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편 변혁점(變革點)
군부 출신의 이씨 가문 원로가 지휘봉을 들고 방패를 든 이들 뒤에서 소리쳤다.
다른 원로가 원거리에서의 내가 기공 한 방에 날아가 버리는 것을 본 것 때문이었다.
“버텨라! 한 발자국도 밀려선 안 된다! 어떻게든 근성으로 버텨 내란 말이다!”
가문의 하인들이란 무릇 이런 상황에서 전투병의 역할을 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비상사태에 동원된 이씨 가문의 하인들은, 흔하게 볼 수 있는 머릿수나 채우는 징집병 수준의 하인들과는 그 질이 달랐다.
이씨 가문은 매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하인들을 엄선하여 뽑고 또 육성했다.
그런 그들을 이끄는 무인들까지 더해지자, 그야말로 유력 가문의 이름에 어울리는 병단이 되었다.
“이 새끼들아! 버텨! 옆 사람과 어깨를 맞대고 버티라고!”
“X발! 젖 먹던 힘까지 짜내라!”
이씨 가문의 십인장들이 누구보다 앞서서 거친 욕설과 함께, 온몸의 무게를 실어 적들의 중방패를 밀어내고 있었다.
길게 사선진으로 적과 맞서는 이씨 가문의 병단은 어떻게든 중무장한 사법 집행 병력의 막대한 압력을 버텨 내고 있었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전과였다.
하지만.
진형의 중앙 격돌 지점에서 내공을 담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황제 폐하께서 임명하신 관료의 공무 집행을 무력으로 방해하다니! 네놈들이 바로 역도들이구나!”
청학구에서 들었던 말을 그대로 이씨 가문에 돌려주는 이가 있었다.
그 낭랑한 목소리의 주인은 당연히 연소현이었다.
강철봉이나 마찬가지인 대공자 깃대가 묘하게 흔들렸다.
“모두 무릎을 꿇어라!”
어떻게든 깃대를 밀어내며 버티던 이씨 가문의 병력들이 일제히 균형을 잃고 앞으로 쓰러졌다.
무릎을 꿇는 것을 넘어서 앞으로 자빠져 턱이 깨지는 이들까지 있었다.
“모두 길을 비켜라!”
연소현의 외침과 함께 깃대가 좌우를 맹렬하게 후려치자, 이씨 가문의 병력이 서너 명씩 좌우로 튕겨 나가 뒤로 나뒹굴었다.
후열에서부터 병력들이 끊임없이 빈자리를 다시 채웠다.
하지만 연소현의 깃대는 그 좁은 공간을 마치 무인지경(無人之境)처럼 휘젓고 있었으니.
“하핫!”
그 모습은 마치 만인적(萬人敵)과 같았다.
그 이유는 연소현이 현재 깃대로 펼쳐 내는 일련의 창술에 있었다.
그 창술은 봉선창법(奉先槍法)이라고 불리던 무명(無名)의 비급에서 비롯됐으니, 바로 만인지적이었던 여포(呂布)의 무공이었다.
여씨 가문이 세월의 흐름속에 쇠락하여 백여 년도 전에 경매에 부쳐졌던 그 창술은 현재 낙양검가의 소유였다.
“저, 저런…!”
지휘봉을 든 이씨 가문 원로의 얼굴이 분노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중장무장한 사법 집행 병력을 상대로 기적적인 분투를 보이면 뭐 하는가?
연소현이 있는 중앙이 무너지면, 사선진 자체의 의미가 무색해질 것이 뻔했다.
병력들은 원로들이 중요 증거물들을 없애거나 들고 도주할 때까지 반드시 시간을 벌어줘야만 했다.
“무인들은 뭘 하나?! 당장 놈부터 막아라!”
사선진 좌측에 주로 배치되어 있던 이씨 가문의 무인 중에 몇몇이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그들은 경공으로 병력들의 머리와 어깨 따위를 밟고 연소현을 향해 짓쳐 들었다.
물론 연소현은 그런 대응을 손바닥 보듯 훤하게 꿰뚫고 있었다.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하게 들어 찬 양측의 병력을 통과해 자신을 공격할 방법이 공중(空中)밖에 더 있겠는가.
일순 연소현의 무공이 변했다.
“흡!”
공중에서 내리꽂히던 무인들이 폭음과 함께 반대편으로 튕기듯 날아갔다.
폭음은 한차례 일어난 것 같았지만, 무인들의 전신이 뒤틀려 버릴 정도로 중첩된 충격이었다.
종남파(終南派).
극성 연환기팔식(連環旗八式).
