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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97화 (97/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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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화

성강과의 대화를 마친 선일이 멍한 상태로 절을 쳐다보고 있던 희은에게 다가섰다.

자연스럽게 주머니에서 꺼낸 장갑 형태의 여명과 황혼을 착용했다.

그는 주변을 탐색하는 데에 정신이 팔린 희은을 스쳐 지나가며 어깨를 툭 건드렸다.

“선배 가죠.”

“응 그래.”

그제야 정신을 차린 희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뒷모습만 보이는 선일이었지만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곧 있으면 던전에 들어가기 때문일까.

어딘가 굳은 모습에 희은은 그가 긴장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떨리나 보네.’

선일을 따라가던 희은은 주먹을 움켜쥐며 호흡했다.

이어서 그들은 바로 앞에 존재하는 높은 계단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계단 앞에는 몇 명의 사람들이 서서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마치 문지기처럼 말이다.

“누구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부 하나같이 검은 양복을 입은 그들은 각각 손에 무기를 들고 있었다.

절을 막고 있는 사람들이 전부 헌터라는 것을 깨달은 희은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마른침을 삼켰다.

꿀꺽.

그들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세는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은연중에 풍겨오는 분위기도 마찬가지.

딱 봐도 ‘오면 안 된다’라고 말하는 듯한 분위기였기에 희은의 걸음은 잠시 멈칫거렸지만 선일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약간 굳은 것처럼 보이는 희은을 향해 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선배 여기서 잠깐 기다리실래요?”

“응? 너는 어디 가게?”

“잠깐.”

손가락으로 양복을 입은 사람들을 가리킨 선일이 말을 이어갔다.

“이 던전으로 들어가려면 저 사람들한테 허가를 받아야 해서요.”

“여기가 어딘데?”

“조금 있다가 말씀드릴게요.”

“그래?”

시무룩해 하는 희은에게 눈웃음을 지은 선일.

웃음이 얼마나 매력적이었는지 희은의 뺨이 붉어졌다.

이어서 선일이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으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럼 제가 끝나면 부를게요, 선배.”

“응응, 얼른 갔다 와.”

그 말을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린 선일은 계단을 지키는 사람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면서 설계자의 능력 중 하나인 인벤토리를 활성화한 그는 손에 딱 들어올 크기의 둥그런 철판을 꺼내 손에 쥐었다.

그 상태로 선일이 계단까지 다다르자 가장 앞에 있던 여성이 창을 그에게 겨누며 소리쳤다.

“누구냐!”

선일은 외부인인 자신을 경계하는 분위기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계단을 막은 그들을 향해 걸어갈 뿐.

“계속해서 접근한다면 적으로 간주하겠다!”

키이이잉-!

반응 하나 없이 자신들을 향해 다가서자 여성의 입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동시에 그런 맹수 같은 목소리와 어울리는 거친 마력이 창 주위를 회전하기 시작했다.

싸아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사람들 또한 조금씩 살기를 내뿜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던 그가 계단에, 정확히는 여성에게 다다랐을 때.

“이걸 봐도 적입니까.”

선일은 손에 있던 물건을 눈앞에 내세웠다.

그 순간.

멈칫.

가장 선두에 있던 여성을 포함한 모든 헌터들은 순식간에 마력을 가라앉혔다.

마치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찬물을 끼어버린 듯한 애매한 분위기에 선일은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그러나 선일은 곧바로 자신이 어떻게 할 필요는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창을 겨눴던

“지금 들고 계신 것은 설마...”

“맞습니다.”

선일은 여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였다.

직후.

처억.

물건의 정체를 확인하자마자 헌터들은 동시에 무기를 내려놓으며 살기를 흩트렸다.

선일은 주변에서 느껴지던 적의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제일 먼저 창을 겨눴던 여성의 말투가 공손해지기 시작했다.

“혹시 그 철패의 주인과는 어떤 관계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정식으로 인계받은 제자입니다.”

자신의 질문에 대한 긍정을 듣자마자 창을 들었던 여성과 다른 이들 모두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직후 순식간에 등 뒤로 창을 집어넣은 그녀가 허리를 깊게 숙이며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자격을 가지고 계신 분을 알아뵈지 못했습니다!”

“바로 말을 안 한 제 잘못이기도 하죠.”

이미 이곳에 오기 전에 이런 그들의 반응을 생각하고 있었던 선일은 그들의 사과에 대답하듯 가볍게 목례했다.

“아닙니다! 최근 왔던 사람들은 자격도 못 갖춘 불청객들 뿐이라서... 손님도 그러실 거로 생각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먼저 보여 드릴 걸 그랬네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선일은 속으로 시커먼 웃음을 지었다.

그는 이들이 그런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이미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철패를 먼저 들고 들어왔으면 더 편하게 대우를 받았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물론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선일은 성자와 비슷한 목소리로 남자를 향해 말했다.

