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117화 (117/180)

117

던전 폭주.

혹은 던전 브레이크라 불리는 이 기현상은 던전 안에 있던 기운이 급격하게 팽창하는 현상이다.

단순히 기운이 폭주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던전 안에 존재하는 일반 몬스터는 물론, 폭주의 정도에 따라 보스 몬스터까지 회복되며 더 강해진다.

게임으로 따지면 2페이즈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이것은 전부 레이드형 던전이 폭주했을 때의 경우다.

격멸형 던전의 경우는 달랐다.

‘이 시기의 악사영에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지.’

격멸형과 레이드형.

천(天)급 이상의 던전이 두 가지 형태로 나눠졌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였다.

그 어떤 던전도 보스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는 없으니까.

다만 몬스터가 숨겨져 있다거나 또는 봉인된 것이지.

흔한 말로 히든 보스.

그 예로 학기 초에 싸웠던 밤피르가 있다.

물론 지하급 던전에 히든 보스가 존재하는 경우는 매우가 몇 번이나 붙을 만큼 희귀한 경우였였지만, 지금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격멸형 던전의 폭주 상태.

레이드형 던전과 달리 격멸형 던전이 폭주했을 때는.

[던전 안에 봉인된 히든 보스가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냉철한 시선으로 설정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선일과 달리 다른 사람들은 적과 아군 가릴 것 없이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방금 전 일어난 지진은 공간 안으로 골렘들이 나오기 전의 진동과는 차원이 달랐다.

아이언 골렘들이 등장할 때 느껴졌던 지진이 예진이라면.

지금의 진동은 그보다 훨씬 강력한 주진(主震)!

허나 그보다 신경이 쓰이는 것은 다름 아닌 새로운 존재였다.

키이이잉-!!!

땅바닥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몬스터.

이전에 싸웠던 아이언 골렘들과 형태와 크기는 비슷했으나 느껴지는 기척이나 존재감은 달랐다.

만약 그것들을 사람에 비유했을 때, 아이언 골렘을 어린아이라고 둔다면 지금 나온 골렘은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대했다.

끼기기기기기...

선일과 강귀수의 중간에 있는 거대 골렘은 몸을 움직였다.

아이언 골렘보다 거대한 몸체를 움직일 때마다 안에서 태엽이나 톱니바퀴 같은 기계 장치가 작동하는 소리가 똑똑히 들려왔다.

우우우웅.

다른 몬스터와 마찬가지로 붉은 안광에 적의를 담은 골렘.

신화 속에 등장하는 거신병(巨神兵)과도 같은 압도적인 위용에 잠시 머뭇거린 강귀수는 그 골렘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골렘에게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대상을 인식.

아이언 골렘과는 다른 깨끗한 음성.

그들이 저 골렘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새로운 주인을 등록합니다.

-마력을 인식해 주십시오.

우우우웅...

골렘은 강귀수를 향해 팔을 뻗었다.

강귀수의 바로 앞에 놓여있는 거대한 손바닥을 바라보며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하하하하하!!!”

꼼짝없이 폭주에 휘말려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행운이 일어날 줄은 알지 못했다.

터억.

강귀수는 망설임 없이 거대한 손바닥 위에 자신의 손바닥을 올렸다.

동시에 그는 마력을 일으켰다.

이 안에서는 아무도 갖지 못하는 흑마술사의 마력을 말이다.

“야.”

강귀수는 골렘에게 마력을 인식시키며 옆에 있는 주선아를 불렀다.

물론 그녀는 대답은커녕 들은 척을 하지도 않았지만, 강귀수는 상관하지 않았다.

“네가 안희은 맡아라. 내가 저 1학년 애X끼들 맡을 테니까.”

끄덕.

주선아는 고개를 아주 살짝 끄덕였다.

강귀수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도 자신은 희은과 싸울 생각이었다.

-인식 완료.

후우우웅.

이후 골렘은 새로운 주인인 강귀수를 완전히 인식했는지 몸체의 겉에는 마력이 흐르고 있었다.

이전에 싸웠던 골렘들과는 다른 짙은 검은색의 마력.

선일은 강귀수의 마력과 매우 흡사한 마력을 사용하는 히든 보스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미스릴인가.”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유명한 금속, 미스릴.

악사영에 등장하는 미스릴 또한 여타 매체와 비슷했다.

무기로 만들면 마력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어 마력 효율이 늘어나고, 방어구로 사용했을 때는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이 높아진다.

