으니.
그 보고서는 주요 영입 인사에 대한 신상명세를 미리 넘겼던 공요와 연소현의 합작이었다.
정확히는 연소현이 주요 인사들과 각기 짧은 시간을 면담하는 동안 인물에 대한 일차적 검증은 끝났다.
보안을 위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철갑요새에 남아있던 시녀장 정아가 용안을 통해 연소현과 면담하는 이들의 속내를 전부 읽어 들였던 것이다.
'입이 매우 무겁고, 눈치가 빠르다. 책임감을 중히 여긴다. 대의를 위해서라면, 소속 집단에 지극한 헌신을 보일 인물.'
물론 정아에 대한 부분은 홍독지주 또한 모르는 사항이었다.
일전에 만났던, 사천당가의 부가주 당귀호가 정아의 능력에 대한 언급을 했었다.
연소현은 그 후 정아에 대한 정보 보안을 한층 더 강화했기에, 정아는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던 것이다.
“사무장께서 그리 말씀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는 이쯤에서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홍독지주의 말에 은근히 감격했는지 감사를 표하면서도, 감히 더 묻지 않고 눈치 빠르게 자리를 뜨려 했다.
'보고서 그대로의 인물이군.’
어느덧 수족인 행정시녀를 제외하고는 비어 버린 집무실을 확인한 홍독지주가 물러나는 그의 뒷모습을 향해 말했다.
“양 진사.”
들뜬 마음에 주제넘은 괜한 질문을 했다 싶어, 속으로 자책하던 양 진사가 급히 대답했다.
“아, 예, 말씀하시지요.”
“그대의 생각이 맞소.”
"예…?”
그런 그에게 홍독지주가 미소를 지어 주었다.
"대공자께서는 검가 내에도, 누구와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의 훌륭한 정보 조직을 갖추고 계신다오.”
"아…!”
자신을 믿어 준 것인가.
딱 허용되는 만큼의 정보였지만, 양 진사의 마음을 움직이는 정도로는 충분했다.
“사무장님! 감사합니다!”
열의를 불태우며 집무실을 떠난 그를 보며 홍독지주가 미소를 지었다.
'부패한 상관이 사사건건 업무에 트집을 잡아 괴롭혔기에,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큰 인물이라더니.'
보고서는 무섭도록 정확했다.
'앞으로도 잘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녀가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의자에 기대앉아 기지개를 켜자, 비서실에서 행정시녀 하나가 들어왔다.
“회의 시간 동안 새로 들어온 결재 서류들입니다.”
시녀의 얼굴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쌓인 품의서(稟議書)들을 본 홍독지주의 얼굴이 대번에 푸르죽 죽해졌다.
“아으…!”
잠시 후, 다시 서류의 파도에 휩쓸린 그녀가 도장을 찍다가 문득 멈춰 섰다.
“그러고 보니….”
그는 양 진사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나 또한 대공자님의 본가 내부 정보 조직에 대해서 아는 것은 거의 없구나.’
대공자 연소현은 무슨 수로 정보 조직을 이 보안이 철저한 낙양검가 내에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내부자 수준의 정보를 뽑아내며 운영하고 있는 것인가.
게다가 얼마 전까지도 칩거 중이었던 사람이?
“사무장님.”
그런 그녀를 흘금 쳐다본 행정시녀가 입을 열었다.
“손이 멈추셨습니다.”
“아, 알았어! 알았다고!”
진저리를 친 그녀는 다시 업무에 임했다.
정보 조직에 대한 생각은 머릿속에서 이미 사라졌다.
어디 대공자의 행보에 이해하지 못할 구석이 한두 가지던가.
* * *
낙양검가, 어딘가의 창고.
마차로 식량을 날라 온 하인이, 창고 하인들과 함께 짐을 옮기고 있었다.
“후우, 이걸로 마지막이오.”
“욕보셨수다.”
