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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133화 (133/180)

133

정체불명의 적 쥬세피나와 양호실에서 만난 후, 약간의 시간이 지났다.

이전에 종이 울렸던 것을 떠올린 선일은 양호실에서 나와 곧바로 오늘의 첫 수업이 있는 교실로 향했다.

“...악마는.”

“이런....”

“크게 몇...”

선일이 교실 앞에 도착했을 때, 이미 수업은 시작했는지 안에서는 선생의 목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왔다.

그렇다 보니 교실 안으로 들어가기가 살짝 뻘쭘해진 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쉰 뒤, 기척을 최대한 줄이기 시작했다.

드르르...

최대한 기척을 없앤 선일이 최대한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다행히 문틈과 문이 마찰하며 생기는 잡음은 거의 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심한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빠르게 교실 안을 훑었다.

‘저기다.’

가장 가까운 빈자리가 지금 선일이 있는 곳부터 대략 10미터 정도의 거리가 있다.

마력을 다룰 수 없는 평범한 인간이라도 순식간에 줄일 수 있는 거리.

하물며 선일의 능력치라면?

아무 힘도 없는 인간들을 어린아이라고 비유했을 때, 거의 성인 남성라고 비견될 정도의 차이가 나는 그의 다리라면 단 한 발자국에 닿을 수 있는 거리다.

‘후우...’

선일은 조용히 숨을 내쉬며 다리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마력은 사용하지 않는다.

그가 이용하는 것은 허벅지와 종아리의 근육과 신경.

힘이 들어간 다리는 곧바로라도 튀어나갈 수 있을 정도로 긴장을 유지했다.

활시위에 안착한 화살처럼.

아니, 방아쇠에 손가락이 얹어있는 권총처럼.

다리는 곧바로라도 터져나갈 수 있을 만큼 말이다.

이윽고.

‘...!’

선일의 시야에 틈이 보였다.

수업을 진행하던 선생은 분필로 칠판에 중요한 내용들을 적고 있었고, 다른 학생들은 그렇게 적혀 있는 내용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예민한 감각 또한 그가 잡은 틈에 동의했다.

몰래 들어갈 수 있는 타이밍은 지금뿐이라고.

타닥.

모든 조건을 충족한 순간, 선일은 망설임 없이 발을 딛었다.

정확히 1초.

딱 1초면 도달하는 거리.

선일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왔니?”

여성치고 매력적인 저음의 목소리.

남녀노소 불구하고 사람을 홀리는 매력적인 음성이 정확히 학생들의 귀를 울려 퍼졌다.

...?

학생들은 선생의 말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뜨끔.

선일은 가슴이 쿡쿡 쓰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단순히 느낌으로만 치부하기엔 그 통각이 선명했다.

이어서 그 말을 꺼낸 선생, 레크라가 입을 열었다.

“선일아, 몰래 안 들어와도 돼.”

“넵.”

정확히 자신에게 향한 레크라의 목소리에 선일은 짧게 대답하며 망설임 없이 숙였던 몸을 일으켰다.

그가 행한 은신술의 수준이 낮다는 의미는 아니다.

원래라면 현역에서 활동하는 웬만한 프로들도 그가 기척을 감추는 것을 보고 감탄했을 것이다.

실제로도 다른 학생들은 레크라가 말을 하기 전까지 알지 못했고.

하지만 상대가 너무 안 좋았다.

첫 수업의 선생이 S급은 물론이요, 웬만한 천외천과도 대등한 힘을 가진 탐욕의 추기경 [연구자]였으니 말이다.

‘쩝... 시도는 좋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를 할 만한 근거는 충분했다.

첫 번째는 방금 말했던 것처럼 그의 실력이 처음보다 꽤 많이 상승했다는 점.

아직 벽은 넘지 못했기에 완벽한 A급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가지고 있는 스킬이나 능력치가 준A급 헌터들과 비슷했다.

이미 1, 2학년의 수준은 당연히 넘은 상태였고, 현재 파견을 나가 있는 3학년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했을 것이다.

‘아직은 이선월이랑 학생회장 서한울은 못 넘겠지만...’

물론 그 정도도 충분히 감지덕지다.

아니, 오히려 그가 빙의한 인물이 과거 형에 대한 열등감과 질투에 찌들었던 빌런 ‘이선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적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흐음...’

그가 몰래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근거 두 번째.

‘레크라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누가 들어오든 수업에만 집중하지.’

빙의 후 그녀의 수업을 들으며 알게 된 정보였다.

마치 영화 속에서 나오는 열정적인 스승처럼 말이다.

탐구욕이 이상한 쪽으로 발전한 건지, 아니면 무슨 트라우마가 있는 건지.

원래 앉으려던 자리까지 천천히 걸어간 선일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띠링!

이어서 그는 조용히 설계자를 시야 앞에 띄웠다.

선일만 볼 수 있는 허공에 떠있는 설계자는 마치 밤사이에 알림이 온 핸드폰과 같았다.

지금까지의 알림이 쌓여있는 푸른 텍스트들의 모임.

선일은 그중 가장 최근에 온 알림을 확인했다.

[칭호-선을 지탱하는 자(특이)가 활성화됩니다.]

‘넌 왜 레크라만 보면 무조건 켜지냐?’

달리는 순간, 희미하게 기계음이 들려와서 설마 했는데.

