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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123화 (123/180)

123화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코넨은 곧장 아이디어를 떠올린 자신의 제자에게 물었다.

그의 눈빛은 대장장이로써의 호기심과 도전 정신이 뒤섞여 뜨거운 열정을 자아냈다.

선일은 코넨과는 달리 의견을 제시한 바울을 향해 궁금한 눈빛을 쏘아냈다.

“어떻게요?”

“네 무기.”

스승과 같은 눈빛을 가진 바울의 손이 아래로 향했다.

그가 가리키는 것은 다름 아닌 선일의 손, 정확히 말하자면 장갑 형태의 여명과 황혼이었다.

“이 장갑이요?”

장갑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은 선일의 입에서 의외라는 어투가 흘러나왔다.

동시에 소년이 흘리는 분위기에서는 아직 세상을 잘 알지 못하는 풋풋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치 불카누스가 이 무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 내가 생각한 방법은 그 무구다.”

꾸욱.

선일은 슬금슬금 올라가려고 노력하는 입가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직전에 아티팩트냐고 물어보았던 그 무기를 세계 최고의 대장장이가 주시하고 있었다.

이것은 기회였다.

씨익.

그 말을 들은 선일의 본심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는 지금 속으로 웃음 지었다.

아주 밝은 웃음을 말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상황이 좋게 흘러갔어.’

띠링!

[스킬:표정 숨기기가 발동합니다.]

갑자기 기계음과 함께 올라오는 설계자의 알림.

주인의 속마음이 들킬까 봐 ‘표정 숨기기’를 발동했다는 알림을 보며 선일은 짐짓 뭐 씹은 표정을 지었다.

‘너도 인정하는 거냐...’

물론 그런 표정을 지었어도 스킬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표정 숨기기’가 자동으로 발동되는 효과를 가졌으니 망정이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속마음을 들킬 뻔했다.

‘조금 진정하자.’

하지만 확실한 사실은 설계자도 인정할 만큼 자신의 기분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 점을 확인한 선일은 조금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후 속에서 시끌시끌한 웃음이 잦아들자 그는 또 다른 설계자의 알림을 보았다.

[스킬:운명보정이 활성화됩니다.]

몇 분 전, 선일이 철문에서 손을 뗀 이유는 단순히 안에서 바울의 목소리가 들려서가 아니었다.

갑자기 활성화된 ‘운명보정’ 때문에 놀란 것이었다.

‘왜 발동했나 궁금했는데.’

선일은 악사영의 작가지, 이 세계의 신은 아니다.

자신이 썼던 연재를 했었기에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기억하고 있다.

다만 악사영은 이선월의 시점으로 진행되었기에 그의 행보에 대한 전개만 알고 있을 뿐이다.

하물며 조연인 안희은의 일조차 오늘 처음 알게 되었는데, 조연 중에서도 비중이 매우 적은 편인 코넨을 불카누스가 찾아올 것을 예상할 리가 있었겠는가.

‘진짜 볼 때마다 든든하네.’

운명 보정이 발동되는 타이밍에 대해 선일은 알 수 없었으나, 확실한 것은 발동될 때는 확실한 효과를 보였다.

자신이 먼저 생각했던 결과보다 훨씬 더 좋은 미래를 가져오니까.

아마 이 정도의 성능이라면 S급은 가뿐하게 넘기지 않을까.

“나는 그 미스릴로 다른 장비를 만드는 건 별로라고 본다.”

“네?”

선일이 만족스러운 기분을 조금 진정시키는 사이 그의 손과 아까 건넨 미스릴을 이리저리 살피고 있던 바울이 입을 열었다.

“네가 가져온 미스릴로 실을 만들어 거기에 룬 문자를 새겨 넣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고 보는데.”

자신의 의견을 막힘없이 이야기하는 바울.

전 제자의 성장한 모습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코넨이 말했다.

“괜찮군요. 너는 어떠느냐.”

“으음...”

선일은 입을 앙다문 채 소리를 내며 고민을 이어갔다.

마음으로는 빠르게 결정을 내리고 싶었다.

허나 그는 그럴 수 없었다.

왜냐.

‘저 기술이 벌써 나왔다고?’

방금 바울이 한 말을 선일을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했으니까.

마력 전도율이 높은 금속을 실처럼 얇게 만들어 무구에 룬을 그린다.

말로만 들었을 때는 그닥 어려운 제련 방식이 아닌 듯 보이지만, 실상은 정반대.

단순히 금속을 사용해 무기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난이도가 있는 기술이다.

그러나 선일이 놀란 이유는 어려운 방식 때문이 아니었다.

‘원래라면 이선월이 2학년일 때, 등장하는 기술일 텐데.’

그 말대로 악사영에서 이 제련 방식이 등장하는 시기는 내년이다.

선일은 갑작스럽게 빨라진 시기에 의문을 가졌다.

‘설마 예전부터 생각해놨던 건가?’

“다만 문제가 있습니다.”

선일이 잠시 고민하는 척을 하며 시기가 빨라진 이유에 대해 추측하는 동안 바울은 자신의 스승을 돌아보았다.

마찬가지로 코넨 또한 바울을 쳐다보고 있었다.

“흐음...”

