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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174화 (174/180)

174화

비전 마법, [세라프]

[세라프]의 창시자인 신정율은 유일하게 사랑했던 그녀를 본떠 만들었다는 악사영의 설정이 존재한다.

원작자인 선일이 그런 설정을 만들 때는 분명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이 천사처럼 보인다는 소설 속의 표현을 인용했다.

아니, 인용했다고 생각했다.

“하하... 대단하네.”

촤르륵.

회색빛 날개가 한 번 펄럭이자 수백 개의 아주 작은 불꽃들이 떨어져 나왔다.

원래 있던 불꽃에서 벗어났음에도 불티라고 불러야 할 작은 불꽃들은 점점 몸집을 키우며 새롭게 형태를 이뤘다.

하늘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깃털.

슈우우우욱...

허공에서 춤을 추는 깃털들은 불꽃에 의해 만들어진 상승기류에 몸을 맡겼다.

그것들은 전부 뜨거운 바람에 의해 힘없이 흩날리는 것처럼 보였다.

허나 형이 만든 마법을 몇 번이나 보고 연구했던 신정율은 알고 있었다.

저 깃털 하나하나에 시전자의 의지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윤에게 빠르게 접근하던 신정율은 광기로 강화한 손톱으로 최대한 불꽃을 흩어버리며 마력 흐름을 읽기 시작했다.

‘날카롭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하윤이 신정율을 향한 감정은 바로 적개심과 증오심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원수인 자신을 죽이기 위해 분명 불꽃 깃털 하나하나에 살의가 잔뜩 묻어날 것이다.

차자자자작-!

신정율의 생각이 정답이었는지 나긋하게 흔들리던 깃털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며 땅으로 쏘아졌다.

깃털 하나하나가 직전까지 쏘아졌던 공격과 버금가는 위력.

싸우기 전의 몸 상태였다면 여유롭게 맞으면서 접근할 수 있겠지만 어째서인지 저 두 소년들이 남긴 상처가 잘 치유되지 않는다.

‘뚫고 지나가는 건 어렵겠네.’

회색 깃털이 몸에 닿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3초.

그 사이에 생각을 마친 신정율의 몸을 휘감은 광기가 더욱 짙은 빛을 내뿜었다.

‘최대한 쳐낸다, 아니.’

튕겨낸다.

신정율을 통해 세상에 발을 들인 붉은 짐승이 몸서리치기 시작한다.

동시에 [심판의 깃]이 신정율의 몸에 닿았다.

그러나.

콰드드득.

상처 입고 더욱 포악해진 짐승의 가죽은 깃털만으로 뚫리지 않는다.

오히려 화만 돋우는 꼴이다.

‘안 보여.’

재나 연기와 같은 회색빛의 불꽃이 하윤의 시야를 가렸다.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소리뿐.

단단한 물체가 간단히 어그러지는 소리가 귓가에서 메아리쳤다.

하윤은 저 소리가 그의 피륙으로부터 시작되었다면 좋겠다고 바랬다.

자신의 바람이 그리 간단히 이뤄질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화륵!!!!!!!!

직후 ‘심판의 깃’이 쏘아진 땅에서 불꽃이 피어오른다.

허나 하윤의 날개처럼 회색빛이 아닌.

신정율의 손톱처럼 짙은 핏빛의 불꽃이었다.

“칫!”

“잊었나 보네. 나도 하윤이 너와 정일이 형과 똑같은 불꽃 성질이라는 걸. 물론 이제는 잘 쓰지 않지만.”

격하게 혀를 찬 하윤의 뒤로 신정율의 목소리가 울렸다.

깃털에 들어있던 화력을 모두 흡수하고 도리어 완벽하게 제어하는 그는 불꽃을 온몸에 두르며 생각했다.

‘이 정도로 광기를 뿜어내는 건 처음이야.’

광기는 외부자나 오래된 자들의 힘이자 원천이다.

초월자의 권능과도 같은 힘.

그리고 그들을 숭배하는 자들은 모두 광기를 다룰 수 있다.

물론 외부자들이 아끼는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다.

길가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라고 판단되면 제대로 발현할 수도 없는 미약한 수준이지만, 재미있는 장난감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A급 혹은 S급 헌터와도 비견될 만한 광기를 다룰 수 있다.

그리고 신정율은 한 오래된 자가 직접 선택한 존재이다.

이 말이 즉 무슨 의미이냐.

그가 뿜어내는 광기는 일반적인 숭배자들보다 훨씬 강력하고 짙은 힘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촤아악.

쿠콰콰콰콰-!!!

하윤은 흡수되지 않은 깃털들로 그의 목을 노리려 했지만 신정율은 한쪽만 남은 손톱을 휘두르며 공격을 모조리 튕겨냈다.

어느새 그의 광기는 손톱이 아니라 검은 망토와 마스크까지 물들어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마치 신화 속에 나오는 세계를 멸망시킬 짐승이 상상이 될 정도로 불길하고 위협적인 기세에 하윤의 몸이 살짝 주춤거렸다.

그 순간.

-뭐 하는 거야. 도망 안 치고.

그녀의 내면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폭식이었다.

