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암진천경-92화 (92/350)

제17편 검가금인(劍家金印)

어미를 잃고 우는 어린 소현을 안고서, 그의 아버지가 말했다.

“네 어미가 마지막에 너에게 남기려 했던 말이 무엇인지, 혹시 알고 있느냐?”

어린 소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께서는 제가 살인(殺人)을 하지 않기를 바라셨던 것 같사옵니다.”

수척한 아버지의 얼굴에 놀람이 떠올랐다.

“그것을 네가 어찌 아느냐?”

어린 소현이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연신 소매로 훔쳤다.

“제가 천살성(天殺星) 아래 태어났으니 그리 말씀하시려던 것으로 추측했사옵니다.”

“…감히 누가 네게 그런 말을 하더냐?”

“천문(天文)을 들여다보니, 별들이 속삭여 주었사옵니다.”

아버지의 말문이 막혔다.

이 아이의 능력에는 매일같이 놀라지만, 익숙해지는 법이 없었다.

천문을 읽는 것은 천기(天機)를 읽는 것이었다.

그런 일은 이 넓은 세상에서도, 극소수의 이들에게만 허락된 일이었다.

그는 아들의 등을 토닥여 주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이 아비는 그 천살성이라는 것이 반드시 나쁘다고 생각하지만은 않느니라.”

“…어째서 그러하옵니까?”

애초에 책과 담을 쌓았던 아버지는 영특하기 짝이 없는 아들을 설득하기 위해, 최대한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과거 이 중원국(中原國)을 건원(建元)하셨던, 태조(太祖) 황제님에 대해 알고 있느냐?”

“예. 저번에 황실(皇室)의 이문석학(二門碩學)을 역임하신 주(株) 어르신이 전해 주신, 태조실록(太祖 實錄)과 그 사초(史草)를 전부 읽었사옵니다. 그리고 중원국의 개국공신(開國功臣)이셨던, 막평리 대사사(大史師)께서 쓰신….”

“그, 그래. 알겠다.”

그가 급히 아들의 등을 두드려, 끊임없이 튀어나올 말을 막았다.

“이 아비는, 어, 그러니까…. 태조께서 이 나라를 세우시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가 흘렀는지를 말하고 싶은 것이란다.”

“…피, 말이옵니까?”

“그래. 그분뿐만 아니다. 과거 이 땅에 패도(覇道)를 걸으셨던 분 중에, 역사에 이름을 남긴 성군(聖君)들이 얼마나 많았느냐?”

“하지만 그런 분 중에는 최악의 폭군(暴君) 또한 있지 않사옵니까?”

"그래. 이 아비가 하고자 하는 말이 그것이다. 같은 패도를 걷는다 해도 그중에 성군과 폭군이 갈리는 것이다.”

“하지만 천살성이라는 것은 겨우 그런 것이 아니오라….”

“나와 내기 하나 해 보겠느냐?”

아버지가 어린 소현을 내려다보았다.

“…내기 말이옵니까?”

“그래. 너는 어미를 닮아 사람을 돕길 좋아하니, 이제부터 이 아비를 도와 가문의 작은 일부터 처리해 보도록 하자꾸나.”

아버지의 수척한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네가 앞에 나서면 다들 잔소리를 할 터이니, 이 아비와 둘이서 몰래 해 보는 것이다.”

눈물이 고여 있던 어린 소현의 눈이 반짝였다.

“둘이서 말이옵니까?”

“그래. 우리 둘만의 비밀이다.”

아버지는 어린 소현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 * *

처음엔 정말 사소한 것부터 시작했지만, 그의 아버지는 곧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어린 소현의 키가 자라는 속도보다, 이 아이가 이 복잡한 가문의 모든 것을 파악하는 것이 훨씬 빨랐다.

그리고 어린 소현의 시야는 그저 가문 안에만 머물지도 않았다.

“아버지. 제가 기상(氣象)을 분석하고 관측한 바에 따르면, 이번에 큰 가뭄이 들 것 같사옵니다.”

“…그렇다면, 본가의 사업단을 통해 식량을 최대한 비축하라 일러야겠구나.”

“그것으로는 부족할 것이옵니다. 결국, 부패한 관리와 상인들의 농간으로 인하여, 정작 가장 식량을 필요로 하는 계층에게는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옵니다.”

“방안이 있느냐?”

