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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142화 (142/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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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적이란 소리는 찬란한 삶을 원하는 학생들에게는 거대한 공포로 다가왔다.

게다가 저번 2학년 합동 훈련에서도 들었던 말과는 달리 그 수치가 정확했다.

“30명? 방금 30명이라고 하신 거야?”

“나만 그렇게 들은 거 아니지?”

1학년 총원은 100명.

그중 30명 제적이란 말은 중하위권은 전부 이 학교에서 떠나야 한다는 의미다.

같은 말을 했었던 합동 훈련 때에는 교관의 재량으로 전원 통과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듯 보였다.

“...나 위험한데.”

“X 됐다.”

“아빠가 제적당하면 호적에서 판다고 그랬는데...”

조금 전까지 성강의 이야기에 집중하던 학생들의 침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모호한 수치와 정확한 수치를 들었을 때 느껴지는 부담감은 완전히 달랐다.

전자는 혹시라는 희망을 품을 수도 있지만, 후자는 경쟁심과 불안감을 조성한다.

그의 폭탄 발언에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아 위험한 학생들은 하나같이 패닉에 빠졌다.

“휴우...”

‘난 제적은 안 당하겠지.’

‘쟤는 갈 거고. 저쪽도 가겠네.’

제적에서 안정권인 학생들은 당황하면서도 한편으론 안심했고, 대부분의 주조연이 포함되어있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아예 자신들이 제적을 당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성적이 상위권인 선일에게 제적이나 퇴학은 관련 없는 이야기였지만, 그는 다른 이유로 놀라고 있었다.

‘선별 작업을 벌써 시작한다고?’

선별 작업은 흔히 말하는 씨앗 고르기다.

말로는 본교의 고된 훈련을 버텨내지 못하는 약한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정확한 의미는 재능이 없는 쭉정이를 걸러내는 작업.

현재 1학년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2학년들은 전부 고된 선별 작업을 버티고 올라온 것이었다.

‘2학기에 시작한 텐데...’

저번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원작의 전개대로라면 방금 생각했던 대로 2학기부터 본격적인 선별 작업이 시작한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성강은 혈몽에서 훈련을 끝내고 말을 꺼냈다.

‘그때는 여러 가지 일 때문에 의식을 못 했는데.’

2학년과의 합동 훈련에서는 미래의 테이머 안희은과 신령 그리고 흑마술사와 흑영궁의 관계를.

그 이후에는 쥬세피나라는 인물과 하윤의 상태 그리고 레크라의 문제까지.

게다가 외부자라는 존재까지...

‘아, 머리 아파.’

물론 그는 제적에 관심 없다.

오히려 최상위권이지.

다만 문제는 오늘 없는 신하윤이다.

‘하아...’

선일은 수많은 위험 요소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원래 그는 외부자의 정보를 최대한 모으기 위해 위그드라실을 만나러 갈 예정이었다.

성강의 조건을 완수해 시련에 가는 것은 확정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시기는 중간고사 이후로 밀렸다.

이유는 단순하다.

‘하필이면 어떻게 2주간 시련에 3학년들이 가냐고...’

악사영은 주인공인 선월의 초점으로 진행된다.

애초에 3학년들은 거의 학교생활에 등장하지 않았기에 예상도 하지 못했다.

‘...이럴 거면 미리 적어둘 걸 그랬네.’

띠링!

후회하는 선일의 어지러움을 자동으로 발동한 표정 숨기기가 가렸다.

속으로 한숨을 내쉰 그는 시련에 대한 생각에서 다른 쪽으로 사고를 돌렸다.

선별 작업이 일찍 시작된 이상 히로인이자 강력한 마법사가 될 하윤.

그녀는 나중에 있을 악마숭배자들과의 전투, 그리고 아직 나타나지 않은 미지의 존재 [외부자]와의 일전에 있어 매우 큰 전력이 된다.

그런 하윤이 제적당한다?

생각하기도 싫고, 생각도 하면 안 된다.

‘지금 신하윤의 성적이 어땠더라?’

악사영에서 성적에 관한 이야기는 제대로 나오지는 않았으니 정확하지는 않다.

그가 만들었던 설정 또한 마찬가지.

능력과 강함이 중요한 판타지물에서 딱히 필기 실력은 중요치 않으니 선일은 그쪽과 관련된 설정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지만 대충 예상은 할 수 있다.

‘...위험하네.’

하윤은 성적이 안 좋았다.

이론은 최하위권이었고, 실전 또한 안전한 상위권은 아니었다.

배치고사에서 황신영과 싸울 때는 하윤의 아버지가 만든 세라프라는 비전을 사용했지만, 그 이후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은 악사영에서도 나오는 전개다.

다른 마법을 쓸 때도 비슷하다.

세라프를 제외한 다른 불꽃 마법은 실전에서 쓸 수는 있으나 화력이 너무 강한 탓에 안정성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속성이나 보조 마법은 아예 쓰질 못하니...’

실전에 약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볼 수 있었다.

적성 문제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 기억일 것이다.

