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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160화 (160/180)

160

160화

선일은 검을 다룰 줄 모른다.

아무리 무술의 재능이 있다고 한들 그것은 주먹과 발, 팔과 다리 등 신체를 다루는 권술, 각술, 박투술 같은 무술뿐이다.

주인공의 동생이라는 주요 위치에도 엑스트라이자 삼류 빌런으로 살아왔던 악사영 속의 ‘이선일’의 원인이 되는 설정.

빙의 이후 그 사실을 뼈저리게 잘 알고 있는 선일은 어떤 이유로 유리에게 갈라틴을 빌렸을까.

그 답은 금방 알 수 있었다.

키이이잉...!

철커덕.

선일이 심장에 있는 코어에서 흘러나오는 태양의 마력을 갈라틴에게 주입했다.

초대 주인과 비슷한 마력이 검 안으로 들어가자 신기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검에 변화가 일어났다.

마치 절대 열 수 없는 자물쇠에 딱 맞는 열쇠가 들어가 열리는 소리.

직전까지 희미했던 붉은 기운이 진해지며 검신에 수없이 많은 실선이 그어진 것이다.

‘으윽...!’

하윤은 아래에 있는 선일, 정확히는 갈라틴을 보자마자 몸서리를 치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녀의 심장에서 기생하고 있는 [폭식]이 가진 악마의 본능 때문이었다.

-으으... 이 불쾌한 기분. 저건 대천사의 손길이 닿은 검이구나? 그것도 레플리카가 아닌 진짜.

폭식은 검의 존재를 거부하면서도 갈라틴의 정체를 파악했다.

지옥의 대칭인 천국, 하늘 위에서 살아가는 대적자.

천사의 입김이 닿은 성검의 존재를 깨달은 폭식이 입맛을 다셨다.

-츄릅... 저거 맛있어 보이네.

만약 저 힘을 모조리 흡수한다면 지금까지 모아왔던 잃었던 존재감의 배 이상은 회복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숙주로 삼은 이 핏덩이와 자신의 관계를 뒤엎을 수 있을 테고 그 후로는 세상에 강림해 그 빌어먹을 바깥놈들에게 복수를 할 수 있다.

완벽한 계획.

상상만 하는 것만으로 환희가 차오른다.

-으음?

그렇게 행복한 계획을 짜던 폭식은 갈라틴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이후 그녀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깨달았다.

분명 천사의 손길이 닿은 성검일 텐데.

-아직

이상하게도 그 힘이 예상했던 수준에 닿지 않았다.

물론 인간이, 그것도 주인이 아닌 타인의 손이니 성검 본신의 힘을 전부 다루지 못하는 당연하다.

하지만 그녀가 실망감을 표현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보여주라 빌어먹을 꼬마야.

폭식은 은근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직전에 사라진 정령의 사랑을 받는 소녀는 힘을 제대로 개화하지 못했기에 성검의 진짜 힘을 못 다룬다.

하지만 저 소년은 다르다.

폭식은 본체인 하윤이 듣지 못하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 번 보여줘봐라.

한 번 소멸되었다가 깨어난 터라 힘과 기억이 미약하기는 하지만 절대 잊을 수 없었다.

자신 같은 악마나 대적자인 천사와 같은 초월자이지만, 절대 똑같지 않은 힘의 주인.

수많은 초월자 중 만약 단 한 명만이 신이라고 칭할 수 있다면 분명 그자일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태양의 아이야.

“역시 주인이 아니라면 완전 사용이 안 된다는 건가.”

폭식이 그런 생각을 하며 허기를 달래는 동안 선일은 갈라틴을 보며 중얼거렸다.

갈라틴의 주인인 유리나 아서 펜드래건이 그의 말을 들었다면 무조건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방금 전에 선일이 뱉은 말은 순전히 악사영의 작가로서 꺼낸 것이었으니까.

직후 선일의 입이 움직였다.

“...쓰기.”

치직...!

-...뭐라고 한 거지?

선일의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기이하게도 폭식이나 하윤의 귀에는 잘 들리지 않았다.

