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암진천경-152화 (152/350)

제2편 황도십육가문(皇都十六家 門)(7)

연소현이 제암진천경을 통해 돌아오기 전, 다선랑은 중원십대상단이라는 위업을 성취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들은 자체적인 조사를 통해, 과거 자신들의 일원을 암살했던 것이 아미파라는 사실을 폭로했다.

* * *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미파는 다선랑 전원을 암살하려던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연소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들은 충격요법을 통해, '다선랑'을 길들이려 한 것입니다.”

연소현이 전대 가주들을 돌아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 충격요법의 효과는 여기 계신 대인들께서 더욱 잘 아시겠지요.”

그 말에 노마들 중 누군가는 음흉한 미소를, 누군가는 쓴웃음을, 누군가는 그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아미파는 암살을 통해, 다선랑의 일부를 제거하고, 그들을 보호하며 사천으로 돌아갈 계획이 었군.”

굳이 부모들을 협박해 얻어 낸 위임장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눈앞에서 친구들을 잃어버린 다선랑을 다루기는 매우 쉬웠을 터.

아무리 다선랑이 각오를 다지고 낙양행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교전 한 번에 혼란을 겪을 정도로 평화로운 성도에 익숙한 이들이기도 했으니.

만약 이대로 낙양으로 가겠다고 저항을 해 보더라도, 그 저항은 미약했을 터였다.

설득에 넘어갈 정도로.

“이 계획의 중요성은 사건 이후 그들을 잘 돌볼 수 있는 가까운 이가 있어야 한다는 것에 있지.”

충격을 받은 '목표'를 따스하게 감싸 주고, 어르고, 달래어, 원하는 방향으로 인도해 나갈 '전문가'가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자네 이야기에 따르면 아미파는 다선랑과 계속해서 갈등을 빚고 있지 않았나?”

연소현이 쓴웃음을 지었다.

“조사 결과 그런 이가 있더군요.”

* * *

저택 앞, 대로.

“아아, 큰일이네….”

아미파의 무승.

“다선랑 아이들이 대체 어디로 간 거죠? 사감님은 보이시나요?”

다선랑에 의해서 호신술 선생이라 불렸던 이가 애처로운 눈빛을 한 채, 목을 길게 빼고는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자 기척을 느낀 제이근위여단의 군인들이 뒤를 돌아봤다.

“제발 가만히 좀 있거라…!”

함께 마차에 타고 있던 사감 비구니가 기겁하여, 호신술 선생을 말렸다.

“군사들이 마차들을 일일이 둘러 싸고 있는데, 보이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

낮은 목소리로 호통을 치는 사감 비구니의 말에, 호신술 선생이 기가 죽어 머리를 숙였다.

“이러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폐소에는 그저 순한 아이인데.’

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한 그녀의 모습에 사감 비구니는 인상을 쓴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예전부터 가끔 느꼈지만, 이 아이에겐 뭔가 이상한 구석이 있어.'

어딘가 근본적으로 비틀린 사람을 보는 것 같은 느낌에 사감 비구니는 뒷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 * *

“…그렇군. 아미파도 제법이군. 그저 한낱 무림 문파라 여겼건만.”

“그들이 '사업체로 전환'한 이후. 사천에서 차지하는 무게감이 날이 갈수록 달라지고 있으니 말일세.”

두런두런 대화를 주고받는 이들 사이에서, 한 전대 가주가 연소현에게 물었다.

“…성공한다면, 효과는 훌륭했겠지만. 위험을 감수하는 방법이라는 생각도 드는군.”

“그들에게는 여유가 없었던 겁니다.”

연소현이 쓴웃음을 지었다.

“다선랑은 꾸준히 그리고 강경하게 그들의 권유 아닌 권유를 거절해 오고 있었는데, 하필 낙양검가의 사공자에게 초대를 받아 낙양으로 향하게 되었으니까요.”

“…낙양검가의 사공자에게 다선랑을 빼앗길 것이라 여겼던 것이군.”

실제로 다선랑은 연소현에게 지분을 전부 넘길 정도의 행동력을 보여 주었다.

고개를 끄덕여 수긍한 전대 가주가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건 그렇고. 단지 명목에 불과 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암살 사건이 벌어진 이후가 아니라, 이전에 대리단가를 움직이게 한 것은 놀랍군.”

연소현이 미소 지었다.

"그 정보가 적힌 서신을 전달한것이 '현친왕 전하'였기 때문이지요.”

