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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153화 (15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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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화

밤 12시가 훌쩍 지난 새벽.

중간고사의 무대, 사선도(死線島)의 밤은 5월임에도 가을처럼 쌀쌀했다.

그러나 섬 안에 있는 그 누구도 불은 피우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불꽃은 자신에게는 따스하지만, 적에게는 그저 자신과 동료가 있는 곳을 알려주는 등불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이 시간의 학생들은 자신들이 구한 안전한 은신처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장비를 재정비하는 일이 일반적이었다.

스륵.

하지만 이선월이란 인간은 그런 일반적인 상황을 따르지 않았다.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어두운 야산을 달리고 있는 이선월.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그의 등 뒤에서 검은 그림자, 아니 검은 망토가 조금씩 펄럭거렸다.

이선월의 망토 [흑야]가 한 번 흔들릴 때마다 걸음 소리가 사라졌고, 두 번 흔들릴 때마다 남아있는 흔적이 완전히 사라졌다.

말 그대로 완벽한 은닉 상태.

마력이 조금씩 소모되고 있기는 하지만, 선월이 가진 마력의 총량은 마법과 정령의 축복을 받은 유리와 비교해도 절대 꿀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이상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부스럭.

땅을 달리고 있는 선월의 위에 있는 나무에 잎이 흔들렸다.

무언가 있다는 의미.

만약 몬스터나 적이었다면 선월은 순식간에 검을 뽑아 들었을 것이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묵묵하게 입을 닫은 채 마력을 흘릴 뿐.

그리고 그렇게 흐르는 마력은 나무에 있는 누군가를 향했다.

-기척을 더 죽여라.

“으응...!”

-목소리는 내지 말고.

선월의 위쪽에 있는 푸른 머리의 소녀, 황신영은 그의 전음에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목소리를 내자마자 한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좋은 건 어쩔 수 없었다.

둘은 이번 중간고사에서 한 팀을 맺기로 한 연합이었으니까.

물론 그들이 맺은 연합에는 이선일과 유리 펜드래건까지 있기는 했지만, 지금은 단둘밖에 없었다.

‘쓰레기, 아니 이선일이 쓸모가 있다니...’

절대 좋은 관계라 할 수 없는 그녀가 선일의 연합에 들어온 이유는 두 사람만 남을 수 있게끔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상황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스윽.

황신영은 소리 없이 웃었다.

그녀의 파벌에게 보여주는 고고한 웃음이 아니라 누군가를 연모하는 감정이 만들어낸 수줍은 웃음이었다.

아마 선일이 그 얼굴을 봤으면 질색했을 수도 있다.

아니, 이미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두 사람을 붙여놓은 것은 순전히 그의 생각이니까.

“헤헤...”

-잡생각은 멈춰라. 다시 집중해서 달린다.

“으응!”

-목소리는 내지 말라고 했을 텐데.

헤픈 웃음을 지었던 황신영은 선월의 전음에 표정을 가라앉혔다.

숨을 한 번 고르고 얼굴을 문지른 그녀의 귀에 선월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저기 저 앞에서 기척이 느껴진다.

그 목소리에 감각을 마력으로 강화하며 집중한 황신영.

선월의 말대로 저 앞에서 존재감이 느껴졌다.

인간의 기척이 아닌 것으로 보아 몬스터다.

황신영은 눈에 마력을 집중하자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마치 야생동물처럼 빛났다.

우우웅...

황신영이 앞에 있는 몬스터들에 대해 파악하는 동안, 선월 역시 상황을 알아보는 중이었다.

아쉽게도 시각은 궁수인 황신영을 따라갈 수 없지만 다른 감각들은 월등히 뛰어났다.

게다가 그의 마력 성질은 달.

그리고 지금은 상현달이 떠오른 밤이다.

화악!

본질인 달이 그를 축복하자 마력이 동조했다.

낮보다 훨씬 감각이 예민해진 선월은 제일 먼저 청각에 집중했다.

눈을 감으며 귀만을 열어두자 조금씩, 아주 조금씩 들려온다.

