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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152화 (152/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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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화

통통통통...

보글보글.

경쾌한 칼질 소리와 시원하게 끓여지는 중인 찌개의 거품소리.

저녁 메뉴를 들은 순간부터 침이 고이는 맛있는 음식들과 커다란 창문 밖에서 흘러 들어오는 아름다운 석양의 빛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과장을 조금만 더 보태자면 이런 저녁의 분위기가 진짜 마법이라 생각될 정도였다.

후루룩...

씨익.

맛있다.

생각했던 그 맛이다.

저녁 식사를 담당하던 청년은 국자에 담긴 국물을 한번 맛보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사락.

그가 가스레인지 쪽을 향해 가볍게 손짓하자 불꽃이 픽하고 스러졌다.

자신의 조카를 돌보기 위해 집에만 박혀 있었지만, 청년 역시 마력을 다룰 줄 알았다.

그것도 형이나 조카와 똑같은 불꽃의 성질을 지녔다.

물론 유명한 형만큼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하윤아! 형! 밥 먹으러 내려와!”

달칵.

덜그럭.

“후우.”

청년은 윗층에 있는 가족들을 부르며 음식들을 먹기 좋게 그릇에 담았다.

이어서 그는 앞치마를 벗으며 이마에 맺힌 땀을 소매로 훔쳤다.

그가 훔친 것은 땀방울뿐만이 아니었다.

한동안 쓰지 않았던 마력을 사용하니 느껴지는 이질감을 지우기 위해서였다.

비유하자면 뭐랄까.

어느날 갑자기 팔이 하나가 더 생기고, 뇌가 두 개로 분리된 느낌이다.

평생 단 두 개만 사용했던 팔이 갑자기 하나 더 생겼다는 충만감과 사고를 담당하는 뇌가 갑자기 두 개로 분리된 어지러운 느낌.

헌터가 아닌 인간이라면 절대 적응하지 못하는 이질감이었다.

“...언제 내려와! 밥 식는다!”

팔이 두 개라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어색함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마법은 물론, 마력 자체를 다뤄본 적이 오랜만이다 보니 그랬다.

청년은 머쓱함에 위층에서 내려오고 있을 부녀를 향해 소리쳤다.

이후 몇 초 지나지 않아 소녀가 내려왔다.

“우웅...”

낮잠을 자고 있었던 걸까.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소녀는 잠에 취한 듯 눈이 반쯤 감겨 있었다.

하품을 푹 내쉬며 식탁 쪽으로 걸어오던 소녀는 킁킁거리며 음식의 향기를 맡았다.

“오늘 저녁 뭐야 삼촌?”

“삼겹...”

“와 삼겹살이다!”

작은 코가 감지한 맛있는 냄새에 소녀가 청년에게 물었다.

청년은 익숙하게 오늘 저녁 메뉴를 소개하려 했지만, 그가 말하려던 것보다 먼저 소녀가 소리쳤다.

소녀는 어느새 활짝 떠진 눈으로 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과 잘 끓여진 된장찌개과 시선을 맞추며 다가갔다.

순식간에 좁혀지는 삼겹살과 소녀의 거리.

그렇게 아름다운 자태의 고기와 소녀의 손이 마주하려던 찰나 청년이 소리쳤다.

“안돼!”

청년의 단호한 말투에 소녀의 손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좀만 더 갔으면 작디작은 손이 잘 구워진 삼겹살에 닿았을 텐데.

그를 향해 돌아보는 소녀의 눈엔 아쉬워하는 눈빛이 들어있었다.

평소라면 조카의 귀여움에 맘이 약해지지만, 식사 시간 때는 절대 봐주는 게 없었다.

청년이 말했다.

“손 안 씻었잖아.”

“씻고 왔거든?!”

“뻥치고 있네. 하윤이 너 방금까지 자고 일어나서 눈도 제대로 못 떴으면서.”

“으윽...!”

소녀의 심장은 청년의 돌직구를 맞고 뜨끔거렸다.

청년이 하는 말은 전부 정답이었다.

애써 거짓말을 하려 해도 이미 표정에서 다 티가 나는 소녀였다.

“얼른 손 씻고 와. 가족들이 먹는 음식인데 더러운 손을 대면 되겠어, 안 되겠어?

“그...그럼 젓가락으로 먹으면 되잖아!”

“안 돼. 깨끗하게 손 씻고 와,”

“칫...”

아쉬워하던 눈빛을 원망으로 바꾼 소녀가 입을 삐쭉 내밀며 화장실로 걸어갔다.

어느덧 팔짱을 낀 청년은 조카의 뒷모습을 보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몰래 걸어오지 말고 형도 얼른 씻고 와.”

쿠웅!

말이 끝나자마자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소리의 정체를 알고 있는 청년이 한심한 표정을 지었다.

떨어진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알고 있었어?”

“엉.”

청년은 당황한 목소리에 즉답했다.

직후 거실 쪽에서 한 사내가 걸어왔다.

방금 전 계단에서 떨어진 사람이 그였는지 발을 절뚝거리고 있었다.

“어떻게?”

“나도 헌터인데?”

머리카락이 카치집이 된 남성.

아마 방금 화장실로 들어간 딸과 같이 자고 있었는지 추레해진 상태의 남성은 동생을 향해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 중간에 하품을 내쉬었다.

“아 맞다아... 그랬지.”

“형은 맨날 잊더라?”

“하하...”

“어라, 아빠도 일어났어?”

