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편 협사(俠士)
북망산, 공씨 저택, 연무장.
어둠이 드리우고 별이 총총하게 빛나는 하늘.
연무장에는 곳곳에 횃불과 화톳불이 놓여, 훤하게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가문의 초대를 받고 찾아온 내빈이나 저택에 머무는 식객을 위해서, 혹은 무공을 수련하는 손자를 위해서일까.
공씨 저택의 연무장은 낙양검가의 연무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오히려 실용적인 측면만을 강조한 낙양검가의 연무장보다 훨씬 화려하면서도 저택 고유의 고아함이 묻어나는 것이, 과연 황도십육가문중 하나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으음. 그 '무검자'라 알려진 낙양검가의 대공자가 말인가?”
협사 동지의 질문에, 이 저택의 주인인 공량의 손자 공담웅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난데없이 대련을 하자고 하더이다.”
“그 무슨….”
그 대답에 장도(長刀)를 등에 멘 여인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 대공자께서는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군요. 혹시 그 말 뒤에 뭔가 의미하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닐까요?”
공담웅이 작게 침음했다.
“그자의 심계가 깊은 것에 대해서는 조부께 여러번 들었지만….”
그들은 무검자라 알려진 낙양검가의 대공자가 공담웅에게 신청한 대련에 머리가 복잡했다.
흔히 볼 수 있는 애송이들이라면, 무검자의 기행에 대해서 비웃거나 망신을 줄 기회라고 생각할지 몰랐지만.
이들은 '황호사협(黃湖四俠)'이라 불리는 협사들로, 낙양과 하남성 일대에서는 나름 이름이 알려진 이들이었다.
평소처럼 공담웅의 저택에 모여 뒤풀이라도 하려 했던 그들은 난데없는 상황에 당황하고 있었다.
십육가문의 후계자인 공담웅만큼은 아니더라도, 하나하나가 낙양의 명문 출신으로, 이런 상황을 가볍 게 여길 이들은 없었다.
“…이 건은 애초에 공 형제가 그 자리에서 거절을 해야 했던 일이었소.”
공담웅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 순간에는 그만 머리에 피가 쏠려서….”
모두의 질책하는 시선이 쏠리자, 공담웅이 하핫하고 웃었다.
"뭐. 그 대공자도 나름 자신이 있는 구석이 있으니, 이 공담웅에게 대련을 신청한 것이 아니겠소?”
그가 어깨를 빙빙 돌렸다.
“어디 멍이라도 들지 않게 해 드리면 괜찮겠지. 별일이야 있겠소? 하하핫.”
평소 같은 공담웅의 모습에 나머지 삼 인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평소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듯한 공담웅의 말이 복잡한 상황에서 괜찮은 답이 되는 상황이기도 했다.
“…별수 없군요. 최대한 상처를 입히지 않게 하셔야 할거예요.”
“그자가 검가에서도 백안시당한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소문은 소문일 뿐일세.”
“혹시 문제를 일으킨다면, 이제부터 우리는 원래부터 황호사협이아닌, 황호삼(三)협이었다고 주장할 것이오.”
마지막 이의 농담에 다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웃었다.
“어이쿠. 저기 오는군.”
그들은 얼른 입가에 웃음기를 지우고, 연무장 입구 방향을 바라보았다.
필요한 대화를 모두 마친 공량과 연소현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인들이 밀어 주는 의자차(椅子車)에 앉아 모습을 드러낸 공량을 향해 공담웅의 동지들이 모두 급히 예를 취했다.
“공씨 가문의 큰어르신을 뵙 습...."
“되었다.”
공량이 손을 저어, 그들의 예를 끊었다.
“이 저택의 주인은 공량이나, 주빈(主賓)은 검가의 대공자이시다. 여기 계신 대공자께서는 큰일을 하시느라 다망(多忙)하신 분. 친히 귀한 시간을 쪼개어 가르침을 내려주시는 것에 감사하거라.”
공량이라는 황도 정계의 거인이 존칭까지 써가며, 대공자를 대하자, 동지들의 안색이 한결 더 안 좋아졌다.
"...."
명백히 귀찮은 일에 동지들을 끌어들이고 만 공담웅이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대공자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대련 전의 예의였다.