마치 노이즈가 낀 것처럼 들려오는 그의 음성은 짧았지만 너무나 강렬한 소리.

같은 몸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두 사람의 견해는 달랐다.

하윤은 그저 이명이라고 생각했지만, 폭식은 달랐다.

초월자가 가지고 있는 감각은 선일에게서 특별한 무언가를 느꼈다.

-...뭐지?

폭식은 하윤의 눈을 통해 소년을 바라보았다.

미약한 권능을 집중시키자 하윤은 고통을 느꼈지만 폭식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의 신경은 오로지 선일이 지금 하려는 일에만 가있었다.

이어서 폭식은 태양을 다루는 소년에게서 새로운 기운을 찾아냈다.

-이 기운은...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다.

태양과는 또 다른 초월자의 힘.

분명 첫 번째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사라졌던 그자의 기척이다.

-도대체 어떻게?

의문을 가진 순간, 선일의 입가가 살짝 비틀리며 올라갔다.

분명 나를 못 볼 것이 확실한데 어째서인지 저 작은 태양의 눈빛이 나를 향하는 것 같다.

설마...

섬짓...!

폭식은 위기감을 느꼈다.

태양의 아이가 가진 또 다른 존재의 힘이 위험하다는 것을 본능이 말한다.

아니, 그가 가진 모든 힘이 위험하다는 본능이 온 존재감에 널리 퍼진다.

성급해진 폭식은 소리쳤다.

-빨리... 빨리 죽여!

“우욱...!”

그러나 하윤은 몸 안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초월자의 권능에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했다.

한 번 소멸한 악마여도 초월자는 초월자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절대 버티지 못할 존재감이 집중된 눈에 비치는 세상은 일그러졌고, 감각은 손에서 흘러내리는 모래처럼 조용히 사라지고 있었다.

-젠장!

‘조금만 기다려.’

선일은 분명 욕지거리를 뱉고 있을 폭식을 생각하며 하윤과 눈을 맞추도록 노력했다.

그렇게 향한 소녀의 눈은 저 멀리 하늘에 있음에도 똑똑히 보였다.

점점 어두워지는 눈자위와 고통에 휩싸여 움찔거리는 하윤의 몸.

그 모습은 이제 보기 싫다.

철컹!

폭식이 일어날 수 없는 현실에 당황했을 때, 갈라틴의 멈췄던 변화가 다시 시작했다.

사람 한 명 올려둘 정도로 넓었던 갈라틴의 검신이 그어진 붉은 실선들과 함께 점점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선일은 그렇게 넓어지는 검신에 정신을 집중하며 천류체와 적양권을 폭발적으로 운용했다.

그와 동시에 그는 덮어쓰기의 효과를 이어갔다.

촤라라락-!

수많은 페이지가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간다.

그렇게 페이지는 책의 중반을 살짝 넘은 곳에서 멈췄다.

위에 써있는 숫자는 바로 154.

정확히 원하던 회차에 도달했다.

“154화를 덮어쓴다.”

[스킬:덮어쓰기가 발동됩니다.]

페이지에서 튀어나온 글자들.

설계자나 설정창의 푸른 텍스트와는 다른 흑색의 글자들이 갈라틴과 그의 몸에 흘러들어갔다.

이후 검은 글자들이 완전히 선일의 몸에 흡수되고 나서야 다음 메시지가 시야 앞에 떠올랐다.

[154화 중- 아버지의 구속이었던 후계자로서의 막중한 기대감을 떨쳐낸 유리 펜드래건은 그제야 원래 세상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첫 번째 문장은 어쩌면 선일이 만들어야 할 또다른 과제이자 운명이었다.

유리의 구원은 아직 멀었지만, 그 전에 신하윤을 원작과 다른 길로 이끌 것이다.

[154화 중- 그 후로 무거웠던 마음이 사라진 그녀는 정령이라는 존재와 왕의 마법이 가진 새로운 힘을 알게 되었다.]

[154화 중- 정령의 힘으로 가지고 있는 에고 소드들의 진정한 힘을 개화했던 것이다.]

