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편 진각(震脚)
사공자, 연비는 생각했다.
세상을 살아가며 가장 답답한 일중에 하나는, 너무나 당연한 것을 알지 못하는 이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일이다.
마치 모두가 눈을 감고 살아가는 세상에서 혼자 눈을 뜨고, 밤하늘의 별을 가리키는 것처럼.
마치 모두가 귀를 막고 살아가는 세상에서 혼자 귀를 열고, 새들의 지저귐을 듣는 것처럼.
어릴 적 그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유달리 말문이 트이는 것이 늦었다.
어려서부터 옹알이조차 하지 않았다.
그것이 '자신이 타고난 당가의 체질' 때문인지는,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병색이 완연한 몸으로도, 직접 그의 출산을 도왔던 대부인 약소유가 당시에 그의 어머니에게 딱 잘라서 이야기했었던 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아이는 특별하니 말문이 트이는 것이 조금 늦을 수 있단다.”
갓 태어난 그를 안아 든 그의 어머니에게 약소유는 이렇게 말했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자라면, 네게 안겨서 아침에 지저귀는 새들처럼 쉬지 않고 떠들어 댈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그 말을 듣고 어머니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새, 물총새(翡)의 이름을 그에게 붙여 주었다.
그리고 연비는 그 모든 것을 '이해'하고 '기억'하고 있었다.
걸음마에 익숙해지고도, 말을 할수 없었던 연비는 항상 원각정을 찾아왔다.
그 신비한 장소에는 마치 설화속 신선처럼 그의 마음을 알아맞히는 이가 있었다.
그의 큰형님 연소현이었다.
“비, 왔느냐.”
큰형님은 그가 방문하면 언제나처럼 서책을 꺼내들어 그가 궁금해하던 것들을 알려 주었다.
세상을 보는 법, 바다 너머의 대륙, 사람을 읽는 법, 마음을 다스리는 법, 국가와 제도, 그의 가르침엔 한계가 없었고, 경계가 없었으며, 깊이는 무한했다.
당시 주변에서 붙여 주던 학사라는 것들과 그의 큰형님은 비교조차 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그는 약소유가 말했던 것처럼 어느날 갑자기, 말문이 트였다.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그가 말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이들과 소통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었다.
말을 해 줘도 그들은 듣지 못했다.
보여 줘도 그들은 보지 못했다.
“어째서?”
그가 자신의 큰형님의 '특별함'에 대해서 떠들고 보여 줘 봐야, 그 특별함을 이해하는 이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이 '이해할수 있는 존재'인 사공자, 자신만을 더욱 대단하다며 추켜세울 뿐.
그것은 그가 큰형님을 알리려 떠들면 떠들수록, 보여 주려 하면 할수록 더욱 심해져 갔다.
“주군이 큰형님이신 대공자님을 존경하는 것을 알지만, 사공자님은 그보다 더 큰 존재가 될수 있는 분입니다.”
“이 노파의 눈은 틀린 적이 없습니다. 주군은 제가 이때까지 보아왔던 그 누구보다도 우수한 군주의 자질을 타고 태어나셨습니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그렇게 열심히 떠들어 봐야 소용이 없었다.
그는 깨달았다.
자신의 큰형님은 구름 위에서 드넓은 우주를 거니는 대붕(大鵬)이었고, 사람들 사이에서 대붕은 환상과 신화 속의 동물일 뿐이라고.
그래서 그는 언젠가 대붕이 구름 아래로 내려와 자신의 모습을 지상에 보여줄 날만을 기다렸다.
날이 가고, 또 가도.
그리고 드디어 그 대붕이 여기에 슬쩍 그 '발자국'을 남겼다.
단 한 번의 진각이 남긴 발자국.
그 족적(足跡)은 기이하기 짝이 없었다.
단단한 포석들이 넓은 범위에서 회오리를치듯 부서져 내려앉아 있었다.
허나 그 모습은 파괴에서 비롯된 형상이 아니라, 마치 처음부터 그러한 모양이었던 양 자연스러웠다.
그 족적이 새겨질 때, 어떤 굉음도 없었고, 먼지 한톨 날리지 않았다.
그렇게 그 발자국이 지상에 새겨졌다.
이제 그 자리에 있는 누구도 대붕의 존재를 의심하지 못하게 되었다.
사공자 비의 시선이 지휘 천막을 넓게 둘러보았다.