고대에 만들어져 창술만 존재할뿐 내가기공이 없는 봉선창법대신, 연소현이 선택한 종남의 정수가 담긴 절학이었다.
거칠게 밀어 대고 있는 병력들의 다리 사이로 스며들어오듯 기습하려던 무인은 이미 연소현의 발아래에 밟혀 있었다.
엄청난 자금을 들여 영입했던 해동국의 저격수는 자신이 쏘아 냈던 애기살(片箭)이 튕겨 돌아와 맞고 죽었다.
“고작 이 정도가 이씨 가문이 보여 줄 수 있는 전부더냐?!”
한차례 도가 계열의 사자후가 전장을 뒤흔들고, 연소현에 의해 개량된 만인적의 창술이 사방을 휘젓고 들쑤셔 댔다.
그 광경에 지휘봉을 든 이씨 원로의 등이 식은땀으로 흥건히 젖었다.
'이, 이런 미친…! 이대로는 진영이 붕괴한다!’
패를 아낄 때가 아니었다.
“…부탁드리겠소.”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보인 무림인들이 각자의 무장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하나같이 강호에 이름이 알려진 이들로, 이씨 가문에 의탁하여 식객으로 머물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명성만큼의 실력을 뽐낼 기회는 없었다.
"-------!!"
이씨 가문 사선진의 좌측 끝이 닿아 있던 높디높은 담벼락이 박살나며, 진형의 측면으로 철갑요새가 덮쳐들었다.
가장 두터운 병력으로 유지되던 사선진의 좌측 끝이 일시에 분쇄되는 순간이었다.
“저, 저게 왜 저기서 튀어나온것이냐?!”
악몽 같은 광경이었다.
지휘하던 이씨 가문의 원로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어떻게 저 거대한 우마차가 뒤로 빠졌던 것을 놓칠 수가 있었던것이지…?!'
이게 전부 연소현의 백보신권 때문에 맨 후열의 방패들 사이에서 틀어박혀 있어서 생긴일이었다.
즉, 지휘관의 시야가 턱없이 좁았다.
철갑요새가 자욱한 피 보라와 함께 후열을 한바탕 휘젓기 시작하자, 때를 기다리던 사법 집행 병력의 지휘관이 눈을 번뜩였다.
“지금이다! 일보 전진!”
내공을 담은 외침이 울려 퍼지자, 묵묵히 진영을 유지하며 이씨 가문 병력의 힘을 빼던 사법 집행 병력이 일제히 한 발 전진했다.
“일보(一步)!”
사법 집행 병력의 복명복창과 함께, 이때까지 잘 버티던 이씨 가문측 진형이 거짓말같이 뒤흔들렸다.
“어어…?!”
“미, 밀리지들 마라!”
하지만 이미 힘이 빠져 버린 그들은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그것이 사법 집행 병력이 오랜 경험에서 만들어 낸 전술이었다.
그들이 사법 집행에 나서면 으레 그렇듯, 유력 가문들은 무력으로 자기 방어권을 행사하기 마련이었다.
그런 가문들의 병력은 당장 삶의 터전을 잃을 상황이라, 개전 직후에 상상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 힘을 빼놓기만 하면 다음은 쉽지.’
사법 집행 병력의 지휘관이 손을 내저어 신호했다.
“흡!”
그러자 그 벌어진 틈 사이로 묵묵히 후열에서 대기 중이던 수사관들이 누구랄 것 없이 튀어나왔다.
“크악…!”
“버, 버텨야만…!”
그들의 내력을 품은 병기가 섬뜩하게 사방에서 번뜩이기 시작했다.
이젠 힘이 빠질 대로 빠져 버린 이씨 가문의 진영이 그대로 붕괴하기 시작했다.
“전력으로 밀어붙여!”
연소현의 사자후가 쩌렁쩌렁하게 전장에 울려 퍼지자, 사법 집행 병력 전원이 일제히 돌진해 들어갔다.
단창이 번뜩이고, 피가 흩날리며, 사방에서 비명이 가득했다.
일방적인 도살이 펼쳐졌다.
"......."
혼란스럽게 움직이는 이들 사이로, 멀리 사법 지휘 병력의 지휘관과 연소현의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빛은 묘하게 불만이 가득해 보였는데, 개전 때도 그렇고 방금 결정적인 순간에도, 연소현이 명을 내렸기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그는 직접 불만을 표시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연소현의 지휘는 그만큼 시기적절했다.
“미안하군.”
혼잣말을 하며 그에게 슬쩍 손을들어 사과를 표한 연소현이 뒤로 돌아섰다.
“포기해라.”
그가 어정쩡하게 서 있던 이씨 가문측의 무림인들에게 말했다.
“이미 전세는 기울었다.”
