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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128화 (128/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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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의 빛이 들어오지도 않는 지하.

그 안에는 기이하게도 한 신전이 세워져 있었다.

투욱.

어둠을 커튼 삼아 자리 잡은 신전 안에는 무릎을 꿇은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고해하는 것처럼 거대한 동상 앞에서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쓰으으읍...”

이어서 몸을 일으킨 남성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환희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어두운 신전 안을 가득 채운 기운은 너무나 더럽고 역겨웠지만, 남성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향기였다.

그에게 신전의 기운은 신의 살과 피처럼 신성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만끽하고 있는 힘이 전부 신성한 것은 아니었다.

사아아...

어둠으로 가득한 신전 안에는 수많은 기운이 존재했다.

신전 안쪽에는 수많은 부정형의 기운들이 생태계를 이룬 것처럼 어우러져 있었다.

죽은 자의 기운인 사기부터 흑마술사들이 사용하는 어둠의 마력과 마지막으로 인륜을 버리지 않은 인간은 절대 공존할 수 없는 악마의 힘까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부정의 기운은 전부 이곳에 모여있는 것 같았다.

후우우욱....!

허나 남성은 그 기운들을 혐오했다.

사기는 자신이 모시는 신의 입장에서 본다면 너무나 하등한 힘이었고.

흑마술사가 사용하는 마력은 평범한 인간들이 사용하는 힘과 닮아있어 역겨웠으며.

마지막으로 악마의 힘은 자신이 모시는 것들조차 혐오하는 힘이었다.

쯧!

남성은 강하게 혀를 찼다.

신성한 곳에 신의 힘이 아닌 다른 기운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온몸으로 혐오스러운 벌레들이 기어 오는 것처럼 불쾌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참을 수 있었다.

지금 느껴지는 잡기운.

그것들은 모두 자신의 신에게서 비롯된 힘이었으니까.

“하아...”

강렬하고 독보적이며 뭐라 형용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거대하고 사악한 힘.

표현하자면 뭐라고 해야 할까...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인 초월자의 신성과 정반대되는 듯한 느낌?

그나마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맞는 것 같았다.

“...역겹구나.”

악마를 제외한 대부분의 초월자들은 전부 역겨운 태양 아래에서 축복받으며 살아가는 자들이다.

그런 초월자들의 정반대에 존재하는 힘이라면 그야말로 악이자, 부정이요, 혼돈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이시여...”

이 신전을 드나드는 남자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그뿐만 아니라 자신과 같은 신을 모시는 모든 존재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허나 그들 또한 저 위에서 살아가는 인간들과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생각의 중심이자 우상, 그리고 삶의 목적과 정의.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이 모시는 신들이 정의라는 생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다르지 않았다.

저벅...

또각!

그렇게 남성이 계속해서 자신의 신에게 기도를 이어가는 도중 뒤쪽에서 몇 개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하나는 발소리가 가볍다 못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흐릿했고, 나머지 하나는 그 반대로 자신의 존재감을 발산하는 경쾌한 구두 소리였다.

쓰윽.

남성은 자신과 같은 신들을 모시는 형제가 손님을 데리고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몸을 일으키던 그는 그러면서도 마지막 기도를 위해 동상 앞에서 눈을 감고 짧게 목례했다.

직후 고개를 돌린 남성의 눈앞에는 한 쌍의 남녀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형제님.”

남성은 둘 중 먼저 남자 쪽에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인사를 하는 그의 얼굴은 더없이 부드러웠다.

“자주 인사를 하러 찾아뵈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합니다, 신관님.”

그를 찾아온 남성은 검은색 양복과 구두, 머리와 눈동자까지 온통 검은색으로 가득한 인간이었다.

단순히 검은색으로 가득한 것뿐 아니라 모든 빛을 빨아드릴 것처럼 강렬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자였다.

마치 혼돈처럼 말이다.

“아뇨, 괜찮습니다. 형제님께서는 그 누구보다 대업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신 분이시니까요.”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신관과 남성의 대화 자체는 신전이나, 교회 또는 절만 가도 흔히 들을 수 있을 만큼 평범했다.

다만 대화를 나누는 자들과 그들이 모시는 신이 특별하지 않을 뿐이지.

이후 신관이 남자에게 물었다.

“[공허]의 축복은 잘 받으셨습니까?”

“예. 제 주인이신 혼돈 또한 기뻐하셨습니다. 다만 제겐 너무나 과분한 축복이기에 적응하기는 힘듭니다만...”

부드러운 웃음을 지은 신관의 말에 남자는 기계 같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노력 중입니다.”

마지막 말을 마친 남성의 표정은 너무나 이질적이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무표정과 웃음이 섞인 얼굴.