친왕을 움직일 정도의 영향력을 소유한 낙양검가의 대공자가 보낸 서신.

그것이 대리단가를 사건 이전에 움직이게 한 설득력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동맹을 유보했을 뿐, 아직 완전히 움직인 것 또한 아니지."

“그렇습니다.”

연소현이 설명을 덧붙였다.

“영향력이 부쩍 강해진 아미파는 이전부터 고압적으로 아미파를 다뤄 왔던 대리단가와 표면 아래에서 마찰이 점점 커지는 중이었다고 하더군요.”

“…만약 암살이 일어나지 않아도, 아미파의 처지를 다시금 일깨워 주는 역할 정도로는 충분했겠군.”

“그렇습니다.”

수긍하는 연소현을 향해 다른 가주가 물었다.

“암살 미수 사건은 실제로 일어났지. 하지만 결국 대리단가는 추가적인 증거를 요구할 것인데, 그 부분은 어떻소?”

연소현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일단 가장 첫 증거는 마차, 그 자체입니다.”

“마차?”

“청야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암살단의 기습 공격 당시, 투자단 소속의 다른 마차들과 달리, 다선랑의 마차에만 일부 독화살이 발견되었습니다.”

다선랑과 투자단의 마차들은 증거품으로 낙양검가에서 엄중히 보관 중이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오늘 다선랑은 자신들의 마차가 아닌, 연소현이 제공한 마차를 탔던 것이었다.

“다선랑의 마차에만 독화살이 날아왔다?”

“예."

* * *

암살단과의 교전 당시.

“으음. 적의 사격은 끝났고, 염 장로께선 공격을 하실 모양이네? 역시 검악파산.”

창을 슬며시 열고 밖을 살피던 청수는 창밖으로 손을 쑥 뻗더니, 마차의 벽면에 박힌 화살을 하나 회수했다.

“호오?”

화살을 살피는 그녀에게 다선랑 아가씨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었지만, 청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화살을 조심스럽게 챙길 뿐이었다.

'독(毒)화살이라….'

* * *

연소현이 말했다.

“그 독화살들은 모두 회수되었고, 독은 최고의 전문가에게 분석을 맡겼습니다.”

* * *

어제저녁.

다선랑 도착 직후.

“이 화살입니다.”

청수가 특수하게 제작된 주머니에서 꺼내어 건넨 독화살을 받아든 '사공자'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 화살촉을 핥았다.

“으음."

술의 향을 즐기듯, 입안에서 이리저리 독을 굴려 맛을 보던 사공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제비부리의 합성독이군.”

"...어. 거참 이름이 특이하군요 ”

“상당량의 내출혈을 유발하는 즉 효성독이다. 휘발성이 강하고, 사후 체내에서 검출되지 않아서, 특이한 의뢰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일부의 암살자들이 애용하곤 하지.”

“…사고사 위장 전문 암살자.”

사공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다. 네가 특수 주머니를 사용한 덕분에 독이 전혀 휘발되지 않고, 확실히 남아 있어.”

사공자는 수하들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다선랑의 마차에 꽂힌 화살들을 수거할 것을 명했다.

아슬아슬하지만 아직은 독이 조금은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독화살로 인한 마차의 흔적은 특수한 보존 처리를 할 것도 명했다.

“저야 뭐, 기관에서 배운대로 수행한 것뿐입니다.”

말과는 달리 묘하게 젠체하는 청수의 모습에 사공자가 쓴웃음을 지었다.

'어떻게 큰형님께는 이리도 그때 그때 필요한 인재들이 붙는 것인지.’

* * *

“아미파는 다선랑의 일부만 제거할 생각이었다고 하지 않았었나?”

“그래 놓고 마차에 독화살을 퍼부었다고?"

“그 청야라는 녀석들. 나름 하남에서 이름을 날리는 놈들인 줄 알았는데, 지금 들어 보니 영 허술한 놈들이군. 만약 다선랑 전체가 죽으면 어쩔 생각이었단 말인가?”

전대 가주들이 주고받는 대화에 연소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마, 원래 계획은 달랐을 겁니다.”

* * *

어제저녁.

원각정에 도착한 다선랑이 여독을 풀고 휴식을 취하던 때.

“그것은 분명 효력사였습니다.”

전쟁자문단 노군사의 말에 염 장로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저 또한 동의합니다. 전투 보고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화살들의 탄착군이 형성된 것을 보시면, 좀더 쉽게 납득이 가실 겁니다.”

