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113화
틱...
티딕...!
밝은 불티가 날아들며 시야가 화려하게 타오른다.
물론 진짜 불꽃이 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물리적인 열기가 느껴지는 쪽은 반대편이었다.
화르륵-!!!!
선일은 이런 강렬한 열기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하아하아...”
가쁜 숨을 내쉬면서 무기를 든 골렘들에게 불꽃을 뿜어내는 신하윤.
게다가 그녀의 파괴력을 보조하는 팀원들과 그녀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하게끔 하는 견제하는 다른 팀원까지 있다.
이어서 선일은 천류체의 힘을 눈에 담았다.
[스킬:천류체가 활성화됩니다.]
[소유자는 거대한 흐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거대한 눈에
하윤의 불꽃을 쳐다보았다.
‘완전 검은색은 아니야.’
여타 불꽃과는 달리 하윤의 불꽃은 검은빛이 은근하게 섞여 있었다.
원작에서 그녀의 불꽃은 폭주하는 에피소드인 중간고사에서 완전히 씨앗에 물든다.
다행히 선일이 하윤이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만한 일들을 최대한 막은 덕분에 아직까지는 학기 초와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선일은 안심할 수는 없다.
화륵....!
자신의 불꽃이 부드러우면서 안정적이었다면.
그녀의 불꽃은 패도적이면서 불안정했으니까.
외관상으로는 전혀 알 수 없는 차이.
하지만 천류체로 흐름을 느끼는 그는 찾을 수 있었다.
하윤의 심장 쪽에 불쾌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검은 응어리를 말이다.
그것이 바로 악마의 씨앗임을 깨달은 선일은 눈을 감았다.
‘이번 일 끝나면 슬슬 대비해야겠어.’
하윤이 있는 곳에서 시선을 거둔 선일은 조용히 감각을 끌어올렸다.
동시에 머릿속에서 사고가 가속하며 이미지가 그려진다.
쿵쿵쿵쿵-!!!
전투 직전 점점 올라가는 집중도는 피를 공급하는 심장을 강하게 방망이질 쳤다.
싸아아...
그와 반대로 머리는 차가워지며 상황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심장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빙의 전에 보았던 수많은 소설과 에세이에서 보았던 한 구절.
오글거린다고 생각했던 유명한 한 구절은 지금 작가가 아닌 등장인물 선일의 몸에 깃들었다.
후우...
선일은 숨을 내쉬었다.
심장과 이성.
아이러니하게도 그 둘은 시너지로 인한 이미지는 자신이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그려지고 있었다.
호흡 하나하나에 신경이 쏠린다.
그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몸짓, 상대방의 움직임, 그리고 눈에 비치는 수많은 흐름들에 모든 감각이 쏠린다.
그렇게 예민해진 감각은 곧바로 주인에게 적의를 가진 존재감을 찾았다.
-침입...를 제거...라.
적의를 가진 골렘들은 어느새 선일의 코앞까지 와있었다.
몸체의 절반 이상이 녹이 슬어서 그런지 움직일 때마다 불쾌한 소음을 자아냈고, 뒤에서 뿜어내는 증기는 살짝 누런빛이 묻어나왔다.
그는 자연스레 눈이 찌푸려지는 골렘에 들어가는 신경을 다른 쪽으로 옮겼다.
꽈아악...!
선일은 여명을 허리로 잡아당겼다.
꽉 쥔 주먹 안쪽에서 작은 태양이 느껴졌다.
주먹을 총알로 대입한다면 어깨는 방아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선일은 곧바로라도 쏘아질 것 같은 주먹을 자연스레 허리춤에 대었다.
만약 성강이 그의 자세를 보았다면 무덤덤한 표정과 함께 고개를 조용히 한 차례 끄덕일 것이 분명하다.
만족스럽다는 듯이 말이다.
“선배.”
“시작해도 돼.”
“네.”
변경한 진영에서 제일 앞에 있던 선일이 입을 열자 중간에서 공격을 준비하고 있던 희은이 조용히 뱉었다.
그녀의 음성을 시작으로 곁에 있던 다른 팀원들의 얼굴이 빠르게 굳어갔다.
하지만 행동은 빨랐다.
투욱.
촤앙!
발을 구른 강귀수의 발밑에는 팀원들을 보조하는 마법진이 그려졌고, 아까 선일에게 짐을 맡겼던 호열의 양손에는 농구공만 한 마력이 맺혀있었다.
싸아아...
철컥..!
이전에 위험한 트리거를 밟았던 이민채의 활에는 밝은 빛으로 만들어진 화살이 얹혀있었고, 선일과 함께 전위를 맡은 박대기는 중세기사들이 쓸만한 투구를 쓰고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했다.
화아...
마지막으로 명령을 내린 희은.
어느새 두건으로 입을 가린 그녀는 특유의 헤실거리는 웃음은 잠시 내려놓은 채 손의 단검에만 집중했다.
콰아아아앙-!!!!!
직후 그는 땅을 박차며 하늘로 뛰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곁에 있던 다른 팀원들 또한 공격을 준비했다.
‘적양권 1초식.’
그는 주먹의 태양을 갈무리했다.
하지만 원래 위력을 낼 생각은 없다.
지금 그가 하려는 것은 독자적으로 만들어낸 오리지널 기술 [열파강권:개]에서 한 단계 진보한 기술이다.
