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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119화 (119/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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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아악!

단검이 움직였다.

지옥 같은 저주를 건 장본인의 힘이 아니라 오직 그녀만의 의지로만 말이다.

허나 그 위치가 너무나 안타깝다.

분명 적을 죽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무기는 지금.

자신을 죽이기 위해 움직였으니 말이다.

‘안 돼...!’

희은의 시간이 느려진다.

마치 슬로우 모션과도 같아 단검이 주선아의 목으로 베어지는 광경이 똑똑히 보인다.

하지만 잔인하게도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눈으로 인식되는 광경만 늦어졌을뿐, 몸의 움직임은 그대로다.

‘선아가 죽는다.’

희은의 머릿속에 주선아의 목이 베어지는 장면이 그려졌다.

꽃잎처럼 피가 터지고, 부러진 나뭇가지처럼 힘없이 쓰러지는 장면이 생생하게 뇌속에서 재생된다.

까득.

그러나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헌터는 10미터를 1초 내로 주파할 수 있으나, 50미터 거리를 1초 내로 주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은 인간을 벗어난 존재가 아니니까.

그저 평범한 인간들보다 조금 더 뛰어난 능력이 있는 인간이 헌터라는 종족이다.

이 말이 무슨 의미이냐.

‘늦는다.’

자신이 저 행동을 막기 위해 전력으로 달린다 한들 막을 수 없다는 의미였다.

그녀는 뛰어난 인간 중에서도 아직 여물지 못한 꽃이니까.

“미안해.”

주선아의 음성이 그녀의 머릿속에 인지되었다.

몇 번이나 들었던 사과였다.

무엇에 대한 사과인 걸까.

그것은 듣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제발...’

희은은 눈을 감았다.

감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들은 주선아의 목소리는 떨림이 존재했다.

가문에서 볼 수 있던 죽음의 공포가 그녀의 목소리에 존재했다.

툭.

채애애앵....

공포에 단검이 떨어졌다.

방금까지 서로와 싸웠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다.

친구이기에, 가족이기에 알 수 있다.

주선아는 자신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희은은 기도했다.

‘누가 좀 도와줘.’

어떤 신이든 초월자든 아무나 자신을 도와달라는 의미로 한 기도.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녀가 감은 눈 속에서는 익숙한 소년의 실루엣이 있었다.

기도를 들은 걸까.

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지금 희은이 떠올린 소년은 인간이었다.

촤아아악!!

단검이 소녀의 목을 꿰뚫기까지 남은 시간은 끽해봐야 0.5초 남짓.

그렇게 친구의 희생을 바라보는 소녀도, 스스로 죽음을 맞기로 한 소녀도 서로와 제대로 대화하지 못한 채 야속한 끝맺음을 맞으려는 순간.

슈우우욱-!!!

기척도 없이 날아온 불꽃이 주선아의 목에 가까워지던 단검에 닿았다.

타앙!

“꺄악!”

작은 불꽃은 손가락만 한 크기였으나 안에 밀집되어있는 기운이 얼마나 강했는지 단검을 튕겨내다 못해 단검을 완전히 녹여버렸다.

만약 주선아가 단검을 계속 손에 들고 있었다면 분명히 크게 다쳤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불꽃을 쏘아낸 주인은 그것조차 노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끝났네요.”

소년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불꽃이 쏘아진 쪽에서 그들이 걸어왔다.

하윤과 선일, 그리고 입에 기절한 강귀수를 물고 있는 거대한 사자.

그 중 선일은 주선아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는 상태였다.

직후.

타앙!

여명의 총구가 한 차례 더 밝게 빛났다.

그가 노리는 것은 다름 아닌 주선아가 반대쪽 손으로 들고 있던 단검이었다.

터엉....

이번에 쏘아낸 불꽃의 기운이 그리 강하지 않았기에 단검이 튕겨 나는 것으로 끝났다.

주선아가 다칠 위험이 있었기에 일부러 선일이 마력을 뺀 것이었다.

물론 이전에는 그냥 원래 위력으로 쏘아냈지만 말이다.

“선일아...”

불꽃의 정체가 선일이 쏜 탄환이라는 것을 깨달은 희은이 입을 열었다.

선일은 그녀의 목소리에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그녀를 지나쳐 주선아를 향해 다가갔다.

이어서 그의 뒤를 따라오던 거대 사자가 입에 물었던 강귀수를 대충 뱉어내더니 희은에게 다가왔다.

크르르...

사자의 목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마치 고양이가 골골대는 것과도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핥짝.

