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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154화 (154/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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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화

“하아아암...”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밤의 찬 기운이 가시는 것을 느낀 선일이 입을 크게 벌리며 하품을 내쉬었다.

감은 눈 사이로 흘러나오는 눈물 한 방울을 가볍게 털어낸 선일이 조용히 투덜거렸다.

“...나는 왜 여기서도 불침번을 서는 거지?”

더럽게 피곤하다.

물론 잠을 못 잔다고 해서 쉽게 지칠 리는 없다.

최하급인 F나 D급이라 해도 2, 3일 정도는 밤새더라도 무리 없이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종족이 바로 헌터라는 종족이니까.

다만 선일이 피곤하다고 느낀 이유는 과거의 기억에 남아있는 잔향 때문이다.

악사영의 세계관에서 헌터는 자진 입대가 아니면 군대를 갈 필요가 않지만, 원래 ‘강선일’이었던 그는 전 세계에서 의무 복무를 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부조리가 더럽게 심한 곳에서.

“X... 근데 왜 그 자식들이 그립지?”

선일은 미간을 찌푸리며 콧대를 잡았다.

이번 에피소드가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온갖 생각이 전부 드는 것 같았다.

물론 선일은 속으로 ‘설마...’라며 믿지 않았지만.

짹짹...!

귀여운 참새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지.

선일은 곧장 자신의 감상을 철회했다.

미개척지대에 아주 작은 참새 따위가 살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역시.”

고개를 올린 선일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침의 햇빛은 너무나 밝다.

그러나 선일은 눈을 찡그리지 않았다.

왜냐.

마치 먹구름이 진 날씨처럼 그를 내리쬐는 햇빛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늘을 가리는 거대한 그림자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짹짹.

작고 연약한 소리와 거대한 그림자 둘 다 하나의 조류형 몬스터에서 나온 것이었다.

대충 봐도 몸체의 길이가 5미터는 넘었고 발톱은 엄청나게 날카로웠다.

위협적인 몸과 다르게 얼굴은 참새와 똑같아 현실에 살다 온 선일은 심한 괴리감을 느꼈다.

“...거참 덩치랑 안 어울리는 귀여운 소리를 내네.”

선일은 작은 웃음소리를 내었다.

딱 봐도 성가신 상대.

아직 눈치채지 못했기에 기습하면 어찌저찌 될 것 같다.

저 거대한 조류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고민을 마친 선일은 곧바로 주먹을 쥐었다.

꽉 쥔 주먹이 아닌 작은 막대 하나 들어갈 틈이 남은 주먹.

그 행동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였다.

철컥.

직후 오른손의 장갑이 입자로 변한 뒤 곧장 꽤 큰 ㄱ자 형태로 변했다.

아직 유리가 안에서 자고 있으니 조용히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꺼낸 여명의 또 다른 형태.

선일이 쓸 수 있는 기술 중에서도 꽤나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프로미넌스 레이]라는 스킬이 들어있는 권총이었다.

짹?

선일이 하늘을 향해 여명을 겨누자 위에 있던 흉조가 귀여운 얼굴로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 얼굴이 은근히 귀여워 보였다는 점에서 선일은 살짝 열을 받았다.

“...나도 미쳤구나?”

헛웃음을 뱉은 선일은 여명으로 하늘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단전의 마력을 운용해 숙소 역할을 하는 간이 천막 앞에 막을 쳤다.

아직 꿈나라에 있을 유리를 위한 아주 작은 배려였다.

‘물론 한동안 권총을 안 써서 근질거린 것도 있지만.’

뭐 어쨌든 지금의 상황이랑 그닥 관련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우우웅.

화르륵.

두꺼운 마력의 막으로 소리를 차단한 선일.

그가 들고 있는 여명의 총구 앞에 불꽃이 모이기 시작했다.

뜨거운 아침이라 그런지 여명의 기운이 더욱 강해진 상태였다.

째...째짹?!

그제야 위기감을 느낀 거대 참새가 아래를 바라보았다.

자기 딴에는 목숨을 위협하는 불온한 기운이니 본능적으로 경계한 것이다.

“봐서 어쩌냐.”

빈정거리는 선일의 목소리를 들은 걸까?

이곳을 바라보던 거대 참새의 눈빛이 변했다.

마치 귀찮은 짓을 하는 사냥감을 바라보는 탐욕스러운 눈.