“괜찮으니까 고개를 드세요.”

“감사합니다...”

여성은 선일의 말에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감동이 물씬 느껴졌다.

약간은 부담스러웠지만 선일은 그런 눈빛을 대충 흘려버리며 생각했다.

‘고작 철 쪼가리로 이렇게 변하다니.’

저런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만...

훨씬 극적인 반응이었다.

직전에 창을 겨눌 때만 해도 수라와 같은 표정이었는데.

급격하게 변한 대우에 적응되지 않았다.

애초에 처음에도 적응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신기하네.’

처음에 그 적의 넘쳤던 태도가 고작 철판 하나로 180도 달라지자 선일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렇게 표정을 지었다고 생각을 했을 뿐.

딱히 얼굴이 변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곳에 어째서 오신 건지...”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여성이 우물쭈물하며 물었다.

자격을 확인하지도 않고 적의를 먼저 보여 상대를 욕보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곳에 온 목적을 한눈에 눈치채지도 못해 문지기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둘 다일 수도 있다.

‘뭐 어쨌든.’

잡생각을 지워버린 선일이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아니, 주먹을 쥐었다는 말은 옳지 않았다.

잘 보면 그는 완전히 주먹을 쥐지 않았으니까.

“저기 위에 계신 분께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생글거리는 웃음을 유지하던 선일이 손을 움직였다.

유일하게 곧은 집게손가락이 화살표처럼 계단의 위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자신의 주인을 만나러 왔다는 말에 여성은 저 뒤쪽에 서 있던 희은에게 시선을 두었다.

“혹시 저 뒤에 계신 여성분도 포함해서 올라가시는 겁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만...”

여성은 짧은 대화가 끝나자마자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마력의 흐름이 살짝 느껴지는 것이 누군가에게 전음을 보내는 듯 보였다.

전음을 받는 이가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던 선일은 그 틈에 살짝 뒤로 몸을 돌렸다.

저 멀리에 보이는 희은과 시선을 맞춘 그가 뻔뻔한 얼굴로 가볍게 웃어주었다.

그러면서 선일은 높이 든 손을 흔들거렸다.

휘적휘적!

희은 역시 선일의 움직임을 확인하고서 손을 흔들었다.

그러면서 지은 표정이 은근히 부자연스러운 것을 보며 선일은 희은이 자신을 걱정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방금 들었겠구나.’

물론 꽤 멀리 있었다고는 하지만 방금 상황을 보지 못할 리가 없다.

상황의 전말이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 알지 못한 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던 그녀는 당연히 놀랄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 이유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선일은 그녀에게 아무 일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많이 걱정했나 보네.’

희은은 생각대로 선일의 웃음을 보자 가슴을 쓸어내리는 제스처를 취했다.

암살자 가문의 자제라기에는 은근히 이런 상황을 많이 겪어보지 않은 듯한 분위기에 선일은 의문을 느꼈다.

허나 지금은 그 의문을 알아볼 때가 아니었다.

직후 여성은 눈을 뜨며 자신이 들은 바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으니까.

“주인께서 들어오셔도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철판을 주머니에 집어넣는 척하며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선일.

그는 다시 한번 희은쪽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선배 다 끝났으니까 오셔도 돼요!”

“응!”

선일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희은의 발이 움직였다.

끝났다는 말만 기다리고 있었는지 그녀는 순식간에 선일의 앞에 당도했다.

손님인 선일과 희은, 두 사람이 들어갈 준비가 끝나자 여성은 창끝에 마력을 집어넣었다.

스르륵.

춤을 추듯 유려한 움직임과 함께 창끝으로 무언가를 그리는 여성.

마치 검은 마력을 먹물처럼, 들고 있는 창을 붓처럼 쓰는 광경에 희은은 눈을 뗄 수 없었다.

선일의 눈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후우... 이대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우와아...”

의식이 완전히 끝났는지 여성은 숨을 내쉬며 이마에 흐른 땀을 손으로 털어냈다.

그녀의 말에 반사적으로 계단 쪽을 쳐다본 희은은 곧바로 튀어나오는 탄성을 막지 못했다.

어쩌면 당연했다.

문지기인 여성이 한 일은 그만큼 신비로웠으니까.

후우웅.

방금 전까지 존재했던 계단은 이미 안쪽에서 사라졌고, 그 자리를 채우듯 신비로운 오색의 안개가 그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저것이 마법인지 주술인지 알지 못한다.

자신은 지금까지 어쌔신으로 살아왔으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저런 광경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 순간.

-얼른 들어오너라. 자격을 갖춘 아이들아.

안개의 안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듣는 사람에게도 나른함을 일으키는 포근한 목소리였다.

갑자기 누군가가 말을 하자 희은은 놀랐지만, 이곳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선일은 그러지 않았다.

“들어가죠, 선배.”

이후 희은에게 말을 뱉은 선일은 자연스럽게 안개 안쪽으로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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