남자의 표정은 마치 기계나 괴물이 인간을 따라 하는 것 같았다.

터억.

“역사 속에서도 [네크로노미콘]을 다룰 수 있는 자는 많이 없었지요. 아무리 일부분이라 할지라도 신의 지식이니까요.”

신관은 남성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는 밖에서는 흑마술의 왕이자 리치라는 이름으로 유명했으나 이곳에서는 고작 신들의 노예이자 다른 신도들의 형제자매일 뿐이었다.

“아아... 감사합니다...”

너무나 따스한 신관의 손길에 리치는 감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에 따라 신관이라 부르긴 하지만 원래는 그 이상의 능력을 가진 자다.

모든 신도들을 이끄는 신관이자 신들의 목소리를 듣고 전하는 선지자였다.

“날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니야?”

신관과 리치가 서로 반갑게 대화를 나누는 동안 찬밥신세가 된 것이 불만이었을까.

두 남성의 귀에 여성의 고혹적인 목소리가 난입했다.

“어서 오시지요.”

그때가 돼서야 신관은 여성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는 형제를 만났을 때만큼 반가워하지 않았다.

리치를 대하던 웃음기 만면한 표정과는 달리 여성을 바라보고 있는 신관의 표정은 너무나 차가웠다.

아니, 차갑다는 말조차 아까웠다.

그의 표정은 마치 혐오라는 단어를 그대로 들고 온 것처럼 보였으니까.

“어머? 그런 표정 지으면 나 상처받을 것 같은데~?”

“하하...”

여성은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의 싸늘한 얼굴을 보며 농담했지만, 신관은 그저 웃음소리만 내었다.

얼굴에 혐오라는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채 짐짓 유쾌한 웃음소리를 내는 남성의 모습은 미쳤다는 말을 듣는 여성의 눈으로 보아도 너무나 기괴했다.

“이런 대우를 받기 싫으면 당신이 모시는 악마를 버리고 저희의 신을 믿으시는 게 어떻습니까? 당신이 저희의 신들을 믿는다면 그분들의 지식으로 욕망을 충족시켜 드리겠습니다.”

“또 그 제안이야?”

순간 신관의 입에서 튀어나온 신의 지식이라는 말에 여성은 욕망으로 눈을 번뜩였다.

그녀는 이 세상 무엇보다 지식을 사랑했으니까.

세상에 존재하는 지식을 알기 위해 탐욕에게 영혼을 바친 그녀로서 신이 가진 지식이란 너무나 맛있어 보이는 미끼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안은 못 받아들여. 말했잖아? 우리 악마님은 날 꽤나 좋아하신다고.”

신관에게 한 말대로 여성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평범한 악마 숭배자였다면 곧장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하지만 여성은 그럴 수 없었다.

악마의 총애를 받는 교단의 2인자, 탐욕의 추기경이 바로 그녀였으니 말이다.

“그런가요?”

“응, 만약 내가 다른 신을 믿는다면 곧장 세계와 한 계약을 깨고 인세로 찾아오실걸? 탐욕이란 자신의 수중에 들어온 것은 절대 놓치지 않으니까.”

“안타깝군요. 마몬이랑은 딱히 척을 지고 싶지 않으니 오늘은 그만 물러나겠습니다.”

신관은 담담하게 말하면서 어깨를 으쓱거렸다.

방금 한 제안이 거절당할 것은 이미 예상했었으니.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같은 제안을 했었으나 그녀는 몇 번이고 거절했다.

혐오의 표정 위에 피식거리는 실소를 흘린 신관은 뒤로 돌아 신전 안쪽을 바라보았다.

“들어가서 거래에 대한 이야기나 할까요.”

“오늘도 막 뭐 확인한답시고 귀찮게 할 거 아니지?”

여성은 신관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매번 이곳에 올 때마다 무슨 대업을 위한답시고 무언가 물어보는 일들이 많았다 보니 연구에만 매진하고 싶은 그녀로서는 귀찮기 짝이 없었다.

“오늘은 아닙니다.”

신관은 절대 돌려 말하는 일이 없는 여성을 보며 한층 더 짙은 혐오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특이하게 말은 목소리는 평온하기 그지 없었다.

“진짜?”

여성은 그 말을 듣자마자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앞에 있는 이 사이비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몰라도 거짓말은 치지 않는 것을 너무나 잘 알았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죠.”

그 말을 마지막으로 신관은 완전히 뒤를 돌아 신전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후 신관을 호위하듯 리치가 조용히 기세를 올린 상태로 뒤를 따라갔고, 그 뒤로는 경쾌한 구두 소리와 함께 악마숭배자인 [연구자]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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