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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173화 (17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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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화

가능성이 내려오던 하늘은 이글이글 끓어오르는 불꽃으로 가득 찼다.

그 열기가 얼마나 강렬한지 몸을 보호하는 마력을 뚫고 들어와 땀샘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핏방울과 섞여 더러워진 땀을 대충 털어낸 선월은 불꽃의 진원지를 확인하기 위해 하늘을 쳐다봤다.

짙은 갈색의 눈동자 속에 들어온 불꽃의 색은 특이하게도 회색빛이었다.

마치 악마의 불꽃과 전설에서나 볼 법한 천사의 불꽃이 뒤섞인 듯한 빛.

선월은 특수한 불꽃을 내뿜는 사람의 정체를 깨닫고 눈가를 치켜올렸다.

“신하윤...?”

싱긋.

마찬가지로 하늘을 쳐다보고 있던 선일은 말없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는 직전에 치워버린 설계자의 메시지를 보고 웃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신하윤’의 악마화는 현재 0%입니다.]

현재까지 진행되었던 폭식의 침식이 완전히 끝났다는 내용을 보는 순간, 선일은 새어 나오려는 미소를 참느라 힘들었다.

악마화의 진행률이 0으로 내려갔다는 말은 즉 신하윤이 폭식의 힘을 극복했다는 의미이니까.

‘근데 조금 이상하네? 불꽃이 원래 저런 색이었나?’

원작대로라면 신하윤 속에 있는 폭식은 성유물 [밤하늘의 관측자]로 처리하고 그렇게 폭식이라는 존재는 인계에서 완전히 소멸한다.

그렇지만 폭식은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하윤의 몸에 기생하고 있었던 터라 소멸이 되었어도 힘의 잔향은 일부 남아있었다.

하윤은 대악마의 잔향이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 선월과 힘을 합쳐 신정율을 상대로 승리한다.

분명 그때 그녀가 사용했던 불꽃의 색은 당연히 지옥불 특유의 검은색.

하지만 지금 신하윤이 사용하는 불꽃은 회색빛이었다.

‘뭐 나중에 알아봐도 되겠지.’

악사영의 전개에 따라가지 않는다고 해서 당황할 필요는 없었다.

다시금 말하지만, 이 세상은 글자로 갇힌 세계가 아니라 목숨 따윈 쉽게 사그라드는 현실이다.

이 세계에는 엑스트라도 주인공도 없으니 어떤 변화가 있든 그저 새로운 성장이라고 생각하면 되니까.

쿠우웅.

어느새 선일과 선월이 있는 곳에 내려온 하윤.

회색빛의 불꽃을 날개처럼 펄럭이며 눈을 뜬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신정율...!”

“...하윤아.”

날이 바짝 선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조카를 보자 신정율이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2년 만에 본 조카, 신하윤은 어렸을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날 이후로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키도 많이 크지도 않았고, 어렸던 시절의 얼굴도 남아있었다.

신정율이 하윤이 변했다고 느낀 이유는 적개심을 풀풀 풍기는 분위기와 성장한 마력 때문이었다.

“오랜만이네.”

광기로 상처를 치유하던 신정율은 우수에 찬 목소리로 말을 건넸고, 하윤은 유일한 피붙이의 뻔뻔한 모습에 분노를 꾹꾹 담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바로 그 순간.

화르륵-!

뜨거운 열기가 신정율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하윤이 한 짓이었다.

사용하는 마법의 위력이 매우 위험하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는 하윤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

허나 그건 일반적인 사람을 상대할 때의 경우였다.

아버지를 죽이고 영웅으로 떵떵거리느라 얼굴 한 번 비추지 않았던 원수가 지금 바로 앞에서 틈을 보였다.

그것만으로도 살의를 담은 공격을 날릴 이유는 충분했다.

스륵.

대화 도중 순간 빈틈을 놓쳤음에도 신정율은 하윤의 공격을 광기로 간단히 방어해냈다.

꽤 강력한 마력을 담아 날렸음에도 전혀 데미지를 입지 않은 듯한 신정율의 모습에 입술을 깨물며 차갑게 말했다.

“당신이랑 내가 말을 섞을 이유는 없어.”

“...그렇구나.”

사랑하는 조카의 싸늘한 태도에 신정율은 심장이 아려오는 듯한 씁쓸함을 느꼈다.

분명 그날 전까지만 해도 자신과 장난을 치며 단란하게 지냈던 가족이었는데.

어쩌다 우린 이렇게 됐을까.

수많은 생각들이 뒤죽박죽되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그러나 확실한 답 하나는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바보 같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은 전부 우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하, 바보 같은 자신의 모습에 신정율의 입에서 작은 웃음소리들이 새어 나왔다.

패륜의 죄는 부정해서도, 외면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죄인인 자신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속죄는 단 하나, 죽음뿐이다.

저벅.

생각을 정리한 신정율이 하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가 한 발자국씩 가까워질 때마다 하윤은 반대로 뒷걸음질 쳤다.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심한 상처를 입고 여전히 회복적이던 신정율에게서는 아무런 기운도, 분위기도 느껴지지 않았으나 신정율에게서는 본능적으로 위험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하나만 알려줄게.”

회색빛의 날개로 몸을 보호한 하윤은 그의 말에 의문을 품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는 걸까.

하윤은 신정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죽고 싶지 않으면.”

도망치렴.

흠칫.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주듯 나긋한 목소리로 죽음을 경고하는 신정율.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적이 분명한데도 자신을 걱정하는 목소리를 의심한 하윤이 마력의 출력을 높였다.