“저는 부끄럽지만, 강호 동도들 사이에서 '거력금강(巨力金剛)'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공담웅으로, 우연찮게 연이 닿아 소림(少林)의 금강나한공(金剛羅漢功)을 사사하여....”
“예는 생략하지.”
연소현이 그의 예를 끊었다.
“들었다시피, 나는 바쁜 몸이니. 시간을 낭비하게 하지 말라.”
"...!"
뒷짐을 진 채 떠드는 오만하기 짝이 없는 말이란.
순간 울컥한 공담응이 그대로 연소현을 들이받으려다가, 동지들을 생각하여 속으로 참을 인(忍) 자를 새겼다.
“선수(先手)는….”
“그쪽이 가져가라.”
자신이 무슨 무림문파의 종사(宗師)라도 된 양, 뒷짐을 지고 그들을 내려다보는 허점투성이의 대공자.
너무나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 공담웅의 동지들이 혹시나 해서 다시 한번 연소현의 모습을 다시 살폈다.
하지만 그에게서는 무공을 익힌 흔적이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공담웅은 사양하지 않고, 즉시 걸음을 깊이 내디디며 그 솥뚜껑같은 손을 내뻗었다.
그의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일반인이라면 제대로 반응도 못할 정도의 속도였다.
대공자의 목덜미를 잡아채어 간단하게 조르기로 끝낼 요량이었다.
그때 눈앞이 번쩍였다.
“…큭?!”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뭐지? 무슨 일이…?’
공담웅은 자신의 눈앞이 번쩍임과 동시에,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느꼈다.
”...?!"
그 광경을 지켜보던 모두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놀라움이 섞인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공담웅이 간격을 깊이 좁힘과 동시에 대공자의 몸이 반보(半步) 뒤로 유령과 같이 움직이며 한 바퀴 회전했다.
그러면서 회전과 함께 튀어나온 대공자의 뒤돌려차기가 공담응의 턱을 돌려 버렸던 것이었다.
그 돌려차기에는 거대한 힘도, 미증유의 내력도 없었다.
그저 허(虛) 속에 실(實)을 숨겨, 상대의 힘과 돌진력을 이용한 완벽한 되받아치기였을 뿐.
그 한 수가 얼마나 절묘한지, 지켜보던 이들은 그저 대공자의 뒤꿈치가 슬쩍 공담웅의 턱을 건드리고 지나간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으, 으음?!”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자, 자신이 무릎을 꿇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공담웅이 고개를 번쩍 쳐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으, 으으윽…?!”
어느새 뒷짐을 지고 다가온 연소현이 그의 거대한 머리통을 한 손으로 누르고 있었다.
그의 귓가에 연소현의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들어 왔다.
“더럽고 추잡한 이들이 판치는 관직을 그만두었으니, 이제 떳떳한 협객이라도 되어 보려 했던 것이더냐?”
"으으으으...!"
뭐라 반박을 해 보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당장 목이 부러질 것만 같았다.
“내, 직접 너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아도 뻔하구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공담웅이 힘줄을 곤두세우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지만, 대공자의 어조는 평온하기만 했다.
“나름 어려서 마음속에 품었던 협이 있고, 의가 있어, 정계에서 뭔가 해 보려 했으나, 하나같이 마음 먹은 것처럼 풀리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했었겠지.”
금강나한공을 끌어 올려 어떻게든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턱도 없었다.
마치 태산 가장 깊은 곳에서 짓 눌리고 있는 바위가 되어 버린 느 낌이 었다.
“그러다가 성질이 나서 한번 상대를 들이받고 나니, 속이 시원했겠지. 조부와 가문의 이름값덕에 뒷일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고.”
대공자의 조소를 담은 시선이 공담웅의 핏발선 시선과 마주쳤다.
“그래서 내 길이 이 길이구나, 여겼겠지. 그날 고위 관료를 내던졌을 때의 쾌감을 되뇌면서. 자신의 타고난 힘과 무골을 이용하여 협과 의를 바로 세우자. 이렇게 생
각한 것이겠지.”
연소현이 공담웅의 귓가에 속삭이듯이 말해 주었다.
“얄팍한 녀석.”
정곡이었다.
“…으으으으아!”
부끄러움과 굴욕으로 인한 분노가 공담웅의 머릿속에 가득 찼다.
