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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111화 (111/180)

111

무기고를 넘어 들어온 희은의 시선에 익숙한 얼굴들이 들어왔다.

무의식적으로 두건을 내린 그녀는 입을 열었다.

“선아?”

“여기는 어떻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들이닥칠 미지의 적을 경계하는 것처럼 자세를 잡고 있었던 주선아는 몸에 힘을 풀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손짓으로 뒤에 있는 다른 팀원들까지 경계를 해제시킨 뒤 입을 열었다.

“네가 왜 여깄어?”

그렇게 말하는 주선아는 희은과 마찬가지로 갑자기 튀어나온 다른 공략대를 보고 당황한 듯 보였다.

스륵.

이후 마력을 거두며 걸음을 옮긴 주선아.

그녀는 희은의 옆에서 건방진 표정을 짓고 있는 강귀수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으쓱.

주선아가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음에도 강귀수는 여유롭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특유의 건방지고 능글거리는 모습이 오늘따라 훨씬 불쾌했다.

그나마 능력은 있는 데다가 희은과 은근히 친한 편이니 인정은 한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주선아는 그가 매우 불편했다.

‘지금은 그래도 같은 팀이니까 참아야겠지.’

곧이어 한숨을 내쉰 그녀는 뒤에 있는 다른 팀원들을 향해 말을 꺼냈다.

“너희들 잠깐 휴식하고 있어.”

휴식이라는 말에 주선아를 따르는 팀원들의 얼굴이 약간이나마 밝아졌다.

그들은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격한 전투를 하고 왔는지 선일의 팀보다 입고 있는 옷이 훨씬 더러웠다.

기본적으로 그들의 옷엔 베이거나 찢긴 자국이 많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큰 상처가 없는 듯 보였다.

선일은 이곳의 몬스터가 무엇인지 아직까진 알 수 없었지만 천하급 던전에서 사고 없이 이곳에 도달한 이유는 팀의 리더인 주선아의 능력이라고 판단했다.

‘간간이 불에 그을린 자국도 보이네. 저건 신하윤의 마법 때문인가?’

선일은 그들의 옷에서 시선을 뗀 뒤, 뒤쪽에 있는 하윤을 향해 눈길을 보냈다.

그녀의 얼굴에는 은근히 지친 기색이 떠있는 것을 보니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 공간을 수색하고 있던 것 같았다.

스륵.

하윤은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리다가 선일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이마에 땀방울이 맺어있는 그녀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이 그렇게 서로가 괜찮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다시 한번 주선아의 목소리가 울렸다.

“대신 경계는 철저히 해.”

“너희도 잠깐 쉬어.”

그에 이어서 희은 또한 자신의 팀원한테 말했다.

그렇게 약간이나마 지쳐있던 분위기가 환기되자 사람들은 몇몇씩 모이며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

휴식이 시작되자 선일은 모여있는 학생들을 향해 다가갔다.

희은의 팀과 주선아의 팀에 속해 있는 1학년들에게 걸어간 그는 자연스럽게 어깨에 메고 있었던 짐을 바닥에 놓았다.

“여기.”

“어어...”

이민채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선일이 넘긴 짐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같은 표정을 지은 호열 또한 짐을 다시 회수했다.

이후 선일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이민채는 곧바로 옆에 있는 박대기에게 입을 열었다.

“쟤 진짜 재능 없는 거 맞아?”

“....”

그 질문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주선아의 팀원들은 무슨 말인지 알지 못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들과는 달리 호열은 고개를 푹 수그렸고, 박대기는 그녀의 질문에 침묵했다.

침묵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저게 거대가문의 기준에서는 재능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연기인 것인지 헷갈렸으니까.

“너희 왜 그래?”

갑자기 희은에 아래에 있던 1학년들의 얼굴이 어두워지자 궁금증을 참지 못한 다른 학생들이 물었다.

하지만 대답할 수는 없었다.

선일이 딱히 떠벌리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그에게 명령과 도움을 받은 박대기가 뱉을 수 있는 말은 따로 없었다.

아니, 딱 하나 있었다.

“이제부터 짐은 너희가 들어...”

자신이 했던 말을 주워 담는 것.

단지 그뿐이었다.

“...으응.”

“...그래야지.”

힘없이 말을 뱉는 박대기와 똑같은 어투로 대답하는 이민채와 호열.

방금 전 자신이 그에게 셔틀처럼 짐을 들라고 말을 했던 기억이 지금은 엄청나게 불안했다.

그들은 저 멀리에서 자연스럽게 이 공간을 걸어 다니는 선일 쪽으로 눈을 흘겼다.

“이건...”

“여기는 아무래도...”

그는 지금 하윤과 같이 공간의 안쪽에서 걸어 다니고 있었다.

멀리 있어서 그런지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으나 얼굴은 잘 보였다.

평소에 보았던 부드러운 웃음이었지만 이제 이민채와 호열의 눈엔 다르게 보일 것이었다.

***

다른 학생들이 휴식과 동시에 수색하러 멀리 떨어지자 남아있는 2학년들은 따로 모여있었다.

그들은 각자 알아낸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모여있었다.

“너넨 어디에서 들어왔어?”

“우린 저쪽.”

주선아의 시선은 뒤쪽에 있는 문을 향해 있었다.

그녀가 가리킨 것이

한 던전 안에 두 개의 팀이 들어왔지만 같은 공간에 도착한 것은 아니었기에 알아낸 정보가 달랐다.