어린 소현이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일단 낙양 전역에 어머니를 모시는 사당이 있으니, 그곳에서 직접 구휼(救恤)을 진행할 수 있을것이옵니다. 그리고 지방의 관리들을 압박하여….”

아니나 다를까, 어린 소현이 말한 대로 대륙 북부에 큰 가뭄이 들었다.

하지만 낙양검가와 관이 곳간을 열어 곡식을 베풀고, 가격을 제어하며, 부정을 단속하니, 후에 학자들에 따르면 북부 전체에서 수백만의 아사(餓死)를 막았다 했다.

약 일 년 만에 어린 소현에 의해서 낙양검가의 낡은 관습은 무너지고, 혁신이 이어졌다.

* * *

그러던 어느 더운 여름날.

“아버지! 아버지! 보고서에 따르면 아버지와 제가 시도했던 낙양에서의 '사채에 대한 이율 상한 제한 법'이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사옵니다!”

“아. 우리 소현이 왔느냐?”

“아버지…?”

기뻐하며 아버지의 처소에 뛰어 들어온 연소현의 낯빛이 굳었다.

이 한밤중에 아버지는 갑옷을 입는 중이었다.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이옵니까?”

“별것 아니다. 이번에도 강남(江南)에서 사소한 문제가 일어난 모양이구나.”

아버지의 가장 큰 업적은 가문 내외에서 '강남정벌(江南征伐)'이라 일컬어지는, 강남 지역 안정화 교리의 성공이었다.

하지만 안정화가 끝난 이후에도, 개항령(開港令)의 영향으로 매년 빠르게 성장하는 강남 지역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다.

갑옷을 전부 입자, 아버지는 내원의 인원들을 물렸다.

“자, 이것을 받거라.”

어린 소현은 그 보자기만 보더라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챘다.

“이것은 본가의 가주직인이 아니옵니까? 이것을 어째서 소자에게…?”

아버지는 어린 소현의 손에 가주 직인을 쥐여 주었다.

“이쯤이면 이 아비가 이겼다고해도 되겠느냐?”

비상한 지능의 소유자인 어린 소현은 금방 그 말을 알아챘다.

“내기 말이옵니까?”

아버지는 무릎을 굽혀 어린 소현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근, 일 년간 너는 성군과 다름 없는 일들을 해냈다.”

“그것은 전부 아버지께서….”

아버지가 고개를 저었다.

“이 가문에 반드시 검을 쥐는 이 만이 가주가 될 수 있다는 법은 없다.”

"...."

아버지가 어린 소현의 양어깨에 손을 올렸다.

“너는 이미 네 할아비와 이 아비를 뛰어넘는 훌륭한 가주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아버지….”

아버지가 어린 소현의 두 눈을 진지한 눈빛으로 직시했다.

“이번 내 출정(出征)은 비밀리에 진행된다.”

“어째서이옵니까?”

“이 아비가 가문을 너무 자주 비우고, 강남에 힘을 쏟은 지가 오래되니, 요즘 부쩍 가문 내에서 안 좋은 이야기들이 들리더구나.”

어린 소현 또한 아버지에게만 전해지는 극비 정보들을 알고 있었기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이 아비가 몰래 자리를 비운 동안, 이 가주직인으로 내 빈자리를 메워 주었으면 하는구나.”

아버지가 커다란 손으로 가주직인과 함께 어린 소현의 양손을 감쌌다.

“할 수 있겠느냐?”

어린 소현의 두 눈에 각오가 깃들었다.

“…맡겨 주시옵소서.”

아버지의 얼굴에 진한 미소가 깃 들었다.

“이제 제법 사내다운 얼굴을 하게 되었구나.”

“…부끄럽습니다.”

아버지는 어린 소현의 양손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무릇 옛날부터, 이 가문에서는 아버지가 자리를 비우면, 큰아들이 그 집안의 가장(家長)이었다.”

한 명의 가주가 미래에 가문을 이어받을 가주에게 말했다.

“지켜라. 네 누나와 동생들을 지키고, 어머니들을 지키고, 이 가문을 지켜라.”

연소현이 아버지에게서 한 발 물러나, 정중하게 예를 표했다.

“…소자,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그의 아버지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예를 받았다.

“부디 부탁한다.”

아버지는 그렇게 가문을 비웠다.