코넨은 바울의 눈빛에 실린 감정을 찾았다.

대장장이의 뜨거운 도전 정신.

그리고 어째서인지 실려있는 실패감.

대장장이의 초월자에게 선택받았음에도 저리 자신 없어 하는 제자를 보며 코넨은 그가 어떤 말을 입안에서 굴리고 있는지 직감했다.

“이 방식은 사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울의 굵은 목소리가 그들의 귀에 들어왔다.

“미완성입니다.”

‘그렇구나.’

선일은 그 말을 듣고 상황을 전부 깨달을 수 있었다.

악사영의 작가임과 동시에 머리가 뛰어난 이선일이었기에 저 한마디만 듣고서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

‘현재의 불카누스는 혼자서 던전을 들어가 사냥하고, 그 부산물로 갖가지 아이템을 만드는 장인.’

강력한 무구들을 만들고 싶어 하는 그는 조금씩 소속된 집단이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한계와 인력의 부족을 통감한 그는 결국 길드를 만들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장인 길드 [스미스의 혼]이다.

바울이 세운 [스미스의 혼]은 단순히 대장장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연금술사, 해체사, 인챈터 등등 재능이 충분한 여러 명의 장인을 찾았고, 그로 인해 기술력으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에 도달한다.

그러나.

‘스미스의 혼이 처음 출범해 악사영에 정식으로 등장하는 시기는 내년 여름.’

그 말인즉슨 현재 바울은 혼자라는 것이다.

아니, 혼자는 아니어도 현재 인력을 구하는 중일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아무리 많은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존재하더라도 그 혼자서는 실현하지 못하는 기술들이 대부분일 테고, 그중 하나가 방금 말한 기술이라면 충분히 납득이 된다.

“금속으로 실을 만든다라. 어려운 작업이겠군요. 금속이란 제련하다 실수한다면 그대로 성질을 잃어버리니까.”

“그렇습니다.”

마찬가지로 스승의 중얼거림에 바울은 나직하게 대답했다.

제자의 목소리에 코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만약 실로 제련하는 데에 성공한다고 해도 룬은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자가 아니라면 매우 위험하니까요.”

쓰윽.

이어서 코넨은 한 차례 한숨을 내쉬더니 지그시 눈을 감고 뒷짐을 지었다.

어린아이의 외견임에도 그의 눈에는 연륜이 묻어났다.

잠시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던 코넨이 선일에게 향했다.

“너는 어떻게 하고 싶느냐.”

“저는 상관없어요.”

들려오는 질문에 선일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분명 그렇게 긍정을 표했을 텐데...

어째서인지 코넨의 목소리는 같은 크기의 강철보다 훨씬 무거워졌다.

“그런 미적지근한 대답은 듣기가 싫구나. 제대로 말하거라.”

싸아...

소년을 바라보고 있는 드워프의 눈이 진지해지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인사를 나눈 때까지는 어린 손자를 보는 할아버지의 포근한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장인의 망치와 같은 묵직함이 느껴졌다.

“애초에 미스릴로 실을 만들지 못할 수도 있고, 룬을 새기는 작업을 실패할 수도 있지. 전자라면 그저 고철이 되는 것이고, 후자라면 적지 않을 확률로 네 무구가 이상해질 수도 있을 거다.”

꿀꺽.

달라진 코넨의 말투에 선일은 마른침이 목으로 넘어갔다.

그의 옆에서 바울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처음에 의견을 제시한 그 역시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물론 작업에 성공했다고 한들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가서도 망할 확률을 가졌으니까. 기술이란 그런 것이야.”

코넨은 단순한 장인이 아니었다.

그는 대장장이이자, 마도 공학자였으며, 연구자였다.

이 세상 어느 곳에 가더라도 대우받을 수 있는 한 명의 기술자.

아직 젊은 바울에 비해 수백수천 번의 실패를 경험한 기술자였기에 완성된 기술이라 한들 결함이 있다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단호해야만 했다.

“선택하거라.”

장인의 호기심.

지금 코넨이 하는 말은 그런 호기심을 다루기 위해 하는 시작이자 허가였다.

“...”

선일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허나 그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왜냐.

이유는 단순했다.

“하겠습니다.”

자신이 썼던 악사영의 캐릭터.

헤파이스토스의 전 사도 코넨.

그리고 현 사도 바울, 아니 <불카누스>

선일은 작가로서 이 둘의 실력을 믿었다.

게다가.

[스킬:운명 보정이 활성화됩니다.]

마치 이런 미래를 생각했던 것처럼 말이다.

생각했던 미래보다도 훨씬 좋은 결과값을 도출해내는 스킬 운명 보정은 꺼지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그야말로 기연이라 칭하기에 부족함 하나 없는 기회.

선일은 이 도박에서 자신이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 아니 확신이 있었다.

씨익.

선일의 시원스러운 대답을 듣게 된 코넨의 입가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새로운 기술을 시험할 수 있다는 사실에 심장이 떨렸다.

이어서 그는 바울을 돌아보았다.

“사도시여, 저도 이 작업에 참여해도 괜찮겠습니까.”

바울은 순간 얼어붙었다.

오랜만에 하는 스승과의 작업.

그로써는 전혀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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