회색빛의 날개는 순식간에 하윤을 가릴 정도로 커져 몸의 크기를 불려 깃털과도 같은 불티를 흩날렸다.

단 0.1초도 걸리지 않은 반사적인 움직임.

신하율은 조카의 강해진 모습을 보며 좋아해야 할지 아니면 걱정해야 할지 고민했다.

물론 결말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말이다.

“아래쪽 조심해!”

뒤에서 잠시 부상을 회복하고 있던 선일이 소리쳤다.

그가 뱉은 아래에는 분명 땅속이었다.

동시에 유일하게 하윤이 방어를 취하지 못한 방향이었다.

당연했다.

하늘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날개는 바닥에 닿으면 안 되니까.

촤르륵.

직후 신정율이 몸에 두른 광기의 힘이 강해졌고.

“666.”

[피로 물든 짐승의 송곳니]

콰드드드득-!!!!!!

아무것도 없던 바닥에서 수어 개의 핏빛 광기가 솟아올랐다.

두꺼운 송곳과 같은 형태의 광기는 순식간에 주변을 둘러싸자 하윤은 말 그대로 거대한 짐승의 아가리 속에 몸을 던진 상황이 되었다.

이어서 신정율은 조용히 손을 들어 올리더니.

“많이 아플 거야.”

주먹을 쥐었다.

콰직.

그가 주먹을 쥐는 행동이 트리거였는지 어느새 하늘에서 나타난 똑같은 크기의 붉은 송곳이 하윤을 찍어누르기 위해 내려왔다.

동시에 땅바닥을 가득 채운 광기 또한 위쪽을 향해 빠른 속도로 치솟으며 그녀를 삼키려 하기 시작했다.

“크윽...!”

상황이 달라진 하윤은 오히려 방심하고 있었던 것이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송곳을 피하려면 하늘로 피해야만 하나 그랬다가는 저 붉은 송곳니에 몸이 꿰뚫릴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송곳 또한 마찬가지.

그렇다고 낮게 날아 피하기에는 날개를 이루는 출력이 강한 데다가 애초에 그녀는 마력 제어에는 젬병이라 빠르게 마력을 회수할 수도 없었다.

어떤 선택지든 부상을 입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

그런 위기 속에서 하윤을 구한 것은 두 명의 소년이었다.

“적양권 2초식.”

화르륵-!

[분광평도(分光平刀)]

먼저 날아온 것은 회색의 화염과는 또 다른 황금색 불꽃이었다.

가로로 눕혀진 채 날카롭게 쏘아지는 신염은 빛나는 지평선을 가르는 칼이 되어 짐승의 위쪽 송곳니를 부쉈다.

황금색의 불꽃이 짐승의 이빨을 부숴버리는 모습은 마치 태양이 사람조차 되지 못한 금수 따위가 감히 하늘을 삼키려는 행동에 분노한 것처럼 보여졌다.

“백천창월류 우수식.”

스르릉-!

[상현참(上弦斬)]

허공의 송곳니를 두 동강 내버린 화염의 뒤를 잇듯이 또 다른 공격이 한순간에 하윤이 있는 공간까지 도달했다.

서늘하고도 청명한 기운을 내뿜는 검푸른 빛의 마력은 특이하게도 오른쪽에 치우쳐져 반원을 형상했다.

따스한 태양과 대칭하는 달의 기운은 외부자의 힘이 느껴지자마자 더욱 날카롭게 벼려져 짐승의 아래쪽 송곳니를 갈라버렸다.

남색의 냉기가 짐승의 이빨을 베어버리는 모습은 마치 달이 어둠 속에 찌그러져 있어야 할 괴물의 죄를 심판하는 것과도 같았다.

“설마...?”

뒤쪽에서 날아온 공격에 움직이기가 편해진 하윤은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고개를 돌리기 적전, 작은 움직임조차 상대방에게 빈틈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선일과 선월이 동시에 소리쳤다.

“빨리 공격해!”

“꿈틀거리지 마라!”

형제의 외침에 대답을 하지 않은 하윤은 반 정도 회전한 고개를 되돌려 정면의 신정율을 쳐다봤다.

이전까지 격한 전투를 치러왔던 그는 피와 땀을 흘리며 하윤과 눈을 마주쳤다.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은 상대방의 눈에 극히 다른 감정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윤과 신정율은 각자 빈틈을 찾기 위해 대치했다.

“간다.”

드드드득!!!

먼저 움직인 것은 신정율이었다.

무인들처럼 신체를 움직이는 것이 주인 마투술사, 신정율은 한 손에만 남은 손톱를 광기로 강화했다.

스스로 광기를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은 지났다.

현재 그가 운용 중인 광기는 총량의 7할.

이미 신정율의 신체 절반 이상은 그를 선택한 외부자에게 제어권을 빼앗긴 상태였다.

그는 발을 구르며 아직 허공으로 날아오르지 못한 하윤을 향해 짐승처럼 달려들었다.

신정율의 발자국이 남은 땅은 움푹 들어가며 부서졌다.

“...세라프.”

중얼거리며 회색 날개를 양옆으로 펼친 하윤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대천사였던 자의 힘과 대악마였던 자의 힘이 뒤섞인 불꽃.

그 힘으로 사용하려는 마법은 한 인간의 유산이었다.

[심판의 깃]

콰자자작-!

직후 붉은 짐승과 회색 소녀의 힘이 정면에서 서로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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