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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102화 (102/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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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의 지목에 순간 벙찐 희은의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네?”

방금 자신이 들은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한 희은.

그러나 신령의 입에서는 나긋하던 말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더없이 차가운 목소리만 들려왔다.

“네 정체가 뭐냐고 물었다.”

“저 말씀이세요...?”

“그래.”

질문을 한 번 더 듣고 난 뒤에야 희은은 신령의 입에서 나온 문장을 이해했다.

순간, 당황한 그녀는 긴장했던 자신을 심각하게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저저저는... 평범한 학생인데요...?”

“그럴 리가.”

하지만 신령은 단호하게 부정했다.

지금 희은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 훨씬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설마....”

신령은 무언가를 깨달은 것처럼 눈을 치켜뜨더니 이어서 오른손의 검지를 세웠다.

이어서 손가락에 마력을 밀집시킨 신령.

그와 동시에 그녀의 하얗던 눈동자가 흐릿해졌다.

직후.

후웅...

갑자기 바람이 불었다.

희은은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지만, 곧바로 바람의 세기가 그리 강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령이 내려올 때 불었던 산들바람보다도 훨씬 약하고 희미한 실바람.

스르륵.

신령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실바람은 금세 멎었다.

체감상으로는 3초도 지나지 않은 듯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바로 인지하지는 못했다.

말 그대로 희미했으니까.

이후 몸을 스쳐 지나가던 공기의 흐름이 사라진 것을 눈치챈 희은이 감았던 눈을 떴을 때,

쓰으윽...

저 위쪽에 보이던 신령은 없었다.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은 오직 뚱한 표정을 짓는 검은 양복의 여성과 바로 옆에 있던 선일, 단 두 명이었다.

“어디 가셨지?”

갑자기 신령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희은의 눈에 당황이 느껴졌다.

신출귀몰 또는 예측불허.

일반적인 헌터와 다른 천외천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신령이란 사람의 성격이 이런 건지.

“여기 있다.”

이후 그녀의 시야에서 선일과 여성이 사라지며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아니, 하얗다는 말은 그 상황에 잘 어울리지 않았다.

지금 희은의 시선을 덮는 것은 회색빛의 안개였으니까.

사락...

무언가 부드러운 물체가 돌바닥을 쓰는 소리가 들렸다.

이후 그녀를 중심으로 안개가 하늘로 솟구치며 원기둥을 만들었다.

이 안개의 정체를 알 수 없었던 희은에게는 안개가 자신을 가두려는 것과 같이 느꼈다.

우우웅...

무기는 선일의 공격을 받아 부숴짙 탓에 지금 그녀는 맨손이었다.

하지만 희은은 마력을 일으켰다.

물론 천외천에게 닿기는커녕 미세한 영향이라도 갈 리가 없었으나, 적어도 저항은 해봐야 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풀빛의 마력을 몸에 두른 희은.

끝없는 안개로 이루어진 기둥 속에서 완전히 혼자가 되었을 때, 신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긴장하지 말거라.”

신령의 목소리는 직전의 차가웠던 분위기가 아니었다.

처음 등장했을 때의 나긋한 목소리.

하지만 희은은 그 아래에서 숨겨진 비수처럼 깔려 있는 날카로운 분위기를 눈치챘다.

꿀꺽.

마른침이 목이 탈 것만 같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앞에 두었다는 긴장감에 의한 신체의 경고였다.

희은은 본능적으로 주변을 경계했다.

화아아아!

그렇게 경계한다 한들 무언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여전히 시야에는 안개밖에 보이지 않는다.

같이 왔던 선일도.

공격을 했던 검은 여성도.

하물며

애초에 고작 스물도 안 되는 어린 헌터의 수준으로는 이 공간을 뚫고 나갈 수도, 그녀가 숨어있는 위치를 찾을 수도 없었으니까.

주르륵...

두근두근두근두근!!

하아하아.

손바닥에서 흐르는 식은땀이 흘렀다.

심장이 엄청난 속도로 두근거렸다.

지금 내가 숨을 제대로 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말했잖느냐.”

신령은 알고 있었다.

“경계하지 않아도 된다고.”

어린 소녀의 불안한 감정을 알고 있었다.

이어서 말을 마친 신령은 숨을 후하고 내쉬었다.

직후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

싸아아...

작은 숨소리였으나 마치 아침의 바람을 맞은 것처럼 안개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안개 기둥 전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딱 한 군데.

희은의 앞쪽에 있던 안개만 사라졌다.

사라지는 안개의 크기는 사람이 딱 한 명 들어갈 크기였고 안에서는 예상대로 신령의 사과가 나왔다.

“미안하구나.”

직후 가벼운 걸음으로 안개 속에서 나온 신령.

하지만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아니, 분위기뿐만 아니라 외형까지 좀 달랐다.

언뜻 보았을 때, 키나 체형은 검은 양복의 여성과 비슷했으니까.

희은이 입을 열었다.

“신령님이세요...?”

“그래.”

긍정을 했음에도 희은은 신령의 변화를 믿지 못했다.

그녀가 입고 있는 남성용 한복의 두루마기를 닮은 새하얀 무복(巫服)은 동일했다.

하지만 이전의 신령이 어린아이, 그러니까 초등학생에서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녀였다면, 지금의 신령은 완숙한 여성이었다.