한바탕 힘을 쓴 창고 하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왁자지껄 떠드는 사이, 마차를 몰아 왔던 하인이 근처에서 홀로 조용히 싸구려 연초를 피웠다.
“자네, 들었는가? 오늘 부전장장 그 양반이 아주 꼬리에 불이 붙은 것처럼 뛰어다닌다더만.”
“그러믄, 들었지. 성격이 고약한 분들은 상시로 기분을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되니 말이야.”
“부전장장 그 양반이 오늘 기분이 안 좋다고?”
“안 좋다기보다는, 보이는 아랫것마다 시비를 걸어 댄다고 하더군. 중요한 손님들이 와 있다나, 어쨌다나.”
대화를 주고받던 그들이, 마차를 몰아 왔던 외부인이 함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말을 아꼈다.
그들 또한 낙양검가의 기본적인 보안 교육을 받았던지라, 정작 중요한 내용은 자신들 사이에서도 공유하지 않았다.
“이만, 나는 가 보겠소. 욕들 보시오.”
슬그머니 살피는 눈치에, 식량을 가져왔던 마부가 몸을 일으켰다.
“몸조심하시오!”
“채소들은 꼭 좀 신선한 놈들로 부탁하오!”
피우던 연초를 물고 허름한 짐마차 위에 올라탄 그는 손을 흔들어 보이며 창고 하인들과 일별했다.
“이랴.”
잠시, 꿀 같던 휴식을 취하던 짐말들이 털레털레 걸음을 옮겼다.
'부전장장이 귀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고.'
귀한 손님이 누군지는 듣지 못했지만 상관없었다.
한낱 무지렁이에 불과한 자신은 어차피 부전장장이 누군지, 뭐 하는 인물인지도 잘 모른다.
그저 듣고 본 것을 보고만 하면 될 뿐이었으니.
“자, 돌아가자. 이놈들아.”
그는 검가전장의 식량 창고를 벗어나, 짐마차를 몰았다.
* * *
“박 서방. 그러니까, 비단옷을 입은 손님들이 우르르 들어갔다고?”
평소에도 소문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중년 하녀의 물음에, 거리를 청소하던 하인이 허리를 펴며 답했다.
“그것도 아주 비싼 옷이 틀림없었어. 우리 마누라도 그런 비단으로 지은 옷을 입혀 놓으면 선녀가 따로 없을 텐데.”
잠시 박 서방이라 불린 이의 부인에 대해 수다를 떨다가, 중년 하녀가 자연스럽게 화제를 다시 돌렸다.
“그자들이 입은 옷이, 전부 같은 복식이었다고? 같은 가문의 사람들인가 보네.”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던 하인이, 무심결에 중년 하녀의 말에 반박했다.
“뭔 소리요? 그 늙은이들은 전부 다 다른 옷을 입고 있었소. 같은 가문일리가 없지.”
이 정도면 충분했다.
'늙은이. 최고급 비단옷. 전부 다른 가문.'
중년 하녀는 자연스럽게 다음 화제로 넘어갔다.
* * *
보안 교육 하나는 확실한 낙양검가이지만, 같은 가문 아래 일하는 이들에게는 정보 교류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그 비단옷을 입은 지체높은 양반들이 어디서 온 분들이라던가?”
뒷길의 구석에 숨어 좌우를 살피던 하인이 속삭이듯 답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공자님의 진영 쪽에서 나왔다고 들었소.”
“그들이 본가의 내부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는 뭔가?”
“각자가 각기 다른 마차를 타고 한 번에 이동했다더군.”
머릿속에 필요한 정보를 담은 이가 물었다.
“좋아. 이번엔 자네가 물어보게.”
상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약속했던 대로, 접객당의 하녀 향단이의 취향에 대해서 말해 주시오. 그녀가 뭘 좋아하는지. 그리고 뭘 싫어하는지, 전부.”
"흐흐. 사랑에 빠진 이를 돕는것은 언제나 보람 있는 일이지.”