이후 사자는 그녀의 뺨을 가볍게 핥았다.

고양이과 동물들이 가진 특유의 까끌거리는 혓바닥이 느껴졌다.

“레오?”

크르르....

“역시 너였구나.”

레오는, 아니 해치는 희은에게 자신의 이름이 불려서 기분이 좋은지 핥는 것을 멈추고 그녀에게 머리를 갖다 대며 비볐다.

따뜻한 감촉에 그녀는 방금 전의 불안감이 조금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가족이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광경을 지켜보는 것을.

“너구나.”

같은 때 선일은 부동자세로 서 있던 주선아와 눈을 마주쳤다.

이미 무기인 단검들은 전부 소모했고, 저주는 그녀의 몸을 갉아 먹기 시작했다.

천류체로 그녀의 기운을 살피던 선일은 저주의 힘을 거부한 대가가 죽음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죽음이 목에서 시작해 온몸에 퍼져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각하네.’

“강귀수를 막은 애가.”

하지만 주선아의 표정은 편해 보였다.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이제 곧 죽음이라는 것을 직감한 것이겠지.

그 순간.

촤라라라라락-!!!!

선일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던 악사영.

과거의 조각이었떤 그 웹소설이 한 권의 책이 되며 순식간에 페이지가 넘어갔다.

-안희은.

그렇게 넘어간 페이지는 선일이 모르는 장면이었다.

테이머 안희은이 원작에 처음 등장하기 전의 시점이었으니까.

-그녀는 하늘을 보았다. 청명한 하늘 안에 은빛의 구름이 날아다녔다.-

-아리따운 은빛 구름은 그녀의 친구를 떠올리게 했다.-

-지금은 세상을 뜬 친구. 희은의 머릿속에서는 그녀의 말이 재생되고 있었다.-

세상을 뜬 친구.

그 구절이 가리키는 대상은 바로 다름 아닌 주선아라는 것을 선일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소설이 이어졌다.

-네 잘못이 아니라고. 내가 미안하다고. 너와 가족이어서 미안했다고.-

-마지막으로 네가 싫어하는 가문의 암살자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사람을 구했으면 좋겠다고... 친구는 말했다.-

-이후 그녀는 거역하면 죽음에 달하는 저주에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갑게 맞이했다. 그 대신 희은에게 향할 칼날은 자신에게 돌렸다는 것이 행복한 것처럼.-

-자신은 너무나 무력했다. 그 사실과 바로 앞에서 일어난 가족의 죽음에 희은은 충격을 받았다.

선일은 깨달았다.

주선아의 죽음은 예정이 되어있었던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말이다.

-며칠이 지났다. 희은은 어느 순간부터 자신에게 알 수 없는 힘이 깨어났다는 사실을 알았다. 동시에 그녀를 구속하는 불쾌한 기운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희은은 알 수 없는 힘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서적을 찾아 보았고, 비슷한 힘을 가진 사람을 찾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녀가 가진 힘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당연했다.

친화력은 악사영에서 단 한 명, 안희은만이 가지고 있는 힘이니까.

촤락.

페이지가 넘어갔다.

안희은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힘에 대해 알게 된 계기는 단순히 우연이었다.-

-한 마리의 고양이. 등에 검처럼 되어있는 특이한 문양을 가지고 있는 그 고양이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며 거대하게 변했으니까.-

레오.

또는 해치.

이 거대한 신수는 희은의 첫 번째 신수가 되었다.

선일이 썼던 악사영에서 나왔던 대로.

-첫 번째 계약은 무서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위로가 되었다.-

-그 순간, 희은은 자각했다. 이 힘은 살인을 업으로 삼는 암살자의 핏줄이 가질 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보다 훨씬 고귀한 이들이 가져야만 한다.-

-신의 실수, 또는 악마의 장난. 가족의 목숨을 댓가로 받은 힘은 그렇게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희은은 일어섰다.-

-이것은 가족이 남겨준 선물이다. 그리고 가족의 바램이다.-

-마지막 남겼던 말. 사람들을 구하라는 말을 이룰 수 있도록 남겨준 힘. 희은은 이 힘을 보며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선일은 이를 악물었다.

만약 표정숨기기가 발동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표정이 다 드러났을 것이다.

잔인했다.

소녀의 가족은 배우처럼 배신을 연기했고, 소녀는 배우가 무대에서 내려오고 나서야 연기라는 것을 알았다.

배우는 다시 무대로 올라가지 못했고, 소녀는 그 배우를 기리며 새로운 인연을 얻었다.

