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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96화 (96/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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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화

다음 날 아침,

희은은 학교 정문 앞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지금 몸에 살짝 떨어져 널널하게 만들어진 검은 천 옷을 입고 있었다.

지금 그녀가 평소에 입는 학교의 교복이나 훈련용 활동복을 입지 않고 실전용 의복을 입은 이유는 단순했다.

“떨리네...”

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뒤쪽을 흘끔거리는 그녀.

원래라면 이 시각에 2학년은 체육관에서 훈련하고 있어야 맞았지만, 오늘은 예외였다.

오랜만에 외부로 나가는 데다가, 단순히 놀러 가는 것이 아니라 실전 목적으로 간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지 심장이 조금씩 뛰기 시작한다.

평소보다 조금 더워진 듯한 기분에 희은은 가슴께에 손을 올렸다.

조용히 숨을 뱉으며 열기를 덜어낸 그녀가 누군가를 떠올렸다.

화악.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다름 아닌 같이 던전을 가기로 한 갈색 머리의 소년, 선일.

어째서 팀원을 구하는 것은 미뤄둔 채 던전을 탐험하러 가자고 말한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때 분위기에 이끌린 자신은 알겠다고 말했지만...

힐끔.

학교 쪽을 바라보고 있던 희은의 눈은 선일은 물론, 교관 같은 학교의 관리자는 보이지 않았다.

“하아..”

인기척은커녕 자그마한 벌레 한 마리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정문 안쪽을 보며 희은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 왜 그랬지.”

대한고는 학생을 키우는 동시에 군인과도 같은 헌터를 훈련 시키는 곳이다.

그렇다 보니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외부의 미개척지대와 던전으로 나갈 수 없다.

이건 3학년을 뺀 다른 학년에게 전부 통용되는 교칙이다.

물론 희은과 같은 2학년들은 3학년만큼은 아니어도 경험이 꽤 있는 편이었기에 몇 가지의 특권이 존재했지만, 1학년은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허가가 쉽게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물론 그런 교칙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예외는 존재한다.

교사가 되기 전, S급 이상의 헌터였던 몇몇 선생들의 허가가 있다면 가능하다는 교칙 또한 존재했지만 거의 있으나 마나 한 교칙이었다.

아무리 학생이 우수하다 하더라도 선생들은 웬만한 학생이 아니라면 허가를 내려주지 않았으니까.

그나마 가장 최근에 허가를 받았던 학생은 분명.

“지금 학생회장님 아니었나?”

자신의 기억을 되돌리던 희은이 뒤통수에 깍지 낀 손을 가져다 대었다.

현 학생회장이 1학년일 때 받았던 허가가 마지막이라는 말은 즉 그 이후로 2년 동안 허가를 받았던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희은은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어떡하지?”

지금이라도 다시 들어가야 하나?

뒤통수에 깍지를 낀 채 벽에 기댄 희은은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대로 3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가기 시작했고, 그 시간은 결코 짧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 3분이라는 시간 동안 희은의 머릿속에서는 수만 번의 토론들이 이어졌으니까.

“그래. 지금이라도 들어가자. 어차피 나 하나로는 어디 갈 수도 없잖아.”

결국 기숙사로 돌아가기로 결정한 희은은 손을 풀었다.

몇 번이나 더 한숨을 내쉰 그녀가 뒤를 돌은 순간,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

투욱.

그러나 그 사실을 인지한 이후 말을 뱉기도 전에 희은의 몸은 무언가에 부딪혔다.

동시에 닿은 순간 딱딱한 느낌과 함께 작은 고통이 밀려왔다.

“아야!”

마치 망치로 한 대 맞은 것처럼 머리가 조금 울리는 희은은 이상함을 느꼈다.

분명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을 텐데.

순간 얼얼한 감각에서 정신을 차리는 동안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배?”

익숙한 목소리.

어젯밤에도 들었던 목소리는 희은의 바로 코앞에서 들려왔다.

그녀가 방금 부딪힌 것이 다름 아닌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보다 빠르게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이 다시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선일이...?”

희은은 자신과 부딪힌 사람이 선일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분명 방금 느꼈던 감각은 돌벽으로 착각할 정도로 단단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온몸으로 느꼈던 딱딱한 감각을 떠올리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은근히 근육이 있구나...”

좋다...

희은의 마지막 말은 잔향처럼 허공에 남았다.

허나 아무리 작다 하더라도 말을 바로 앞에 있던 선일이 못 들을 리 없었다.

“아하하... 그런가요?”

희은의 말을 들은 선일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짐짓 여유로워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부끄러움에 의해 살짝 달아오른 듯 붉어져 있었다.

그런 선일의 반응에 희은은 무의식적으로 반문했다.

“응?”

선일의 미소를 보자마자 희은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방금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하하하하... 방금은 그냥 네가 나와서 좋다고 한 말이었어!”

“네네. 알고 있죠.”

싱긋.

그녀의 말에 대답하는 선일의 얼굴에 장난기가 묻어나왔다.

분명 처음 알게 된 건 어제였을 텐데.

마치 예전부터 알고 있던 듯 친근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고 딱히 불편하거나 이상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반대로 그런 친근함이 희은의 맘에 들었다.

물론 조금 전에 무의식중으로 했던 말은 조금 창피하지만 그걸 참작하더라도 말이다.

이어서 선일을 쳐다본 희은이 말했다.

“근데 너 어떻게 나온 거야?”

그녀의 눈에 비치는 선일은 어째서인지 교복을 입고 있었다.

어쩌면 설마 땡땡이를 친 것은 아닐까.

혹시나 문제가 생길 위험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그녀는 물었고, 그 생각을 예상하고 있던 선일은 입을 열었다.

