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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148화 (148/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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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화

며칠이 지났다.

어느덧 그날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중간고사까지 남은 시간은 정확히 하루.

원래대로라면 오늘은 마지막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일요일이지만, 어째서인지 학생들은 체육관에 모여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이 전부 온 것은 아니었다.

단 3명만이 불참했다.

어떤 일로 인해 본가인 천검이가로 향한 이선일과 이선월.

그리고 며칠 전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하윤,

악사영의 주연과 이 세계에 빙의한 인물은 오지 않았다.

웅성웅성.

어쩌면 오늘이 학교에서 보내는 마지막 휴식일 수도 있으니 푹 쉬려고 했던 건데.

갑작스레 불린 학생들의 심정은 복잡한 듯 보였지만 굉장히 단순했다.

그들의 목소리에서는 당혹, 짜증, 의문 단 세 가지의 감정만이 느껴졌다.

하지만 학생들에겐 이 꿀 같은 주말을 방해한 인물을 향해 항의할 자신은 없었다.

왜냐.

“다들 도착했나 보군.”

오늘 학생들을 부른 인물은 다름 아닌 담당 교관 성강이었으니까.

묵직한 목소리와 함께 체육관 안으로 그가 들어오자마자 학생들의 입에서 쉴 새 없이 쏟아져나오던 소리가 멎었다.

뚜벅뚜벅.

성강은 문을 통해 들어오자마자 곧장 단상 위로 올라갔다.

매번 훈련할 때마다 입고 다녔던 복장과는 다르게 오늘의 그는 정장 차림이었다.

평소와는 다른 옷차림이었으나 거대한 존재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성강의 기세를 느끼자마자 학생들의 몸은 자연스럽게 위축되었다.

이어서 체육관 안으로 두 사람이 더 들어왔다.

처음에 학생들은 A반 담임인 이상철과 B반 담임 정호찬이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터벅.

한 명은 정장을 입고 당당하게 걸음을 옮기는 흑발의 사내였다.

나이는 적어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은 학생들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심상치 않았다.

스슥.

남성의 뒤에서 곧장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여자였다.

산발이 된 머리와 커다란 안경.

그리고 손에 든 한 권의 장서는 그녀가 마법사이자 탐구자임을 너무나 잘 드러내고 있었다.

학생들이 새로이 등장한 두 사람에게 당황했을 때, 성강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내가 갑자기 불러 당황했겠지.”

그렇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학생들 전부가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있는 학생은 하나도 없었다.

그들은 성강에게 집중하는 척을 하며 그 옆에 있는 두 사람을 곁눈질 치고 있었다.

“오늘 갑작스레 부른 이유는 달라진 중간고사의 룰과 함께 소개할 인물이 있기 때문이다.”

성강은 말을 하며 옆에 있는 한 쌍의 남녀를 가리켰다.

둘 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얼굴이다.

학생들이 각자 기억을 되살려가며 익숙함을 느낀 이유에 대해 찾아가는 동안 그들은 단상 위로 올라왔다.

성대를 마력으로 강화해 목소리를 퍼뜨리는 성강과 다르게 두 사람의 손에는 각각 마이크가 하나씩 있었다.

툭툭.

그중 세 번째로 체육관에 들어왔던 여성이 들고 있던 마이크를 손으로 가볍게 쳤다.

소리가 잘 퍼져나가는 것을 깨달은 그녀가 학생들과 눈을 마주치며 말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아!”

여성이 말을 하자마자 몇몇 학생에게서 깨달은 듯한 목소리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그들 중에는 유리 펜드래건도 있었다.

목소리를 참지 못한 학생들의 공통점은 전부 기억력이 좋다는 점이었다.

싱긋.

“어머? 저를 기억해주는 학생들이 남아있나 보네요.”

괴짜처럼 보이던 여성이 상큼한 미소를 지으자 오묘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일부 남학생들은 그녀의 미소를 보자마자 얼굴에 약간의 홍조가 넘실거렸다.