그야말로 최고의 금속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물론 마력을 증폭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마법 저항력 또한 높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그것은 뭐랄까.

그저 소설 속의 효과라고 생각하면 된다.

키이이잉...!

선일은 눈에 힘을 주었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마력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스킬인 천류체가 그의 눈동자에 실렸다.

이어서 골렘을 천류체로 확인한 선일의 입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통짜로 만들어진 건 아니네.’

그 생각대로 히든 골렘의 몸체가 전부 미스릴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선일이 천류체로 골렘을 보았을 때, 중간중간 마력의 출력이 떨어지는 곳이 보인 데다가 아예 내부는 중요한 핵을 제외하면 전부 평범한 강철이다.

아마도 외부만 미스릴로 이루어져 있는 듯했다.

물론 그 정도만 해도 같은 값으로 중소국가의 군대 정도는 인수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다.

“희은 선배. 주선아 선배만 맡아주세요.”

“...응.”

파악이 끝난 순간, 선일은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희은의 목소리에서 미약한 떨림이 느꼈지만 선일은 걱정하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눈은 충격에서 벗어나 날카로운 이성만이 남아있었으니까.

처억.

촤아악!

선일은 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그와 동시에 옆에 있던 희은은 단검을 뽑았고, 반대쪽에 있던 주선아 역시 같은 행동을 했다. 직후 그들은 암살자라 그런지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자리에서 벗어났다.

마치 아무도 자신들의 전투에 끼어들지 못하게끔 말이다.

“미안.”

그렇게 검은 그림자에 속한 소녀들이 사라지자 남은 것은 거대한 골렘과 흑마술사, 그리고 태양과 악마의 아이였다.

하윤은 옆에 있던 선일에게서 흘러들어온 말을 듣고 고개를 홱 돌렸다.

“내가 부탁했지만 귀찮은 일에 휘말려버렸네.”

선일의 사과에 하윤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다만 그 정도가 매우 희미했다.

하지만 그것조차 악사영의 신하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커다란 변화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괜찮아요. 매번 도와줬는데 이번엔 내가 도와야죠.”

“고마워.”

싱긋.

감동적인 말을 하는 하윤을 향해 선일은 부드럽게 웃음 지었다.

직후.

촤라라락!!!

선일의 손에 있던 양손의 건틀릿이 입자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이어서 밝은 빛의 입자들은 손 안쪽에 모이며 새로운 형태가 되어갔다.

철컥.

눈 깜빡할 사이 건틀릿은 익숙한 모양의 무기로 변했다.

권총.

두 자루의 권총이 선일의 붉은 마력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둘이 호흡을 맞추는 건 처음이네.”

“그렇네요.”

담담한 하윤의 대답에 선일은 눈을 한 차례 감았다 떴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마치 태양과도 같이 강렬하고 뜨거웠다.

쿠궁...

카가가가가!!!

골렘이 움직였다.

새롭게 주인이 된 강귀수의 적을 소멸시키겠다는 의지와 함께 말이다.

이어서 강귀수는 골렘의 뒤쪽에서 기괴한 기하학을 허공에 그리며 말했다.

“그냥 조용히 처리하려고 했는데 네가 이렇게 만든 거다? 이 X끼야.”

“뭐래.”

선일은 이 행동이 마치 불가항력인 것처럼 말을 하는 강귀수에게 조소를 날렸다.

웬만해서는 거의 화내는 일이 없는 선일로써는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물론 이것은 다 하윤의 시점에서 보이는 것이었다.

끼릭.

직후 전광석화처럼 황혼을 겨눈 선일은 방아쇠를 당겼다.

목표는 흑마술을 캐스팅하고 있는 강귀수!

타앙-!!!!

남색에 가까운 보랏빛의 불꽃이 황혼의 총구에서 터져나갔다.

어두운 마력탄은 파공음과 함께 공기를 태우며 무서운 속도로 나아갔다.

하지만.

콰아아앙!!!!

안타깝게도 선일의 공격이 강귀수에게 닿을 리는 없었다.

그에게는 지금 미스릴 골렘이라는 거대한 방패가 있었으니까.

“멍청이냐?”

강귀수가 이죽거렸지만 선일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차피 막힐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골렘이 주인을 인식했다는 말은 제일 먼저 그 주인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그것은 선일이 썼던 악사영 속 골렘의 설정이었다.

화르륵.

이어서 그는 화염탄을 막은 골렘의 손아귀를 바라보았다.

