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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126화 (126/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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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화

“...”

선일은 자신의 앞에 놓인 건틀릿, 여명과 황혼을 보며 입을 열었다.

물론 소리는 나지 않았다.

외형은 딱히 달라진 점을 찾지 못했다.

은색의 미스릴을 사용했다기엔 각각 적금색과 보라색으로 이루어진 표면도, 손등에 존재하는 신비로운 문양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나마 찾아보라고 하면 손바닥에 생겨난 희미한 은색의 선일까.

손의 중심부터 손가락 끝까지 퍼져있는 선에서 이전에 싸웠던 골렘과 같은 항마력의 기운이 느껴졌다.

띠링!

[여명(A+): 에고를 가진 만변무형이 소유자의 의지에 맞춰서 변화한 건틀릿 겸 자동권총. 시작을 의미하는 일출의 화염을 다룬다. 특수스킬-<프로미넌스 레이> 사용 가능.]

[황혼(A+): 에고를 가진 만변무형이 소유자의 의지에 맞춰서 변화한 건틀릿 겸 자동권총. 끝을 의미하는 일몰의 화염을 다룬다. 특수스킬-<래피드 플레어> 사용 가능.]

선일은 여명과 황혼 앞에 뜬 푸른 설정창을 바라보았다.

아쉽게도 미스릴로 강화가 되었다고 해서 등급이 성장하는 일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내심 살짝 기대하고 있었던 그였으나 성장하지 않았다고 한들 전혀 아쉬워하지 않았다.

애초에 주인의 실력이 늘어나는 것에 따라가는 성장형 무기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이었다.

‘물론 여전히 A+밖에 안될 줄은 몰랐지만.’

A+등급의 아티팩트만 해도 일반적인 헌터들의 장비 중에서 매우 뛰어난 편에 속했다.

그만큼 입수하기도 힘들고, 입수한다고 해도 사용하기가 힘들었는데 선일은 그런 등급을 보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서 그의 눈은 설정창 아래에 쓰여있는 다른 알림을 향했다.

[황혼(A+)에 특수 스킬이 하나 생성됩니다.]

[특수스킬-<마법 흡수>]

[여명(A+)에 특수 스킬이 하나 생성됩니다.]

[특수스킬-<마법 재현>]

‘스킬이 두 개나?’

선일의 입가에 산뜻한 미소가 생겨났다.

그는 곧바로 스킬의 설명을 읽었다.

[특수스킬:마법 흡수-황혼은 태양을 지평선 아래로 끌어내립니다. 하루에 한 번 마력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시전한 술사의 격에 따라 흡수율이 달라집니다.]

[특수스킬:마법 재현-여명은 태양을 하늘 위로 띄웁니다. 하루에 한 번 흡수한 마력을 재현할 수 있습니다. 시전한 술사의 격에 따라 재현도가 달라집니다.]

“오오...”

코넨에게 미스릴을 건네며 요구했던 마력을 흡수하는 능력이 황혼에 붙었다.

그걸로도 모자라 여명에는 그렇게 흡수한 마력을 정확히 재현할 수 있는 스킬 또한 생겨났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잖아.’

마법 흡수와 마법 재현은 단순히 방어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다.

활용도에 따라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지는 스킬이었다.

황혼으로 적이 시전한 강력한 마법을 방어하고, 생각지도 못하는 타이밍에 여명으로 그 마법을 방출한다?

순간적으로 틈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살아온 세월이 다른 적에게는 통하지 않을 작전이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하지.’

띠링!

선일이 모든 정보를 확인한 순간, 귓가에 기계음이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설정창이 내려가고 새로운 알림이 시야 위로 올라왔다.

[스킬:운명보정이 종료됩니다.]

“하하...”

드디어 끝난 운명보정.

선일은 제 할 일을 확실하게 끝낸 스킬을 보며 작게 웃음소리를 흘렸다.

“맘에 드냐?”

한창 집중하고 있는 선일의 뒤에서 한 청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린 선일은 이마에 감았던 두건을 풀어 땀에 푹 젖은 머리카락을 털어내는 바울이 들어왔다.

“감사합니다.”

온몸에서 열이 피어오르는 그는 선일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자 쑥스러운 듯 등을 돌렸다.

등에 존재하는 성난 근육은 그런 주인의 생각과는 다른지 조금씩 움찔거렸다.

“됐다, 인마.”

코넨에게 빌린 샤워실로 향하던 바울은 머리 옆에서 손을 휘저었다.

가벼워 보이는 손짓은 짐짓 그가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선일은 그 아래에 교묘하게 감춰진 피곤함을 눈치챘다.

원래 바울은 헤파이스토스의 축복을 받아 몇 번의 작업을 해도 체력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오늘 하는 작업은 달랐다.

쓰윽.

오늘 바울은 미스릴을 다룰 때부터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듯한 극한의 집중력을 사용했다.

게다가 그렇게 만들어낸 미스릴 실로 여명과 황혼을 다룰 때, 헤파이스토스에게 받은 성유물까지 사용했다.

그러면서 맨 마지막에 피곤에 쩔어있던 그의 표정이 후련해진 것을 보아하니 막혀있던 벽을 깼다는 점까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했는데 안 지치면 그냥 괴물이지...”

