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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125화 (125/180)

125

텅텅텅텅!!

뜨거운 불꽃과 쇳물로 인해 붉은빛으로 가득한 대장간.

그 안에서는 단단한 금속들이 마주하는 소리가 울렸다.

허나 듣기 불편한 소음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을 할 수 있다.

적어도 한 소년에게는.

주륵.

뒤에서 망치질을 지켜보던 소년이 땀을 흘렸다.

더위도 더위지만 그가 땀을 흘리는 이유는 물리적인 것이 아니었다.

신세계를 마주한 것만 같은 강렬한 충격.

그런 충격을 만들어낸 굉음을 들은 어린 소년에게는 하나의 교향곡과도 같이 느껴졌다.

쿠웅!

쿠웅!

쇳덩이와 쇳덩이가 부딪히는 거친 소리는 거대한 야수가 내지르는 포효와도 같다.

그리고 난폭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야수를 자아내는 자는 다름 아닌 현자 같은 드워프 한 명과 용암을 형상화한 것 같은 인간이었다.

퉁퉁퉁퉁!

직후 소리가 바뀌었다.

직전의 망치질이 거센 야수를 조련하는 것처럼 거칠었다면, 지금은 작은 동물을 다루는 것처럼 섬세했다.

자유자재로 망치를 다루는 두 대장장이를 보며 소년은 이질감을 느꼈다.

터엉!터엉!터엉!

소리가 다시 한번 바뀌었으나 기이한 느낌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잠시 두 사람의 작업을 바라보던 소년은 자신이 느낀 이질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같은 작업을 하는 이는 둘인데 소리는 하나.’

그렇다.

어째서인지 두 사람은 각각 금속의 다른 부분을 두드리고 있었으나 들려오는 소리는 같았다.

소년은 저런 기술이 단순히 서로 호흡을 맞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쓰윽.

소년은 이마에 송글송글 맺혀있는 땀을 닦았다.

눈에 땀이 스며 들어가 따끔거렸다.

하지만 그는 눈을 감지 않았다.

궁금했다.

두 존재가 어떻게 하나의 소리만을 자아내는지.

바로 앞에 있는 대장장이들의 대단한 기술들을 눈에 담고 싶었다.

치이이익...!

차가운 물이 붉게 달아오른 은빛의 금속과 맞닿자마자 순식간에 증기로 변했다.

희뿌연 연기가 소년의 시야를 가로막았지만, 오히려 그때가 돼서야 소년은 그들의 기술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근육의 움직임과 신체의 무게중심.

중간중간 템포를 늦추는 호흡의 타이밍은 물론이요, 금속 안으로 흘러 들어가는 마력 또한 완전히 일치했다.

“와아...”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두 대장장이를 보며 소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진심으로 감탄하는 표정을 지은 그는 대장장이에 대해 자세히 아는 편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아니, 오히려 그랬기에 소년, 선일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쓰윽.

이후 어느 정도 열이 식은 미스릴을 드워프 대장장이가 집게로 들었다.

그는 미스릴을 초고열의 용광로 안에 집어넣었다.

화르르르륵!!!

용광로 밖으로 흘러나오는 뜨거운 열에 의해 공기가 이글거렸다.

이어서 미스릴을 화로 안으로 집어넣었던 드워프는 금속을 꺼냈다.

그는 작은 충격에도 쉽게 물러진 미스릴을 내리쳤다.

텅텅텅텅!

연속적으로 내리치는 망치는 미스릴을 얇게 피기 시작했다.

선일은 꽤 큰 크기의 금속이 실시간으로 작아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후우...”

그렇게 드워프 코넨이 미스릴을 얇게 만들고 있는 동안, 남은 인간인 바울이 호흡을 내쉬었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망치가 아닌 칼이 들려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같은 칼날 여러 개가 촘촘하게 붙어있는 작업용 도구였다.

꽈악...!

잠시 도구를 모루 위에 내려놓은 바울은 허리춤에 걸려있던 두건을 머리에 가져다 대었다.

이어서 그는 두건의 끝부분을 뒤통수 쪽에서 강한 힘으로 묶었다.

붉은 눈빛에 살기가 올라왔다.

아니, 살기라고 느낄 정도로 짙은 집중력이었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둘은 자연스럽게 위치를 바꿨다.

코넨이 자리를 비켰을 때 그 앞에 놓여있는 미스릴은 더 이상 처음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

처음에 빛났던 금속 특유의 은빛은 열이 빠져나가지 않아 은은한 붉은빛으로 빛났고, 두께는 옆에서 보면 실이라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얇아졌다.

그에 반해 넓이는 매우 넓어졌지만, 그 점은 바울이 들고 있는 도구를 사용하면 해결될 것이다.

우우우웅.

바울의 온몸에 용암같이 진득한 마력이 피어올랐다.

이어서 그의 눈에서 헤파이스토스의 권능 [대장장이의 눈]이 활성화되었다.

[대장장이의 눈]이 가진 능력은 단순히 무기의 능력과 전승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주된 능력은 무구를 파악하는 것이 맞았으나 보조적인 능력 또한 존재했다.

화륵.

바울의 눈에 들어오는 붉은 미스릴 곳곳이 용암처럼 녹아내렸다.

진짜 녹았다는 말은 아니었다.