하윤에게 담겨 있는 마법의 재능이 세계에서 말하는 천재 유리 펜드래건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트라우마란 쉽게 극복 못 하니까.’

후우...

말에 집중되지 않은 선일은 조용히 악사영의 설정들을 떠올렸다.

2년 전의 사건인 악마 강림.

사건에 대한 내막을 알고 있는 그는 하윤이 가진 고통스러운 기억을 읽었다.

촤라락.

각인된 악사영의 설정들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펼쳐졌다.

선일은 문장들을 읽기 시작했다.

-상처투성이의 몸을 가진 남자가 있었다.-

-오른쪽 눈은 완전히 뭉개지고, 왼쪽 팔은 절단되었다.-

-평범한 인간이었으면 곧바로라도 죽을 상태였지만 남성은 희미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

“이번 중간고사...”

“순위권 내에 든다면...”

주변에서는 간간이 중간고사에 관련된 내용이 들려왔다.

학생들의 진로와 관련된 중요한 이야기였지만 선일의 귀는 닫혀있었다.

귀뿐만 아니라 모든 감각이 희미해져 있었다.

-그 뒤에는 반파된 건물들이 불쾌한 주홍빛을 내뿜고 있었다.-

-화마(火魔)가 강림한 도시와 그 사이에서 울부짖으며 사랑하는 이를 끌어안고 있는 사람들.-

-어떻게 보더라도 절망밖에 보이지 않는 도시의 광경은 재앙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았다.-

모든 신경은 온통 머릿속에 펼쳐진 활자들에 집중되고 있었다.

평소 악사영을 읽을 때와는 몰입도가 달랐다.

어쩌면 동화 때 보았던 기억의 감각과 비슷했다.

욱씬.

빙의 전의 작가 ‘강선일’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각.

암울한 캐릭터들이 즐비한 악사영의 세상이 현실이 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강화도에서 그녀의 암울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일까.

만약 그것도 아니라면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아직 알지 못했다.

꾸깃.

글에만 집중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글을 천천히 읽어가던 선일은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쥐었다.

피가 흘러나올 같이 강하게 쥐었으나 헌터의 몸은 그 정도로 상처를 입지 않는다.

통증까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글자 하나하나에 감정이 강타당하는 소년은 느끼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고 하는 것이 맞았다.

촤라락.

-지옥의 불꽃을 사용하는 악마. 그중에서도 교묘한 성격을 가진 [교만]은 사람들의 울부짖음을 좋아했고, 학살을 자행했다.-

이야기는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참극의 원인.

이 세계에 강림한 악마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남성은 악인을 막아서기 위해 사람들 앞에 나섰다.-

-동료와 같이 악마를 막아섰던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이런 재앙이 펼쳐질 줄은 전혀 알지 못했다.-

-예상하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누가 알았겠는가.-

-그가 막아선 존재가 초월자를 상대하는 칠대 죄악 악마라는 사실을.-

화르륵!

제대로 된 이야기에 돌입하자 속에서 불꽃이 일렁거렸다.

처음에는 적양권이 발동한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신기하게도 지금 느껴지는 화염은 글에서 느껴졌다.

사락...

선일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불꽃을 억지로 없애려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이어서 그는 적양권을 사용했다.

뜨거운 낮에 독존한 태양에겐 작은 불꽃조차 일부였다.

그 순간.

우우웅.

마음속 불꽃에서 남성의 감정이 느껴졌다.

한 단어로 완벽하게 정리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계속 글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악마와 맞선 동료는 하나둘씩 목숨을 잃었다.-

-누군가는 자신의 목을 조르고, 또 누군가는 칼로 자신의 심장을 난도질했다.-

-방패를 들고 섰던 남자는 박살이 날 때까지 스스로 자신의 머리를 망치로 두들겼고, 활을 들었던 여성은 화살 통에 있던 모든 화살을 자신의 몸에 박아넣었다.-

-악마의 힘은 너무나 기괴하고 엽기적이었다.-

-[교만]이란 악마에게 맞선 인간들은 모두 하나같이 같은 감정을 느꼈다.-

-이 세상에서 절대 느낄 수 없는 미지의 공포.-

번쩍.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선일의 뇌리에 한줄기 번개가 스쳐 지나갔다.

세상에서 느낄 수 없는 미지의 공포.

이 구절은 외부자란 존재를 자각했을 때, 들었던 말과 비슷했다.

‘교만...’

악사영의 죄악들은 원래 있던 세상에 알려진 7대 죄악과 달랐다.

분노, 질투, 나태, 오만, 색욕, 탐욕 이 여섯 가지는 이전 세계와 같았지만, 마지막 하나는 달랐다.

현실에서는 폭식, 악사영에서는 교만.

선일은 자신이 어째서 이런 설정을 만들었는지 기억하려 했으나, 어떤 이유인지 그때의 기억은 텅 비어있었다.

으득.

알 수 있는 방법은 유일했다.

계속해서 2년 전의 사건을 읽는 것뿐이다.

촤락.

곧바로 선일은 다음 장으로 넘겼다.

그렇게 첫 문장을 읽으려던 순간.

툭.

누군가의 손길이 그의 집중을 깨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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