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암진천경-179화 (179/350)

제4편 나아가야 할 길(路)

연소현이 첫 행보를 시작했던 그 날, 새벽녘.

“형님! 아미파로부터 서신이 도착했습니다!”

여전히 연소현보다 훨씬 나이가 많으면서 어째서인지 형님이라고 부르는 연하응이었다.

그는 외원의 긴급 연락 체계를 통해 도착한 아미파의 항복 서신을 연소현에게 내밀었다.

“다선랑들은?”

“방금 다들 일어났습니다만, 아무래도 사실상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시피 한 것과 마찬가지이옵니다.”

아무리 각오를 다졌다지만, 가족들이 인질로 잡혀있는 상황에서 편히 잠에 들기란 당연히 불가능했으리라.

“그녀들이 준비가 되면 집무실로 불러다오.”

연소현은 조금의 지체도 없이 그녀들에게 아미파의 항복 서신을 보여 주었다.

그 서신을 읽는 그녀들의 표정을 연소현은 잊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 * *

현재.

자애원의 총본산, 회의실.

“다음은 저희 다선랑이 대표님께 보고를 올리겠사옵니다.”

상관난화가 자리에서 일어나 극존칭으로 말했다.

초고위 관료인 사천지사의 영애답게 극존칭이 썩 능숙했다.

“…상관난화.”

“말씀하시옵소서.”

다선랑의 보고서를 검토하던 연소현이 보고서 너머로 그녀에게 시선을 보냈다.

“굳이 일어나서 보고할 필요는 없다. 앉아서 하도록.”

반대로 이전과는 달리 연소현은 그들에게 말을 낮추고 있었다.

“아니옵니다. 감히 대표님께 그런 무례를 범할 수는 없사옵니다.”

어제 새벽, 아미파의 항복 문서를 본 이후로 다선랑은 쭉 저런 태도로 연소현을 대하고 있었다.

연소현은 마음대로 하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고 말했다.

“내가 건네줬었던 '목록'에 대한 보고로군.”

“그렇사옵니다.”

아미파의 항복 서신을 보고선, 서로를 얼싸안으며 기뻐하던 그녀들에게 연소현은 '목록'과 함께 임무를 부여했었다.

연소현과의 별도 행동.

호위 책임자는 탈명귀검과 세쌍둥이 시녀 중 이령.

혹시 모를 아미파의 마수에서 그녀들을 숨김과 동시에, 그녀들의 실력을 검증하기 위한 그 나름의 시험 과제이기도 했다.

“그런데….”

연소현은 다선랑이 제출한 보고서를 보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하루 만에 이 목록에 있는 모든 업소(業所)들의 평가를 끝냈다고?”

“하루면 충분했사옵니다.”

연소현의 말에 상관난화가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께서 저희에게 주신 목록은, 가능성은 품고있지만, 현재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던 중소형 업소들의 목록.”

그녀는 보고서를 들어 보였다.

“그 업소들을 평가하여 차후에 성공 가능성이 충분한 이들을 선정했사옵니다.”

연소현은 그녀들이 밤새 돌아다니며 작성한 보고서를 다시 들여다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정확하군.’

그의 기억 속 역사에서, 추후 성공해서 이름을 날렸던 업소들이 정확하게 선정되어 있었다.

다선랑은 경영 난항을 겪고 있는 업소들 사이에서, 진짜배기들을 골라낸 것이다.

그것도 하루 만에.

물론, 밤을 꼬박 새운것이 분명 한 그녀들은 내공을 보유한 상관난화를 제외하곤 현재 반쯤 죽어가고 있었다.

“보고서에 별도로 표기된 업소들은 무슨 기준으로 선정했나?”

그 업소들은 연소현의 기억에 없는 업소들이었다.

즉, 이전 역사에서 결국 성공하지 못했었던 업소들이라는 뜻.

“별도로 표기한 업소들은, 저희 다선랑이 경영에 개입했을 때 충분히 성공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업소들이옵니다.”

"…그렇군!"

“시간이 부족했기에, 좀 더 정확한 평가는 대표님의 허락을 받은후에 진행하기 위해서 별도로 표기해 두었사옵니다.”

연소현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기대했던 대로, 아니.

그의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는 다선랑이었다.

“그렇다면 이 추가 보고서는 어떤 의도로 작성되었나?”

연소현은 그들이 추가로 제출한 보고서를 들어 보였다.

“추가 보고서는 업소 소유주들의 지분 매각 의향을 파악한 문서이옵니다.”

“우리가 지분을 매입한다고?”

상관난화가 이미 그녀의 의중을 꿰뚫어 봤으면서도, 일부러 의뭉을 떠는 연소현에게 미소를 지었다.