진짜로 이렇게 칭호가 활성화되었다.

저번에도 이 힘 때문에 레크라의 관심을 끌었던 것을 떠올리면 아직도 어이가 없다.

‘도대체 이거 활성화 조건이 뭐야?’

띠링.

화아악...

속으로 투덜대던 선일은 곧장 칭호의 힘을 비활성화시켰다.

원래 그가 만든 설정상 칭호는 효과가 발휘되어도 딱히 유형화된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천류체를 얻고 난 이후로는 선일은 칭호나 다른 특별한 힘이 활성화될 때마다 또한 감지할 수 있었다.

‘물론 아까 그 여자의 기운은 제대로 못 봤지만...’

쥬세피나의 등 뒤에 튀어나온 연기 같던 기운.

불길하고도 섬뜩하며 존재 자체도 희미한 여성의 힘은 너무나 이질적이었다.

‘알아봐야겠어.’

선일이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을 때.

짜악!

어디선가 날카로운 박수 소리가 들렸다.

소리의 진원지는 다름 아닌 정면.

선일이 그걸 깨달았을 때, 분필과 칠판이 마주하며 생기는 사각거리는 잡음은 어느새 사라졌다는 것 또한 같이 깨달았다.

불길함에 선일은 앞을 쳐다보았다.

“으흠~.”

이후 흥얼거리는 콧소리가 교실을 가득 채웠다.

분명 크게 부르는 것도 아닌데 그 작은 소리의 존재감은 매우 컸다.

그와 동시에 선일의 귀에는 또 다른 소리가 채워지고 있었다.

띠링.

[스킬:표정숨기기가 활성화됩니다.]

선일은 안면의 근육이 억지로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 속에 숨겨진 감정은 다름 아닌 긴장감이었다.

‘아.’

속으로 단말마를 외친 그는 맨 앞에 있는 칠판, 정확히는 그 앞에 서있는 레크라를 바라보았다.

어째서인지 [선을 지탱하는 자]를 해제했음에도 그녀의 시선은 정확히 선일을 향해 있었다.

물론 다른 학생들을 쳐다보는 척은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왜 저렇게 보는 거지?’

선일은 조용히 침을 삼켰다.

표정숨기기란 스킬은 이름 그대로 표정만 감추는 기술이 아니다.

미세한 호흡과 몸의 떨림.

시선과 목소리까지.

인간의 감정이 드러날 만한 모든 요소들을 최적화하는 스킬이었다.

‘흐음...’

허나 레크라는 그런 선일에게서 아주 약간의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이질감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아주 약간의 마기를 눈에 집중했다.

스으으...

마기가 눈에 접촉하자 그녀의 눈동자에 역오망성이 그려졌다.

탐욕의 악마에게 받은 마안.

그것이 활성화된 것이었다.

‘한 번 볼까?’

마기로 인해 눈의 흰자까지 검게 물들었지만, 특수 제작된 렌즈가 그것을 숨겨주었다.

조용히 선일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수업할 때마다 느끼지만, 그 이상한 기운의 정체는 전혀 모르겠단 말이지?’

무의식적으로 주눅이 들게 만드는 천적의 힘.

기이하게도 저 소년이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 느껴지던 그 기운은 그가 자리에 앉자마자 사라졌다.

‘이상해이상해...’

하지만 그녀의 마안에서 느껴지는 기운이라고는 인간이 가진 생명력과 헌터로서의 마력과 그 속에서 조용히 몸을 숨긴 채 존재감을 죽이고 있는 작은 열기와 빛이었다.

그렇게 아무것도 확인하지 못한 그녀가 마안을 해제하려 했을 때.

‘음?’

무언가가 선일에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레크라의 눈엔 이렇게 보였다.

모든 감각을 그쪽에 집중하지 않으면 눈치챌 수도, 떨쳐낼 수도 없는.

존재감 자체가 매우 희미한 실.

‘저 기운...’

익숙하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느꼈던 기운.

구체적인 힘 자체는 다른 듯하지만 결이 완전히 같다는 것을 그녀는 깨달았다.

“집중도 잘 못 하는 것 같은데 잠깐 쉬면서 이야기나 할까?”

이어서 레크라는 마안을 해제하고 입을 열었다.

대한고의 수업시간은 일반적인 고등학교와는 달랐기에 아직도 꽤 많은 시간이 남아있었다.

오오오...

학생들의 입에서는 하나 같이 감탄하는 목소리만을 내었다.

공부하느라 지쳤던 머리를 식힐 수 있는 타이밍은 그들이 거절하기에는 너무나 달콤했다.

레크라는 그런 학생들의 반응에 매력적인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희들도 이 세상에 초월자와 악마는 둘 다 신처럼 숭배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거야.”

초월자나 악마 같은 존재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존재보다도 강하고 뛰어나다.

그런 힘을 가진 존재들을 세상에서는 그들을 신처럼 모시는 집단 또한 존재한다.

악마들은 마인이라 불리우는 악마 숭배자들이.

초월자들은 신전이나 교회, 절과 같은 곳에서 모시는 신도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만큼 강렬한 힘을 가지고 있지. 어쩌면 이 세상에서 그들을 대적할 존재는 이제 거의 나오지 않을 거야.”

하지만.

이어지는 레크라의 마지막 말은 학생들에게 의문을 가지게 하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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