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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131화 (131/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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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관이라 불리는 젊은 청년은 뒤에 있는 두 사람을 이끌고 어딘가로 걸어가고 있었다.

“으으... 에취!”

신전의 통로에서는 기이한 한기가 감돌았다.

연구자는 어깨를 끌어당기며 이상한 소리를 내며 재채기를 했다.

아침 해가 뜨기 전의 이른 시간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추울 만한 시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긴 들어올 때마다 이러네... 횃불이라도 넣어놓으면 안 돼?”

“이곳에 계신 신들께서는 불을 싫어하십니다.”

마기로 온몸에 열기를 돌린 연구자의 툴툴거림에 신관은 대충 무시했다.

불쾌한 한기의 이유를 들은 그녀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지만,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울 수는 없었다.

당연했다.

이곳은 원래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아닌 다른 공간에 위치였기 때문이었다.

스르르륵...

저벅저벅.

또각또각!

이윽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기괴한 문양이 새겨진 문이었다.

격이 떨어지는 자는 제대로 바라볼 수도 없고, 그에 맞는 힘이 있다고 한들 자격이 되지 않는 자는 건들지 못한다.

신성불가침의 문을 향해 잠시 기도한 신관은 이어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시선에는 신의 힘이 그대로 느껴지는 신물을 보며 경외를 느끼는 리치와, 심드렁한 표정으로 주변을 불만스럽게 쳐다보는 연구자가 있었다.

“하아아...”.

마치 자신의 신들이 불길한 존재인 것처럼 보는 듯한 기분에 신관은 혐오스러움을 거둘 수 없었다.

그러나 뭐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는 자신들에게는 너무나 신성한 존재들이 평범한 인간들과 다른 초월자를 믿는 자들에게 본능적인 거부감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저는 이만 갔다 오겠습니다. 당신은 잠시 기다려주시지요.”

이어서 신관은 뒤에 있는 한 쌍의 남녀에게 짧게 말했다.

그는 곧바로 거대한 문에 손을 올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인간의 신체 구조상 절대 낼 수 없는 소리였기에 연구자는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옆에 있던 리치는 전부 이해했는지, 절대적인 존재를 보는 것처럼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직후.

우우우우우....

망령들의 장송곡과도 같은 암울한 소리가 연구자의 귀를 어지럽혔다.

불쾌감에 눈을 찌푸린 그녀는 작게 콧소리를 내며 빈정거렸다.

“흐음~ 여긴 언제 올 때마다 인테리어가 별로다?”

“불경이다, 마인. 성지에 왔으면 입을 닥치도록.”

연구자의 불경한 말을 들은 리치가 위협적인 적의를 뿜어냈다.

그의 몸 뒤에는 위험한 느낌을 풀풀 풍기는 검은 연기가 흘러나왔다.

“어머어머..?”

살의를 바탕으로 수많은 감정이 뒤섞인 기운을 보며 탐욕의 마인, 연구자는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표정에 깃들어 있는 감정은 분노도 당혹감도 아닌 호기심이었다.

아니, 단순한 호기심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거대한 욕망이었다.

“그게 네가 따르는 존재의 힘이구나?”

연구자는 리치를 보며 혀로 입술을 핥았다.

그녀의 눈에 비친 검은 남자의 힘은 가장 큰 세 가지 요소가 뒤섞여있었다.

인간의 힘인 마력과 타인의 것으로 보이는 생명력.

여기까지는 인간의 적인 마인으로서도, 모든 지식을 탐구하는 연구자로서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리치는 현재 가장 강력한 흑마술사이고, 흑마술사들이 사용하는 그 특유의 암울한 마력은 생명력에 귀결되어 있으니 말이다.

‘흐음...’

연구자는 이어서 마지막 요소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 안으로 마기가 흘러 들어가며 강화되었다.

진정한 의미의 마안(魔眼).

탐욕의 악마 [마몬]이 추기경인 그녀를 위해 내려준 권능이었다.

스으으...

마안으로 확인한 마지막 기운은 이전에 말했던 두 개의 기운보다도 훨씬 강력한 힘이었다.

최고위 악마의 힘을 직접 다루는 그녀의 감각조차 마비시키는 이질적인 기운.

저 힘이 도대체 무엇인지는 모른다.

유일하게 아는 것은 저런 기운을 내뿜는 존재가 이 세계의 인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사실을 다시 한번 머릿속에 상기시킨 연구자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만약...”

내가 널 죽인다면 그 힘에 대해 알 수 있을까?

오소소소...!

그 말을 들은 순간, 리치의 피부에서는 순식간에 소름이 돋았다.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수많은 위기를 겪으며 살아왔던 그였기에 충분히 깨달을 수 있었다.

익숙한 감각.

지금 분위기는 위험하다.

스스스스...