물론 직접적인 전투를 하고 들어온 것은 주선아의 팀이었기에 희은이 알아낸 것들보다 훨씬 양질의 정보였다.

“뭐 알아낸 거 있었어?”

희은은 먼저 이 공간에 들어온 주선아에게 물었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무것도 못 알아냈어.”

아무리 가족 같은 친구여도 현재는 경쟁자였기에 주선아가 거짓을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희은은 그녀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의심하기엔 친구의 눈은 너무나 진실적이었다.

이어서 강귀수가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야 주선아. 너희 전투하고 온 거지? 여기 나오는 몬스터가 뭐야?”

“골렘.”

“엑...”

주선아가 한 말을 들은 강귀수의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는 학교 안에서는 정통적인 마법사였으나, 원래 그의 뿌리는 정석적인 길을 탄 흑마술사였다.

그리고 골렘은 흑마술사가 특히 기피하는 몬스터였다.

왜냐.

“하필이면 골렘이냐.”

흑마술사는 마력과 동시에 생명력을 이용하는 [마법사들]이니까.

원소 마법도, 지금은 소실된 정령술도 그리고 음지에서 명맥을 이어가는 흑마술도 크게 보면 전부 마법이라는 틀 안에 속했다.

다만 문제는 골렘은 같은 등급의 몬스터 중에서도 타우르스와 함께 가장 단단한 몬스터에 속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마법도 잘 안 통하는 녀석들인데.”

강귀수는 마법으로써도 수준급이기는 했지만, 그가 사용하는 마법들은 대부분 범용성이 좋은 것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화력이 강한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말은 아니었으나, 천하급 골렘에게 통할 만한 마법들은 생명력을 담보로 사용하는 흑마술밖에 없었다.

게다가 흑마술을 사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이긴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대부분 타인이나 적의 생명력을 사용하는 흑마술사들이 생명력이 존재하지 않는 무생물이나 언데드를 상대할 때는 자신의 생명력을 소모해야 했고, 그렇게 되면 빠르게 지치기 마련이다.

만약 그런 몬스터들의 저항력이 강하면 오히려 당하는 것은 흑마술사였다.

“하... X됐네.”

강귀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긁으며 욕을 했다.

거친 말에 희은과 주선아는 동시에 눈을 찌푸렸다.

“툴툴거리지 마.”

“맞아. 시끄러워.”

툴툴거리는 강귀수가 질색하는 표정을 지으자 희은과 주선아는 동시에 그에게 쏘아댔다.

여리여리한 모습과는 다른 두 소녀의 무시무시한 기세에 반사적으로 뒷걸음질을 친 그는 말을 돌리기 위해 주선아에게 물었다.

“너희는 어떻게 뚫었냐.”

“우리?”

“어. 던전의 이름이 강철 산성이라면 골렘 중에서도 아이언 골렘일 텐데.”

“맞아.”

“천상급 던전의 아이언 골렘이면 화력이 부족했을 거 같은데?”

“할 만했어.”

주선아는 희은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담담히 말을 뱉었다.

오히려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반응에 희은의 목소리가 살짝 올라갔다.

“어떻게?!”

“저기 단발 여자애 보여?”

주선아는 어딘가를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질문을 했던 희은의 시선은 그대로 그녀의 손가락이 향하는 곳을 보았고, 그곳에는 두 1학년이 보였다.

그중 한 명이 선일임을 확인한 희은은 그의 옆에 있는 소녀에게 집중했다.

뺨에 긴 상처가 있는 소녀.

키나 분위기가 조금 약해 보이기 때문일까.

같은 나이의 고등학생보다 조금 더 어려 보이는 소녀의 얼굴은 어디선가 보았던 것처럼 눈에 익었다.

이어서 주선아가 희은의 시선이 닿은 소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쟤 과거 [악마 강림] 사건의 생존자야.”

“아... 그래?”

주선아에게 그 말을 듣자마자 희은은 숙연해지는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과거의 그 참혹한 사건에 대해 무작정 욕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희은의 옆에 있는 소년은 아니었다.

“아 걔 나 TV에서 봤어. 배신자의 딸이던가? 으으... 싫어라.”

“야 너 말 조심...”

강귀수의 말에서 묻어나느 혐오에 희은이 뭐라 말을 하려는 순간.

치지직...!

공간 안에 노이즈가 울렸다.

동시에 안에 있는 모든 학생들의 경종이 울리며 경고했다.

섬짓.

감각이 좋지 않은 이도 알 수 있을 만큼 거대한 불길함.

마치 폭탄이 터지기 직전 들려오는 카운트다운처럼 불길한 기분이었다.

직후.

-이... 방어... 스템... 가...

-전 병... 가동...

중간중간 끊기는 음성과 함께 그들이 있는 공간 바깥에서 진동이 울렸다.

쿠궁.

쿠궁...

마치 사람이 걷는 것처럼 일정하게 들려오는 진동.

주선아와 희은은 반사적으로 단검을 들고 학생들을 모았다.

“빨리 와!”

“다들 모여!”

한순간 겹친 두 소녀의 목소리에서 다급함이 묻어났다.

이후 동시에 진영을 갖춘 두 팀.

각각 자신들이 들어왔던 문을 쳐다본 그들의 눈앞에 다시금 문이 열리며.

-침입...를.

-제거하라.

열 마리가 넘는 거대한 골렘들이 그들을 향해 붉은 안광을 빛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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