“미리 지정된 목표에 사격을가 한 것이군.”

전투 보고서를 읽고 있던 연소현을 향해, 노군사가 추가적인 보고를 했다.

“예. 추가적으로 현장에서 들었던 증언에 의하면, 이 장소는 낙양에 접근하는 경로 중 처음으로 '황호'의 모습이 보이는 곳이라고 합니다.”

연소현이 입맛을 다셨다.

“모두가 마차의 창밖으로 황호를 구경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어.”

* * *

어제, 교전 직전, 낙양의 근교.

서안 비단로유격대, 정륭의 증언.

“아, 저기!”

다선랑 모두의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다.

“와아!”

누구랄 것 없이 창에 다닥다닥 붙어 밖을 내다봤다.

그녀들이 일시에 창가에 달라붙자, 무게중심이 흐트러진 마차가 순간적으로 기우뚱거릴 정도였다.

“호수다!”

멀리, 거대한 호수가 그 모습을 슬며시 드러내고 있었다.

* * *

“애초에 암살단은 다선랑 중 지정된 이들을 '저격'할 생각이었어.”

사공자 쪽에서 들어온 초동 조사 결과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예, 제 추측도 같습니다.”

염 장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암살단은 서안의 관병이 다선랑을 호위하고 있다는 것과 그리고 뒤이어 본가의 병력까지 도착한 것을 보고는 의뢰를 포기하려했을 겁니다.”

노군사가 말을 받았다.

“하지만 그 서림청이라는 자의 신호 화살에 교전을 강요당한 것이지요.”

연소현이 책상을 두드렸다.

“그래서 원래 다선랑 일부 인원을 노리고 지정 배치되었던 저격수들이, 마차에라도 사격할 수밖에 없었겠군.”

게다가 청수가 밖에 나와 있던 다선랑들을 모두 마차 안으로 대피시켰었으니.

“이 시점에서 종합해보자면….”

노군사가 마지막으로 정리했다.

“원래 계획상에는 일제사격을 통해 다른 일반적인 사격 사이에 섞어, 다선랑을 저격해서 임무를 완수하고, 이 공격이 다선랑을 노린 암살이라는 것을 감출 계획이었던 것이지요.”

* * *

현재.

“그리고 추가적으로 암살단의 단주와 부단주를 확보했으니, 며칠내로 명확한 증언 또한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연소현의 말에 전대 가주들이 놀란 눈을 했다.

“…그래도 암살단의 단주와 부단주인데, 입을 열 것이라고?”

연소현이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전문가'가 맡았으니까요.”

* * *

“끄아아아아악!”

지금 자신이 무엇을 당하는지도 모르는 채, 청야의 단장이 비명을 내질렀다.

“제발! 제발! 말한다고! 전부 말한다니까!”

그 애절하고 처절한 목소리에도 서림청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직이랍니다~.”

벌써 쓸 만한 이야기를 털어놓을리가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있는 서림청이었다.

“어머, 그러고 보니 벌써 식사 시간이 되었네요~.”

손에 묻은 피를 털며, 서림청이 미소를 지었다.

“저는 식사를 하러 다녀올 테니, 그동안 혼자 좀 더 즐거운 시간을 즐기고 계세요~."

서림청이 철문을 닫고 나가는 뒤로, 청야의 단장이 질러 대는 비명이 울려 퍼졌다.

방을 나서서 철문을 닫자, 모든 비명이 사라졌다.

“읏차~!”

그리고 서림청이 옆방의 철문을 열자, 엄청난 비명이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전부 말하겠습니다! 제발! 제발 이 고통을 멈춰 주십시오!”

그것은 부단주의 비명 소리였다.

* * *

다선랑 암살 미수 사건의 전말을 들은 전대 가주들이 누구랄 것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흠. 과연."

“대공자. 혹시 그렇게 실력 좋은 '전문가'라면 부디 소개해 주지 않겠소?”

“그렇군. 이 공손나강도 한 번쯤 만나 보고 싶소.”

그 말에 연소현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본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 큰일에 쓰이긴 적합하지 않습니다.”

사실 그건 핑계일 뿐.

'서림청이 이들을 만나면 일단 경추부터 뽑아 버리고 시작하겠지.'

속으로 쓴웃음을 짓는 연소현에게 양가의 전대 가주가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증거를 보내면 대리단가가 일을 진행하겠군.”

“아닙니다.”

“그럼?”

