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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159화 (159/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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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화

사락.

등에서 검은 불꽃으로 이루어진 날개를 펼친 하윤.

그대로 허공으로 날아오른 그녀는 아래에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작게 손짓했다.

촤아악!

화르르륵!!!

흑색의 지옥불은 선일과 유리의 주변에 있는 나무에 옮겨붙었다.

순식간에 주변 온도를 20도 이상 끌어올린 하윤의 마력은 너무나 강대했다.

고작 학생 수준이라 절대 볼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으윽?!”

“...”

격렬한 열기에 침음을 뱉은 유리는 당황했다.

그녀와는 반대로 선일은 계속 침묵만을 유지했다.

그의 눈빛은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유리.”

선일은 담담한 목소리로 유리를 불렀다.

그녀의 호칭이 유리나에서 유리로 바뀐 이유는 다름 아닌 하윤도 같은 공간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선일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전투 준비해.”

투둑.

서리가 낀 것처럼 차갑게 얼어붙은 선일의 목소리를 듣자 하윤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자신을 향한 소중한 사람의 적의 때문일까.

그럴 리가 없다.

적의보다 더욱 심한 추악한 감정들을 2년 동안 맞봤는데 이 정도로 마음이 꺾일 리가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안다.

만약 꺾였다면 난 진작에 죽었어야 했으니까.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걸까.

저렇게 서늘한 눈빛은 익숙한데 왜 이렇게 아픈 걸까.

우우우웅...

선일은 조용히 주먹을 들었다.

그의 손에는 평소에 애용하는 건틀릿이 아니라 권총 형태의 여명, 황혼이 쥐어져 있었다.

“지...진짜 싸울 거야?”

“응.”

유리는 하윤이 먼저 힘을 드러냈음에도 공격하기를 꺼리고 있었다.

A반이건, B반이건 많은 친구를 가진 그녀였지만, 진짜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둘이었다.

그중 한 사람은 자신의 앞에서 격렬한 불꽃을 드러냈고, 한 사람은 그것에 대응하기 위해 살벌한 무기를 꺼냈다.

꾸욱...

유리는 팔찌가 있는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아무리 시험이라 하고, 먼저 무시무시한 기운을 발산했다고 해서 너무나 소중한 친구에게 검을 겨누고 싶지 않다.

동시에 한편으로는 바로 옆에 있는 소년의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도대체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 걸까.

그 순간,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리나, 정 내키지 않으면 먼저 돌아가도 돼.

귓가로 들려오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들어있을 정신에 직접 전달하는 듯한 방식.

이렇게 의지만으로 음성을 전달하는 기술은 그녀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분명 선일의 목소리다.

텔레파시와 전음.

애초에 선일이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무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텔레파시가 아니라 전음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았다.

휘익!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반응해 반사적으로 옆을 돌아본 유리.

위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살짝 틀어져 있는 선일의 얼굴에는 평소와 같은 다정한 미소가 입가에 있었다.

그의 햇살 같은 따스한 웃음을 보고 유리가 느낀 감상은 제일 먼저 안도 그리고 궁금함이었다.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이었구나.

역시 무언가를 노리고 있구나.

-무슨 작전 있어?

-응.

선일은 유리의 텔레파시에 즉답했다.

머릿속에 울리는 그의 목소리에서 단단한 신뢰가 느껴졌다.

누구를 향한 신뢰일까.

유리는 너무나 궁금했지만, 물어볼 시간도, 그런 의지도 없었다.

끄덕.

눈빛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으로 머릿속 대화를 마친 유리가 뒤를 돌았을 때, 다시금 그의 음성이 들려왔다.

-혹시 가기 전에 갈라틴 하나만 빌려줄 수 있어?

“응?”

생각지도 못했던 그의 부탁에 무의식적으로 소리가 나왔다.

이어서 입을 막은 유리가 텔레파시를 보냈다.

-갈라틴은 주인 말 아니면 잘 안 듣는데 괜찮아?

-괜찮을 거 같아.

담담한 말투에 무슨 방법이 있을 거로 생각한 유리.

그녀가 고민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어서 유리는 늪지를 빠져나가기 전에 팔찌에 마력을 주입했다.

우웅.

맑은 검명을 세상에 펼치며 유리의 아공간에서 튀어나온 한 자루의 대검.

황혼이나 여명과 같은 은은한 붉은색을 띠는 대검 갈라틴에게 유리가 몇 마디 속삭이자 쏜살같이 날아갔다.

역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아티팩트라 그런지 싫어하는 기미 하나 없이 영리하게 주인의 뜻을 제대로 따랐다.

촤아악!

터억!

순식간에 날아온 갈라틴은 그대로 총구를 겨누고 있던 선일의 옆에 박혔다.

여명이 있는 오른손을 장갑으로 바꾼 선일이 곧장 갈라틴의 손잡이를 쥐었다.

우우웅.

주인이 아닌 다른 인물이 자신의 몸에 손을 대자 갈라틴은 몸체를 떨며 본능적으로 그의 손길을 거부했다.

물론 주인의 명이 있기에 본체 안에 있는 기운을 사용해 그를 떨쳐내지는 않았다.

