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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릴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한 그들은 대장간 안쪽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보았을 때는 단층 건물처럼 되어 있었으나, 실상은 꽤 큰 지하공간이 존재했다.
저벅.
저벅.
안쪽에 설치된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는 세 사람.
그중 선일은 바울과 코넨의 뒤를 따라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던 와중 둘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승과 제자라 그런가. 아니면 둘 다 같은 초월자의 사도이기 때문일까.’
아마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
악사영의 초월자들이 직접 임명하는 인간, 사도.
원래라면 인간에게 간섭하지 않는 초월자에게 자신들의 힘을 전승하는 사도는 한 세대에 한 명밖에 존재할 수 없다.
코넨은 전 시대의 사도, 바울은 현 시대의 사도.
그러니 둘의 분위기가 같은 것이 당연했다.
‘흐음...’
선일은 다른 생각을 하며 한참을 내려가던 중에 다른 사람들이 갑자기 멈춰 섰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새 그들의 앞에는 입구와 같은 형태의 철문이 하나 더 있었다.
가장 앞에서 익숙하게 움직이던 코넨은 철문을 향해 손을 가져다 대었다.
끼이익...
덜컹!
어린아이 같은 겉모습을 가지 코넨의 손에 의해 철문은 쉽게 열렸다.
그대로 문을 연 그는 문이 다시 닫히지 않게끔 손잡이를 어딘가에 걸쳐두었다.
이후 안쪽으로 들어간 코넨이 뒤를 향해 가볍게 손짓하며 말했다.
“들어오시지요.”
이곳의 주인인 코넨의 안내에 따라 선일과 바울은 문 안으로 들어갔다.
화륵!!!!
“우와...”
코넨과 바울의 뒤를 이어 마지막으로 안에 들어간 선일의 입에서 탄성을 튀어나갔다.
그는 들어가자마자 후끈 느껴지는 열기를 느끼고 있었다.
태양의 힘을 다루는 선일의 뒷목에 조금씩 땀이 맺힐 정도였으니...
온도가 얼마나 높은지 정확히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대단하다.’
그러나 선일이 감탄한 이유는 온도 때문이 아니었다.
지금 그의 눈에 보이는 화로와 모루, 그리고 망치.
물론 대장간을 들어왔을 때, 바로 보이는 공간도 코넨이 쓰는 화로와 모루가 존재했다.
허나 선일은 확실히 다르다고 말을 할 수 있었다.
크기는 물론, 불꽃의 화력 그리고 수많은 장비들까지.
이곳은 코넨이 진심으로 작업을 해야만 할 때만 사용하는 공간, 다른 의미로 진정한 대장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선일은 그런 대장간을 보며 자신이 느낀 바를 작게 중얼거렸다.
“미쳤다.”
짧고 굵었다.
그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이것만큼 감정을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상의 대장간?
그곳에 있는 대장간도 절대 안 좋다고 말을 할 수 없었으나 이곳을 보면 그저 휴게실처럼 보이는 것이 당연했다.
두근두근.
‘기대된다.’
코넨이 진심을 낼 때만 사용되는 대장간을 처음 들어가 보는 선일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동시에 기대감이 올라가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설레기 시작했다.
무의식적으로 손에 끼고 있는 장갑을 만진 선일의 눈에 밝은 빛이 떠올랐다.
화륵.
작가였기에 떠올릴 수 있었다.
소설에 썼던 코넨의 지하 대장간의 한 구절이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았다.
[드워프의 마을을 나온 사도 코넨.]
그가 혼자 떠돌며 개발하고 발견해낸 수많은 무구들은 시간이 지나며 신비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무구들은 자신을 태어나게 해준 창조주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것처럼 망치와 화로, 모루에 힘의 절반을 부여한 후 떠나가 자신들을 다룰 주인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하나하나가 에고를 가진 것처럼 말이다.
그때, 바울이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군요...”
선일은 주변을 둘러보는 바울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가 보고 있는 청년의 눈은 초월자의 사도로써 피조물의 공간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움.
바울의 눈에는 자신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추억에 대한 감정이 실려있었다.
‘바울의 스토리를 생각해보면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게 당연하지.’
바울은 고아였다.
자신의 제대로 된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고아.
갓난아이 때 어째서인지 유럽에 있는 드워프 마을 앞에 놓여있는 그를 코넨이 거두었고, 그대로 제자로 받아들였다는 것이 바로 바울의 어린 시절이었다.
‘그런 그가 초월자의 사도로 인정된 지는 이제 4년 정도.’
이전까지 제자였던 그가 헤파이스토스의 선택을 받자 코넨은 결국 그를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떠나간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말 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나 바울의 기준에서 스승과 떨어졌던 시간은 매우 길었다.
“사도께서는 편한 망치를 쓰시지요.”
코넨 또한 그런 바울의 생각을 알고 있었지만, 결코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공사를 확실히 구분했다.
끄덕.