“이 업소들은 대표님께서 죄악계곡이나 호두 마을에 입주시키실 요량으로 파악을 지시하신 업체들이라고, 저희 다선랑은 판단했사옵니다.”

연소현의 사업 계획서를 보았던 그들이기에 할수 있는 판단이기도 했다.

그녀는 슬쩍 허리에 손을 얹었고, 얼굴의 미소는 진해졌다.

“성공을 끌어낼 수 있는 업소들. 그런 업소들이라면 그저 입주시키기보다는 지분을 매입 혹은 인수하여 입주시키는 쪽이, 이익을 극대화할 방안.”

그녀의 말에 회의에 집중하고 있던 이들이 무의식중에 오오, 하며 감탄했다.

“어제는 저희 다선랑 혹은 대표님의 이름을 감추어야 했기에, 결과는 아직 부정확하옵니다. 대표님께서 결정을 내려 주시면, 좀더 수월하게 지분을 매입하거나 통째 로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사옵니다.”

최고 결정권자의 의향을 정확히 파악하여 움직인 그들은 극히 효율적인 시간 활용으로 훌륭한 성과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방향으로 결정권자를 설득하기 위한 밑 준비까지 해둔 것이다.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실력.

'과연, 이것이 후에 중원국 십대 상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의 실력이군.'

중원국 십대상단이란 이름은 결코 허명일 수 없었다.

이 넓고 광활한 중원국의 그 수많은 사업체들 사이에서, 전문가들에 의해 최고라고 지목된 열 개의 상단 중 하나를 만든 이들이 어찌 능력이 부족할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그것은 추후의 이야기였고, 지금의 그녀들은 아직 어렸다.

게다가 이전 역사에서 성공했던 업소들이 이번에도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역사는 지금도 계속해서 바뀌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굳이 다선랑에 대한 시험을 겸해 업소들에 대한 진단을 맡겨본 연소현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말이 필요 없었다.

연소현은 두 손을 들어 박수를 쳤다.

회의에 참석하고 있던 이들 또한 다선랑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

청호위의 얼떨떨한 전음에 박수를 치던 수란이 답했다.

[야! 일단 눈치 챙겨!]

그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좌중에 지지 않을 정도로 힘차게 박수를 쳤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박수를 향해 여기저기 인사를 하는 다선랑들의 얼굴은 밝았다.

그들은 차근차근 과정을 전부 물어봐 주고, 앞장서서 그들의 실력을 인정해 준 연소현에게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연소현은 그녀들이 충분히 모두에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자신들이 이끌어야 할 자애원의 사업부 인원들에게 확실하게 인정을 받을 수 있게끔 해 주었던 것이었다.

“훌륭하군.”

연소현이 손을 들어 보이자, 박수 소리가 잦아들었다.

“이 보고서와 관련된 사항들은 앞으로 그대들에게 전권을 주겠다. 볶든, 삶든, 그대들이 하고 싶은 만큼 마음껏 해 보도록.”

다선랑의 얼굴이 더욱 환해졌다.

그런 그녀들에게 연소현이 미리 준비해 두었던 서류를 내밀었다.

“이것은 무엇이옵니까?”

다가와 정중하게 서류를 받아 든 상관난화에게 연소현이 씨익하고 미소 지었다.

“두 번째 목록이다.”

연소현이 말했다.

“첫 번째 목록의 업소들은 그저 다루나 식당, 객잔 등, 매장 중심의 작은사업체들 따위였지.”

그가 상관난화가 넘겨받은 두 번째 목록을 가리켰다.

“그건 이전 목록에 있던 업소들과는 다르게 제대로 규모를 갖춘 사업체들이다.”

상관난화가 그의 시선을 마주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공유했다.

“이전의 업소들과 마찬가지로 가능성은 품고 있지만, 현재 운영이 어려운 사업체들이겠군요.”

“현재 이주 계획을 비롯하여 맡은 임무들이 많은데, 전부 할수 있겠나?”

“저희는 다섯이나 됩니다.”

연소현은 흡족한 얼굴로 품에서 전표 뭉치를 꺼내 들었다.

“이건 착수금이다.”

내원이 연소현에게 미납했던 예산 중, 전표로 치러졌던 절반의 액수.

그리고 장로원의 결정으로 내원에 내려졌던 징벌적 배상금.

더해서 검가전장의 전장장으로부터 받았던 투자금까지.

그 전표 전체였다.

굳이 세어 보지 않고, 일견한 것만으로도 엄청난 액수였다.

[으, 으아?! 저게 도대체 얼마냐?!]

[...모르긴 몰라도, 청호위 너와 내가 백 번쯤 인생을 살아도 모을수 없는 액수인건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저게 착수금이라고?!]

