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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121화 (121/180)

121

철컹.

선일은 기숙사 안으로 들어왔다.

피곤한 몸을 이끌며 들어와 문을 닫은 힘도 없었다.

세계 최고의 학교 중 하나라 그런지 기숙사 문은 자동으로 닫혔다.

쿵.

선일은 기숙사 문이 틈과 맞물리는 소리를 들으며 침대에 몸을 던졌다.

오늘 하루종일 던전 안에 들어왔기에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으나, 선일은 신경 쓰지 않았다.

침대에는 무슨 인챈트가 되어 있는지 내일 학교를 갔다 오면 다시 새것처럼 되어 있으니까.

흐릿.

곧장이라도 잠이 들 것만 같은 나른한 기분이 그의 몸을 가득 채웠다.

선일은 자신이 이런 피로를 느낀 이유가 강철산성 안에서 사용했던 덮어쓰기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후우...”

매번 느끼는 것인지만 덮어쓰기는 마력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에 신체의 피로가 심하다.

물론 정신력의 소모도 만만치 않다.

저번과 달리 실신하지 않은 이유는 아마 초반보다 스텟이 상승했기에 그렇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피곤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으아아...”

선일은 나른한 목소리로 몸을 돌렸다.

그의 얼굴은 포근한 베개에 푹 박혔다.

이대로 자면 아마 내일 아침 수업을 들으러 갈 때 일어갈 것이다.

“...설계자.”

선일은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설계자를 불렀다.

아무리 피곤하다 한들 편하게 잠에 빠질 수는 없었다.

이번 에피소드를 끝내며 얻은 보상들을 세세하게 확인해봐야만 했으니까 말이다.

띠링!

주인의 명령을 알아들은 설계자는 곧바로 허공에 텍스트를 띄웠다.

늑장을 부리던 선일은 에피소드 보상의 설명을 보기 위해 일어나야 했다.

이후 침대의 유혹을 이기고 일어난 선일의 눈에 푸른 텍스트가 들어왔다.

“...”

뭐야 이건?

선일은 뒷말을 이으려다 가만히 입을 닫았다.

그만큼 이번에 얻은 보상은 평소와는 달라 조금 독특했다.

[메인 에피소드:새로운 인연 종료.]

[에피소드 보스‘흑마술사 강귀수’를 처치했습니다.]

[‘일림(一林) 안희은’의 암울한 과거를 바꿨습니다. 친화력이 상승합니다.]

[친화력을 얻을 수 없습니다!]

[친화력을 소모합니다. LV3->LV0]

[친화력을 소모한 보상으로 <신수의 알>을 획득합니다!]

화아아...

텍스트가 뜨자마자 선일의 몸에 존재하던 친화력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희은의 마력과 같은 풀색의 기운.

따뜻한 느낌을 주는 기운들이 사라지며 안개로 변해갔다.

촤라락...!

그뿐만이 아니었다.

제일 아래에 있던 세 개의 메시지와 친화력이 상승한다는 메시지.

푸른색의 텍스트가 하나하나 날아가며 풀빛 안개에 합쳐지기 시작했다.

“무슨...?”

선일은 당황할 새도 없이 날아간 텍스트는 친화력과 함께 융합되는 현상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말을 내었다.

[메인 에피소드:새로운 인연 종료.]

[에피소드 보스‘흑마술사 강귀수’를 처치했습니다.]

[‘일림(一林) 안희은’의 암울한 과거를 바꿨습니다. 스텟이 상승합니다.]

아래의 텍스트들은 선일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고, 친화력이 상승한다는 메시지는 단순히 스텟이 상승했다는 것으로 변했다.

조금씩 몸이 회복되는 것을 느끼던 그에게 합쳐진 기운이 다가왔다.

텍스트의 푸른색과 친화력의 풀빛이 뒤섞인 타원형의 기운.

그 기운은 설계자가 말했던 대로 알처럼 생겼다.

포옥...

반사적으로 들은 손 위에 올라온 타원형 구체는 기분 좋은 따스함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있는 베개보다 부드러웠고, 솜털보다 가벼웠다.

선일은 무의식적으로 이 기운이 자신의 힘과 닮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완전히 형태가 드러난 알은 더 이상 풀빛이 아니었다.

황금색과 붉은색이 조화롭게 섞인 불꽃의 색.

“태양.”

선일은 자신이 사용하는 적양권의 힘이 알에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을 보는 순간 알아챌 수 있었다.

동시에 그의 머릿속에서는 의구심이 들었다.

무엇이 들어있는 알일까.

선일의 추측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친화력과 태양...”

신수나 마수에게 호감을 얻는 스텟, 친화력.

알에서 느껴지는 짙은 불꽃의 성스러운 기운.

이 두 개를 조합했을 때 나오는 답은 하나였다.

“화염 계열의 신수.”

물론 화염과 가까운 신수는 많다.

정령과 신수의 피를 반반씩 가지고 있는 불도마뱀 샐러맨더부터, 꺼져도 다시 타오르는 부활의 피닉스, 남쪽을 수호하고 여름을 관장하는 주작까지.