대장간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바울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제대로 된 준비를 하기 시작한 코넨이 선일을 향해 다가왔다.
쓰윽.
선일의 손에 있는 여명과 황혼을 살펴본 그가 입을 열었다.
“다른 형태로 바꿔보거라.”
드워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직후.
촤라라락!
선일이 손에 마력을 집중하자 장갑 형태였던 두 무구가 건틀릿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입자로 변한 후 완전히 재구성 되는 소년의 무기를 보며 코넨의 입가에 웃음이 떠올랐다.
“역시...”
그의 웃음을 들은 선일은 코넨이 역시 만변무형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생각을 확신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만변무형을 먹이라고 운석을 준 것도 그였다.
악사영의 내용에도, 선일이 만들었던 설정에도 그와 만변무형에 연관성이 적혀 있지 않았기에 어떤 연관성을 가졌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나중에 이야기해보면 되겠지.’
“그럼 이제 슬슬 시작하면 되겠군요.”
코넨의 말대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망치를 든 바울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이어서 그도 마찬가지로 선일의 무기를 쳐다보았다.
아니, 단순히 쳐다보는 것이 아닌 헤파이스토스의 사도로서 받은 권능까지 사용하고 있었다.
퉁퉁퉁퉁-!!
바울의 심장에 웅장한 망치질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구의 힘과 그 전승을 확인할 수 있는 [대장장이의 눈]이었다.
“미스릴을 주려무나.”
그렇게 바울이 만변무형을 확인하는 동안 코넨이 말했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선일은 곧바로 인벤토리에 넣어뒀던 미스릴 덩어리를 꺼내 그의 손에 건넸다.
금괴와 비슷한 크기의 미스릴.
드워프가 사는 마을에서도 아만타디움과 더불어 가장 희귀한 편인 금속이 손 안에 들어오자 코넨의 눈이 강렬하게 번뜩였다.
“꽤 높은 순도를 가지고 있구나. 아쉽게도 완전히 순수한 미스릴은 아니지만.”
“그런가요?”
“그렇단다. 아마 내 생각엔 8대2 비율로 강철과 합쳐 놓은 것 같은데...”
코넨은 마력이나 특별한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순식간에 미스릴을 파악했다.
이어서 그는 바울이 만변무형에 대해 확인하는 동안 미스릴을 망치로 두들기거나 마력을 흘리는 등 여러 가지 시험을 하고 있었다.
‘바울은 뭘 하고 있지?’
선일은 뒤를 돌아보았다.
권능을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로 눈이 붉게 빛나는 바울.
하지만 어째서인지 선일의 눈엔 그가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아니, 당황한 것이 분명했다.
선일은 다른 이들의 감정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났으니까.
주륵...
선일의 생각대로 바울은 당혹감에 의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지금 그가 들고 있는 여명과 황혼에 대한 것이었다.
‘이거...’
도대체 뭐지?
바울은 뒷말을 삼키며 침을 삼켰다.
드워프의 시조 헤파이스토스가 다른 초월자들의 무기를 만들 때 사용했던 힘이 바로 [대장장이의 눈]이다.
전승에 따라 어떤 무구라도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이 힘.
인간의 마력이나 기술보다도 상위에 존재하는 권능이 어째서인지 만변무형에게 통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헤파이스토스의 권능이 통하지 않았던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물며 약한 힘을 가진 성유물 또한 그의 권능이 통했다.
게다가.
‘이 힘은 뭐야.’
여명과 황혼에서 느껴지는 힘.
이 힘은 마치 초월자의 것과 닮아있었다.
“사도시여. 준비가 되었습니다.”
미지에 대한 공포와 이런 무기가 존재했다는 경외감이 바울의 몸을 감쌌을 때, 코넨이 그를 불렀다.
“...예. 가겠습니다.”
스승의 말에 권능을 해제한 바울.
그제서야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그는 들고 있던 건틀릿을 선일에게 건네며 화로 쪽으로 걸어갔다.
화르르륵!
화로 앞에 서자 열기가 확 밀려왔다.
마치 심장의 고동과 흡사한 열기였다.
까아아앙!
까아아앙!
코넨과 바울은 한순간에 망치로 모루를 때렸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동시에 말이다.
직후.
“시조의 피를 이은 자들이 신성한 의식을 거행하려 합니다.”
“시조의 피를 이은 자들이 신성한 의식을 거행하려 합니다.”
코넨과 바울의 입이 열렸다.
이것이 드워프들이 망치질을 시작할 때 하는 기도인 것을 알고 있는 선일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화르륵!
그들이 숭배하는 초월자의 축복을 바라는 신성한 구절이 입에서 흘러나오자 두 대장장이에게서 선일이 가진 태양과는 다른 기이한 열기가 뻗쳐왔다.
이후 두 대장장이는 자신들을 반기는 수많은 금속과 무기들의 환희가 들으며.
터엉!
터엉!
동시에 망치를 묵직하게 휘두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