인간은, 아니 숨을 쉬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한계에 달하면 지치는 것이 당연하다.

초월자가 준 성유물과 무아지경에 가까운 집중력.

어지간한 재능을 가진 이들은 물론이요, 천재라고 불리는 인간들도 어쩌면 갖지 못하는 그런 재능들을 모조리 쏟아내며 경지의 벽까지 부숴 버렸으니.

아무리 그가 축복으로 잘 지치지 않는다 해도 며칠 동안은 요양을 해야 할 몸 상태일 것이다.

싸아아아....

“야, 꼬맹이.”

샤워실 안에서 물줄기 소리와 함께 바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가 꼬맹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선일은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네? 저요?”

“여기서 내가 꼬맹이라 부를 수 있는 놈이 너밖에 더 있냐?”

물론 외견만 보면 코넨이 제일 아이 같았으나 그는 전 스승이었다.

실 없는 생각에 어깨를 으쓱거린 선일이

“뭐... 그렇죠?”

“알면 잠깐 와 봐.”

“예?”

“오라면 와, 인마.”

잘 씻다 말고 뜬금없이 자신을 부르는 말에 선일이 반사적으로 반문했지만, 샤워실에서 들려오는 대답은 신경질적인 목소리였다.

언뜻 들으면 길거리에서 침을 찍찍 뱉는 양아치와 비슷해 보일 정도였다.

‘그래도 뭐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저런 양아치스러운 모습이 바울의 진면목임을 알고 있는 그는 보살 같은 웃음을 지으며 자연스레 샤워실로 향했다.

“왜 부르셨어요.”

바울은 문 앞에 서 있는 선일의 기척을 느꼈는지 물소리가 멈췄다.

직후 그가 말했다.

“별 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문밖으로 손을 꺼냈다.

바울의 굳은살이 수도 없이 박혀 있는 손을 바라보던 선일의 눈동자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이후 그의 손이 바쁘게 까딱거렸다.

마치 선일을 재촉하는 것처럼 말읻.

“수건 좀 가져와라.”

“...네?”

“그리고 물 한잔도.”

선일은 그 말을 듣자마자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했던 것을 취소했다.

***

“아휴...”

선일은 기숙사에 들어오며 아저씨 같은 한숨을 뱉었다.

바울의 요구를 들어주다가 통금 시간이 되자마자 뛰어온 그는 스텟이 상승해서 그런지 하나도 힘들지 않았지만, 심적으로는 매우 지친 상태였다.

토옹.

곧장 옷을 갈아입은 선일은 침대에 누웠다.

푹신한 침대가 그를 감쌌다.

“후우... 그래도 오늘 할 일은 다했다.”

선일은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눈을 감았다.

그러면서 그는 이후의 에피소드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제 곧이네.”

첫 번째 히로인인 신하윤의 일이 제대로 터지는 중간고사.

설계자가 경계한 분기점으로 예상되는 에피소드는 많이 위험하다.

원작에서는 신하윤의 몸 안에 심어진 악마의 씨앗이 어떤 인물로 인해 폭주하고, 그로 인해 씨앗을 제거한 선월 또한 큰 상처를 입는다.

그러면서 감동한 하윤이 선월에게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자각함과 동시에 제대로 된 그녀의 아버지가 남긴 화염 마법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전개였지.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선일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원작의 전개를 생각하며 히로인이 된 하윤이 웃는 장면을 떠올렸을 때, 순간 기분이 나빴다.

허나 남의 감정만 읽을 줄 알지 자신의 감정은 제대로 눈치채지 못했던 선일은 그녀의 웃음이 자신이 아닌 선월을 향했다는 점에서 기분이 나빴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만약 그 모습을 비하인드가 보고 있었다면 폭소할 것이 분명했으나 그 점 역시 선일은 알지 못했다.

‘그래도 최대한 발아율을 낮춰놨으니 다행이네.’

가장 최근 보았던 신하윤이 가진 씨앗의 발아율이 5퍼센트도 되지 않았다.

강화도에서 일어났던 위험에서 가장 앞에 나섰던 그녀를 보아서 그런지 주변 사람들에게 평이 꽤 좋아졌다.

괴롭힘도 거의 사라졌고, 교실에서 가끔씩 다른 학생들과 이야기하는 장면도 보였다.

하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 없어.’

하윤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녀의 아버지가 사라진 이상, 이 세상에서 하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선일이었다.

허나 이번 중간고사는 그녀를 믿는 신뢰만으로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

인간의 감정이란 단순히 수치만으로 정확한 답을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중간고사의 빌런, 그러니 하윤의 감정을 폭발시켜 악마화를 가속하는 인물은 너무나 사악하고도 교활했다.

말 그대로 인간 쓰레기의 표본.

그런 빌런을 상대하는 것도 문제지만.

‘만약 내가 예상했던 대로 중간고사가 분기점이라면 또 다른 악역이 존재할 수도 있어.’

미지의 적이 존재할 수도 있는 가능성.

원작에는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적이 등장할 불행의 가능성에 선일은 조용하지만 강하게 주먹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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