이것이 바로 안희은의 뒷이야기(Behind Story)였다.

하아...

한숨을 내쉬는 선일이 주선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서있기도 힘들어 보였지만 아직까지 평온을 유지했다.

직후 설계자가 그녀의 감정을 꿰뚫고 선일에게 보고했다.

[‘주선아’가 당신을 보며 안심합니다.]

어째서 안심한 것인지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자신 대신 희은을 잘 부탁한다는 의미였다.

“싫습니다.”

선일은 단호하게 거절하자 주선아의 눈이 커졌다.

그러나 선일은 다른 쪽에 집중하고 있었다.

‘지금 주선아를 죽이려고 하는 것은 목에 걸린 저주가 가장 커.’

선일은 천류체로 저주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 저주에 대해 파악했을 때, 반사적으로 헛숨이 튀어나올 뻔했다.

‘안희은이 가지고 있던 저주랑 동급이야.’

신령급도 푸는데 꽤나 오래 걸렸던 저주.

그런 저주가 주선아에게도 존재했다.

지금 바로 신령에게 가기에는 늦은 시각.

하지만 선일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악사영을 후반부를 빠르게 읽기 시작했다.

직후 그가 말했다.

“벌써 그렇게 포기하시면 안 됩니다.”

“...뭐?”

주선아는 무의식적으로 반문했지만 선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뒷이야기를 알게 된 이상 그는 절대 그런 내용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과거나 지금이나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그것을 필연이라 부른다고.

하지만 그는 다르게 생각한다.

이 세상은 그가 쓴 세상이다.

그는 작가고, 작가는 언제나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촤라라락-!!!!

다시 한번 책이 펄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동시에 선일은 희은을 불렀다.

“선배.”

달라진 분위기에 희은을 입을 열지 못했다.

그와 동시에 해치 또한 계약자의 의지를 깨닫고 걸어왔다.

직후.

[스킬:덮어쓰기가 활성화됩니다.]

새로운 힘이 그에게 깃들었다.

지금 그는 평범한 학생 <이선일>이 아니다.

악사영을 작성했던 작가 <강선일>이다.

그리고 지금 그가 불러오려는 것은 이 세계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180화 중-안희은은 해치와 함께 선월에게 걸린 고통의 저주를 풀었다-를 변경합니다.]

선일이 불러오려는 것은 기적이었다.

먼 시간선.

완전히 개화한 안희은의 힘을 구현하는 것은 덮어쓰기였기에 가능하다.

게다가.

‘안희은, 해치, 저주.’

저 구절에 쓰인 중요한 단어들이 지금 그의 앞에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덮어쓰기의 힘을 불러올 수 있었다.

덮어쓰기라는 스킬은 상황에 맞춰 그 구절을 불러오는 것이니까.

직후.

화아아....

선일의 친화력이 피어올랐다.

동시에 희은은 자신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깨달았다.

선일을 처음 만난 날 느꼈던 두근거림은 분명 연애감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이런 심장의 움직임은 단순한 연애감정이 아닌.

두근두근두근두근...!!!!

자신이 가진 기운과 선일이 가진 기운이 서로 공명하는 것이었다.

이어서 해치가 포효했다.

크허어어어!!!!

해치는 정의를 관장하는 신수.

그렇기에 해치의 기운은 악에게는 독이나 다름없다.

‘저주는 악이지.’

흑마술사들이 타인의 생명력을 바탕으로 건 저주.

악인이 한 행동은 명백한 악이었다.

그렇기에 해치는 망설임 없이 임시 계약자를 도울 수 있었다.

“으으윽...!”

주선아가 고통스러운 듯한 소리를 내었다.

그녀의 목에서 느껴지는 저주.

저주는 자신을 소멸시키려는 천적의 기운을 느끼고 저항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선일은 그런 저주를 보고만 있지 않았다.

화르륵!!!

신염(神炎) 또는 성화(聖火).

태양은 예로부터 그 자체로 신성한 힘이었다.

선인들에게는 따스한 빛을.

악인들에게는 고통스러운 불꽃을.

키야야야야야-!!!!

크허어엉!!!!!

저주가 비명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해치 또한 친화력을 바탕으로 강하게 힘을 발현했고, 선일은 태양의 힘을 불러냈다.

마지막으로 희은.

화아아아....

완전히 개화한 그녀의 친화력은 선일의 힘과 공명하며 덮어쓰기에 힘을 보탰다.

직후.

촤아아앙!!!

-선일과 안희은은 해치와 함께 주선아에게 걸린 저주를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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