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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122화 (122/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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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일이 코넨의 대장간 문을 두드리기 몇 분 전, 그의 대장간을 먼저 찾아온 이가 있었다.

쿵쿵쿵쿵!

밖에서 누군가 철문을 강하게 두드렸다.

자신의 망치질을 방해하는 소리가 거슬렸던 코넨은 눈가를 살짝 찌푸렸다.

탁.

하지만 거슬린다 한들 막을 방법은 없었다.

저렇게 찾아온 사람이 누구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던 코넨으로써는 결국 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

드드드...

코넨이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철문이 열렸다.

직후 철문이 열리자마자 문을 두드리던 누군가가 뛰어 들어왔다.

“스승님.”

대장간 안으로 들어온 인물은 건장한 인간 청년이었다.

움직임에 불편함이 없도록 만들어진 헐렁하고 질긴 바지와 반대로 몸에 딱 맞아 성난 근육을 과시하는 나시.

짧게 자른 붉은색의 머리는 화산의 분화구에서 흐르는 용암과도 같았다.

시선을 끌기에 충분히 인상적인 외모.

하지만 코넨이 그를 주시하고 있는 이유는 그런 단순한 외견이 아니었다.

화르륵.

코넨의 귀에 불길이 치솟는 소리가 들어왔다.

대장간에 존재하는 화로가 낼 법한 소리가 드워프의 청각을 자극했다.

이어서 그는 눈에 힘을 집중했다.

뛰어난 대장장이의 눈에는 청년의 몸에서 흐르는 진한 붉은빛 기운이 흐르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마력은 아니었다.

마력 위에 존재하는 기운.

초월자의 힘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헤파이스토스의 사도시여.”

코넨은 담담하게 청년을 향해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인사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

과거에는 분명 그의 스승이었지만, 지금은 한 초월자의 힘을 다루는 존재였다.

게다가 그 초월자가 드워프의 시조이자, 그들이 섬기는 존재였으니...

아무리 제자였다 한들 예를 취하는 것이 맞았다.

“...예전처럼 바울이라 불러주십시오.”

그러나 자신을 바울이라 칭한 청년은 그런 스승님의 예가 불편한 것처럼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면서 바울의 목에서 나오는 음성에서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코넨은 그런 제자의 생각을 전부 알고 있음에도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왜 안 된다고 하시는 겁니까!”

바울은 그런 스승을 보며 소리쳤다.

감정이 격해지는 제자를 더없이 조용한 눈으로 바라보던 코넨은 쥐고 있던 망치를 놓았다.

“오늘은 어쩐 일로 오신 겁니까, 사도시여.”

사무적인 말투와 함께 공손하게 고개를 숙인 코넨.

바울은 그런 스승을 보며 어차피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인간이었지만 드워프와 함께 살아왔으니 그들이 얼마나 꼬장꼬장하고 고집이 쎈 지 알고 있었으니까.

결국 그는 코넨의 태도에 대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쿠웅.

바울은 양쪽 무릎을 바닥에 박았다.

드워프가 모시는 신의 사도가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만, 코넨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자연스럽게 바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왜 이러십니까.”

“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는 모릅니다.”

코넨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에게 무릎 꿇은 바울을 일으켜 세우려 움직였다.

“...저는 스승님의 가르침이 필요합니다.”

“안 됩니다.”

코넨은 바울의 말을 듣자마자 단호하게 거절했다.

과거의 제자였다면 상관은 없었지만, 지금은 입장이 달라졌다.

자신들이 모시는 초월자의 사도에게 가르침을 내린다?

어불성설이고 신의 자존심을 긁는 행동이었다.

오히려 피조물인 자신들이 헤파이스토스의 사도인 바울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것이 맞았다.

으득.

스승의 단호한 모습에 바울은 이를 악다물었다.

정신은 드워프나 마찬가지인 그는 알고 있었다.

용암과 대장장이의 초월자 헤파이스토스.

대장장이의 종족이자 그의 피를 이은 드워프들은 헤파이스토스의 사도를 드워프 왕과 비슷하게 대우하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불카누스시여... 당신의 실력은 이미 저를 뛰어넘으셨습니다.”

코넨은 고민하는 바울에게 단호하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를 뱉었다.

아무리 은퇴하며 헌터의 세계에서 멀어졌다지만 그럼에도 코넨은 그의 소식을 간간이 들어왔다.

제자이자, 자신의 뒤를 이은 초월자의 사도이자 현세대 중 가장 빠르게 천외천에 오를 것이라는 헌터가 바로 바울이었다.

게다가 전대의 사도인 자신은 얻지 못했던 이명.

헤파이스토스의 다른 이름이자 뛰어난 사도에게만 주어지는 그 이명을 받았으니 바울이 자신보다 확실히 뛰어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스승님!!!!!!”