“이 구역을 폐쇄하고, 물 전달은 여기서 이렇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야.”
화재 현황판을 가리키며, 정신없이 지시를 내리던 곽 노인이, 그 바쁜 와중에도 그 발자국을 홀금거리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보게 되는 것이리라.
“아아! 이런 식으로 정리를 하면, 아예 처음부터 해야 하잖아!”
자신이 채워넣은 종합 상황판을 보며 성질을 내는 당예린도, 머리를 거칠게 긁다가 그 발자국을 무심코 바라보고 있었다.
이 천막 안의 모두가 그랬다.
모두의 시선이 무심코, 혹은 노골적으로, 혹은 호기심에, 그 발자국을 스쳤다.
"...."
큰형님은 구출 작전을 위해서 자리를 비웠지만.
마치 큰형님이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처럼, 그 발자국이 존재감을 대신하고 있었다.
드디어 대붕의 존재가 여기있는 모두에게 깊이 박혀 버린 것이었다.
“으하하하하핫!”
유쾌했다.
시원했다.
갑자기 광소(狂笑)를 터트리는 연비의 모습에 주변이 당황했다.
그것은 '지시를 내리고 있던', 연비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기 때문이었다.
“별것 아니오.”
잠시 후, 연비가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다시 입으로는 지시를 내리며, 틈틈이 지시와는 별개의 생각을 이어 나갔다.
“별것 아니니. 신경 쓰지 마시오.”
그래, 별것 아니었다.
연비는 그의 큰형님이 내공의 재능을 타고 태어났다고는, 그리고 그가 이리도 수준 높게 무공을 익혔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는 놀라지 않았다.
대붕에게는 이런 것은 '별것 아닌 일'이었을 테니.
* * *
그리고 여기 연소현이 남긴 발자국에 못 박힌 것처럼 눈을 떼지 못하는 이가 있었다.
"...."
그는 연소현이 사공자의 경호 병력을 징발해 가며, 대신 남겨 놓은 호위제장이었다.
'...이건.'
그의 시선이 홀린 것처럼 연소현이 남긴 진각의 흔적을 훑었다.
그 흔적을 보며, 자신의 기억을 뒤지고 또 뒤졌다.
그리고 결국 결론에 도달했다.
'이건 틀림없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흘리고 있던 식은땀을 닦았다.
그가 한쪽 무릎을 꿇고, 바닥에 물결처럼 남은 진각의 흔적을 더듬었다.
'이것은 틀림없이 태상가주님의….'
* * *
죄악의 골짜기,
화재 진압 현장.
황호사협의 일인인 공담웅이 그야말로 거력을 발휘해 무너져 내리는 천장을 떠받들고 있었다.
“흐으읍!”
금강나한공의 내력을 극한까지 끌어 올린 그가 하나의 기둥이 된 사이, 구조대가 급히 화재 현장에서 사람들을 끌어냈다.
“전부 구출했소!”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공담웅이 커다란 기합 소리와 함께, 천장을 거세게 밀어 버리고는 몸을 굴려 탈출했다.
그와 동시에 불이 크게 붙었던 건물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휴우...."
안도의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키는 공담웅에게 사람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고맙습니다! 구조한 사람들은 전부 생명엔 지장이 없습니다!”
“형씨! 그냥 덩치만 큰게 아니라, 금강역사(金剛力士)가 따로 없구만!”
“별호나 이름이라도 알려 주시오! 나중에 내가 만나는 이마다 알리도록 하겠소!”
공담웅은 별일 아니었다며, 굳이 이름이나 별호조차 남기지 않고 겸손한 태도로 인사를 주고받을 뿐이었다.
불을 끄러 다음 화재 현장으로 향하는 이들과 손을 흔들어 인사를 주고받은 그가 몸을 돌렸다.
“좋은 일을 하셨지만, 우리 임무가 아니었습니다.”
완전무장을 한 여인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와 조를 이루고있는 원각정 하녀단의 하녀였다.
“하하.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소? 협사를 자칭하면서, 저런 현장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공담웅이 그을음과 먼지로 시커멓게 물든 얼굴에서 이빨만을 하얗게 빛내며 웃었다.
“넘어가셔야 합니다.”
“으음. 그렇소?”
그는 처음엔 혼란 속에 빠져 있었지만, 명확한 임무를 부여받자 금세 원래 성격을 되찾았다.