“것참. 허튼소리는 그만하고…!”
* * *
“전부 적었소?”
“다 적었소.”
인사는 없었다.
마부는 짐말들을 몰아 원래 목적지로 향했다.
“이게 전부요. 다 적었소?”
“다 적었소.”
중년 하녀는 빨랫감을 머리에 이고 빨래터로 향했다.
한동안 오가는 이들이 불러 준 내용들을 쪽지에 적어 넣은 이가 쪽지들을 품에 넣고 자리를 떴다.
출입구에서 출입 장부를 기록하던 하인을 이상하게 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 * *
길가에서 항아리들을 널어놓고, 유약(釉藥)을 말리는 척하던 늙은 하인이 슬그머니 자신의 앞에 놓여있던 항아리 하나를 들고 걸음을 옮겼다.
노인이 도착한 곳은 어느 빈 창고의 지하 공간이었다.
“......."
지하에는 많은 이들이 오가고 있었지만, 누구하나 대화하는 이가 없었다.
모를수록 좋다.
무엇 하나라도 아는 것보다 하나도 모르는 것이 더 좋다.
“항도 거리.”
노인은 접수원에게 항아리를 건네주고 떠났다.
항아리를 든 하녀가 안쪽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외부인은 절대 들어올 수 없는 영역이었다.
“항도 거리에서 들어온 미가공 정보입니다.”
그녀가 항아리를 탁상에 붓자, 안에서 단편적인 정보들이 담긴, 쪽지들이 쏟아졌다.
안에 있던 하녀들이 빠른 손놀림으로 쪽지들을 정리해, 필사하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그저, 암호책에 따라 내용을 암호로 옮겨적었다.
정보를 취합하거나, 분석할 필요도 없었다.
그것은 하녀들이 할 만한 일도 아니었고, 그녀들에겐 그런 재주도 없었다.
그녀들의 입에서 뭔가 정보가 새어 나갈 이유도 없었다.
그녀들은 누구랄 것 없이 전부 누군가의 수법에 의해 '세뇌'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정보는 다른 어딘가로 향했다.
어딘가에는 물이 고이듯 정보들이 모여들었고, 그다음 단계로 모인 정보들이 또 다른 어딘가로 모여, 결국 한 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바로 낙양검가의 집사부(執事部)였다.
“집사부장님.”
“들어와라.”
내원이 담당하는 가주 일가를 섬기는 아랫것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낙양검가의 모든 아랫것들의 교육과 배치 권한을 쥔 인물.
과거 정아와 하녀단을 대공자 연소현에게 보냈던 그 인물.
집사부장이 책상의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
“거기 두고 가거라.”
그의 성정을 아는 하녀는 얼른 서류들을 놓고 빠르게 물러났다.
“자, 어디 보자.”
그는 서류들 사이에 누구도 모르게 꽂혀 있던 암호 서류를 꺼내 들었다.
그의 눈이 빠르게 움직이며, 담겨 있는 미가공 정보를 훑었다.
'이공자 측과 손잡은 유력 가문의 가주들이 검가전장을 방문 중. 그들을 맞이한 이는, 부전장장이군.'
암호문을 화로에 불태운 그가 붓을 들어 쪽지를 하나 적으며 밖을 향해 외쳤다.
“전령을 불러와라!”
전령은 봉인된 쪽지를 낙양검가의 체신국에 넘기고, 체신국은 낙양검가 외부로 배달할 것이다.
그렇게 체신국의 사환에게 쪽지를 받은 현월각의 위장 업소는 보안 절차에 따라 쪽지를 취급하리라.
그 이후의 절차는 집사부장이라하여도 알 필요가 없었고, 그렇기에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다.
결국, 언제나처럼 쪽지는 정확하게 자신의 주군, 대공자 연소현에게 도착할 테니까.
그리고 그의 판단에 따라, 필요한 이들에게 정보가 전달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