온몸의 말단에서부터 끌어 올린 거력과 활화산처럼 솟아나는 내력으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
무릎을 꿇은 공담웅이 힘을 발휘하면 발휘할수록, 그의 무릎 아래 포석들이 박살 나고 갈라져, 점차 땅이 꺼져 들어갔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의 머리를 누른 연소현의 새하얀 손은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사량발천근(四兩撥千斤)과 화경의 극의를 실현해 내고 있는 연소현 앞에서는 그저 한낱 재롱에 불과했던 것이다.
“규칙을 지키지 않아서, 그랬다고?”
연소현의 두 눈이 공담웅의 얄팍한 현실 의식을 조롱했다.
“이 중원 땅에서 유서가 깊기로는 제일인 공씨 가문에서, 어찌 법가(法家)의 겉이나 핥으며 추종하는 애송이가 있을 수 있는지.”
그의 손아귀에 힘이 한 푼 더해졌고, 공담웅의 신체는 이제 점차 땅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차석이니 뭐니. 결국에 현실과 동떨어진 시험 준비나 하며, 지식을 외워 줄줄이 읊는 것이, 현실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로써 또 한번 증명되었구나.”
연소현의 반대편 손이 번개처럼 번뜩였다.
“으아아아….”
공담웅이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뒤로 넘어갔다.
어느새 금침 몇 개가 여러 혈에 꽂혀 온몸이 마비되었던 탓이었다.
“너는 진짜 협객과 협사들에게 부끄러운 마음을 품고 살아야 할 것이다.”
연소현이 혀를 차며 손을 털었다.
“대, 대공자님…! 말씀이 좀 과하십니다!”
처음에는 대공자의 짐작하기 힘든 경지가 드러난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던 공담웅의 동지들이었다.
하지만 연소현의 노골적인 조롱이 이어지자, 결국 참지 못하고 나선 것이었다.
“공 형제가 비록 성격에 욱하는점이 있어, 관직에 부적응한 것은 사실이나, 그의 마음속에 있는 협과 의는 사실입니다! 그것까지 조롱하시는 것은, 대공자님의 얼굴에 스스로 먹칠을 하시는 겁니다!”
“공 형도 인내에 인내를 거듭한 끝에, 썩어 버린 황도의 부정과 부패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것뿐입니다!”
과연 자칭 협사다운 외침이었다.
“인내…?”
연소현의 머릿속에 깎고 또 깎았던 수많은 불상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참고, 또 참아야 했던 지난 생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인내라.”
돌아선 그는 다시 뒷짐을 진 채 그들에게 비웃음을 날렸다.
“너희가 진정한 인내가 무엇인지 그 비슷한 것이라도 해 보았다고 생각하느냐?”
대공자님이야말로,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이들의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닙니까?!”
“보지 않아도 뻔하고 눈을 감아도 선하니, 더 이상 알아야 할 것은 또 무엇인지.”
연소현이 혀를 찼다.
“처음, 너희는 여기저기 민초들의 삶을 기웃거리며, 불의(不義)가 눈에 띄었을 때마다 득달같이 달려 들었었겠지.”
바람이 불어 그의 흑잠사 외투를 흔들었다.
“그렇게 신나게 주먹을 휘두르고 민초들의 삶을 휘저은 결과가 어떠했느냐?”
연소현이 나직한 호통을 이어 나갔다.
“뒷일을 책임질 수 없는 민초들은 너희를 원망했을 것이고, 손가락질했겠지. 너희 또한 너희가 저지른 '협행'에 대한 반향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가문의 이름뒤에 숨을 수밖에 없었고.”
그 호통은 마치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처럼 물 흐르듯이 이어졌다.
“그렇게 몇 번 일이 거듭되자, 위축된 너희는 그저 이름난 무관이나 명성 높은 무인들과 교류를 이어 가며, 고작 술자리에서 협이니 의니, 하고 떠들며 허송세월한 것 이 아니더냐?”
"...."
다들 입을 다문 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연소현의 말은 짐작에서 비롯되었던 만큼, 조금 틀린 점도, 사실과 약간 다른 점도 있었지만, 큰 틀에서는 틀린 말 한마디가 없었던 탓이었다.
“무릇 협행(俠行)이란 자력구제(自力救濟)에 그 기원이 있고, 자신과 같은 일을 겪는 자들을 그저 보고만 넘어갈 수 없는 이의 측은지심에서부터 비롯된 것.”