그들이 버린 무기가 바닥에 나뒹 굴었다.
마지막까지 저항한다는 선택은 없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이씨 가문의 병력을 지휘하던 원로가 길길이 날뛰었다.
“대체 뭣들 하는 것이오! 식객으로 도리를 다하여야 할 것이 아니 오?!"
그의 말에 가장 먼저 투항한 무림인이 어깨를 으쓱였다.
“목숨은 하나뿐이라.”
이미 끝난 전투에 뛰어들어 마지막까지 목숨을 불사르라니.
겨우 식객으로 지내며 받은 은혜로 계산하기엔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았다.
“이 명예도 모르는-!”
성질을 내며 휘두르던 지휘봉이 허공에서 빙글 돌아 바닥에 떨어졌다.
지휘봉의 주인은 턱이 박살난 채로 뒤로 쓰러졌다.
“끝까지 시끄러운 자로군.”
내뻗었던 깃대를 거두어들인 연소현이 차게 웃어 보이며 외쳤다.
“모두 항복해라! 전투는 끝났다!”
그의 내공을 담은 외침이 울려 퍼졌다.
"......."
동료들의 시신 위에서 마지막까지 분투하던 이씨 가문 잔존 병력들이 손에서 무기를 놓았다.
* * *
“찾았군. 기관장치다.”
수사관이 촛대를 조작하자 비밀문이 드러나고, 그 안으로 병력이 들어갔다.
“하, 항복하겠소! 항-!”
말이 끊어지고 안에서 비명과 북을 두드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수사관이 책장 뒤편 공간을 뒤적거리면서 연초를 반 정도 피우고 있자, 전신에 피멍이 든 이씨 가문의 원로가 끌려 나왔다.
어떻게 할지 묻는 병력의 시선에 수사관이 손을 내저었다.
“끌고 가.”
그들은 오라에 묶인 원로를 바깥으로 내팽개쳤다.
어이쿠! 나 죽네!”
가문의 안쪽에 위치한 정원은 이런 식으로 끌려 나온 이들로 이미 가득했다.
담을 넘어 도주했다가 외부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들에게 추포(追捕)당한 원로.
어딘가 구석구석 숨어 있다가 들켜서 끌려 나온 원로.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고 하인인 척하다가 잡힌 원로.
되지도 않는 무공으로 저항하던 원로.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 모두가 흠씬 두들겨 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 있다는 정도였다.
수사관들은 그렇게 귀신같은 능력을 발휘하여 죄인들을 잡아들이고 증거품들을 찾아냈다.
보고를 받는 판관들 뒤로, 연소현의 모습이 보였다.
"훌륭한 전술에, 뛰어난 지휘였소.”
연소현의 말에 사법 집행 병력의 지휘관이 고개를 슬쩍 숙여 보였다.
그의 표정은 의외로 우호적이었다.
“대공자 덕분에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진압할 수 있었소이다. 병력 피해도 그만큼 적었소.”
그는 북부 전쟁을 포함하여 각종 굵직한 국지전에 참여하여 전공을 쌓았던 경험이 있었다.
“이제 전장에서 더 이상 놀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여겼는데, 대공자께서 본관을 놀라게 하셨구려.”
“과찬이시오.”
“본관은 입에 발린 말은 하지 않소이다.”
주변을 지키던 이들이 지휘관의 말에 놀란 표정을 숨겼다.
평소에 말이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말수가 적은 그들의 지휘관이었다.
그런 그가 저렇게 누군가를 극찬하는 것은 한솥밥을 먹는 그들도 처음 본 일이었다.
“자, 이걸로 완료!”
대화를 주고받는 그들 너머에 낙양의 봄 소속 해결사 수란이 부상자들의 응급처치를 돕고 있었다.
수란과 청호위는 연소현에게 참전을 허락받지 못했다.
그들의 경지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들이 평소 활약하던 뒷골목과 오늘은 너무나 다르다는것이 이유였다.
그리고 실제로 연소현의 말처럼, 이씨 가문의 저항은, 암흑가의 조직들과 그 수준에서 아득히 차이가 있었다.
“아씨! 감사합니다!”
“아이 참. 아씨라뇨.”
감사 인사를 하며 본대로 향하는 부상자에게 손을 흔들어보인 수란이 청호위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
그녀의 시선에는 약간의 걱정이 담겨 있었는데, 동료 청호위가 대화하고 있는 상대가 청씨 가문의 가주였던 탓이었다.
청 대인이 청호위에게 말했다.
“이놈. 가문을 박차고 나가니 그 속이 시원하더냐?”
말과는 달리 청 대인의 어조는 온화했다.