* * *

“가주께서 사소한 전염성 질환이 앓고 계시니, 내공이 없는 이들을 위하여, 이제부터 부득이하게 처소에서 모든 일을 처리하게 되었음을 알려라.”

연소현이 처소에 앉아 연달아 명을 내렸다.

“지금부터 처소를 봉쇄하고, 보안 등급과 관계없이, 내원 육계(六階) 이상의 인원들을 제외한 모든 이들의 출입을 금하라.”

내원의 집사들이 연소현의 명을 수행하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가주에게 향하는 모든 보고와 정보는 처소로 직행하도록 하라. 모든 결재는 서류를 통해 진행하도록 한다.”

내원총관이 대답했다.

“예, 대공자님.”

“내원총관.”

“말씀하십시오.”

연소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의 나는 대공자가 아니다. 나는...."

그가 책상에 가주직인을 올렸다.

“이 가문의 가주 대행이다.”

즉시, 내원총관이 길게 읍했다.

“가주 대행님의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 * *

가주가 자리를 비웠지만, 연소현의 비정상적인 일 처리는 그의 공백(空白)을 허용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조금 동요하던 가문 내의 인원들은 곧 평소와 같이 각자의 위치에서 힘썼다.

늦은 밤, 업무에 매진하던 연소현이 안마당에 나와 밤바람을 쐬던 중이었다.

“…기이하구나.”

몇 번을 다시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천문이 그에게 작지만 명백한 위기를 경고하고 있었다.

“내원총관!”

그가 외치자, 그를 그림자처럼 수행하던 내원총관이 즉시 깊이 허리를 숙여 답했다.

“지금부터 내게 들어오는 정보의 양을 대폭 늘려라. 각 정보처에서 정리하기 이전 단계의 모든 미가공 정보까지.”

“…그 양이 엄청날 것이옵니다.”

연소현은 단호했다.

“상관없다. 절대 하나의 사소한 보고도 빼놓지 않아야 할 것이야.”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 * *

한동안 서류의 바닷속에 잠겨 있던 연소현이 고민했다.

'이것은 명백한 모반(謀反)의 징조다.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이들은 극소수로 보이지만.'

나중에 은근히 연계할지 모르는 이들까지 지금 단계에서 전부 처벌할 수는 없었다.

그는 낚시를 해 보기로 했다.

* * *

더운 여름날.

낙양검가의 최상층에 거대한 이변(異變)이 시작되었다.

일은 너무나 은밀하고 빠르게 진행되었다.

주변의 이들은 무슨 일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어떤 이는 갑자기 실종되었으며, 어떤 이는 급하게 사직서를 제출하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또 어떤 이는 중앙감찰각에 끌려 갔고, 또 어떤 이는 위치조차 알려지지 않은 지하 뇌옥에 던져졌다.

그렇게 사라진 낙양검가 본가의 최상층 인사들이 그 한여름에만, 이 할을 넘었다.

낙양검가의 최상층 인사들은 그 더운 여름에도 밤에 창문을 꽁꽁 닫아 둘 만큼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들은 훗날, 그 여름날에 있었던 대숙청(大肅淸)을 혈사(血史)라 불렀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누가, 무슨 이유에서, 무엇을 근거로, 그 대대적인 숙청을 벌였는지, 추측만 할 뿐.

그 전체 그림을 아는 이는 없었다.

* * *

밤이 되면 날이 쌀쌀해지기 시작한 어느 초가을 날.

떠났을 때처럼 비밀리에, 아버지가 돌아왔다.

“가주 대행! 네가 해낸 일은 전부 들었다! 이 아비의 속이 아주 시원하구나!”

아버지는 얼굴에 아들을 향한 자랑스러움을 가득 담고 처소에 들어왔다.

“…소현아?”

처소는 작은 등불 하나 켜진 것 없이 어두웠다.

“아버지….”

그의 아들, 어린 소현은 이불을 몸에 둘둘 감고 흐느끼고 있었다.

그가 급하게 달려가 어린 소현을 안아 들었다.

“아버지….”

“그래, 이 아비가 돌아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더냐?”

어린 소현이 부들부들 떨며, 작은 두 손을 들어 보였다.

“너무 많은 이들이 죽었사옵니다. 너무 많은 이들을 죽여야 했사옵니다. 너무 많은 피가 흘렀습니다.”

어린 소현이 흐느꼈다.

“저는 그저 미끼를 뿌렸을 뿐이온데, 너무 많은 이들이 움직였사옵니다. 너무 많은 이들이….”