연소현이 이렇게 그들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도 질책할 수 있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그가 그들을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진짜 협사라면, 진짜 협객이었다면, 그가 모를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진짜였다면, '낙양의 봄'에 이름이 올라 있거나, 그들을 통해 이름을 들어 봤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현월각주 세아처럼.
사라쌍수(沙羅雙樹) 서림청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낙양에서 부자들의 집을 털어 빈민을 돕는 도사(道士) 출신의 의적(義賊)처럼.
과거 흑골파와의 일전에 두 팔 걷어붙이고 참전하여, 크고 작은 영구적 부상을 입었던 이들처럼.
뜻이 있고 행동하는 지사(志士)들은 이미 낙양의 봄에 가입했거나, 그들의 제의를 받는 중이었으니.
“너희가 품은 뜻은 진짜일지도 모르지만, 너희가 하는 짓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무공익힌 한량들끼리 우애나 다지고 교류나 나누는 '협객 놀이'에 불과하다.”
결국 그들 중 하나가 폭발했다.
“…그 입 닥치시오!”
하지만 연소현은 그저 크게 코웃음을 치면서, 자신의 외투를 뒤로 넘겨 펄럭였다.
"그래. 몇 마디 고까운 소리 들었다고 그대로 성질이 폭발하는 것까지도, 한낱 애송이들답구나.”
“이익!”
연소현에게 닥치라고 외쳤던 이가 기세를 뿜으며 신법을 전개했다.
허리에 찬 검을 뽑지 않는 것은, 자신들이 가진 협사라는 이름에 먹칠하지 않기 위한 마지막 양심의 발현인가.
아니면 감히 낙양검가의 대공자에게 날붙이를 들이밀 자신이 없었던 옹졸한 마음인가.
“어리석기는….”
연소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심상찮은 내력을 끌어 올린 그가 쇄도해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연소현의 뒷짐을 지고 있던 왼손 또한 앞으로 슬쩍 들이밀어져 있었다.
그가 휘두른 주먹이 연소현의 얼굴에 다다르기 전에, 연소현이 슬쩍 내민 주먹에 힘의 집중이 극에 달했다.
양가비전(易家祕傳),
굉뢰통천포(轟雷通天砲).
진각도 없이, 거리도 없이, 준비 시간도 없이 펼쳐진 양가 발경법의 비전.
오늘 몇 번 보고 겪은 것만으로 그 비전을 흡수해 버린 연소현의 손에서, 굉뢰통천포가 완벽하게 구현된 순간이었다.
번쩍이는 빛, 귀를 찢는 굉음과 함께 연무장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뒤흔들렸다.
연소현의 나직한 웃음소리가 울려 펴지는 와중에 자욱하던 먼지구름이 점차 흩어졌다.
"...."
넋이 나간 표정으로 연소현의 앞에 주저앉은 이가 덜덜 떨면서 자신의 뒤를 돌아보았다.
"...!"
자신의 뒤로 포석들이 일자로 전부 파헤쳐진 것도 모자라, 끝도 모르고 뻗어나간 경력이 연무장의 두꺼운 벽을 터트리듯이 박살을 내버려, 담이있던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그는 급히 자신의 몸을 허겁지겁 더듬었지만, 상처 하나 없었다.
연소현이 손속에 자비를 두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격산타우(隔山打牛)의 수법으로, 굉뢰통천포의 발현 지점을 상대의 등뒤로 삼아 경력을 뒤로 흘려준 것이다.
"...!"
연소현이 충격과 경악을 담은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말했다.
“세상에 의지할 것이, 남은 것이, 자신의 두 주먹밖에 없는 이들에게 부끄러워해라.”
그가 천천히 다시 뻗었던 손을 거두어 뒷짐을 진 자세로 돌아와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천살성이라는 운명에 짓눌린 채 태어나, 저항하고 또 저항하다가, 패배하고 또 패배했었다.
결국, 생의 마지막 순간에 제암진천경이라는 천고의 마물과 계약까지 맺어 다시 그 운명에 저항하고 있는 이가 말했다.
“너희는 그들과 다른 훌륭한 배경을 타고 태어났지만, 그저 제 성질을 못 이겨 쉬운 길을 택한 낙오자들일 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