애초부터 여성은 은근한 미인이었다.

다만 스타일이 조금 이상할 뿐이지.

“그래도 모르는 사람이 있으니 다시 인사할게요. 3학년에서 마법과 역사란 과목을 담당하는 쥬세피나 바르사라고 합니다.”

쓰윽.

인사를 마친 여성이 고개를 숙였다.

너무 깊게 숙였는지 순간 안경이 떨어졌지만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손이 안경을 집었다.

쥬세피나의 성격은 나긋나긋한 말투와는 다르게 은근히 덜렁거리고 허술한 것처럼 보였다.

이어서 다시금 안경을 쓴 쥬세피나가 마이크를 입에 가져다 대었다.

“제가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잠깐 쥬세피나 선생.”

성강이 그녀를 만류했다.

뒤를 돈 쥬세피나의 동그란 눈.

그 속에는 마치 독거미들이 자신의 이빨 속에 숨긴 독처럼 은은한 살기가 숨겨져 있었다.

하지만 성강은 그녀의 눈에서 의문만을 느꼈다.

천외천인 그조차 정확히 알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을 숨기는 것이 뛰어났다.

‘흐음... 뭐지?’

하지만 이질감마저 숨길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아니, 쥬세피나는 완벽하게 숨겼지만 성강의 감각이 그것을 찾아낸 것이었다.

물론 여전히 감정의 정체는 알지 못했기에 그는 이질감을 단순히 기분 탓이라고 치부했다.

머리를 비우는 것으로 괴리감을 지워버린 성강이 쥬세피나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작게 속삭였다.

“일단 다른 분 먼저 소개하고 하지. 앞으로 나오시죠.”

“아, 네!”

성강은 흑발의 남자를 불렀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이어서 성강과 쥬세피나를 넘어 앞으로 나간 남성이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아아, 잘 들리시나요?”

끄덕끄덕.

학생들, 특히 여학생들의 고개가 격하게 움직였다.

훈훈한 남성을 보니 평소 주변에 있는 남자애들을 보던 눈이 호강하는 것 같다.

‘어머어머.’

‘잘생겼다. 게다가 목소리도 좋아.’

“하하.”

여학생들의 시선을 느낀 걸까?

남성은 생글거리는 웃음을 그들에게 보냈다.

그의 상쾌한 표정에 소녀들은 정신을 잃을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이어서 남성은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은근한 웃음기를 머금은 표정으로 얼굴을 들어 올린 그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대며 소개했다.

“저는 길드 [불사르기]의 마스터 신정율이라 합니다.”

귀찮은 수식언이나 오글거리는 이명 대신 소속과 이름만을 소개하는 짧은 인사.

하지만 세계의 헌터들에 대해 들으며 자라온 학생들에겐 파급력이 컸다.

소년의, 아니 그들의 눈에는 거센 충격이 일어났다.

그 충격은 다름 아닌 젊은 영웅을 본 환희와 존경이었다.

“...미친.”

인파 사이에서 누군가가 비속어를 뱉었다.

2년 전에 일어났던 악마 강림이란 참사에서 여러 천외천과 함께 인간의 배신자이자 혈육이었던 ‘신정일’을 저지한 인물!

그 업적으로 인해 천외천의 말석에 자리 잡은 마투사(魔鬪士)이자 한국의 샛별이라 불리우는 길드 [불사르기]의 창시자였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특별한 기회가 아닌 이상 평범한 헌터는 만나지도, 대화할 수도 없는 영웅.

그런 인물을 직접 보았다는 점에서 한 소년이 그렇게 뱉은 비속어는.

우와아아아-!!!!

환호성이 터질 기폭제가 되었다.

근 10년 안에 일어난 일 중 유일하게 전설 또는 서사시라 평할 수 있는 영웅담.

잘못하면 온 세상이 유감을 표한 학살극에서 타락한 형을 막아서고 다른 천외천과 함께 사람을 구한 인간이 바로 그였다.