“죄송하지만, 제가 훈련받은 바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는 모두가 통제에 따라서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해야 합니다.”
하녀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 때문에 순찰 경로가 꼬이면, 틈이 발생하게 되고, 틈이 발생하면, 그 틈으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반드시…."
말을 하며 걸음을 옮기던 그녀가 옆을 바라보았지만, 그 자리에 공담웅은 없었다.
또 뭔가를 발견하고 옆길로 샌 모양이었다.
“하아….”
* * *
"…세요…."
'음?'
하녀와 함께 걷던 공담웅의 귓가에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화재 현장에서 내력을 끌어 올렸던 그였기에, 들을 수 있는 가느다란 목소리였다.
그는 즉시 목소리가 들린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빈민들이 멀리 화재를 피해 달아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이 내지르는 비명과 고함 속에서 분명 가느다란 목소리가 있었다.
“살려 주세요….”
곧 끊어질 듯한 목소리의 주인은 골목에 기대어 쓰러져 있는 아이였다.
옷이라고는 할 수 없는 거적때기를 걸친 그 아이를 보자마자, 공담웅은 반사적으로 아이에게 달려갔다.
“정신 차리거라!”
그가 무릎을 꿇고 안아 든 아이에게는 딱히 눈에 띄는 외상은 없어 보였지만, 어쩌면 연기를 들이마신 것일지도 몰랐다.
“저, 저기, 건물에, 동생이….”
아이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들어 가리킨 건물로 공담응의 시선이 움직였다.
“저 건물 말이냐?!”
그 순간.
삐이 이이이-.
날카로운 호각 소리에 공담웅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크윽…!"
반사적으로 칼날을 붙잡은 그의 손아귀에서 붉은 피 몇 방울이 떨어졌다.
그가 안아 들고 있던 아이가 내지른 날붙이였다.
그 아이는 자신의 날붙이가 공담웅에게 붙잡힌 것을 확인하고, 거칠게 욕설을 뱉었다.
“X발…!”
그와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하녀가 검집째로 아이의 머리통을 후려 갈겼다.
의식을 잃은 아이가 바닥에 나뒹구는 동안, 공담웅은 자신의 손에 붙잡힌 날붙이를 멍한 얼굴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게 무슨?”
조잡한 날붙이였지만, 얼마나 날을 날카롭게 세웠는지, 그의 공부가 얕았다면, 손가락의 신경들이 끊어졌으리라.
“잊으셨습니까?”
목에 걸린 호각을 다시 품속에 집어넣으며 여전히 무표정한 하녀가 말했다.
“첫 번째, 수칙. 절대 빈민의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그 말에 공담응이 자신도 모르게 대꾸했다.
“나는 질문에 답한 것이 아니라….”
“조가 구성되고 제가 처음에 말씀드렸을 텐데요.”
그녀의 유리알 같은 눈길이 공담웅을 향했다.
“아예, 빈민과 접촉하지 말라고.”
"...."
분명 하녀에게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었던 그가 입을 다물었다.
“원래였다면, 천진난만한듯이 굴면서 여럿이서 다가와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고, 그 틈을 노려서 하나가 찔렀을 텐데, 현재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요령껏 방식을 바꾼 모양이군요.”
“방식… 말이오?”
“치안을 유지하는 사람 하나를 죽여라.”
말을 이으며 하녀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이것은 오흉의 암흑가 조직에 들어가기 위한 입단의례입니다.”
“입단의례….”
그녀의 시선이 바닥에 구르는 아이를 향했다.
“아이처럼 보이지만, 영양실조에 시달려서 그런 것이지, 실제 나이는 십 대 중반을 넘겼을 겁니다.”
딱 입단의례를 치르고 조직에 입문하기 좋은 나이라고 그녀가 덧붙였다.
“아니, 그러다가 죽으면 입단의례가 무슨 소용이란 말이오?”
그녀가 되레 이상한것을 보는 눈으로 공담웅을 쳐다봤다.
“죽으면, 죽는 것이지요.”
“자, 잠깐! 지금 뭐 하는…!”
공담웅의 외침에 검을 뽑아들고 아이를 향해 내리치려던 하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살려 두실 겁니까?”
"...."
그녀의 무감정한 눈빛에 공담웅은 숨이 콱 막혀 오는 것을 느꼈다.