미스릴 골렘의 마법 저항력은 확실히 높은지 아무 이상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선일의 눈에는 보였다.

천류체는 모든 흐름을 인지할 수 있으니 말이다.

미스릴 골렘의 손바닥.

선일은 그 손바닥이 아주 살짝 녹았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피식.

“방어력은 이 정도.”

작은 웃음소리를 뱉은 선일이 말했다.

미스릴 골렘은 무적이 아니다.

그것은 방금 공격으로 충분히 깨달았다.

“약하네.”

미리 충전해놨던 황혼의 마력을 3할 넘게 사용한 공격.

그 정도로 통할 만한 저항력이라면 하윤의 불꽃은 분명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 선일은 아무도 모르는 또 하나의 비밀병기를 가지고 있었다.

“뭐?”

건방진 말투에 강귀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띠링!

직후 익숙한 기계음이 선일의 귀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그의 눈앞에 푸른색의 텍스트가 튀어나왔다.

첫 번째는 몸에 차오르는 적양권의 메시지.

두 번째는 전력으로 읽어가는 천류체의 메시지.

띠링!

다시 한번 설계자가 텍스트를 시야 위로 띄웠다.

이번 메시지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임시 계약을 맺은 존재가 자신을 부르라고 요청합니다.]

[임시 계약을 맺은 존재가 자신을 부르라고 요청합니다.]

[임시 계약을 맺은 존재가 자신을 부르라고 요청합니다.]

.

.

.

.

미친 듯이 연속되는 텍스트.

선일과 계약을 맺은 존재도 자각한 것이다.

지금이 바로 자신이 나올 때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윤아, 조금만 뒤에 가줄래?”

“네.”

선일은 비밀병기, 즉 계약을 맺은 존재를 꺼내기 위해 하윤을 뒤로 살짝 물렀다.

그 말을 들은 하윤은 곧바로 움직였고 그와 동시에 선일의 바닥에 자동으로 거대한 기하학이 생성되었다.

강귀수가 그린 흑마술의 기하학과는 다른.

훨씬 선명하고 아름다운 도형이었다.

화르륵!!!!

눈을 감은 선일은 기하학을 향해 신경을 집중했다.

어떻게 이 존재를 불러야 할지는 이미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그가 몇 번이나 썼었던 구절 중 하나였다.

섬짓...!

강귀수는 본능적으로 위험함을 느꼈다.

지금 저 애X끼가 하는 짓이 뭔지는 잘 모른다.

그럼에도 이렇게 몸이 움츠려질 정도면 엄청나게 위험하다는 것이다.

아 물론.

“너한테만 말이야.”

이미 설정창으로 강귀수가 자신에게 느끼는 감정을 확인한 선일의 입가가 호선을 그렸다.

그 웃음에서 거대한 적의와 위기감을 느낀 강귀수가 목이 터져나가도록 크게 소리쳤다.

“죽음의 순환!!!!”

우우우웅!!!

악을 쓰는 강귀수의 목소리에 맞춰 등 뒤에 일어났던 검은 도형이 빠르게 회전하며 칙칙한 흑색의 구를 쏘아냈다.

“안 돼요.”

하지만 선일은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뒤에는 하윤이 있었다.

선일이 아무 이유 없이 도와달라 했을 때,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던 것처럼 그녀는 선일을 믿고 있었다.

그리고 하윤은 그런 선일을 방해하려는 적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화르륵!!!!

검붉은 불꽃은 강귀수가 던진 흑마술을 집어삼켰다.

강귀수의 얼굴이 싸늘해졌다.

고작 1학년, 그것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악마강림의 피해자 따위가 자신의 흑마술을 막을 줄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 방법은 남아있다.

“골렘 저 X끼 죽여!”

강귀수를 주인으로 인식한 골렘.

그의 마력과 감응한 미스릴 골렘은 곧바로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하지만 강귀수는 골렘의 특성을 잊고 있었다.

거대한 몸체와 단단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속도가 느리다.]

“끝났어.”

선일은 눈을 떴다.

그의 아래에 있던 거대한 기하학은 하나의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냐아!

머릿속에서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급한 성정을 가지고 있는 이 고양이의 정체를 알고 있는 선일.

그는 자신의 아래에 있는 거대한 사자의 형상을 보며 마지막 열쇠를 끼어넣었다.

“부름에 답하라.”

[해치]

직후.

크허어어엉!!!!

정의를 관장하는 신수의 포효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