하윤이 제정신을 차리면서 반대로 무의식 속으로 밀려났던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설마 지금 네 수준으로 저 녀석을 죽일, 아니지. 이길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 건 아니지? 만약 그런 생각을 했다면 등신이랑 다를 게 없는데?

키득.

으득.

가뜩이나 신정율을 보자마자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느라 안 그래도 힘든데.

갑자기 신경을 긁는 악마의 목소리와 조소에 하윤은 입술을 씹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폭식의 말대로 지금 자신의 힘으로는 그에게 생채기는커녕 제대로 닿을 수조차 없었다.

-아무리 내 힘을 쓰고 있어도 그건 내 힘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야. 어떻게 얻었는지 모를 대천사의 힘이랑 같이 사용한다지만 부족할걸?

폭식의 말은 정론이었다.

지금 하윤은 미카엘의 영혼 조각과 저 멀리 떨어진 폭식의 남은 힘을 합쳐 사용하고 있었다.

초월자인 대악마와 대천사.

두 존재의 힘을 섞은 기운은 원래 하윤이 가지고 있던 마력보다 강력했다.

그러나 빈말로도 현재 광기를 70퍼센트까지 해방한 신정율한테 미친다고 할 수는 없었다.

이유는 단 하나.

애초에 폭식과 미카엘, 두 초월자가 남긴 힘은 완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도와줄게. 대가 없이.

그때, 폭식이 제안했다.

자신을 대가 없이 도와주겠다며 말이다.

“뭐라고요?”

-널 대가 없이 도와주겠다고.

순간 폭식에게 되물은 하윤은 말을 이해하는 지능에 순간 문제가 생겼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상이었다.

결국 자신이 들은 말이 진짜라는 걸 깨달은 하윤은 곧바로 목에 핏대를 세우며 반박했다.

“내가 미쳤어요?”

-아니. 내가 미친 거 같은데?

하윤의 적개심을 느낀 폭식은 말을 하면서도 웃겼는지 헛웃음을 뱉었다.

그러나 도움을 주겠다는 제안은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숙주였던 하윤을 위한 마음에서 나온 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안위를 생각해 뱉은 제안이었다.

그녀가 도움을 받아들였을 경우가 곧 폭식이 유일하게 존재를 잃지 않을 방법이었다.

폭식은 하윤의 눈을 통해 전투에서 잠시 빠져있는 선일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저 자식이 그 빌어먹을 물건만 안 가지고 있었다면 이런 짓은 하지 않았어도 됐는데.’

“...”

악마의 제안에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하윤.

폭식은 그녀가 제안에 대해 고민한다는 걸 깨닫자마자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아래를 잘 봐. 너 감당할 수 있겠어? 신정율을 상대로 감당할 수 있겠냐고.

-넌 모르겠지만 신정율은 위험한 녀석의 관심을 받고 있어. 그러니까 저런 힘을 내뿜어내겠지.

-저놈이 사용하는 광기, 아니 힘은 비슷한 격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면 대응할 수조차 없어.

-그나마 네가 나랑 미카엘의 힘을 사용하며 비빌 수 있는 것 같은데. 그 힘은 지금도 소모되고 있다는 건 알지?

-지금 상황에서 유일하게 비슷한 격을 가진 초월자가 너한테 손을 건넬 것 같지도 않고. 답은 정해져 있는 거 같은데?

폭식은 1초도 되지 않는 순간에 연속적으로 의지를 쏟아내며 하윤을 설득했다.

이럴 시간에도 신정율은 조금씩 접근하고 있었다.

죽은 피처럼 불쾌한 기운을 하윤을 향해 쏘아내며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도와준다는 건데요.”

결국 고민해서 결정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하윤은 폭식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말을 들은 폭식은 살 수 있는 길이 펼쳐지자 아우성을 치며 기뻐하고 싶었으나 이전에 말한 대로 시간이 부족했다.

-네가 내 계약자가 되는 거야.

정확히 3일 전까지만 해도 폭식은 이런 말을 절대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그녀는 단 한 번도 인간에게 힘을 나눠준 적이 없었던 초월자였으니까.

물론 몇천 년 동안 살면서 재능있는 녀석들이나 자신을 모시고 싶다는 인간들이 꽤 많이 나타났다.

다른 초월자들이 사도나 계약자를 키우는 모습이 재밌어 보였기에 폭식 역시 몇 번이나 고민했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매번 그들을 내쳤다.

왜냐.

자신만 가져도 모자랄 힘을 나눠주어야 한다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어때? 좀 끌리지 않아? 너한테 전혀 손해는 없을 텐데?

마치 사기꾼 같은 말투로 은근하게 속삭이는 폭식.

자신의 계약자가 되라는 건 자신과 동등하게 대우하겠다는 의미였다.

물론 그 아래의 존재인 사도가 아니라 계약자를 제안한 이유는 폭식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선일의 입김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볼게요.”

-뭔데?

폭식은 질문하겠다는 하윤의 말에 되물었다.

이미 폭식의 입꼬리는 슬며시 올라가고 있었다.

하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만약 내가 당신의 계약자가 되면 신정율을 죽일 수 있어요?”

씨익.

이제는 완연하게 올라가 호선을 그리는 입꼬리.

폭식은 악마 특유의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당연한 듯이 대답했다.

-내 계약자가 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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