아마도 인간의 작은 체구를 보고 무시한 것 같았다.

쌔애액-!

직후 거대 참새가 선일과 유리가 있는 천막 쪽으로 빠르게 하강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잠자코 쳐다보던 선일의 입가가 슬며시 올라갔다.

“표적이 일직선으로 다가오니까 좋네.”

처억.

왼쪽 눈을 감아 정밀도를 올린 선일.

그는 황혼이 있는 왼손으로 여명을 쥔 오른손을 단단하게 지탱했다.

실로 정석적인 사격 자세.

다리는 총구에서 일어날 거대한 충격에 대비해 땅에 단단하게 박혔다.

“후우...”

마지막으로 속에서 집중을 방해하는 숨을 내쉰 채 호흡을 멈춘 선일.

위에서는 거대한 부리가 그를 꽂아버리려고 무섭게 달려들었으나 하나도 겁이 나지 않았다.

꾸우욱...

“조금만 더 가까이 와라.”

미간을 날려줄게.

방아쇠를 아주 조금만 더 누른다면 그대로 탄환, 아니 [프로미넌스 레이]가 쏘아질 것이다.

째애애액-!!!!

“그렇게 소리쳐도 안 무섭다 인마.”

조용히 총구를 겨누며 선일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어느새 그의 입가에는 웃음이 지어져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띠링!

갑작스레 귓가에 울리는 설계자의 음성.

조금이라도 타이밍을 놓치면 오히려 당하는 것은 선일 자신이었기에 그는 알림을 확인하지 않았다.

선일이 ‘어차피 나중에 확인해도 되니까’라는 마음으로 완벽한 타이밍을 잡고 있었을 때,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

우우우웅!

‘뭐야?’

갑작스레 그의 눈앞이 일렁거렸다.

시야가 흔들린다거나 정신을 잃었다는 말이 아니다.

말 그대로 선일의 바로 앞에 있는 공간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는 진동의 정체를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바로 재능충이나 설정창과 같은 특전 중 하나인 인벤토리가 떨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설마...?’

[‘신수의 알’이 답답해합니다.]

[‘신수의 알’이 따분함을 참지 못해 밖으로 나가려 합니다.]

[‘신수의 알’의 격이 높아 특전:인벤토리가 막을 수 없습니다.]

처음 보는 현상에 당황할 새도 없이 떠오르는 3개의 메시지.

모든 내용이 전부 합동 훈련의 보상이었던 ‘신수의 알’에 대한 것이었다.

직후.

우웅!

공간의 일렁임 밖으로 툭하고 튀어나온 새하얀 무언가.

어떻게 봐도 ‘신수의 알’이었다.

‘...’

애초에 그가 이 세상으로 빙의한 일부터 자신이 알던 상식이 아니었지만, 어느새 그는 악사영이라는 세상에 물들어갔다.

그 사실을 선일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었기에 대부분의 상식 또한 그에 맞춰 변화했다.

하지만 ‘강선일’이라는 인간이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얻은 지식을 갈아 끼우는 일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이냐.

“...?”

선일은 ‘신수의 알’이 보인 상식 밖의 일에 잠시 말을 잃었다는 의미다.

“...너 왜 나왔냐?”

답답하다고 자기가 직접 찡찡거릴 것은 물론, 자기 힘으로 설계자의 특전을 나오려 했다는 점이 어이가 없었다.

그렇기에 선일은 무의식적으로 알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동시에 순간의 틈이 생겨났다.

째액!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틈을 거대 참새가 놓칠 리 없었다.

참새는 귀여운 울음을 뱉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아이러니하게도 날카로운 부리에 저 아래에 있는 작은 인간을 꽂아버리겠다는 포악한 결정이었다.

<우리 애기들 아침밥!>

거대 참새에게 만약 인간의 얼굴이 있다면 분명 싱글벙글 웃고 있었을 것이다.

새의 감정을 알 리가 없는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도 그 정도로 행복해 보였다.

다만 한 가지를 알지 못했을 뿐이다.

우우웅-!

어느새 선일과 거대 참새의 사이에 자리를 잡은 ‘신수의 알’.

주인인 그의 눈에는 의문이 실렸다.

‘얘 뭐야? 언제 여기까지 올라온 거야. 아니 애초에.’