화륵...!

심장에서 흘러나오는 불꽃이 강해졌다.

그와 함께 새로운 구절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가장 원하는 그 순간.

[154화 중- 화염의 정령왕 [이프리트]와 새롭게 계약한 유리의 검, 갈라틴의 모습이 변화했다.]

우우웅....!

덮어쓰기가 진행됨에 따라 갈라틴의 형태가 변해갔다.

[154화 중-그 모습은 흡사 거대한 방패와도 같았다.]

그 모습은 흡사 거대한 방패와도 같았다.

철컥.

덮어쓰기가 종료되자 선일의 몸에서 흐르는 기세가 달라졌다.

준비는 완전히 끝났다.

지금까지 써왔던 덮어쓰기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렸다.

다행히 방해받지 않았던 이유는 하윤의 고통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욱씬.

심장이 아팠다.

아무리 친구를 구하기 위해서, 그전에는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라지만 고통을 이용하는 것은 너무나 씁쓸한 일이다.

투둑.

“오래 기다렸지?”

선일은 씁쓸한 감정을 심장 한구석으로 집어 던지며 일어섰다.

누군가의 고통을 빌렸으면.

대가를 내놓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선일에게는 그 대가를 내놓을 자신이 있었다.

악마에게서의 해방과 신하윤이라는 등장인물의 구원.

그것이 선일이 생각하는 대가였다.

처억.

한 손에는 권총으로 변한 황혼이 소녀의 심장을 겨눴고, 남은 반대쪽 손에는 육중한 방패검이 소년의 몸을 완벽하게 방어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어릴 적에 TV에서 봤던 테러로부터 안전을 지키는 특수부대원과 같은 모습이었다.

‘신하윤의 악마화를 보여줘.’

[‘신하윤’의 악마화는 현재 47퍼센트입니다.]

거의 50퍼센트에 가까운 수치.

숲의 거의 모든 생명체와 늪지의 몬스터를 사냥해 그 힘을 흡수하더니 하루 사이에 거의 20퍼센트에 가까운 수치가 증가한 것이다.

정확히 50퍼센트가 넘어가면 폭식에게 주도권을 내줄 테지만, 아직까지는 그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오케이.’

다행히 아직까지는 괜찮다는 걸 확인한 선일이 빠르게 왼손을 움직였다.

황혼의 두툼한 총구 위에 보랏빛의 화염이 작게 맺혔다.

그대로 선일은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폭음이 늪지에 울려 퍼졌다.

단 한 번의 폭음.

하지만 황혼과 여명은 평범한 권총과는 다른 아티팩트였다.

투투투투투...!

분명 한 번뿐인 소리라고는 믿지 못할 만큼 수많은 탄환이 하윤을 향해 날아들어갔다.

밤과 가까운 색과는 다르게 느껴지는 거대한 신성에 하윤의 눈빛에 이채가 설렸다.

폭식이었다.

-이런 X...!

순간적으로 몸을 뺏은 폭식.

원래 지금 수준이라면 뺏을 수 없을 테지만 고통 때문에 정신을 가누지 못한다.

주도권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하는 데다가 일부 존재감을 사용해야 하지만, 저 정도 신성에 맞아 잃을 바에는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소소소소...!

쿠르르릉!

소녀의 등에서 튀어나온 흑염의 날개가 길어지더니 작은 몸을 막아섰다.

황혼을 의미하는 자색의 화염은 흑염에 가로막혔다.

선일 또한 이 공격이 통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직후.

툭.

갑자기 하윤의 고개가 떨궈졌다.

그리고 일어섰다.

이렇게 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초였으나 그녀에게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후우. 네 녀석.”

폐에 뭉쳐있던 숨을 뱉어낸 하윤의 입에서 앳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평소 입에 붙이고 다녔던 존댓말이 아닌 화를 참고 있는 반말.

선일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지금 목소리를 낸 사람은 신하윤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와 동시에.

“네놈의 처사를 결정했다.”

내 부활의 제물이 되어라.

늪지를 가득 메운 공기가 초월자의 격노로 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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