자신을 아껴주는 임시 주인에 대한 충성은 단순히 검이라고 보기 힘들게 만들었다.

-고마워.

선일은 마지막으로 유리에게 전음을 날리고서 갈라틴에게 기운을 담기 위해 눈을 감았다.

스륵.

스르르륵.

눈을 감자 아랫배에서 무형의 힘이 일렁이는 것이 느껴졌다.

순식간에 단전에서 위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마력.

선일의 몸을 하나의 폭포라고 비유했을 때, 단전에 있는 코어는 폭포가 끝나는 바닥이고 심장에 있는 코어는 폭포가 시작되는 끝이다.

그리고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선일의 마력은 잉어.

그런 미약한 마력이 단전에서 심장으로 올라가는 과정은 용이 되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기 위함이다.

띠링.

[스킬:천류체가 활성화됩니다.]

[소유자는 거대한 흐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스킬:적양권이 활성화됩니다.]

[신체와 마력에 강렬한 태양이 떠오릅니다.]

연속적인 기계음과 함께 눈을 감은 선일의 시야 앞에 푸른 텍스트가 나타났다.

매번 보았던 메시지들.

지금 상황에서는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인 텍스트들을 곧장 지워버린 그는 마력의 흐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아무 힘도 없었던 투명한 마력들은 빠른 속도로 혈관을 타고 심장까지 올라갔다.

그렇게 한낱 미물이 폭포의 끝에 다다른 순간.

스으으으...

화륵.

기름에 불이 붙은 것처럼 아무 속성도 없었던 마력에 열기가 붙었다.

지옥불과는 다른 강렬한 불꽃.

태양이었다.

“후우...”

선일은 완전히 태양으로 변화한 마력들은 온몸의 신경과 혈관 그리고 근육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불꽃을 내부에 퍼트려 신체 능력을 폭발적으로 강화한 것이다.

그중 가장 유의미한 변화가 보이는 곳은 바로 갈라틴을 잡고 있는 오른손이었다.

우웅...

처음에 갈라틴은 몸 안에 들어오는 마력을 무의식적으로 거부했다.

충성을 맹세한 에고 소드에게 주인의 마력이 아닌 타인의 힘이라면 이물질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아무리 주인인 유리의 명이 이 인간을 도우라는 것이었지만, 기사의 수족이라는 자존심이 있었다.

그렇기에 최대한 거부했을 텐데.

우우웅...?

갈라틴은 이상함을 느꼈다.

어째서인지 이 소년의 마력은 너무나 익숙했으니까.

그리고 갈라틴은 익숙함의 이유를 금방 깨달았다.

우우우우-!!!!!

무생물인 자신이 살아 숨 쉬는 것만 같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거대한 생명력.

자신이 처음 태어났을 때 옆에서 느껴졌던 강렬한 용광로의 뜨거운 열기.

마치 고향에 돌아온 것만 같은 반가운 느낌은 첫 번째 주인에게만 느꼈던 힘이다.

덜컥.

선일은 갈라틴의 날이 검집에서 살짝 빠져나온 것을 보았다.

에고 소드는 주인이 아닌 다른 이의 힘으로 검집에서 빠져나가는 일은 없었지만, 선일은 악사영에 나온 갈라틴의 설정을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악사영의 등장하는 주요 인물, 그리고 성유물이나 아티팩트 같은 장비들의 설정은 ‘강선일’의 세상에 있던 유명한 설화들을 따왔으니까.

‘유리의 힘, 아니 [영광스러운 왕국]에 대한 건 전부 아서왕 전설에서 영감을 받았었지.’

악사영을 쓰기도 전인 초등학생 때 보았던 아서왕 전설은 어린아이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을 만큼 환상적이었으니까.

그가 중요 인물인 유리와 그녀와 연관된 요소들의 아서왕 전설을 넣은 것은 순전히 그 위명을 소설에서 재현해보고 싶기 때문이었다.

원래 세상에서 갈라틴은 아서왕 전설에 등장하는 불꽃의 기사 가웨인의 애검이자 이 세상에서는 아서가 소유하고 있는 에고 소드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검이다.

게다가 성스러운 힘을 지닌 성검이기에 악마의 힘을 다루는 하윤을 상대로 우위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철컥.

절반 이상 검집에서 빠져나온 갈라틴은 은빛의 날에 붉은색의 기운을 휘감고 있었다.

그는 왼손에 있는 황혼의 방아쇠에 검지를 올린 상태로 갈라틴을 완전히 뽑았다.

스릉.

청명한 울림과 손에서 느껴지는 손맛.

어째서 이 세상의 주인공인 이선월이 발검과 착검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처억.

선일은 그대로 갈라틴으로 위에 있는 소녀를 가리켰다.

뛰어난 동체 시력을 가진 그였기에 볼 수 있었다.

숨기려고는 하지만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고통의 잔향.

폭식의 힘이 가진 저주였다.

화륵.

화르르르르륵-!!!!

폭식의 저주가 신하윤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악사영을 썼던 선일은 알고 있다.

그렇기에 덜어주려는 것이다.

선일은 하윤에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를 내었다.

“기다려.”

구해줄게.

이후 완벽히 다른 두 개의 불꽃이 늪지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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