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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136화 (136/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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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화

시간이 지나 어느새 해는 저물어간다.

끼룩끼룩!

바닷가의 저녁은 귀를 간질이는 갈매기 소리와 함께했다.

저 멀리에서는 사진가들이 내로라하는 풍경 속에 뻔하게 등장하는 에메랄드빛의 바다가 있었다.

그 위에서는 지평선의 수면에서 노을의 빛이 반사되어 황금색의 하늘을 자아냈다.

말 그대로 동화에 번번이 등장하는 환상의 공간.

이런 축복 받은 땅에서는 도대체 누가 살아갈까.

유치하지만 희망이 존재하는 그림동화의 단골, 요정일까.

아니면 바다를 무대로, 노을빛을 조명으로 삼은 가수일까.

그 정체는 이 절경 안에서도 특히 시선을 끄는 곳으로 가보면 알 수 있었다.

하하하하하.

히히.

이곳에 오는 누구나 말한다.

아름다운 절경에 어우러지는 밝은 웃음소리는 사람의 기분을 즐겁게 만든다고.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힘이 있는 곳.

특별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는 장소는 아이러니하게도 평범한 가정집이었다.

달그락달그락.

치이이익-!

저녁 시간에 맞춰 집 안에서는 웃음소리 말고도 여러 가지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프라이팬 위에 있던 맛있는 고기와 갖가지 채소들이 서로 마주하며 경쾌한 음악을 자아내는 소리.

그 위에 이불을 덮듯 기름이 부어지는 소리.

마지막으로.

화르르륵!!

강렬한 불꽃 소리.

고기와 채소를 적신 기름 위에 닿은 불꽃은 대미를 장식하는 하이라이트였다.

가정집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불쇼를 시작했으니 말이다.

아 물론.

“형!”

“아빠!”

일반적인 가정집에서 하기에는 조금 위험하다.

어린애가 있는 집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하하...”

오늘의 요리사를 맡은 남성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뒤엔 어느새 다가온 사람들이 있었다.

이제는 잡을 수 없는 사랑했던 이와 꼭 닮은 작은 소녀와 남성과 닮았지만 조금 어린 티가 나는 청년.

그러나 두 사람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조금 달랐다.

소녀는 거칠게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살짝 겁을 먹고 있었고, 청년은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둘의 감정이 자신의 요리를 보고 생겨난 감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남성의 얼굴이 살짝 얼었다.

“두... 둘 다 언제 나왔어?”

“에휴...”

남성은 많이 당황했는지 말까지 더듬었다.

그런 자신의 형을 보며 청년은 허파에 가득 찬 한숨을 뱉었다.

하아, 청년은 코팅이 되어 있는 프라이팬을 태울 것처럼 거세게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한 차례 더 한숨을 쉬었다.

저 요리를 보는 순간부터 심하게 아파진 머리를 부여잡고 있던 그의 손이 눈을 가리며 내려가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자신이 밥을 한다고 말을 했을 때부터 예상은 했었지만.

‘막았어야 됐는데...’

청년은 조금은 나아졌다고 말하는 형을 믿고 맡겼던 몇 분 전의 자신을 쥐어박고 싶어졌다.

그 말을 믿은 자신이 바보라는 사실은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었다.

“...”

“형, 일단 불부터 꺼.”

덜컥.

화륵.

남성은 뒤로 손을 살짝 뻗어 스위치를 돌렸다.

그대로 확연히 줄어가던 불꽃의 크기는 평소 청년이 식사를 만들 때와 거의 똑같은 화력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여전히 동생의 시선은 차가웠다.

살기까지는 아니지만 남을 압도할 만한 적의는 확실히 들어가 있었다.

집 안에서 흐르는 청년의 입이 다시금 열렸다.

“줄이라는 말이 아닌데.”

싸아아...

점점 냉각되는 분위기.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린 소녀는 둘의 분위기를 읽지 못했다.

물론 이걸 다행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꿀꺽.

곧바로라도 터질 동생의 목소리에 남성은 목이 탔지만, 티를 내지 못했다.

은밀하게 마른침으로 목을 적신 그가 상상하는 미래에서는 동생에게 잔소리를 듣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어차피 한 소리를 들을 거면 요리라도 지키리라.

“이제 요리할 정도는 되지 않아?”

“형.”

“게다가 아직까지는 잘 익혀지고 있는데?”

“불 꺼.”

“응.”

그런 생각에 살짝 저항을 해보려던 남성은 한 층 더 낮아진 청년의 음성에 망설임 없이 수긍했다.

집안일에 관련되면 허들이 순식간에 하늘을 뚫을 것처럼 올라가는 자신의 동생.

그때는 형이 가진 권위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남성은 잊고 있었다.

화악!

남성이 손을 살짝 휘젓자마자 불꽃이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직전에 불을 줄였던 것과는 달리 화력을 조절하는 버튼을 돌리지도 않았다.

이런 판타지스러운 일이 가능한 이유는 그가 불꽃을 다루는 마법사였기 때문이다.

그 순간, 겁을 먹었던 소녀의 표정이 변했다.

“우와아...!”

‘아차.’