[대장장이의 눈]이 보여주는 시각적인 효과였다.

스르륵.

바울은 그렇게 녹아있는 부분을 향해 들고 있는 도구로 베기 시작했다.

“괜찮을 것 같으냐.”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는 바울을 뒤로 한 코넨이 입을 열며 선일에게 다가왔다.

그의 온몸은 마치 땀으로 목욕한 것처럼 완전히 젖어있었다.

선일 또한 땀으로 인해 몸이 조금 찝찝했으나 코넨에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다.

끄덕.

예감이 좋아요.

계속해서 그는 대단한 기술을 보여준 대장장이의 질문에 자신이 느낀 감상을 가감 없이 뱉었다.

이후 고개를 끄덕인 선일의 대답을 들은 코넨은 평소에 짓는 인자한 미소를 입가에 달았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다행이구나. 일단 네 무기를 주려무나.”

“네.”

선일은 곧바로 여명과 황혼을 건틀릿으로 바꿨다.

잘 때나 씻을 때를 제외하고는 손에서 떨어뜨린 적이 거의 없었던 자신의 무기가 손에서 벗어나자 허전함을 느꼈다.

“흐음...”

역시 그 무기였구나.

뒤이어 들려오는 코넨의 음성은 매우 작았으나 코앞에 있었던 선일은 그 말을 정확하게 들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만변무형을 알고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뭐지?’

선일은 그런 코넨의 반응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정확히는 만변무형을 직접 손으로 만진 순간부터였다.

목소리부터 분위기까지.

그에게서는 만변무형을 향해 경외심을 느꼈다는 것처럼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기분 탓인가...’

하지만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의 표정만 읽었다면 확실히 알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선일이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그저 순전히 반응만으로 파악한 것이었다.

“이건 일단 내가 가져가마.”

그렇게 선일이 의문을 추측하는 동안 코넨은 한 쌍의 건틀릿을 들고 뒤로 돌았다.

여유롭게 걸어간 그의 앞에는 미스릴을 실로 만드는 작업을 끝내 바울이 서있었다.

코넨은 그런 바울에게 여명과 황혼을 건넸다.

“사도시여, 받으시지요.”

“스승님이 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코넨은 바울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그러면서 당황한 전 제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제게 가르침을 달라고 하셨지요.”

갑자기 코넨은 아까 전의 말을 꺼냈다.

설마 그가 마음을 바꾼 것일까.

“알려주시는 겁니까.”

“아닙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넨은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그는 오늘 바울이 자신을 찾아온 이유에 대해 알고 있었다.

‘벽.’

오늘 바울의 모습은 한계라고 불리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있었다.

자신도 그랬고, 선조들도 마찬가지였고 하물며 초월자인 헤파이스토스까지 벽에 한 번씩은 가로막혀 봤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코넨은 직접 가르침을 주지 못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맞았다.

애초에 말했다시피 바울의 실력은 이미 자신을 뛰어넘었으니까.

그렇기에 실력이 떨어지는 자신이 그에게 기술이나 가르침을 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허나 코넨은 자신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알고 있었다.

“저 소년의 무기를 작업해보시면 아실 겁니다.”

담담한 목소리의 코넨이 말했다.

청년을 가르쳤던 스승으로써.

많은 것을 겪었던 노인으로써.

수많은 시도를 했던 기술자로써.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젊은 대장장이에게 필요한 한 마디의 말이었다.

“...네.”

바울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초월자의 권능으로 소년의 무구를 확인한 순간 보았던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다.

허나 잘 생각해보면 어둠이 아니었다.

‘빛.’

갑자기 사람이 너무 밝은 빛을 맨눈으로 보았을 때, 어둠처럼 느껴진다는 말이 있었다.

만약 어둠이었다면 불길한 마력 또한 느껴졌을 텐데 그것도 아니었다.

“...아.”

그렇구나.

스승이 앞에 있음에도 바울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에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충격에 의해 잠시 머리가 굳었던 바울이었으나 원래 생각이 느린 자는 아니었다.

스승의 말을 들은 순간, 그가 권능으로도 무구의 본질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초월자.’

필멸자인 자신들과는 달리 뛰어난 능력을 가진 신들.

이 무구를 만든 자도 그런 초월자 중 한 명이었다.

[그것도 헤파이스토스와 비슷한, 아니 그보다 강력한 격을 가진 초월자가 말이다.]

“당연했구나...”

순간적인 공포는 그저 거대한 존재를 잠시나마 마주한 탓에 느꼈던 것이고, 경외심은 당연히 들어야만 하는 감정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또 다른 감정을 느꼈다.

새로운 경지로 나아갈 수 있는 특별한 경험.

격이 높은 초월자의 성유물에 자신의 기술을 불어넣을 수 있다.

이것이 기대감으로 다가왔다.

“...”

코넨은 바울을 보았다.

열의로 인해 피가 끓는 젊은 대장장이.

바울은 젊었을 때의 자신과 너무나 닮아있었다,

“스승님.”

“예, 사도시여.”

말을 뱉은 바울의 몸에서 붉은 마력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헤파이스토스의 사도가 되며 받은 힘이었다.

그리고 지금 바울이 그 힘을 사용한 이유는 간단했다.

“보조 부탁드립니다.”

벽을 넘는 방법을 알았으니.

이젠 그것을 넘어가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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