“…죄송합니다, 백부님.”
청호위가 하나 남은 손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낙양의 봄에 소속된 채로 활약하다 보면, 결국 가문에 피해를 줄수 있었기에, 가문에서 나왔었던 그였다.
“그래도 가문을 나가 크게 성장한 것 같아 기쁘구나. 네가 저 대공자와 함께할 정도로 큰사람이 되다니.”
청 대인의 말에 청호위가 쓴웃음을 지었다.
“함께한다고 하기보다는 대공자님께 동행을 허락받았다는 말이 어울리지요.”
“그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알지 않느냐?”
“옳으신 말씀입니다.”
청호위가 연소현을 알게된 것은 극히 짧은 시간뿐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동행한다는 것만으로도, 청씨 가문의 가주에게 인정을 받을 만큼 대단한 인물이 분명했다.
“그런데….”
“무엇을 걱정하는 것이더냐?”
청호위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물증도 없이 이렇게 대규모로 일을 벌인 것은 청씨 가문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확실히. 네 말대로 부담이 되겠지.”
청 대인이 고개를 끄덕여 수긍하며 웃었다.
“우리 가문이 대공자와 함께 전선에 선 이상, 앞으로 이공자 측의 다른 가문들에게 호되게 난타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것은 말이다.”
청 대인의 시선이 청호위를 바라보았다.
“이 늙은 가주의 짧은 식견으로 헤아려 보건대.”
청호위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지혜가 깃든 눈동자를 마주하고는 숨을 삼켰다.
“현재의 낙양을 감히 평하길, 역사의 변혁점이라 하겠다. 이 시점으로부터 중원국이 퇴보하게 될지, 아니면 앞으로 나아가게 될지가 결정될 것이야.”
청 대인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것은 대륙 전체를 아우르는 통찰이 깃든 말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중원국의 쇠락과 파멸밖에 없다고 생각해왔다.”
“......!"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시점에서 나는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시선을 멀리, 연소현에게 향했다.
“그가 등장한 이상, 그 결과가 어떻게 되든, 그 변혁의 중심에는 저 대공자가 있겠지.”
연소현이라는 이는 낙양검가라는 희대의 대가문에서 대공자라는 지위를 가졌다.
황도십육가문 중 일문의 수장이자, 중원국을 대표하는 개혁파인 공씨 가문의 가주 공량이 모든 것을 걸고 밀어주는 자이기도 했다.
북망산의 노마들과 사천당가 그리고 대리단가를 한데 묶어낸 그 거래는 규모에서도 수법에서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아직 그의 발걸음은 이제 막 세상 밖으로 내디딘 정도이지만, 그 한걸음만으로도 이 거대한 대도시, 낙양을 뒤흔들고 있었다.
“…우리 청씨 가문은 앞으로도 그와 함께 중원국을 개혁해 나갈 것이야. 그 시작이 바로 지금이었던 것이지.”
그는 이번 전투에서와 마찬가지로, 대륙의 역사에서도 저 소년이 변혁점으로 존재하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네 질문에 답이 되었 느냐?"
“…예, 백부님.”
청호위는 식은땀을 흘렸다.
오랜만에 만난 청씨 가문의 가주는, 과연 대인이라고 불리는 것이 당연할정도로 큰 인물이라는 것이 새삼스럽게 다시 느껴졌다.
역사의 흐름을 읽어내는 청씨 가문의 가주도, 그런 그가 가주로 있는 가문을 통째로 움직여낸 대공자 연소현도.
감히 그가 잴 수 있는 한계를 아득하게 넘는 이들이었다.
“저 또한 말씀하신 개혁에 관심이 많습니다만….”
청호위가 쓴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었다.
“저 같은 모자란 녀석이 할 수 있는 일이라 해봐야, 그저 눈앞의 백성들을 돕는 것밖엔 없는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청 대인이 호탕하게 웃었다.
“네 말도 옳다. 가장 아래에서의 변화 또한 거역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될 수 있는 법이지.”
청호위는 그 말에서 생략된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 그래서 검가의 대공자가 자애원을.."
그때 수석 수사관이 멀리서 전음을 보내 청 대인에게 보고했다.
[현재까지 모든 수사가 순조롭지만, 이씨 가문의 가주가 보이지 않습니다]
청 대인은 속으로 침음하며, 즉시 연소현에게 그 내용을 전음으로 전달했다.
멀리서 지휘관과 도심 지역 전술에 관해 논하던 연소현이 미소와 함께 전음으로 답했다.
[이씨 가문의 가주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대답에 청 대인이 어깨를 으쓱였다.
역시 대공자는 자신의 예상에서 항상 벗어나 있는 인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