“후후, 저랑 반응이 많이 차이가 나네요.”

“하하하... 죄송하네요.”

신정율은 옆에 있던 쥬세피나와 짧게 한마디를 나누며 뒤로 돌아왔다.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성강이 이내 앞으로 나왔다.

분명 그들은 궁금해할 것이다.

어째서 그런 영웅이 이 학교에, 그것도 중간고사에 앞서 왔는가.

이 자리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관심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룰이 있다고 했지.”

성강이 입을 열었다.

여전히 그는 마이크를 쓰지 않았다.

그럼에도 체육관을 울리기에는 충분했다.

“기존의 룰은 똑같다. 섬에 들어간 이후로 시간이 지날 때마다 점수를 얻는 조건이 등장하는 건 똑같지.”

그럼 새로운 룰은 뭘까.

학생들은 긴장했다.

“새로운 룰의 이름은 강적이다.”

강적.

성강의 말을 듣자마자 학생들의 눈이 뒤에 있는 두 사람에게 돌아갔다.

그들은 하나 같이 같은 생각을 했다.

딱 한 단어만 머릿속에 떠올랐다.

설마.

“그래. 그 설마다.”

성강은 슬며시 웃었다.

학생들이 하는 생각을 그가 모를 리가 없었다.

“오늘 이렇게 소개한 두 사람은 중간고사 중 특별한 시점부터 참여한다. 그전까지는 평범한 참관인이고, 참여할 때는 시스템으로 공지를 할 거다. 알겠나.”

예!!!

학생들이 외쳤다.

하지만 그들은 진심으로 알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그저 교관인 성강의 말에 반사적으로 대답한 것이지, 본심은 달랐다.

애초에 생각을 해보면 당연했다.

알려지지 않은 쥬세피나의 힘은 정확히 모르지만, 대한고 선생이라면 같은 등급의 헌터 중에서도 상위권에 있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등급이 잘못 측정된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B반 담임인 정호찬.

그는 B급 헌터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실상은 A급 최상위인 이상철과 비교했을 때 전혀 부족하지 않은 실력자였다.

게다가 영웅인 신정율까지?

아무리 말석이라고는 하지만 천외천이다.

평범한 학생이라면 절대 상대하지 못하는 실력의 소유자.

단순히 강적이라고만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런 두 사람을 상대하라는 말에 학생들이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시험은 그들에겐 특히 중요했을니까.

“그럼 내일 보지.”

그런 학생들의 맘을 알고 있는 성강은 마지막 말을 꺼냈다.

오늘 전달할 내용들은 전부 전달했으니 이젠 거의 끝나가는 중간고사 준비를 완전히 마치러 갈 때였다.

“나중에 보도록 하겠습니다.”

“나중에 만나요~.”

성강의 뒤를 이어 신정율과 쥬세피나가 각각 인사를 남겼다.

영웅과의 만남과 새로운 위기는 학생들에게는 한순간에 지나간 신기루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중간고사는 시작되는 중이었다.

***

“두 사람 다 고생했습니다. 그럼 5일 뒤에 뵙도록 하죠.”

“네, 교관님.”

“그때 뵙도록 하겠습니다, 성강씨.”

두 사람과 인사를 나눈 뒤, 성강은 떠나갔다.

남겨진 신정율과 쥬세피나.

이 공간에 자신들밖에 없는 것을 확인한 쥬세피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형제님.”

“예, 자매님.”

호칭이 바뀌었다.

둘은 같은 집단에 소속된 인간들이었다.

서로를 지그시 바라보던 한 쌍의 남녀는 동시에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신을 믿고 그들의 뜻을 관철하는 광신도의 소름끼치는 웃음이었다.

동료를 믿는 두 사람이 말했다.

“세상의 정화를 위해.”

“세상의 정화를 위해.”

세상을 무로 되돌리기 위해 신을 믿는 존재들.

사람들은 그들을 정화자 또는.

클리어(Clear)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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