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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139화 (139/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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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화

후우우...

선일은 성강이 펼친 산군역을 바라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동시에 그의 몸에서 오오라가 피어올랐다.

[스킬:천류체가 활성화됩니다.]

고오오...

선일이 먼저 내뿜은 오오라는 맑은 하늘을 그대로 몸에 담은 듯한 청명한 소라색이었다.

근처에 가기만 해도 신체가 깨끗해지는 정화의 힘이 느껴졌다.

화르륵!

불꽃이 넘실거리는 소리와 함께 소라색 오오라 위를 새로운 기운이 덧씌워졌다.

따스한 열기를 내뿜는 밝은 붉은색의 오오라.

그 기운은 아무것도 없어 그저 청명할 뿐이었던 밋밋한 하늘에 존재감을 채우는 태양과도 같았다.

아니.

태양이었다.

[스킬:적양권이 활성화됩니다.]

천류(天流).

하늘의 흐름 속에.

적양(赤陽).

붉은 태양이 차오른다.

고고고고고....

소년은 태산을 올라야 한다.

그의 수준으로는 정상은커녕 산의 중턱도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강한 힘을 가진 미지의 적과 곧 있을 재앙을 위한 대비책.

그 시작점은 소년이 원하는 한 초월자를 다시 만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소년은 성강이 장악한 일대의 기운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노력했다.

사라락...

주륵.

산을 지배하는 호랑이.

그 강인한 생명력를 뒤에 업은 성강은 뺨을 스치는 불꽃을 감지했다.

자신의 스승이 말하길 소년의 불꽃은 일반적인 원소가 아니라고 했다.

저 하늘 위에 고고하게 떠 있는 태양.

어떤 기운이라 할지라도 유일의 존재감을 가진 신염을 넘어서지 못한다.

단 하나.

태양과 같이 하늘을 양분한 달만이 닿을 수 있을 뿐.

찌릿찌릿!

‘마주해보니 알겠군.’

저 뜨거운 마력과 직접 대치하는 순간, 성강은 엘레나가 말했던 넘어서지 못한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치 뜨거운 여름 태양 앞에 서 있는 것처럼.

천외천인 그가 순간 몸이 움츠러드는 듯한 기분을 느꼈으니까.

크르르...

성강의 몸에 깃든 산의 지배자가 조용히 뒷걸음질 치려 하고 있었다.

당연하다.

아무리 산을 지배하는 호랑이라 할지라도 세상을 살피는 태양에게는 다가가지 못하니까.

애초에 호랑이는 날 수 없고, 만약 날개가 있다고 한들 하늘에 가까워질수록 온몸이 타오를 뿐이다.

우매하고도 불쌍한 이카로스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할 때의 이야기지.’

온전한 태양이라면 모를까.

호롱불 혹은 반딧불이와 비슷한, 아직 커지지 못한 불덩이라면 호랑이라도 충분히 빛을 없앨 수 있다.

쿠웅.

크흥!

성강이 한차례 발을 구르며 그 몸에 들어온 산군이 거센 콧김을 내뿜었다.

잘 알지 못하는 힘에 대한 경계심은 풀렸고, 그 말은 즉 상대를 파악하는 것이 완전히 끝났다는 의미다.

전혀 경계할 필요가 없는 사냥감.

산군은 지금 앞에 서 있는 작은 불꽃을 그렇게 판단했다.

으릉!

사냥감을 앞에 둔 호랑이가 조용히 발톱을 갈며 으르렁거렸다.

한 지역을 지배하는 맹수의 낮은 울음소리에 주위의 공기가 변했다.

태산격무.

산군의 형.

“호군보(虎羣步).”

콰앙!

성강이 크게 발돋움하며 앞으로 달려나왔다.

그러면 나지막하게 읊조린 한 마디는 옛 선비들의 시조처럼 여유로움을 내포하고 있었다.

허나 동시에 수 마리의 맹수가 한 번에 돌진하는 난폭함 또한 공존하고 있었다.

크허어어엉-!!!!!!!

한 걸음 한 걸음.

성강의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거친 포효가 울렸다.

이름 그대로 호랑이의 걸음은 소년의 감각을 잠시나마 마비시켰다.

움찔움찔!

선일은 맹수를 보면 오금이 저린다는 말이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저 산군의 묘리를 담은 단순한 보법일 뿐인데.

어찌 저런 엄청난 기백이 느껴질까.