남성이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화장실로 걸음을 틀었을 때, 딱 맞춰 나온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소녀는 절뚝거리는 아빠의 모습이 웃겼는지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아무리 화장실에 있었어도 그렇게 큰 소리를 못 들을 리가 없었겠지.

이어서 소녀는 장난기 넘치는 웃음을 지었다.

“방금 큰 소리... 아빠였구나!”

“맞아, 아빠가 실수로 넘어졌어.”

“조심 좀 하지, 아빠. 왜 바보처럼 넘어졌어!”

소녀의 웃음은 활짝 핀 해바라기와도 같다.

딸을 마주한 남성의 웃음에는 어느새 멋쩍음이 사라져있었다.

“하하... 아빠는 바보 맞는걸. 우리 딸만 보이는 바보~.”

“뭐야~!”

“두 사람 대화는 그만하고 식사나 하시죠? 음식 다 식겠다.”

이렇게 내버려두면 계속해서 이야기를 할 것이 분명했기에 청년은 둘의 목소리를 끊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남성이 말했다.

“일단 나 손 씻고 올게.”

“얼른 갔다가 와. 배고프니까.”

“배고프다~!”

청년의 말에 호응하듯 소녀는 배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두 혈육의 모습에 남성은 웃음을 지었다.

가족들이 자신과 함께 웃어주는 이 시간이 그에게는 너무나 소중했다.

“빨리 갔다 올게!”

남성은 바랬다.

딸과 동생이 평생 이렇게 행복했으면 좋겠고, 또 그 중간에는 언제나 자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

삐빅삐빅!

시끄러운 기계음이 잠을 방해했다.

하윤은 평소에 누워있던 기숙사 침대가 아니라 나무 위에서 슬며시 눈을 떴다.

직전까지 늪지의 몬스터들과 싸우던 하윤.

잠시 휴식을 위해 나무 위로 올라가 눈을 감고 있었는데 어느새 잠이 든 것 같았다.

“...꿈이구나.”

하윤은 아쉬웠다.

꿈에서 봤던 기억은 행복한 시절이었기에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 와중 푹신한 침대에 익숙해졌는지 등이 통증에 의해 욱씬거렸다.

게다가 몇 시간 전까지 계속해서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었기에 감각이 예민했다.

“...몇 시지?”

슬며시 눈을 뜬 하윤은 손목에 있는 워치를 쳐다보았다.

시계를 보는 그녀의 눈엔 피곤함이 가득했다.

몇 달 만에 느끼는 딱딱한 잠자리의 불편함.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불편함이 익숙했다.

이 학교에 들어오기 전까지의 힘들었던 시절을 몸이 기억하는 듯 싶었다.

이후 하윤은 지금 시간이 고작 새벽 다섯 시라는 것을 확인하고 고민했다.

“...좀만 더 자고 싶다.”

하윤은 평일이라면 여덟 시, 주말이라면 오후 한 시까지 자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험 중이다.

생존이 최우선 과제인 이곳에서 ‘조금만 더’라는 말은 사치나 다름없었다.

하윤이 가볍게 신체와 마력을 확인하고 나무에서 떨어지려는 그때.

으적으적.

아래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늪지의 몬스터가 먹잇감을 사냥한 것이겠지.

식사에 집중하느라 위에 있는 자신을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보니 기회다.

“...이봐요.”

하윤은 작은 목소리로 누군가를 불렀다.

주변에는 그녀를 제외하면 다른 학생들은 없었다.

그러나 하윤의 심장에는 특별한 존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왜?

먹을 거 생겼어?

하윤은 뒷말을 듣고 질색했다.

같이 살아가기에 어쩔 수 없지만, 악마의 존재감이란 인간에게 불쾌감만을 준다.

아니, 불쾌감뿐만 아니라 예를 들자면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자면 인간이 가진 생명력이나 감정.

그것에 악마의 힘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에게는 독이나 마찬가지이다.

“네 먹을 거 생겼어요.”

악마 자체가 전부 그런 걸까.

아니면 자신의 몸에 기생하는 이 악마가 특별한 걸까.

모르겠다.

-알겠어.

스르륵.

그녀의 존재감이 안에서 커지자 힘이 쭉 빠져나간다.

모든 것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는 벌레들처럼 하윤의 마력이 점점 타락하기 시작했다.

악마 숭배자가 아닌 헌터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현상이다.

아니,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하윤은 악마를 인정하고 받아들였기에 사용할 수 있었다.

하아...

만약 이 모습을 다른 헌터들이 본다면 금기를 어겼다고 할 것이다.

억울하게 죽은 아빠처럼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할 것이다.

하지만 익숙하다.

아빠가 죽은 순간부터 언제나 받았던 시선들이니 참을 수 있다.

다만 슬픈 것은.

‘...선일씨나 유리씨가 이 모습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

마지막 양심, 아니 마지막 희망이다.

이 세상 모두에게 욕을 먹더라도 그들에게 이 추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싫다.

아빠와의 추억 이후로 행복했던 시간였고, 좋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꾸욱...

심장을 옥죄는 것이 과연 악마의 힘일까.

아니면 따스한 태양 같던 소년을 향한 마음일까.

모르겠다.

그가 내 모습을 보지 않았음을 바라면서도 그가 보고 싶어진다.

이게 무슨 감정일까.

하기야 상관 없겠지.

“다 먹어요.”

나는 이 악마와 함께 누군가를 죽여야 하니까.

세상에 널리 알려진 악인을 죽인다면 떳떳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영웅이라 칭송받는 유일한 혈육.

‘신정율’을 죽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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