투둑.

크르르...

첫 번째는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

아마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밟은 것 같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낮은 울음소리들.

선월은 인간이기에 짐승, 아니 몬스터의 음성으로는 많은 것을 파악하지는 못한다.

정보가 조금 더 필요하다.

으릉...

또 다른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선월은 대강 정황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많군.’

앞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한둘이 아니다.

소리와 느껴지는 기척으로 보았을 때 적어도 여덟 개의 몬스터.

하지만 소리의 종류는 단 두 개.

그리고 그 속에는 인간인 그조차 확실히 알 수 있는 선명한 적의와 경계심.

모든 정황히 말은 즉 무슨 의미냐.

‘아마 세력 싸움 중인 건가.’

사선도는 간단한 중간고사 시험장이 아니었다.

클리어가 완료된 지하급의 미개척지대였다.

그렇기에 이곳에는 학생들뿐 아니라 몬스터 또한 존재했고, 그들을 사냥할 때마다 시험 점수도 얻을 수 있었다.

‘흐음... 어딘가 찜찜하군.’

선월과 황신영 역시 몬스터를 파악하려고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

정보를 더 알고는 싶었지만.

생각을 끝마치며 상황을 판단한 선월이 허리춤의 검을 쥐었다.

위에 있는 황신영과 신호를 맞추면 곧바로라도 뽑을 수 있게끔 준비했다.

그렇게 타이밍을 잡고 있을 때,

사락.

아주 작은 무언가가 밤바람에 흔들리며 위에서 떨어졌다.

전음이나 텔레파시를 사용하지 못하는 헌터들을 위해 만들어진 마력 종이였다.

펜이 없어도 마력으로 글씨를 적을 수 있는 편리한 물건.

마력 종이는 아직 전음을 쓸 수 없는 황신영이 사용하기 위해 가져온 것이었다.

선월은 위에서 내려온 마력 종이를 낚아채 펼쳤다.

[앞에 호른 울프들하고 대형 몬스터들이 대치하고 있어.]

‘역시 생각했던 대로 세력 싸움이 맞는 것 같군. 근데 호른 울프 떼라고...?’

쪽지를 읽은 선월은 이상함을 느꼈다.

선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 역시 수준급의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분명 호른 울프는 단독적으로 다니는 몬스터인데.’

호른 울프(Horn Wolf)는 말 그대로 호른처럼 말려있는 뿔이 달린 늑대였다.

지하급의 몬스터인 그놈들은 겉모습만 늑대와 닮았을 뿐 완전히 다른 습성을 지녔다.

‘떼를 지어 다니는 원종과는 다르게 그놈들이 집단을 이루는 경우가 거의 없지.’

펄럭.

다시금 쪽지가 내려왔다.

선월은 황신영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다른 몬스터는 커즈닉 베어 떼야.]

호른 울프는 간간이 등장하는 지하급 던전에서 보스를 맡고 있을 만큼 강한 힘을 가졌다.

마찬가지로 커즈닉 베어 역시 호른 울프와 비견될 만큼 강한 몬스터다.

‘그런 놈들이 갑자기 떼를 이루다니.’

한 던전의 보스라고 부를 수 있는 그놈들이 떼를 이룰 때는 딱 하나밖에 없다.

혼자서는 상대하지 못하는 강한 상대가 존재할 경우.

‘그럴 리는 없다.’

고작 지하급 미개척지대에서 호른 울프나 커즈닉 베어가 떼를 지어 상대할 적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니까.

게다가 야성과 폭력성을 가지고 있는 그놈들이 그냥 대치만 하고 있다?

선월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이선일... 뭘 알고 있는 거지?’

선월은 조용히 검자루를 쥔 채 생각했다.

이전에 말했던 대로 황신영과 선월은 몬스터를 사냥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연합의 리더인 선일의 지시.

그는 두 사람에게 산에 존재하는 몬스터를 확인하며 이상한 점이 있는지를 확인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선월아, 어떻게 할까?]

