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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138화 (138/180)

138

지지직.

선일의 발이 땅을 끌었다.

곧바로라도 전투에 돌입할 수 있을 만큼 긴장한 자세.

그 태도가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성강의 입에서 바람 소리가 새어 나왔다.

훗.

스승의 흔치 않은 웃음에도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던 선일.

성강은 그런 제자를 향해 편안하게, 그러면서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의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야 준비가 다 된 것 같군.”

성강이 여유로운 목소리로 뱉은 말은 마치 그를 기다려줬다는 것처럼 들려왔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기다려준 것이 맞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미 성강의 주먹은 선일의 머리를 소멸시켰을 것이니까.

강자란 그런 것이다.

이 세계에서 약자의 운명은 가볍게 결정할 수 있는 존재.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성강은 분명한 강자였고, 선일은 분명한 약자였다.

촤라락!

성강과 마찬가지로 그 사실을 뼈저리게 알고 있는 선일.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은 그는 담담한 눈빛과 함께 주먹에 있는 하얀 장갑들을 건틀릿으로 바꿀 뿐이었다.

스르르...

강적과 만났음에도 공포나 적개심은 물론, 몇 번이나 보았던 전투를 즐기는 광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말 그대로 명경지수(明鏡止水).

지금 선일의 상태는 티 없이 맑은 거울 혹은 흔들림 하나 없이 고요한 물과 같다.

‘흐음...’

허나 성강은 그의 모습이 다르게 느껴졌다.

명경지수와 같이 고요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랐다.

뭐라 해야 할까.

폭풍전야.

성강은 그 침묵을 거대한 태풍이 오기 전과 같이 느끼고 있었다.

‘...역시.’

그런 와중에도 성강의 눈엔 보았다.

선일의 눈빛 안에 존재하는 아주 희미한 감정을.

마치 날카로운 이빨을 감춘 은밀한 맹수와 같은 감정은 다름 아닌 적의였다.

‘기회를 좀 줘야겠군.’

사냥꾼이 사냥감을 기다리듯, 선일은 혹시나 스승이 보일 한순간의 빈틈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은 다르지만, 어떻게 보면 기대와 비슷한 감정.

그리고 스승은 제자의 기대를 맞춰줄 의무가 있었으니...

그는 이 대련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배려를 해주기로 결정했다.

“그럼 선공은 양...”

성강이 첫 번째 공격을 양보하려던 순간.

타닥!

조용히 상대를 살피고 있었던 선일은 틈이 보이자마자 땅을 강하게 박차며 뛰어나갔다.

성강의 성격상 자신에게 선공을 건넬 것을 미리 예상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

곧바로 정면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한 선일의 손엔 단전의 마력이 변화한 속성이 일어나고 있었다.

화르륵!

오른손의 여명에는 황금빛의 불꽃이.

왼손의 황혼에는 보랏빛의 불꽃이.

태양이 하루의 시작과 끝을 선언하며 하늘을 채우는 불꽃들이 그의 손에 존재하고 있었다.

슈우욱-!

“...보는 안 해도 되겠군.”

자신의 말을 끊은 채 날아오는 매서운 공격!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강력해진 힘은 잠시나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고작 그뿐이지.’

스륵.

강렬한 기운을 품고 날아오는 오른손 주먹.

코앞에 닿기도 전에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는 정확히 성강의 얼굴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흐음.”

주먹에 상당한 위력이 담겨 있다는 것을 확인한 성강은 고개를 살짝 틀었다.

말하는 틈을 타 기습을 한 시도는 좋았지만.

강렬한 위력이 무색하게도 선일의 공격은 그를 간단하게 비껴나갔다.

“상대방에 빈틈을 노려 기습할 때는 감정을 확실하게 숨겨라.”

성강은 공격에 실패한 선일에게 조언을 날렸다.

실전을 빙자한 대련이지만, 동시에 제자에게 내리는 가르침이니 이런 간단한 움직임에도 대충 넘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선일은 조언을 듣는 건지 아닌지 더욱 거칠게 붙어 공격했다.

파바바바바밧!

평범한 인간은 1초 안에 다섯 번의 주먹을 뻗는 것도, 하나하나 흔들림 없이 정확한 급소를 노려 공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마력으로 신체가 강화된 헌터는 평범한 인간이 할 수 없는 움직임까지 가능하게 만든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쏘아지는 창, 아니 주먹은 성강의 급소나 그에 준하는 신체 부위를 노렸다.

손에 장착된 여명과 황혼은 순서대로 안면, 턱, 목젖, 흉부, 양쪽 팔꿈치를 노렸다.

동등한 실력을 가진 헌터는 물론, 그 상위에 준하는 실력을 가진 헌터라 해도 쉽게 피할 수 없는 공격.

“거참.”

거칠구나.

그러나 누군가에겐 아니었다.

뒷말을 잇지 못한 성강의 손이 움직였고.

동시에.

터더더더덕.

‘...미친.’

선일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뱉었다.

직전의 상황이 그만큼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날린 주먹들은 하나같이 성강의 몸에 닿기도 전에 튕겨 나왔다.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강철에 마주한 것처럼 말이다.

욱씬.

선일은 직전에 뻗었던 주먹에서 은근한 통증을 느꼈다.

무리한 움직임을 하면 생기는 근육통이 아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설마...’

선일은 숨을 뱉으며 어이가 사라진 표정을 지었다.