거대한 공포에 압도된 그는 계속해서 폐에서 튀어 나가려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생각했다.

‘일단 속도부터 줄여야 해.’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성강의 위협적인 속도.

하지만 어떻게?

성강이란 호랑이가 달려와 감각이 둔해진 와중에 선일은 사고를 멈추지 않았다.

터엉!

순식간에 무릎을 꿇으며 몸을 숙인 선일은 오른 주먹을 감싼 여명으로 땅을 내리쳤다.

화르르르륵!!!!!

바닥에 맞닿은 소년의 주먹을 트리거 삼아 훈련장에서 거대한 화염이 솟아올랐다.

성벽을 연상하게 하는 넓게 퍼진 불꽃은 다름 아닌 적양권의 초식, ‘일출의 벽’이었다.

콰앙!콰앙!콰앙!콰앙!

화르르르륵-!!!!

선일은 연속해서 주먹을 내리쳤다.

손에 있는 건틀릿이 땅과 마주할 때마다 일출의 벽이 하나씩 세워졌다.

“허억허억...!”

선일은 숨을 급격하게 몰아쉬었다.

적양권의 모든 기술들은 단순히 시전을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마력이 사용된다.

그중에서도 7초식 이후의 기술들이라면 초반부보다 배는 많은 마력을 잡아 먹는데 그것을 연속적으로 사용했으니.

아무리 천류체로 주변 마력을 꾸준히 흡수하는 선일이라 해도 힘에 부칠 것이 분명했다.

흐릿...

한 번에 너무 많은 마력을 써서 그런지 탈력감이 몸을 덮쳤다.

분명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는데, 그는 이 빌어먹을 감각이 전혀 반갑지 않았다.

띠이잉!

‘으윽!’

일곱 번의 ‘일출의 벽’을 사용한 선일은 순간 심한 두통을 느꼈다.

빙의 첫날 느꼈던 동기화 정도의 고통은 아니었지만, 전투 상황에서는 집중을 흐리는 작은 통증조차 치명적이다.

사락.

천장까지 치솟은 일곱 겹의 화염벽.

천하급 보스 몬스터의 공격 정도는 쉽게 막을 수 있는 화염의 성 뒤에서 선일은 잠시 숨을 골랐다.

쿠구구구...

벽 너머에서 진동이 들려왔다.

앞을 가리고 나니 더욱 크게 느껴졌다.

성강의 보법 ‘호군보’는 이름 그대로 수십 마리의 호랑이가 달려드는 것 같았다.

‘...방법을!’

선일은 알고 있었다.

호롱불이 아무리 많이 모여있다 하더라도 호랑이떼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그렇지만 적어도 불덩이를 삼킨다면 상처 정도는 입혀야 되지 않겠는가.

‘일단 마력부터 최대한 끌어모아야 해.’

천류체와 적양권을 동시에 사용한 선일은 신체에 엄청난 무리가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차오르는 단전의 마력과, 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소모되고 있는 심장의 마력.

일반적으로는 마력의 3 법칙인 흡수, 치환, 방출을 차례대로 해야 하지만, 선일은 그럴 수 없었다.

욱씬욱씬욱씬욱씬!!!!!

거의 같은 타이밍이라 말해야 할 정도로 한순간에 진행되는 세 개의 법칙은 그의 몸을 상처입혔다.

단전은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 같았고, 심장은 터져나갈 것처럼 빠르게 두근거렸다.

싸아아...

선일의 몸에 조화를 이뤘던 소라색과 붉은색의 오오라.

적양권을 메인으로 사용할 때까지는 적색 기운이 차지하는 비율이 주였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딱 ‘일출의 벽’을 유지할 정도의 마력만을 심장에 남기고 모든 마력을 천류체가 자리잡은 단전으로 옮겼다.

천류체는 주변에 존재하는 마력을 전부 소유자의 힘으로 만든다.

그 원리는 다름 아닌 현실에 존재하는 삼투 작용과 비슷했다.

‘더욱 짙은 힘을 가진 마력에 자연의 마력이 흡수되는 방식이지.’

그가 배치고사 날 성강이 주변에 흩뿌린 마력을 흡수했을 때도 그러했다.

체육관에 널리 퍼지며 자연스레 힘이 약해진 기운을 선일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도 단전의 마력이 훨씬 진했기 때문이다.

우우웅...

감각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부 전력으로 천류체에만 집중하니 회복되는 마력의 양도 급격히 불어났다.