‘홍일강권...’
개!
선일은 주먹을 뻗었고, 그 주먹은 그대로 첫 번째 골렘에 정확하게 명중했다.
까아앙-!!
우우웅...
금속과 금속이 마주할 때 나는 소음이 울렸지만, 딱히 극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주먹과 맞닿은 부위는 조금 찌그러지기는 했으나 골렘은 여전히 이상 없이 기동했으니까.
하지만 선일은 조용히 웃었다.
천류체를 활성화한 눈으로 보며 확실히 변화가 보였다.
직후.
치이이익!!!
골렘의 온도가 올라간 듯 주먹에 닿은 곳부터 표면이 천천히 붉게 변해간다.
하지만 전부 변화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이하게도 그의 불꽃은 골렘의 화약이 있는 부분을 전부 비껴갔다.
선일은 다음 공격을 준비하면서 사고를 굴렸다.
‘개전한 기술들은 본래의 적양권에 비해 위력이 떨어져.’
대충 수치로 계산하면 십 분의 일 정도.
하지만 위력을 버린 만큼 그 이상으로 상승한 것도 있다.
‘바로 제어 능력.’
하지만 상승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니, 이 변화는 과거 홍염권에서 적양권으로 변화할 때 이미 느꼈던 점이었다.
‘붉은 태양(赤暘).’
중천에 뜬 태양.
시간이 지날수록 넘어가는 태양의 움직임.
수평선 아래로 올라오는 일출과 다시금 떨어지는 일몰 등.
적양권의 모든 기술은 전부 태양과 관련되어 있었다.
이 기술을 누가 만들었는지, 그리고 누가 사용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정보 또한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 중요하지는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단 하나는 바로.
그저 뜨거우며 밝은 빛을 띠는 화염과는 달리 태양은 온 세상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화악!!
첫 번째 골렘의 색이 눈에 띄게 붉어지자 그때가 되서야 선일은 사고를 멈추고 소리쳤다.
“다들 색이 붉어진 곳을 공격해!”
콰앙!
선일의 외침에 전위에 위치한 박대기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선 그의 망치에는 마력이 몰려있었다.
첫날과 다르게 짙은 갈색을 띠는 마력.
마치 흙을 연상케 하는 색깔의 마력을 보며 선일은 살짝 놀랍다고 생각했다.
‘속성 개화의 징조잖아?’
배치고사 날 호되게 당한 덕분에 지금은 선일에게 꼼짝 못한다고 하지만 원래는 그도 악사영의 네임드.
물론 주조연급의 성장 속도는 아니지만, 미래의 박대기 또한 상위 헌터가 되는 만큼 속성 마력을 개화한다.
‘분명 미래의 박대기가 땅이었지? 타이밍 좋네!’
선일은 공중에서 주먹을 준비하며 씨익 웃었다.
천운이 따른다.
운명보정이 발동된 건지 아니면 우연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좋은 징조다.
“으아아아!!!”
선일이 웃는 동안 박대기는 소리치며 이미 망치를 휘두르고 있었다.
분명 아까 전에 화약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음에도 그가 이렇게 망설임 없이 공격을 날리는 이유.
첫날 인식된 선일에 대한 공포가 신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슈우욱!
순식간에 붉게 달아오른 골렘의 무릎을 향해 날아드는 망치는 마치 대포와도 같았다.
직후.
투콰아앙-!!!
대포와 같다고 했던 망치에서는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났다.
물론 진짜 화약이 터진 것은 아니었다.
그저 부딪힌 곳에서 그런 소리가 났다는 것뿐이다.
끼기기기긱....
투투투퉁!
박대기의 강력한 공격에 균형을 잃은 골렘.
그렇게 생긴 틈에 이어서 다른 팀원들의 공격까지 붉은 부위로 작렬했다.
푸슈슈슉!
투웅!
키이이잉.
망치 이후 빛의 화살이 비가 되어 골렘의 어깨 부위에 쏟아졌고, 투명한 마력탄은 그 아래에서 복부를 노렸다.
날카로운 단검은 회전하며 순식간에 하늘로 치솟은 후 즉시 골렘의 신체 안을 드릴처럼 뚫고 들어갔다.
이 모든 공격들은 신체 능력과 마력을 높이는 버프 마법진 위에서 쏘아진 터라 파괴력은 배 이상으로 증가했고 녹슨 고철덩이는 그것을 막을 만한 힘은 없었다.
....끼긱.
천하급 던전의 몬스터 치고 한순간에 무력화된 골렘.
눈에 비치는 흉흉한 안광이 꺼진 것을 확인한 공략대는 곧바로 폭발에 대비했으나 어떻게 된 영문인지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쿠구구궁...!
그대로 무력화된 골렘은 쓰러지며 뒤에 있던 다른 골렘의 움직임을 잠시 지연시켰다.
짧은 시간이지만 충분히 다음 공격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
숨 돌릴 틈이 생기자 공략대는 곧바로 다음 골렘에 대비했을 때, 이미 선일은 이전부터 다른 골렘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콰앙-!
콰콰쾅-!!!
며칠 전에 단둘이 던전에 들어갔을 때처럼 강렬한 기술은 아니었으나 한 방 한 방 묵직함이 느껴지는 주먹이다.
저번에도 느꼈으나 희은은 저것조차 선일의 본 실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