통증이 생긴 원인이 순간 뇌리를 스치며 기억난다.

기억할 수밖에 없다.

악사영에 등장하는 성강이 사용하는 능력이었으니까.

‘하필이면 처음부터 꺼낸 게 반사냐...’

성강은 태산격무의 방어력 하나로 강철이란 이명과 천외천의 자리를 꿰찬 것이 아니다.

물론 기본적인 그의 신체 능력이 특별한 것도 있지만, 그가 가진 장비들의 효과도 있었다.

그중 반사를 가진 장비는 다름 아닌 젊었을 적에 우연한 기회로 얻었다던 초월자의 성유물 [오행산]이었다.

‘젠장.’

공격을 손으로 쳐냈을 때부터 감을 잡았어야 했는데...

하필 예상했던 것 중에서도 가장 기피했던 능력이 튀어나왔다.

공격을 주도하는 사람이 더욱 데미지를 입는다는 이기적인 효과.

성강의, 아니 성유물 오행산의 사기적인 능력 중 하나였고 동시에 공격에만 치중한 선일에겐 가장 성가신 카운터였다.

‘그걸 성강이 어떻게 얻었더라.’

악사영의 작가였지만 어째서인지 성강이 오행산을 얻게 되었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유일하게 기억나는 것은 오행산의 능력과 전승.

그중 반사 능력이 기인한 전승은 다름 아닌 한 초월자와 오행산의 일화였다.

‘일단 쓸데없는 건 잊자. 그건 그렇고 슬슬 미끼를 물었을 텐데.’

선일이 말한 미끼.

처음에 기회를 잡아 기습했을 때부터 심어두었던 그의 미끼는 다름 아닌 공격이었다.

‘아마 내가 평소와 다르게 급하게 공격한다는 것을 눈치챘으려나?’

선일의 전투는 대부분 상대의 능력을 먼저 알아내기 위해 초반에는 템포를 올리지 않고 큰 공격은 날리지 않는 스타일이다.

허나 오늘 대련에서 그는 조급하게 공격을 이어갔다.

마치 피식자들이 포식자들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몸을 부풀리고 독을 내뿜는 것처럼 느껴지게끔 말이다.

허나 그것은 선일의 의도였다.

‘반사도 나온 입장에서 근접 공격을 이어가는 건 싫은데. 설마 아직 모르나?’

아니, 분명 눈치를 챘을 것이다.

작품 내외 불문하고 그의 능력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선일은 그렇게 믿었다.

‘정보의 불균형.’

능력과 장비, 그리고 경험까지.

전투에 필요한 요소들 대부분의 수준이 떨어지는 선일로써 유일하게 그를 압도하는 것은 정보다.

상대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또한 무기의 능력은 무엇인지 하물며 상대의 감정까지.

나는 알지만, 상대는 알지 못한다.

그 말인즉슨.

’내가 파고들 수 있는 유일한 수단....‘

다른 요소는 전부 성강이 우세하다.

하지만 정보는.

그 불균형에서 오는 어드밴티지들은 모두 온전한 자신의 것이라고 대놓고 말할 수 있다.

쓰으윽...

성강의 몸이 움직였다.

하나의 곡선처럼 유려하게 이어지는 그의 움직임은 아이러니하게도 거친 맹수를 연상케 했다.

‘산군의 형이다.’

성강의 비전 무술.

‘태산격무’의 첫 번째 자세가 등장했다.

선일은 자신이 전수받은 유일한 형이었기에 전투가 어떤 순서로 진행될지 알고 있었다.

‘처음은 산군역.’

공격을 멈추고 곧바로 뒤로 물러선 선일의 예감은 정확했다.

성강은 어느새 한쪽 발을 허리까지 쭉 들어 올리고 있었으니까.

직후.

쩌저저적-!!!!!

성강은 바닥을 그대로 뚫어버릴 것처럼 강하게 진각을 밟았다.

그가 발로 내리찍은 자리부터 거미줄처럼 넓게 퍼진 균열은 순식간에 선일이 있던 자리를 도달했다.

“윽!”

쿠구궁!!!!

커허어엉!!!!!

균형을 잃은 그의 귀에 작은 지진에 이어지는 호랑이의 포효가 들려왔다.

성강의 몸을 빌려 강림한 산의 지배자가 지금 이 공간을 자신의 땅이라고 선언한 것!

그 기세가 얼마나 강렬했는지, 선일은 순간 훈련장의 중력이 몇천 배 무거워진 것 같은 위압감을 느꼈다.

저릿저릿...!

스르륵...

피부가 따끔거리리고, 꽉 쥔 주먹에서 축축한 땀이 새어나온다.

그제서야 자신의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게 진짜 산군역...’

정신을 차린 선일은 앞에 펼쳐진 부서진 바닥을 순간 자신도 모르게 감탄했다.

자신이 펼치는 산군역은 반경 10미터 정도 되지 않았지만, 성강이 펼친 산군역은 이 훈련장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압도적인 능력과 기술의 숙련도가 조화를 이루는 광경은 한편으로는 산 절벽에서 보이는 절경처럼 아름다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게 아니었다.

지금 그가 이렇게 처음 기술을 펼쳤다는 말은.

“슬슬 나도 공격 좀 해봐야겠군.”

‘이제부터 제대로 싸워주겠다는 말이야.’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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