-사냥한다.

곧바로 내려오는 황신영의 쪽지에 선월은 망설임 없이 전음을 보냈다.

이미 그는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해 가장 효과적인 공격을 생각하고 있었다.

-신호를 줄 테니 동시에 큰 기술을 퍼붓는다.

끄적.

황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래에 있는 선월에게서 거대한 마력이 느껴졌다.

그에 호응하듯 황신영 역시 활시위를 잡아당기며 주문을 중얼거렸다.

크륵?

우워.

몬스터들에겐 마력을 느끼는 감각이 없다.

그러나 야성이라는 이름의 본능으로 이상한 낌새를 감지했는지 바쁘게 주변을 확인하고 있었다.

철컥.

선월이 검을 잡았다.

그는 마치 곧바로라도 달려들 것처럼 자세를 낮췄다.

달미르는 검집 안에서 조용히 달의 힘을 여의주로 바꾸며 아무도 모르게 이빨과 발톱을 갈고 있었다.

촤아아아...

빛을 내뿜는 밝은 달을 제외하면 하늘은 한없이 어두웠다.

그러나 지금.

-쏴라.

쿠구구구...!

검은 소년의 검이 검집에서 빠져나왔고.

싸아아아...!

푸른 소녀의 화살이 활에서 떠나왔다.

촤아악!

백천창월류 발도술.

달이 떠오르는 밤.

푸슉푸슉푸슉!

멸마의 궁(弓)

설산의 칼바람.

화아아...

촤라락!

선월에게서 날아간 검기는 한없이 노란 빛이 섞인 남색에 가까웠고.

황신영에게서 쏘아진 화살 비는 푸른 빛이 섞인 백색에 가까웠다.

아무도 이 둘이 처음 합을 맞춰봤다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선월이 신호를 줬다 한들 두 사람의 호흡은 정확하게 일치했으니까다.

크에에엑-!

깨개갱!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진 반월형의 검기는 덩치가 커 속도가 느린 커즈닉 베어들이 있는 공간 전부를 정확히 갈랐다.

그에 비해 위력은 약하지만, 훨씬 수가 많았던 날카로운 얼음들은 피할 틈도 호른 울프의 몸통에 꽂혔다.

완전한 절명이다.

두 개체들은 지하급 던전의 보스들이었지만 두 천재의 기습을 막을 수는 없었다.

황신영의 실력은 이미 대한고 2학년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선월은 벽을 넘어 평범한 학생의 실력을 뛰어넘은 지 오래였다.

“후우...”

-목소리는 내지 마라.

침묵만 들려오자 그제서야 전위인 선월이 두 몬스터가 있던 공간을 확인했다.

하나, 둘, 셋... 여덟.

처음 감지했던 숫자 그대로다.

선월은 뒤에 있는 확실히 끝났다는 신호를 보냈다.

“휴우...”

-목소리는 내지 마라. 아직 더 있을 수도 있으니.

큰 기술을 쏘아내고도 긴장을 유지했던 황신영은 그대로 숨을 내쉬었다.

선월은 그런 황신영을 향해 핀잔했다.

쓱쓱.

이어서 황신영은 주변을 경계하며 마력 종이를 건넸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체력과 마력이 부족했다.

[돌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나 조금 힘든데...]

은근한 투정.

그러나 선월은 그런 걸 신경쓰는 성격이 아니었다.

-아니, 조금 더 확인한다.

“에엑...”

-쉿.

단호한 결정에 순간 표정이 무너질 뻔한 황신영.

그래도 같이 있을 수 있다는 행복한 생각이 공존했다.

***

선월과 황신영이 산을 확인하는 동안, 유리와 선일은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지금 간단한 대련을 하고 있었다.

아니, 하고 있다는 말은 맞지 않았다.

그들의 대련은 순식간에 끝났기 때문이다.

유리가 말했다.

“...선일이 너 뭐야?”

그녀의 얼굴에 물든 당혹이란 감정.

선일은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유리를 향해 손을 건네며 말했다.

“필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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