불카누스라는 이명이 스승의 입에서 나오자 바울은 벌컥 화를 냈다.

그 순간.

휘익.

코넨과 바울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들의 시선이 닿는 곳은 다름 아닌 대장간의 철문.

철문 뒤에 누군가 서 있다는 것을 감지한 불카누스는 손을 활짝 뻗었다.

쿠구구구...

그 순간, 바울의 손에 엄청난 압력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땅이 울렸다.

마치 바울을 반기는 것처럼 말이다.

‘후우!’

코넨의 대장간을 아는 이가 극소수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바울로써는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코넨의 반응은 달랐다.

“손님이 오셨군요.”

탁!

드드드드...

문을 두드리던 바울을 열어준 것처럼 이번에도 코넨은 손가락을 튕겼다.

천천히 열리는 철문을 보면서 바울은 경계했다.

그러나 철문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을 보자 그는 자신의 예상이 벗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앳된 소년이었다.

이제 갓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어린 소년.

나이에 비해 키가 꽤 크고 근육이 많이 붙어있는 것 같지만 더할 나위 없이 평범한 소년이었다.

“오랜만이구나.”

“그러게요. 처음 만났을 때 이후로 두 번째죠?”

“자주 와도 된단다.”

하지만 바울과는 달리 코넨은 저 소년을 보며 반가워하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고, 소년 또한 편안하게 코넨과 대화하고 있었다.

드워프와 엘프는 종족의 특성상 대부분 폐쇄적이라는 것은 유명하다.

물론 코넨은 그런 성격이 조금은 덜했지만, 그럼에도 다른 이들과 관계를 잘 갖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대한고 학생인가?’

생각해보면 이 근처의 대한고가 있었다.

아니, 애초에 코넨의 대장간이 있는 거리가 대한고 학생들이 많이 가는 동네였으니까.

그렇게 바울이 소년에게서 고개를 돌린 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바울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인 후 천천히 소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처음 보는 얼굴이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분위기가 신기하군.’

알 수 없는 느낌이다.

뭐라고 해야 할까.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은데...

‘숨긴 것이 뭔지 모르겠네.’

바울은 소년을 주시하며 관심 없는 척 연기했다.

하지만 제자와는 달리 코넨은 소년에게 물었다.

“오늘은 어쩐 일로 왔느냐?”

“이걸 부탁드리고 싶어서요.”

대장간 안으로 들어온 소년, 선일은 주머니에서 금속 덩어리를 꺼냈다.

팔뚝 정도 크기의 은색 금속.

평범한 쇠처럼 보였지만, 두 대장장이는 금속의 정체에 대해 단숨에 꿰뚫어 보았다.

“이건...”

“미스릴이구나.”

선일은 그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갔던 던전의 히든 보스 미스릴 골렘을 잡고 나온 부산물이었다.

“이걸로 뭘 만들고 싶은 거냐.”

어느새 가져왔는지 분명 저 멀리에 있던 망치는 코넨의 손에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진귀한 금속에 그의 유전자에 들어있는 대장장이의 피가 끓는 모양이었다.

선일은 아이 같은 외모를 가진 코넨의 눈이 용암처럼 타오르는 것을 보며 나직하게 웃었다.

코넨이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아이처럼 보이는 외견이 저렇게 망치를 들고 신기해하니 살짝 괴리감이 느껴졌다.

“아직 정확히 뭘 만들고 싶다 이런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대략적으로 생각해 놓았던 기능은 있다.

선일은 그 생각을 코넨에게 꺼냈다.

“일단 상대의 마법을 흡수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마법 흡수라... 미스릴이라면 되겠구나.”

하지만 무엇을 만들어야 할까.

코넨은 잠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옆에서 바울이 끼어들었다.

“지금 네가 쓰고 있는 장갑. 그거 혹시 아티팩트냐?”

“아, 이거요?”

반사적으로 되물었지만 선일은 바울이 가리키는 것이 여명과 황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내 선일은 그에게 대답 대신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바울은 소년의 답을 확인하고 나서 코넨을 향해 입을 열었다.

“스승님.”

“왜 그러십니까, 사도시여.”

코넨의 태도는 외부인이 있어도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선일이 있었기에 태도를 조심했다.

“후우...”

숨을 내쉰 바울.

물론 스승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는 여전히 불편했지만, 그 역시 대장장이다.

저렇게 태도에 신경을 쓰는 것보다 앞에 있는 희귀한 금속을 제련하고 싶었고, 금속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펼치고 싶었다.

‘...’

바울의 감정을 깨달은 코넨.

그는 제자의 입에서 나올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후 짧은 침묵이 지나가고.

“그러면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떠십니까?”

세계 최고 중 한 명인 불카누스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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