아버지는 급히 아들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괜찮다. 그놈들은 전부 이 가문의 적이 아니더냐? 그것도 대역죄인들이 아니더냐?”

아버지는 자책했다.

자신이 본 큰아들은 너무 어른스러웠고, 자신은 엄두를 내지 못한 일조차 무엇이든지 척척 해내는 한 명의 어른이었다.

하지만 그의 품에 안긴 소년은 아직 여섯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에 불과했다.

그것도 어미를 닮아 곱고 여린 마음을 가진.

“미안하구나. 미안하구나.”

그는 아들을 강하게 껴안고 거듭 사과했다.

이리도 멍청한 놈이 있던가.

이리도 모자란 아비가 있던가.

“…그것이 아니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어린 소현이 그를 올려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그것이 너무 즐거웠사옵니다. 그 과정이 어떤 놀이보다도 재미 있었사옵니다.”

"...!"

“...소자는 이런 저 자신이 너무 나 두렵사옵니다.”

* * *

며칠 뒤.

대공자 연소현에게 가주의 칩거 명령이 내려졌다.

대외적으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고, 많은 추측이 난무했다.

실상 그것은 어린 아들을 외부로부터 완전히 격리하여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꽃잎이 홑날리는 원각정의 정원에 두 부자가 정답게 앉아 있었다.

“네 마음이 진정되면, 언제든지 내게 말하거라.”

“예, 아버지.”

“이 아비는 아직도 내기에서 이겼다고 생각한다. 너는 즐거움만을 느낀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대한 두려움 또한 함께 느꼈지 않느냐.”

“…예.”

“…단지 지금은 이 못난 아비에게 아비 노릇을 할 기회를 다오.”

자식을 지키는 것은 아버지로서의 의무였다.

아버지는 어린 소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자리를 떠났다.

* * *

그리고 이듬해 겨울.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비보(悲報)가 들려왔다.

어린 소현에게 유사시를 대비했던 아버지의 서신과 함께, 가주직인이 든 주머니가 전해졌다.

* * *

장로원주가 원로원을 방문하던 그 무렵, 원각정.

“주인님! 드디어 찾았사옵니다!”

일령이 신이 나서 달려왔다.

정아가 그 목함을 받아 열자, 안에서 검은 외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것이…?”

연소현이 미소 지으며 답했다.

“흑잠사(黑蠶絲)로 짜 만든 외투다.”

그 말에 모두가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 귀한 흑잠사로 옷을….”

그가 검은 외투를 꺼내 들었다.

“아버지께서 내가 소가주가 되는 날을 위해서 미리 준비해 주셨던 옷이지.”

“…아.”

모두의 표정이 숙연해졌다.

연소현은 주변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옷을 펼쳐 들었다.

“아직 소가주가 되지는 못했지만, 오늘 같은 날에 입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가 정아의 도움을 받아 외투를 입었다.

“풉...!"

연소현이 옷을 입은 모습을 본 일령이 급히 고개를 돌리고, 웃음 소리를 억눌렀다.

“...옷이 너무 크군요.”

정아가 입을 가리고 말했다.

열일곱 살의 연소현이 입기에도 커다란 외투였다.

“…아버지는 내가 얼마나 자랄것으로 생각하셨던 것일까..

그가 소매의 남는 부분을 펄럭이며 중얼거렸다.

정아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이 흑잠사 외투가 모자랄 만큼 건장하게 자라길 바라셨던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너는 언제나 나를 놀라게 하는구나.”

연소현이 미소를 지으며, 외투를 벗어서 어깨에 걸쳤다.

“그럼 지금은 이렇게 입도록 하지.”

어느새 모여든 세쌍둥이 전원이 열렬히 박수를 쳤다.

“멋지시옵니다!”

“역시 우리 주인님!”

“꺄악!”

연소현이 동편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았다.

칩거가 끝나고 시작되는 첫날이 었다.

그의 표정이 아련했다.

“이제 시작이옵니다, 아버지.”

Chapter 2.5

대공자(大公子)

“Unfortunately, a superabundance of dreams is paid for by a growing potential for nightmares?

불행히도, 꿈을 많이 꿀수록 그만큼 악몽을 꿀 확률도 높아진다.

-피터 유스티노프 [Sir Peter Alexander Ustinov, 1921.04.16~2004.3.28]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