딸의 입에서 탄성이 튀어나오는 것을 본 남성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생이 소녀에게 영상으로 보여줬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바로 앞에서 직접 마법을 보여주는 것은 거부감이 있었다.

“아빠아빠!”

어느새 다가왔는지 소녀는 그의 티셔츠를 잡아당기며 남성을 불렀다.

직전까지 불꽃을 보고 무서워하던 소녀의 눈은 어느새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귀엽게 행동하는 자신의 딸은 평소에는 눈에 넣어도 전혀 아프지 않을 것 같았으나 지금은 아니었다.

남성은 본능적으로 불길함을 느꼈다.

청년은 그 뒤에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남성은 딱 봐도 그가 곤란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생 또한 직감한 것이다.

처음 마법을 직접 본 귀여운 조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말이다.

스르륵.

청년의 손이 살짝 내려가며 눈을 드러냈다.

피는 속일 수 없는지 그의 눈동자는 형과 닮은 밝은 갈색이었다.

마치 노을빛을 덮은 풀.

그렇게 똑같은 빛깔의 눈동자와 마주친 남성은 동생의 눈빛에서 하나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다.

‘형이 알아서 해.’

눈에서 메시지를 듣는다니.

말이 되지 않았지만, 피를 나눈 형제란 단순히 눈빛만으로도 말을 나눌 수 있었다.

자신에게 책임을 회피하는 동생의 모습에 남성은 곤란한 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모르는 척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남성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딸의 성격은 그녀를 닮았으니까.

“왜요, 우리 공주님?”

천천히 소녀를 품에 안은 남성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딸과 눈을 맞췄다.

어느새 그의 등은 식은땀으로 인해 푹 젖었지만, 남성은 애써 힘겹게 신체의 변화를 무시했다.

“아빠 방금 모야?!”

“우리 공주님이 뭘 얘기하는 걸까나~”

하하...

남성은 기를 쓰며 소녀의 질문을 모르는 척했다.

그는 자신의 딸이 마법뿐만 아니라 헌터 자체에 관심을 가지는 미래를 가장 두려워했다.

마법사를 포함한 모든 헌터들은 그만큼 위험했고, 이 세상에서 재능있는 자는 단명하기 마련이었으니.

그것이 정설은 아니었지만, 과거부터 수많은 재능 있는 어린 천재들이 자신의 능력을 맹신하여 하늘의 별로 사라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물론 자신의 딸이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최대한 노력은 해봐야만 한다.

애초에 청년이 영상을 보여준 이후이니 별 효과는 없을 것 같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거!”

이미 늦었다.

저 초롱초롱한 눈빛을 봐라.

아니, 눈빛만 볼 게 아니라 움직임 자체를 봐라.

소녀는 방금 자신이 불을 끌 때 했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었다.

‘망했다.’

‘망했네.’

남성과 청년의 눈이 한순간 마주쳤다.

서로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깨달은 둘의 반응은 달랐다.

소녀의 아버지는 얼굴을 축 늘어뜨렸고, 소녀의 삼촌은 한숨 쉬는 모션을 취하며 고개를 저었다.

“하... 하윤아~”

최대한 능력이 되는 데까지 수습하기 위해 남성은 웃으며 딸을 불렀다.

하지만 딸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목소리는 자동으로 떨렸고, 그의 웃음은 얼어붙었다.

만약 소녀가 조금 더 나이를 먹어 세상에 대해 알기 시작했다면 남성의 뜻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녀는 어렸고, ‘그녀’의 유언에 따라 시골에 사는 탓에 그 나이대의 아이들이 다 간다는 유치원도 가지 않았다.

씨익!

“나도 해보고 싶어! 마법!”

“아.”

소녀가 웃음 지으며 한 말은 남성의 웃음을 깨뜨리는 데 충분했다.

***

스르륵...

“으...”

소녀는 잠에서 일어났다.

어째서인지 그녀는 새하얗고 푹신한 침대에 누워있었다.

이곳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양호실이라는 것을 깨달은 소녀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지금이 몇 시일까.

밖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학생들의 목소리로 보았을 때, 하교 시간일 수도 있다.

사락.

그녀는 이불을 걷으며 움직였다.

한참을 누워있었는지 허리와 다리를 포함한 온몸이 조금 굳어 있었다.

약한 근육통을 느끼며 침대에서 벗어난 그녀의 귀에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볼만 하네? 가장 어릴 때의 기억을 가져와 봤는데. 너 꽤 귀여웠구나?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하윤의 몸에 기생하는 악마의 씨앗이었다.

저 말을 듣자마자 꿈이 의도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소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너.”

마음 같아서는 이 씨앗을 태우고 사라지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럴 능력도 되지 않는 데다가 죽음 그 자체가 너무나 무서웠다.

그런 소녀의 여린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씨앗이 말했다.

-그래도 맛있었어.

츄릅.

입술을 핥는 듯한 소리에 소녀의 몸에서 소름이 돋았다.

무엇을 먹었기에 저렇게 맛있다고 하는 걸까.

악마의 정체를 알지 못했던 그녀는 본능적으로 자신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물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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