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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163화 (16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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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화

후둑.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귀에 생생하게 울려 퍼진다.

뭐일까.

청년은 고개를 위로 올렸다.

툭.

투둑.

하늘을 바라본 청년의 뺨에 한 줄기 빗방울이 닿았다.

빗방울을 손으로 쓰윽 문질러 눈앞에 가져다 댄 청년은 비가 투명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빨갛다.’

절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다.

이상함을 느낀 청년이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으아악...!”

“살려줘!”

“제발 이 아이부터 구해주세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고통에 물들어 온 세상에 퍼지고 있었다.

왜 갑자기 이런 상황이 된 걸까.

그런 생각을 할 새도 없이 청년은 망설임 없이 몸을 움직였다.

청년의 몸에서는 밤을 밝히는 붉은색의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인간과 다른 인간.

그들에게 주어진 마력이라 불리는 특수한 힘이었다.

‘...빨리 찾아야 해.’

누구를 찾아야 하는지는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 세상에 남은 유이한 혈육들이 보이지 않았다.

하나뿐인 자신의 형.

그리고 그의 자식, 자신이 사랑하는 조카.

청년의 머릿속에서는 두 사람을 찾고 나와야만 한다는 목표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게 청년이 미약한 마력으로 몸을 보호하며 발걸음을 급하게 옮겼을 때, 앳된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어왔다.

“아저씨!”

반사적으로 청년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시야 안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며 패닉에 빠져있는 광경이 들어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가족을 찾으며 울부짖는다.

저런 시장통에서 자신을 불렀다는 걸 정확히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은 그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다른 헌터들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방금 전에

“...이럴 시간이 없는데.”

“아저씨! 여기야, 여기!”

휘익.

청년이 그대로 몸을 돌려 다시 가족을 찾으려고 움직이려고 했을 때, 그의 앞으로 작은 신형 하나가 튀어나왔다.

자신의 조카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소년이었다.

갑작스레 튀어나온 소년에게 살짝 당황한 청년은 직후 몸을 감싸는 기시감을 느꼈다.

‘...뭐지?’

이질적인 감각이었다.

마력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책에서만 읽었던 죽음의 향기 같은 것도 아닌 것 같다.

뭐랄까.

굳이 표현하자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마주했을 때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 같았다.

‘무슨 이상한 생각이야.’

분명 자신의 생각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청년은 소년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이후 그들의 뒤로 더없이 난폭한 불꽃이 일어났다.

청년은 반사적으로 주변에 마력을 둘러 소년과 스스로를 보호했다.

“윽!”

“역시...”

C급 헌터가 가진 미미한 마력의 수준으로 방어하기에는 불꽃이 이상하게 강렬했다.

자신의 옆에 있는 소년이 무슨 말을 한 것 같았으나 청년의 신경은 온통 방어에만 쏠려있었다.

그렇게 자신들을 덮치던 불꽃이 조금 사그라들자 옆에 있던 소년이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아저씨, 마력을 쓸 수 있지? 나 좀 도와주면 안 돼...?”

우울한 목소리로 부탁을 하는 소년의 얼굴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기이한 미소를 매달고 있었다.

그렇지만 밝은 빛에 의해 시야가 일시적으로 멀어버린 청년의 눈에는 온통 어둠뿐이었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말이다.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잠시 후 시력을 회복한 청년은 소년의 부탁에 씁쓸한 감정을 억누르며 대답했다.

만약 자신이 형만큼만 강했더라면 도와줬을 테지만 그는 자신의 가족들을 찾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청년은 덜덜 떨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부드럽게 소년의 손을 떼어냈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

마침내 그의 미약한 마력으로도 누를 수 있을 만큼 불꽃이 잠잠해지자 청년은 간신히 마법을 일으켰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들이 우선이었던 그가 어린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도움이었다.

일회성 방어마법을 소년의 몸에 걸고 등을 돌린 청년이 말했다.

“미안해.”

까득.

청년은 입술이 짓이겨질 정도로 강하게 물었다.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주륵.

어쩌면 유일한 희망일 수도 있는 자신이 도움을 거절한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정면에서 부정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무능함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자신의 형은 언제나 타인을 위해 희생했지만, 나는 아니었다.

그건 능력이 되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권리였다.

무능한 내가 침해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었다.

눈앞에서 고통받는 사람들과 어딘가에서 고통받을지도 모르는 가족.

“정일이 형! 하윤아!”

숭고한 영웅은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청년은 너무나 평범한 인간이었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그에게는 이름도 모르는 타인보다 가족들이 훨씬 중요했다.

그때였다.

“하아... 귀찮네.”

직전까지 들었던 앳된 소년의 한숨 소리가 귓속으로 스며들었다.

섬짓!

동시에 청년, 신정율의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모든 감각이 차가워졌다.