“오늘 새벽 도착한 따끈따끈한 녀석입니다.”

연소현이 품에서 서신 하나를 꺼내 들었다.

"아미파의 장문사태가 눈치가 빠르더군요. 이것은 모든 요구 사항을 수락하겠다는 아미파의 '항복 서신'입니다.”

낙양검가가 성도에 보유한 외원 긴급 연락 체계를 통한 서신은 황실의 그것에도 지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연소현에게 도달했다.

* * *

그 시각.

낙양검가 어딘가에 있는 다루.

“이, 이게… 이게 대체….”

외원을 통해 도착한 서신을 받아든 총무사태의 검버섯 가득한 손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려 왔다.

“아니야, 이럴 리가 없어….”

총무사태에게 서신을 전달한 연하응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이고,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기셨나 봅니다.”

연소현의 지시로 '일부러' 서신을 늦게 전달한 그가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더 안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총무사태가 광기가 느껴지는 새파란 눈빛으로 연하응을 돌아봤다.

하지만 연하응은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이 서신은 본 낙양검가에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으로 아미파, 대리단가 및 성도지사의 직인이 찍혀 있습니다.”

그의 뒤로 낙양검가의 무사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연하응이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총무사태에게 말했다.

“아미파의 총무사태. 당신을 다선랑 암살 미수 사건의 주모자로 구속하겠습니다.”

아미파 총무사태는 당장에 내공을 일으키려 했지만, 곧 이곳이 어딘지 깨닫고 손을 내렸다.

“이이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노기에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총무사태가 거의 끌려 나가다시피 한 후.

연하응이 바닥에 떨어진 서신을 주워 들었다.

[미안하네. 이것은 전부 그대가 평생을 바쳐 일구어 왔던 아미파를 위한 일일세.]

그 서신을 읽은 연하응의 얼굴에 차가운 비웃음이 걸렸다.

아미파의 명성 높던 자성신니는 무언가를 채 해 보기도 전에, 얼굴 한 번 마주하지 못했던 대공자에게 패했다.

* * *

연소현은 아미파가 장문사태의 서신을 접한 이후 혹시 모를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오늘 오전 아미파의 인원들을 행렬에 합류시켜, 그들과 총무사태를 분리했다.

'총무사태가 어떻게든 다선랑에게 인원들을 붙여 놓으려고 지시할것은 뻔했으니까.'

그리고 혹시 미리 어떤 지령을 받았을지 모르는 아미파의 인원들을 다선랑에게서 분리했다.

'이제쯤 아미파의 인원들이 다선랑이 탄 마차가 사라진 것을 알아챘을지도 모르겠군.’

“대공자.”

전대 가주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타오르는 눈빛으로 연소현을 바라보았다.

“아미파를 골탕 먹이기 위한 것은 알겠는데, 방식이 조금 복잡하고 번거로운 것 같소.”

"뭔가 거기에 의미가?”

연소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만 했습니다.”

그러고는 외투 속에서 고급스러운 봉투 한 뭉치를 꺼내 들었다.

“그래야 이 사업자 선정권들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연소현이 탁자에 사업자 선정권이 든 봉투들을 올려놓았다.

“오오…!”

그가 올려놓기 무섭게 전대 가주들이 거의 탁자를 덮치다시피 달려 들었다.

그때 연소현이 탁! 하고 봉투들을 눌렀다.

그러고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전대 가주들을 바라보았다.

“대공자…?”

연소현이 혀를 찼다.

“아까도 말했지만, 다들 눈앞의 이익에 너무 눈이 멀었군요.”

은근히 말을 낮추었음에도 전대 가주 중 누구도 연소현의 말투를 지적하는 이는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연소현이 봉투 한 장을 집어 들었다.

“이것을 가져가 봐야, 한 사람에 하나. 한 가문에 하나.”

연소현이 말을 이어 나갔다.

“이것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사천이나 운남에서 적당한 가문을 하나 선정하고 그들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뿐.”

마치 운남의 대리단가가 아미파를 통해서 사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처럼.

“그, 그건 그렇소만….”

“그래 봐야 대인들이 각자의 가문에서 현 가주보다 빠르게 일을 처리했다, 정도밖에 되지 않지요.”

“그렇다면?”

연소현이 이를 드러내며 미소 지었다.

“적어도 누가 가주인가의 유무와 관계없이, 가문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존재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대 가주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 방법이 있단 말이오?!”

연소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요.”

연소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제 앞으로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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