“허가를 받았어요.”

“진짜?”

“안 믿기시면 내기라도 하실래요?”

너무나 담담히 대답하는 선일의 모습에 희은의 눈이 살짝 좁혀졌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 거짓말인지 진짜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물어보기가 무언가 애매했기 때문에 그녀가 우물쭈물하고 있을 사이, 어디선가 차 소리가 들려왔다.

우르릉-!

“아 오셨네.”

갑작스러운 차 소리에도 선일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색하며 옆구리에 손을 올렸다.

그러면서 희은은 선일의 시선이 뒤쪽의 학교를 향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궁금함에 뒤를 향해 돌아본 그녀는 차 소리 역시 학교에서 나오는 것 또한 깨달았다.

햇살에 눈을 찌푸린 그녀는 학교를 나오는 검은색 스포츠카 한 대를 볼 수 있었다.

‘저거 누구 차지?’

한눈에 봐도 엄청나게 고가일 것으로 예상하는 스포츠카였다.

저런 차는 본 적이 없었던 그녀는 당연히 차의 주인을 본 적이 없는 게 당연했다.

이어서 스포츠카는 천천히 속도를 죽이며 선일과 희은의 앞에 멈추기 시작했고.

끼이이익.

완전히 멈추자 선일은 자연스럽게 조수석 쪽 창문으로 다가간 후, 깊게 허리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생글거리는 웃음을 얼굴에 유지하던 그가 말했다.

“오셨어요?”

지이이잉-

“그래.”

선일의 얼굴이 반사되는 조수석 창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는 동굴보다 더욱 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목소리 어디서 들어 봤었는데...?’

목소리가 긴가민가하다.

분명 한 번쯤은 들어봤던 톤이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도대체 누구지?’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한 그녀는 선일 쪽으로 몰래 다가갔고, 이후 그와 똑같이 허리를 숙이며 운전석을 쳐다보았다.

이어서 운전자의 정체를 확인한 희은의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어어?!”

씨익.

선일은 잔뜩 긴장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피식거렸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이 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천외천 성강이었으니까.

‘미친...’

그제서야 희은은 선일이 허가를 받았다는 것을 믿을 수 있었다.

아니,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허가를 받은 것으로도 모자라 1학년 교관인 천외천 성강이 직접 그를 태우러 왔으니까.

“타라. 너랑 뒤에 있는 녀석 둘 다.”

“알겠습니다.”

성강은 선일과 희은을 향해 짧게 말을 건네며 앞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뒤를 돌아본 선일의 눈이 반달처럼 휘어졌다.

“선배 타실까요?”

* * *

끼익.

성강의 차가 멈춘 곳은 다름 아닌 서울 한구석에 자리를 잡은 거대한 절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절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언데드 특유의 사기와, 귀신형 몬스터들이 가지고 있다는 귀기(鬼氣), 그리고 절의 주위를 원으로 둘러싸고 있는 헌터들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운.

이 정도만으로도 평범한 절은 아니었으니까.

“도착했어요, 선배.”

선일은 목적지에 도착한 것을 확인하고 희은에게 말을 걸었다.

여전히 벙찐 채로 말을 제대로 못 하는 그녀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으응...”

“많이 놀랐나 보네요?”

선일은 작게 웃고 있었다.

자신의 반응을 재미있어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 사실에 희은이 뭐라고 한마디를 하고 싶었지만 선일은 그럴 새도 주지 않고 먼저 성강의 차에서 내렸다.

덜컥.

이후 그는 숙녀를 에스코트하듯 희은이 있는 좌석 쪽의 문을 열었다.

그런 행동은 선일이 가진 특유의 부드러운 인상과 잘 어울렸다.

“고마워.”

“뭘요.”

어깨를 으쓱거린 선일은 그녀가 차에서 내린 것을 확인하고서 운전석 쪽으로 걸어갔다.

그가 다가오는 타이밍에 맞춰 자연스럽게 창문을 내린 성강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진짜 여기를 클리어할 생각이냐?”

“그렇습니다.”

그 말에 대답하는 선일의 얼굴이 진지하게 변했다.

다행히 희은은 그 대화를 듣지 못했다.

이어서 가볍게 한숨을 쉰 성강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건넸다.

“이건 뭡니까.”

“나를 소환하는 스크롤이다. 위험할 때 써라.”

“하하... 뭘 이런 것까지.”

가볍게 웃는 선일에게 성강은 짐짓 무겁게 대답했다.

“당연히 네 녀석은 지상급 정도는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를 고평가하고 계시는군요.”

“그 말을 하기 전에 네놈이 숨기고 있는 것들을 생각해라.”

“알고 계셨습니까.”

선일은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뜬 성강은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천하급 던전은 네 생각과는 다를 거다. 지라고 붙어있는 던전과는 말 그대로 하늘(天)과 땅(地)의 차이만큼 수준이 급변하니까.”

“...”

“그러니 위험하면 망설임 없이 그 스크롤을 써라. 부족하면 더 가져가도 되고.”

“하하....”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가 자신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선일은 알고 있었다.

성강의 눈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걱정 따위가 아닌 호기심, 그리고 기대였다.

그러나 선일은 그 기대를 충족할 예정이 아니었다.

스윽.

선일의 눈은 저 옆에 서 있는 희은을 향해 돌아갔다.

그의 시선이 움직였다는 것을 성강은 눈치챘지만, 그렇다 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이윽고 다시 고개를 돌린 선일.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런 것 같군. 그럼 나중에 끝나면 연락해라.”

“네.”

싱긋거리는 웃음 속에 감춰진 날카로운 분위기를 깨달은 성강.

그는 자신이 데려온 선일과 희은이 절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학교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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