그라고 해서, 협행을 하며 손에 피를 묻힌 적이 없었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무저항 상태에 놓인 십 대 아이를 죽이기엔….
“우리 오빠를 건드리지 마!”
“이 살인귀들!”
하녀의 검이 날아오는 돌멩이들을 쳐 냈다.
한 무리의 아이들이 돌멩이를 던지는 사이, 몇몇 아이들이 그 틈을 타서, 쓰러져 있는 아이를 끌었다.
“…후”
잠시 고민하던 하녀는 공담웅의 상태를 보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X 새끼들!”
그는 날아오는 돌멩이들을 그대로 얻어맞으며, 그저 멍하니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불에 전부 타서 뒈져 버려라! 시X 놈들!”
“X같은 검가 새끼들!"
아이들이 욕설을 남기고 더욱 깊은 골목 안쪽으로 모습을 감추자, 하녀는 검을 내리고 공담웅에게 말했다.
“이번 기회로 뭔가 배우셨으리라 믿습니다.”
공담웅의 시선이 아래를 향했다.
“앞으로는 빈민들과 접촉하지 않는 것을 강하게 권합니다.”
검을 집어넣은 그녀가 돌아서서 걸었다.
그녀의 뒷모습을 향해 그가 문득 질문했다.
“...그대는 어떻게 이 죄악계곡에 대해서 그리 잘 아는 것이오?”
그녀의 발걸음이 멈칫했다.
그녀가 등을 돌린 채로 말했다.
“저 또한 오흉 출신이니까요.”
하녀단의 구성원들 대부분은 그녀처럼 오흉이나 그에 버금가는 빈민가 출신이었다.
"...."
공담웅은 차분한 그녀의 말 깊은곳에 깃들어 있는 해묵은 고통과 증오를 느꼈다.
“미안하오. 괜한 것을 물었소.”
“아닙니다.”
그녀가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를 따라 움직이던 공담웅은 문득 고개를 돌려, 아이가 쓰러져있던 방향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손에서 흘렀던 핏방울과 머리를 얻어맞았던 아이의 머리에서 흘러내린 피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
문득 시선을 느낀 그가 고개를 들었다.
골목 저편에 사람의 형체 같은것이 우뚝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상대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서 안력을 끌어 올렸다.
“...?!"
그 인영은 흰자위 없이 무저갱처럼 시커먼 눈알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저, 저거…!”
그가 뭐라 외치려 한 사이 그 인영은 유령처럼 불길 사이로 사라졌다.
“무슨 일이라도?”
“그, 그것이…!”
돌아온 하녀에게 공담웅이 자신이 본 것에 대해서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의 상태를 확인한 하녀가 고개를 저었다.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는 것이 우선이겠군요.”
그녀의 눈이 날카롭게 주변을 살폈다.
“여기는 현재 '인적이 없는 골목' 입니다.”
공담웅의 머릿속에 수칙이 떠올랐다.
두 번째, 인적이 있는 길목이라고 착각하지 않는다.
그때 공담웅은 깨달았다.
조금 전까지 멀리서 들려오던 여러 소음도, 화재를 피해서 도망가던 빈민들도,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
그들은 즉시 신법을 사용해 골목을 벗어났다.
원래의 순찰 경로로 돌아온 공담웅이 식은땀을 홀리며 물었다.
“바, 방금 그건 대체 뭐였소?”
“그건….”
대답을 하려던 그녀가 그를 벽면으로 밀어 버리고, 자신도 몸을 피했다.
"...!"
그 순간 울부짖는 두 마리 소가 이끄는 강철의 우마차가 엄청난 속도로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이어서 흑색 장갑마차들이 미친 듯이 우마차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흑의를 입은 사공자의 수하들이 건물의 옥상 위를 귀신과같은 신법으로 질주하며 대공자의 행렬에 함께하고 있었다.
* * *
우마차 안에서 시녀장 정아가 금안을 요요하게 빛내며, 모든 마부에게 전음을 보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절대 행렬이 멈추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좁은 골목에서 행렬이 멈춰 끼어 버리면, 그것은 전술적인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
그녀의 맞은편에는 대공자 연소현이 반개한 눈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펼쳐질 일전(一戰)을 위해 기와 호흡을 가다듬으며.
행렬은 계곡 중류에 위치한, 전진기지를 향해 폭주하듯 내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