자기 혼자서 움직일 수 있어?

뜻밖의 사실에 선일의 총구가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거대 참새의 존재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선일은 곧바로 알을 넘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후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째애액...

흔들흔들!

약 10미터 위에서 당황한 거대 참새와 바로 앞에서 편안하게 몸을 흔드는 신수의 알.

게다가 알이 한 번씩 격하게 흔들리거나 참새 머리 주위를 돌아다닐 때마다 참새의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흔들렸다.

도대체 이게 무슨 광경일까.

잠시 굴러가지 않는 머리를 돌리던 선일은 이 두 조류(아직 하나는 태어나지 않았지만)의 모습이 익숙했다.

마치 혼내는, 아니 군기를 잡는 것처럼 보인다.

“...군대냐?”

우우웅!

선일의 목소리에 참새를 혼내던 알이 진동하며 그의 손에 날아들었다.

딱 봐도 알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서일까.

아니면 같은 조류끼리 군기를 잡아서 그런 걸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선일은 후자라고 생각했다.

“뭐 어떠냐.”

선일은 빙그레 웃으며 알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답답하다고 나오긴 했지만 귀찮아질 뻔한 참새의 공격을 막았다.

아니, 막아주었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서는 알에게 내려줄 상을 떠올리고 있었다,

“흐음, 딱히 뭘 해줘야 할지 생각이 안 나네. 그건 그렇고.”

투웅.

선일은 하늘 위에서 멈춰서 떨고 있는 참새를 향해 가볍게 뛰었다.

이제는 첫 번째 벽에 다다른 마력으로 강화한 다리 힘은 10미터 정도는 충분히 올라갈 수 있었다.

투욱.

“으차... 이놈을 어떻게 하지?”

안정적으로 참새 머리 위에 안착한 선일이 손으로 쥐고 있던 여명을 겨눴다.

여전히 총구에서는 강렬한 불꽃이 일고 있었다.

신수가 막아준 탓에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 결정은 금방이라도 바뀔 수 있다.

아니, 금방이 아니라.

바로 지금 바뀌었다.

“혹시라도 모르니까 처리하는 게 낫겠네.”

덜컥.

화르르르...

총구의 황금빛 불꽃이 강하게 울렁였다.

처리라는 살벌한 의지.

평범한 동물보다 감각이 발달한 몬스터가 고작 살기를 모를 리 없었다.

짹짹째액짹짹!

필사적으로 울어대는 참새.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 네 말 못 알아들어.”

째애애애액-!!!!!

거대 참새는 느꼈다.

자신의 머리 위에 앉아있는 죽음.

그곳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던 선일은 볼 수 없었지만, 참새의 눈에서는 어느새 인간의 주먹만 한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선일이 방아쇠를 당기려던 순간.

따악!

무언가 선일의 머리를 강하게 강타했다.

신수의 알이었다.

“왜?”

어느새 다가왔던 걸까.

순간적으로 위치를 놓쳤다.

애초에 갑작스레 머리를 때리니 솔직히 좀 당황하기도 했지만.

우우!

선일의 머리를 때린 알은 화난 것처럼 몸을 떨었다.

오랜만에 좀 자유롭게 놀라는 뜻으로 편하게 놔줬는데 뭐가 불만일까.

짹짹...

그의 발아래에 있는 참새가 불쌍하게 울었다.

선일 또한 눈치가 없지는 않았다.

아니면 자신의 신수이기에 의지를 알 수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설마 동정하는 거야?”

웅!웅!

반응을 보니 맞는 듯하다.

선일은 총구를 흔들거리며 알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어느새 그의 표정에는 웃음은 이미 사라졌다.

“얘는 몬스터잖아.”

우우우우!

하지만 알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쏴보라는 것처럼 여명의 총구 앞에서 계속해서 날아다녔다.

그 모습은 마치 자식이 투정을 부리는 것 같아 선일은 할 수 없이 마력을 거둬들인 여명의 모습을 장갑으로 바꿨다.

“됐지?”

흔들흔들.

선일의 말에 만족한 알은 주위를 하염없이 날아다녔다.

그 모습이 귀여운 탓에 선일의 입가에 반사적으로 호선이 그어졌다.

직후.

띠링!

새로운 기계음이 들렸다.

그와 동시에.

“뭐?!”

선일의 목소리가 하늘 위로 높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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