지금 선일이 생각한 것들을 제외해도 당장 떠오르는 신수들만 열 개가 훌쩍 넘었다.

게다가 마수까지 생각해본다면 종류는 배로 올라간다.

선일은 그중 가장 가능성이 큰 신수를 입에 뱉었다.

“흐음... 주작의 알인가?”

그 순간.

움찔.

흠칫!

완전히 구체화된 알이 선일의 손바닥에서 흔들렸다.

물론 알은 타원형이었기에 흔들림이 있는 것은 당연했지만, 공교롭게도 타이밍이 너무 오묘했다.

마치 선일이 뱉은 말에 대꾸하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너 뭐냐? 주작? 삼족오?”

선일은 알에게 말을 걸었다.

아무리 신수라 해도 태어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반응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직감은 저 알에게 다가가보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선일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직감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는 사실을!

움찔움찔...!

처음보다 훨씬 격렬하게 흔들리는 알.

계란 같은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저렇게 움직이는 걸까.

신기함을 느낀 선일은 곧장 들고 있던 알을 눈앞에 가져왔다.

우웅.

이어서 그는 천류체를 발동했다.

자신이 가진 스킬 중 사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몇 가지 중에서도 천류체는 가장 활용성이 좋은 힘.

모든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이 스킬이라면 알의 정체 또한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선일은 눈에 천류체를 집중했다.

‘조금씩...’

보인다.

천류체를 집중한 눈은 알의 내부를 조금씩 감지할 수 있었다.

선일은 자신이 생각했던 방법이 정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렇게 보이는 알의 정체는 새였다.

물론 그 새가 피닉스인지, 주작인지, 아니면 삼족오인지 선일은 아직까지 파악할 수는 없었다.

보이는 것은 작은 깃털과 날개뿐이었으니 말이다.

움찔.

알 또한 선일이 천류체를 사용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다시 한번 움찔거렸다.

방금 주작이라고 말했을 때 보였던 격렬한 움직임과는 달리 흔들리는 것이 조금 소극적이었다.

그의 시선에는 알의 모습이 마치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직후.

화륵...!

신수의 알에서 불꽃이 넘실거렸다.

불꽃을 휘감은 알의 모습이 태양과도 비슷해 보였다.

아니.

선일은 곧바로 방금 느낀 감상을 철회했다.

지금 알은 작은 태양이나 마찬가지였다.

사람이 맨눈으로 한낮의 태양을 바라볼 수 없듯이.

알이 불꽃을 휘감은 순간, 선일이 보고 있던 알의 내부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아...”

그는 아쉬움에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더 보면 신수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알의 신수는 단단히 작정했는지 천류체를 사용해봐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결국 선일은 숨을 내뱉으며 천류체를 해제했다.

움찔움찔!

그가 스킬을 해제하자마자 알 속에 들어있는 신수가 격렬하게 의지를 표현했다.

뭔가 어린아이 같은 모습에 헛숨을 살짝 내뱉은 선일은 이내 설정창을 확인했다.

띠링!

경쾌한 기계음과 함께 알 앞에 새로운 텍스트가 떠올랐다.

[신수의 알(?): ‘이선일’을 주인으로 인식한 ????의 알이다. 극양(極陽)의 마력을 좋아하기에 태양이 닿는 곳에서만 부화할 수 있다.]

[부화까지 남은 시간: 31일]

[부화까지 남은 시간은 특수한 조건에 따라 줄어듭니다.]

“부화라...”

시련에서 신수와 만나지 못해 아쉬웠던 선일에게는 더없이 좋은 보상이었다.

극양의 마력을 좋아하는 것으로 보아 생각했던 대로 불꽃과 연관된 신수인 것이 확정됐다.

언젠가 불꽃의 신수와 계약을 맺으려 화산이라도 가려 했던 선일은 표정을 부드럽게 풀었다.

“뭐... 정체는 나오면 알게 되겠지. 보이는 것을 싫어하니까 지금은 알려고 안 할게.”

부드러운 목소리의 선일은 알을 쓰다듬으며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그러면서도 손으로 알을 만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까끌거리는 신수의 알 껍질.

그 촉감이 은근히 중독성 있었다.

움찔.

주인의 손놀림이 좋은지 신수의 알 또한 기분 좋게 흔들렸다.

그렇게 새로이 얻게 된 신수와 인간은 그렇게 천천히 잠에 들기 시작했다.

***

몇 시간 뒤.

“하아아암...”

피곤함에 크게 하품을 내쉰 선일은 오랜만에 학교 밖으로 나왔다.

평소와는 달리 그의 곁에 하윤과 유리는 없었다.

매번 같이 다니는 둘이 없다 보니 선일은 조금 허전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말을 하고 나올 생각은 아니었다.

애초에 오늘 선일이 나온 이유는 단순히 놀기 위함이 아니었다.

처억.

그렇게 한참을 가던 중, 선일은 어느 한 곳에서 멈춰 섰다.

작은 철문.

오랜만에 온 코넨의 대장간이었다.

깡.

깡.

까앙...

여느 때와 같이 철문 안쪽에서 망치질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스승님!!!!!

안쪽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철문을 뚫고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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