[몰라! 제대로 된 사업체라는 것들이 그 정도로 비싼 모양이지!]

연소현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보고도 필요 없다. 판단해서 성공할 만한 이들은 전부 먹어 치워라. 그들이 자애원의 사업체가 되게 해라.”

다선랑이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 다.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 * *

회의가 종료되고, 모든 이들이 자리를 비웠다.

남은 것은 낙양의 봄에서 나온 수란과 청호위, 두 사람뿐.

“오래 기다리셨소.”

연소현의 권유에 따라 그의 맞은편에 앉은 두 사람이 바짝 긴장한채 대답했다.

“아닙니다!”

“전혀, 조금도, 오래 기다리지 않았어요!”

그들은 오히려 죄송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라면 어젯밤 죄악계곡의 화재에 저희가 도움을 드렸어야 마땅했는데….”

연소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현재 낙양의 봄에 소속된 대부분의 지사(志士)분들이 '용봉지회 경기장 건설 부지' 쪽에 발이 묶여있음을 짐작하고 있었소.”

용봉지회 경기장 건설 부지.

그곳은 낙양검가의 삼공자가 대처하고 있는, 대규모 소요사태가 일어난 지역이었다.

물론 그 소요는 낙양검가에 의해서 철저히 감춰지고 있었다.

“역시. 알고 계셨습니까…?”

“저희도 대공자님을 뵙기위해서 겨우 빠져나온 참이라….”

“대공자님의 양해에 감사드립니다.”

가장 약한 이들을 위해서 헌신에 헌신을 거듭하는 이들이, 더 도움을 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 사과한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연소현이 마음에서 우러나온 호의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양해랄 것도 없소.”

수란과 청호위.

그 유명한 빈민가의 해결사들.

그들과 차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좋으련만.

지금 연소현에게 가장 귀한 것이 시간이었다.

“본 대공자가 어찌하여 두 손님께 새로 태어나고 있는 자애원의 모습을 보여 드렸는지, 이제쯤 짐작하셨으리라 생각하오만.”

“이렇게까지나 보여 주셨으니….”

의외로 이제까지 상대적으로 둔한 모습을 보여 주기만 했던, 청호위 쪽이 뒷머리를 긁으며 답했다.

“이쯤 되면, 못 배운 저희의 둔한 머리로도 알 수밖에 없지요.”

연소현이 뒤로 편히 기대앉으며, 그런 그에게 시선을 보냈다.

“이름 높은 청씨 가문의 일원으로, 공씨 가문의 대서원까지 수료하신 분께서 못 배웠다고 하는 것이오?”

청호위가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 봐야, 대대로 명판관으로 이름을 떨치신 가문의 어른들과는 달리 그저 한낱 포쾌(捕快)밖에 못한 자입니다.”

“낙양을 넘어서 하남 전체에 이름을 널리 떨쳤던 명(名)포쾌이셨지 않소.”

“…이젠 예전 이야기이지요. 지금은 빈민가의 한낱 잡부(雜夫)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그의 비어 버린 소매가 흔들렸다.

금주는 그의 팔뿐만이 아니라, 그의 지위도 앗아 갔다.

무공의 핵심이 되는 팔을 하나 잃어버린 이가 더이상 포쾌라는 관직을 유지할 수는 없었으니.

“저 따위에 대한 사사로운 이야기로 감히 대공자님의 귀한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지요.”

청호위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화를 본론으로 돌렸다.

“지금까지 대공자님께서 보여 주신 것은 저희 낙양의 봄이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이 아닙니까?”

연소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그가 준비되어 있던 차를 손수 두 사람에게 따라 주었다.

“본 대공자가 두 손님께 직접 일일이 설명해 드려 봤자 그 효과가 미미할것으로 생각해, 부득이하지만 이런 방식을 사용하게 되었소.”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그들이 어찌 연소현의 뜻을 모르겠는가.

“소녀는 대공자님께서 보여주신 길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것은 이 청호위도 마찬가지일 것이고요.”

명가에서 태어난 청호위와는 달리, 출신이 천해 예절 교육을 받지 못했던 수란이 이제야 제대로 입을 열었다.

청호위와의 대화에서 연소현이 보여준 모습이 우호적이었기에, 무지에서 비롯된 예의의 어긋남 정도는 대공자가 납득을 해주리라 여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희 낙양의 봄은, 분명 유능한 이들로 가득합니다. 저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기인이사들도 있지요. 그리고 그 의기(意氣)는 그 어떤 누구와 겨루어도 꿀리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청호위가 말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제대로 조직화도 하지 못한 채, 단지 의협심과 개개인의 능력에만 의존한 저희는 머지않아….”