위기를 느낀 순간, 리치는 본능적으로 손에 기운을 밀집시켰다.

동시에 그의 앞에 무언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흰색과 검은색이 적절히 뒤섞인 완벽한 회색과 표지에 적혀있는 기괴한 문양을 가진 책.

어느새 리치의 손에 들려있는 그 고서는 평범한 아티팩트가 아니었다.

초월자들의 손길이 닿은 성유물과도 비슷한 존재감이었으나, 그 결이 달랐다.

성유물이 양의 존재라면, 저 책은 음의 존재.

쿠구구구구...!

이 세계에 속해있는 자라면 너무나 위험한 존재감에 연구자는 마기를 끌어올렸다.

누군가 먼저 공격을 쏘아내면 곧바로 터질 것이다.

하지만 연구자와 리치, 그 누구도 공격을 날리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만하시지요.”

어느새 신관이 밖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입가에 이질적인 미소를 달고 있는 그는 신기하게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죄송합니다.”

신관이 저런 모습을 보일 때가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리치는 곧장 고개를 숙였다.

그가 이 세계에 소환했던 마도서 [네크로노미콘]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흐음~ 먼저 시비를 건 쪽은 저기인데?”

연구자는 리치와는 달리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애초에 그녀는 이곳에 손님으로 온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하시지요.”

허나 신관은 방금 전에 했던 말을 다시 한번 반복했다.

그의 눈빛에는 위험한 느낌이 물씬 풍겨왔다.

“...에휴.”

잠시 그들을 쳐다보고 있던 연구자는 이후 그만하겠다는 것처럼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작은 한숨을 내쉰 그녀는 몸의 열기를 키울 최소한의 마기만을 남기고 전부 회수했다.

그제서야 만족한 신관이 손가락을 튕겼다.

딱!

직후 연구자의 옆에 공간이 열렸다.

아니, 열렸다기보단 찢어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았다.

뭔가 들어가면 몸이 조각날 것 같은 공간의 틈새였지만, 연구자는 망설임 없이 그 안으로 발을 넣기 시작했다.

그 순간.

“연구자님.”

“응?”

갑자기 신관이 돌아가려던 그녀를 불렀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은 연구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후 그가 말을 이어갔다.

“학교로 돌아가시면 저희와 같은 신을 모시는 자매님이 한 분 계실 겁니다. 아마 그 안에서 꽤나 높은 자리에 있다고 하니 대업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래?”

씨익.

연구자는 고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조력자가 있다는 것은 너무나 좋은 소식이다.

“그럼 한 번 찾아보지, 뭐.”

“알겠습니다. 그럼 약속은 지키시길.”

“알았다고~.”

신관의 당부에 그녀는 손을 휘적거렸다.

그 모습을 뒤에서 보고있던 리치는 저 인간이 악마 교단의 추기경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지만.

“아, 맞다. 너 나중에 또 까불면 진짜 실험 대상으로 삼는다?”

콧소리 섞인 마지막 말에 소름이 돋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

드르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뒤에 있던 이질적인 존재가 연 것이었다.

키이이잉...!

선일은 순간적으로 자세를 잡으며 마력이 존재하는 단전의 코어를 회전시켰다.

그의 뒤에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하윤이 있었다.

만약 지금 들어오는 존재가 하윤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는 자라면.

‘지켜야 돼.’

꿀꺽.

침을 삼킨 선일은 지금 당장이라도 온몸을 강화할 수 있을 만큼 마력을 활성화시켰다.

어느덧 9를 넘어 첫 번째 벽에 가까워진 선일의 스텟들.

그것들은 처음 빙의했던 날 느꼈던 무력감과는 다르게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자아냈다.

그러나.

“경계를 풀었으면 좋겠는데요.”

문밖에 서 있던 사람은 그가 경계하는 이유를 알고 있다는 것처럼 다정하게 말했다.

점점 그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다름 아닌 젊은 여성이었다.

파마가 되어있는 것인지 제대로 정돈되지 않은 검은 머리와 지적으로 보이는 안경은 마치 골방에 찌들어있는 마법사와 같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녀가 내뿜는 분위기나 외모는 너무나 신비로웠다.

하지만 선일은 그런 분위기보다도 그녀의 존재 자체에 집중했다.

‘뭐지?’

직후 그는 당황했다.

이 세상 안에 존재하는 모든 흐름을 감지할 수 있는 천류체를 발동했음에도 불과하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처음 느껴보는 당혹감.

평범한 인간도, 마력을 다루는 헌터도, 악마와 관련된 마인도, 하물며 몬스터까지.

천류체로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었다.

‘설정창.’

선일은 곧장 설정창을 불렀다.

악사영의 세계에 존재하는 인물이라면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는 특전.

그는 이것을 통해 저 여성의 정체를 알아볼 생각이었지만.

‘뭐야...?!’

안타깝게도 그의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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