“원래 몸으로 돌아오는 건 오랜만이다 보니 시간이 조금 걸렸구나.”

앞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신령에게서 짤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깨끗하고 맑은.

말 그대로 마음이 깨끗해지는 청명(晴明)한 소리였지만, 어째서인지 희은의 귀에는 소음공해처럼 불쾌했다.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린 희은.

그 모습을 본 신령이 말했다.

“너의 귀에는 불쾌할 것이 당연하다.”

신령의 말은 마치 희은이 소리를 기피할 것을 미리 알고 있는 듯했다.

이어서 그녀는 무복의 허리춤에서 세 가지의 물건을 꺼냈다.

하나는 희뿌연 기운을 오라처럼 감고 있는 검이었고, 다른 하나는 투명한 액체가 겉을 감싼 거울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가벼운 기류를 머금고 있는 방울이었다.

“윽!”

희은은 신령이 들고 있는 물건들을 보자 심장을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워했다.

마치 심장을 누군가가 힘으로 쥐어뜯는 듯한 고통!

생천 처음 느껴보는 통증에 희은의 무릎이 무너지며 주저앉았다.

“아픈 것 또한 당연하다. 이건 천부인이니까.”

들어본 적 있다.

천외천 신령이 자신의 스승들에게 받은 성유물.

신성한 정기가 깃든 청동검, 청동거울, 청동방울은 초월자인 운사, 우사, 풍백의 힘이 들어있다고 전해져왔다.

근데 그걸 왜 지금 꺼낸 걸까.

희은은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사고를 굴렸다.

“내가 너의 정체를 물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짤랑...

어느새 희은의 코앞까지 다가온 신령은 한 손으로는 검 손잡이를 물은 채, 거울에 달려 있는 줄을 자신의 목에 걸었다.

그리고 남은 한 손으로 부드럽게 방울을 흔들며 말을 이어갔다.

“네 심장에는 인간이 쉽게 가질 수 없는 부정이 깃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듣는 말이었다.

심장에 존재하는 부정.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네 눈을 보니 처음 듣는 이야기인 것 같구나. 그럼 답은 하나겠지. 저주, 그것도 무언가를 강력하게 봉인하는 고위 저주로 보인다.”

“....!”

고통 때문에 말을 할 수 없었지만, 희은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느껴졌다.

지금 내가 무슨 말을 듣는 걸까.

누군가 나한테 봉인을 걸었다니.

애초에 나한테 봉인을 걸게 있었나.

“그런 저주를 가지고 있으니 천부인을 보면 고통스러운 것이 당연했다. 천부인은 해로운 것들을 정화하는 힘을 가졌으니 말이다.”

심장의 고통 때문인지 아니면 그 말을 들으며 받은 충격 때문인지.

희은은 신령의 입에서 나오는 말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딱하구나.”

어느새 온몸에 땀에 푹 젖은 어린 소녀를 보며 신령은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까 전의 말을 들어보니 너는 이곳에 올지 몰랐던 것 같지만 그래도 철패를 가져온 자들을 도와주는 것이 내 소명이니...”

살짝 뒷말을 흘린 신령은 이어서 들고 있던 검으로 희은의 팔을 살짝 베었다.

움찔.

청동으로 만들어졌음에도 검의 예기는 어느 명검보다도 날카로웠다.

그런 검에 베이며 피가 흘러나왔지만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심장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훨씬 강했으니까.

하지만 반사적으로 몸이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파도 참거라.”

그대로 피가 묻은 검을 잠시 바닥에 꽂아 넣은 신령은 목에 걸고 있었던 거울로 희은의 얼굴을 비췄다.

이후 그녀는 마지막으로 청동방울을 소녀의 왼쪽 가슴께에 가져다 대었다.

정확히 심장이 있는 곳.

그곳에 대고 눈을 감은 신령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구름을 주관하는 운사께 부탁드립니다. 더러운 부정의 눈을 가릴 꽃구름을 만들어주소서.”

바닥에 꽂은 청동검의 구름이 점점 짙어지며 희은의 베인 팔을 감쌌다.

처음 들어올 때 봤었던 오색의 안개, 아니 구름이었다.

“비를 주관하는 우사께 부탁드립니다. 몸에 담은 부정을 씻어낼 단비를 내려주소서.”

그녀가 왼손으로 들고 있던 청동거울에서 따스한 봄비가 팔에서 흘러내리는 피에 내리기 시작했다.

신령이 주문을 이어갈수록 점점 고통이 심해지던 희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마지막으로 바람을 주관하는 풍백께 부탁드립니다. 혐오스러운 부정을 정화해낼 명지바람을 일으켜주소서.”

맑은 소리를 내는 청동방울의 바람이 강해졌다.

모순되게도 강한 바람에는 남의 상처를 쓰다듬는 부드러움이 있었다.

이마에 땀을 흘리는 신령의 눈빛이 한차례 빛났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아름다운 오색구름과 따스한 단비,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바람까지.

세 초월자의 상징이 강해지며 천부인의 힘이 극에 달하자 신령이 마지막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세 분께 간청드리옵니다. 이 어린 소녀의 몸에 담은 부정을 물러주소서!”

주문이 끝나자 천부인에게서 나오던 기운은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신령은 알고 있었다.

이것은 진조라는 것을.

직후.

꺄아아아악-!!!!!!

희은의 입에서 끔찍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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