그가 말을 고르는 사이에 수란이 먼저 말했다.

“끝장이죠.”

그녀의 표현은 과격했지만, 그가 생각했던 것과 뜻은 같았다.

“맞습니다. 지금까지는 관이나 검가에 저희 이름이 알려지는것을 용케 막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 상태가 유지되리라는 기대는 할수 없습니다.”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면, 반(反)체제적 조직으로 낙인찍힐 것이 뻔하죠.”

처음엔 그저 연소현이 낙양의 봄에 입회하여, 좋은 관계를 구축하고, 필요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연소현은 오히려 그들에게 낙양의 봄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언뜻 보여 주었다.

조직화와 체계화.

그리고 그들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정도의 권력과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

“하지만….”

연소현이 청호위의 말을 대신이 었다.

“낙양의 봄이 결정권자가 없이 개개인이 각자의 판단으로 움직이는, 집단 아닌 집단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소.”

수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콧잔등을 찡그렸다.

“구성원 중에는 권력자라면 일단 불신부터 표하는 이들도 많아요. 그런 그들까지도 움직여 낙양의 봄을 재탄생시키는 일은….”

“아무래도 매우 어려운 일, 아니. 불가능한 도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소현은 어두운 표정의 두 사람 에게 싱긋 미소 지었다.

“두 분께서 그런 걱정까지 하실 필요는 없소.”

그가 고개를 든 두 사람과 시선을 마주했다.

“여기 계신 두 분은 본 대공자가 낙양의 봄에 그 일원으로 입회(入會)하여, 그 조직을 개혁하겠다, 하면 찬성하실 것이오?”

두 사람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합니다.”

“물론이지요.”

연소현이 기분 좋게 책상을 두드렸다.

“본 대공자는 그것으로 충분하오.”

햇살을 등지고 앉은 소년이 자신감 넘치는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아, 물론. 두 분이 본 대공자를 비밀 집회에 초대하는 정도는 해 주셔야겠지만.”

어째서 일까.

그가 이제까지 보여 준 능력 때문일까.

아니면, 저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 때문일까.

사실상 예고된 파멸을 향해가는 낙양의 봄.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이 대공자라면 충분히, 그 운명을 바꿔 쓸수 있으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물론 초대해 드려야지요.”

“집회는 오늘 밤에 있을 예정인데, 저희가 직접 안내를:“

그때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라!”

밖에서 대기하던 정아가 연소현에게 고했다.

“호두 마을의 주민 이주에 문제가 발생했사옵니다.”

“자세히.”

“호두 마을을 행정구역으로 포함하고 있는 청학구(靑鶴區)의 구장이 관병까지 동원하여, 이주에 생트집을 잡고 있다고 합니다.”

“놈들의 짓이군.”

이공자 세력의 대응이 분명했다.

연소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직접 가겠다고 알려라.”

그 말에 정아는 고개를 숙여 보이고, 밖으로 나가 주인의 명을 전파했다.

“구, 구장이 직접 나섰다고?”

"이거 큰일인데…!”

구장이라는 말에 당황한 두 사람이었다.

낙양의 봄, 지사들이 가장 부딪치기 꺼려하는 이들이 바로 고위 관료들이었다.

황제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그들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은 사실상 자살행위와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연소현에게 물었다.

“대공자님.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이십니까?”

“주민들에 대한 통제권을 가진 구장이 직접 나섰다면, 일이 쉽지가 않을 거예요!”

그들의 말에 연소현이 소매를 걷으며 말했다.

“쉬울 것이오.”

“예?”

그가 미소 지었다.

“내가 그놈을 박살 내 버릴 것이거든.”

두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본 아연한 표정으로 연소현을 바라보았다.

햇살을 등진 채, 연소현이 그들에게 말했다.

“청학구의 구장은 예전부터 썩어빠진 것으로 유명했지.”

정오에 가까워진 햇살이 더욱 강렬해져, 그의 표정을 정확히는 알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연소현의 주변으로 깔리는 기세에서 그의 표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겨우 그딴 놈을 박살 내는 데도 사용하지 않으면, 이 몸이 가진 권력과 영향력이 다 무슨 소용이겠소?”

낙양의 고위 관료인 구장을 '겨우'라고 표현하는 연소현.

그 말에 두 사람이 전율을 느꼈다.

그랬다.

그가 바로 낙양검가의 대공자였으며, 북망산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던 그 연소현이었다.

그들은 확신했다.

눈앞의 존재는 누구보다도, 낙양의 봄에 필요한 인물이라고.

“여기서 기다릴 것이오?”

연소현이 그들에게 물었다.

“아니면 본 대공자와 함께 가보시겠소?”

물어보나 마나, 그들의 대답은 정해져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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