순식간에 단전의 80퍼센트 이상이 회복된 선일은 꽉 쥐고 있었던 오른손을 폈다.

호륵.

‘이건 한 번도 사용해보지 못했는데.’

선일은 어느새 손바닥 위에 생성된 작은 불꽃을 보았다.

무릇 생명이라면 가지고 있는 생기, 어떤 무생물도 대체하지 못하는 밝은 에너지의 화염은 점점 크기를 불려 나갔다.

곧이어 축구공 정도까지 불어난 화염.

현 상태에서 이 정도가 한계임을 깨달은 선일은 망설임 없이 불꽃을 공중으로 띄웠다.

둥실.

마치 아침 해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처럼 부드럽게 떠오르는 작은 불꽃.

주인에게서 멀어졌음에도 형태를 유지하는 금빛의 불꽃은 소형화된 태양을 연상케 했다.

호랑이를 맞을 준비를 마친 선일의 손은 어느새 변화하고 있었다.

촤라락.

입자화되며 새로운 형태로 변해가는 건틀릿.

그와 동시에 선일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적양권 제10초식, 여우비.”

***

선일의 선택은 너무나 영리했다.

애초에 돌진을 정면에서 막을 자신이 없으니 성강의 속도를 막기로 한 것이다.

화아악!

성강은 자신의 앞에 세워져 있는 불꽃의 벽을 몸으로 뚫고 나갔다.

지금까지 부순 벽은 4개.

화염벽에 닿을 때마다 피부가 살짝 그을리고 돌진 속도를 조금씩 낮추긴 했지만, 고작 그뿐이었다.

‘이걸로 끝은 아닐 텐데.’

근 한 달 반 동안 선일을 보면서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

머리가 엄청나게 좋다는 점.

단순히 전투 능력만 뛰어난 것이 아닌, 상대방의 감정 같은 심리적인 요소까지 전부 자신의 무기로 사용한다.

‘애초에 처음에 무작정 달려들었던 것도 작전이었겠지.’

이유는 아마도 내가 어떤 능력부터 사용할지 알아보기 위해서.

내 능력을 처음부터 경계했기에 가장 적은 피해로 효율적인 정보를 뽑아낸 것이다.

이런 자들을 세간에서 뭐라고 부르냐.

‘승부사.’

그래, 선일은 승부사다.

불리한 승부라 할지라도 자신이 승리할 확률을 높인다.

승리가 보이지 않더라도 절대 패배를 상정하지 않는다.

그런 도전적인 인물들의 공통점은 그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길을 찾는다는 것이다.

씨익.

성강의 입가에 짙은 웃음이 지어졌다.

오랜만에 느끼는 뜨거운 감정에 무의식적으로 얼굴이 반응한 것이다.

치이익-!

그런 와중 성강은 다섯 번째 화염벽을 소멸시켰다.

피부가 이글거렸지만, 이 정도는 고통도 아니다.

한 차례 가속한 성강은 앞에 있는 여섯 번째 화염을 보며 생각했다.

‘들려왔던 소리는 총 일곱 번.’

선일이 주먹을 한 번 꽂을 때마다 화염이 하나씩 만들어졌으니, 아마 벽 또한 일곱 개일 것이다.

촤아악!

성강은 여섯 번째 벽을 순식간에 돌파했다.

그가 지나간 화염은 허공으로 터져나가며 사라졌다.

‘자, 어떻게 나올 거냐.’

질주를 멈추지 않는 성강은 마지막 일곱 번째 화염을 주시했다.

급하게 달려들었던 처음과는 달리 지금 선일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궁금했다.

무엇을 보여줄 건지.

꽈아악...!

성강은 양팔을 가볍게 접으며 뒤로 끌어당겼다.

기술을 준비하는 그의 모습이 마치 호랑이가 아가리를 벌리는 형상과 겹쳤다.

직후.

커허어엉-!!!!!

산호랑이의 어금니(山虎牙)가 일곱 번째 벽을 향해 쏘아졌다.

빛에 가려진 작은 호롱불을 삼키기 위해 말이다.

흠칫.

양 주먹을 뻗는 순간, 호랑이의 예민한 감각은 무언가를 느꼈다.

조금 신경을 집중한 순간, 그는 깨달았다.

작은 호롱불이라 판단했던 사냥감이 가지고 있던 희미했던 열기.

그 작은 기운이 어느새.

“여우비.”

수백수천으로 늘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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