목숨을 위협하는 순간에서 본능적으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인간의 육감.

위험을 알리는 본능의 경종이었다.

만약 그가 단 한 번이라도 미개척지대나 던전을 들어 가봤다면 소름의 이유에 대해 금방 반응했을 것이다.

신정율은 마법을 조금 쓸 수 있을 뿐인 일반인이었다.

결국 반응은 조금 늦을 수밖에 없었고.

콰콰콰콰앙-!!!!!!

“그냥 좋게 좋게 말 듣지.”

너무나 뜨겁고 진득한 불꽃이 지대한 괴물이 되어 신정율을 덮쳤다.

미미한 마력으로는 막을 수 없는 강렬한 충격.

결국 힘이 없는 신정율은 그대로 정신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덜덜덜덜...

“사...삼촌...?”

사랑하는 조카딸의 뺨을 길게 베어냈고.

“정율...아 너...”

존경했던 친형의 몸을 조카딸의 눈앞에서 꿰뚫고 있었다.

길게 자라난 손톱과,

그들과 닮은 불꽃으로 말이다.

***

선일이 하윤, 아니 그녀의 몸을 빌린 폭식과 전투를 마친 뒤 3일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다.

어느새 중간고사의 마지막이 다가온 것이다.

“저 녀석은 오늘도 나오지 않는군.”

주변에 있는 몬스터를 사냥하고 온 선월이 검에 묻은 피를 털며 말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 특별점수를 얻을 수 있는 조건이 두 번이나 공표되었다.

하지만 선일은 은신처 안에서 자리만 죽치고 있을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적 처치 순위의 변동은 거의 없었으나 몬스터 사냥 순위는 선월과 유리 그리고 황신영 이렇게 셋이 순식간에 치고 올라왔다.

그렇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2위였던 선일의 부재와 그가 은신처로 데려온 신하윤이 정신을 차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맨날 감싸더니. 신하윤이 그렇게 중요하나 보지. 선월이 넌 별 신경 쓰지 마. 지들이 알아서 하겠지!”

“신경 안 쓴다.”

황신영이 아공간에 활을 집어넣으며 자연스레 선월에게 말을 걸었다.

호감이라는 감정이 그녀의 손짓에 존재했지만, 신경을 쓰지 말라는 말은 진심이었다.

물론 두 형제가 예전보다 사이가 나아졌다고 한들 여전히 서로가 무슨 짓을 하는지에는 관심이 거의 없었다.

적어도 선월에게는 그랬다.

오히려 황신영의 말에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 더욱 신경을 쓰고 있었다.

멈칫.

두 사람의 옆에 앉아서 검을 손질하던 유리의 손이 서서히 느려졌다.

평소 같았으면 차가운 분위기가 싫어하는 그녀가 대수롭지 않게 말을 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런 유리가 유일하게 연기를 하지 못할 때는 타인의 입에서 선일과 하윤이라는 두 친우의 의미심장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였다.

꾸욱...

황신영의 말대로 평소에 두 사람과 같이 있다 보면 하윤을 챙기려는 선일의 모습이 자주 보였다.

그럴 때마다 심장이 욱신거렸다.

처음 자신에게 자유라는 쉼터에서 같이 있어준 다정한 소년이 다른 사람을 챙길 때마다 심장이 찢기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하윤이라는 약한 소녀를 챙길 때만 그랬다.

유리도 알고 있었다.

따스한 소년이 유일하게 진심을 보이는 사람은 자신과 친구뿐이라는 사실과.

감정 표현이 거의 얼어붙은 친구의 얼굴이 편안하게 풀릴 때는 유일하게 소년을 마주하는 순간이라는 점을 말이다.

아마도 친구 또한 자신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겠지.

아니, 분명히 가지고 있을 것이다.

덜컥.

덜컥덜컥...!

마음속에서 들끓는 질투와 애정은 더없이 난폭하고 강렬했다.

소중한 친구와 자신이 그런 공통된 감정이 있다는 걸 인정하면 인정할수록 술렁임은 점점 더 심해졌다.

마치 단단하게 잠근 자물쇠를 무거운 망치로 수도 없이 내려치는 것만 같았다.

‘얼른 나와...’

지금 상황에서 유일하게 바라는 건 단 하나였다.

소년이 나와서 내게 웃어주기를.

그거 하나뿐이었다.

삐빅!삐빅!삐빅!

유리가 술렁이는 감정을 최대한 가라앉히며 장비들을 정비하고 있었을 때, 워치가 울렸다.

주변에 앉아있던 선월과 황신영의 워치도 마찬가지였다.

천재들은 곧장 워치가 울린 이유를 직감했다.

그 직후.

덜컥.

닫혀있던 문이 열리며.

“시작하자.”

따스한 소년과 얼어붙은 소녀가 밖으로 걸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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