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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90화 (90/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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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

대한고의 체육관은 언제나처럼 훈련 중인 학생들이 있었다.

“으아아!!”

“한 번 더 간다!”

오후의 체육관은 언제나처럼 학생들의 기합 소리로 북적거렸다.

그와 같이 들려오는 마력을 발현할 때 나는 특유의 소리가 BGM처럼 은근히 들려왔다.

여기까지는 다를 게 없었지만, 평소보다 학생들의 수가 적었다.

당연했다.

지금 체육관을 사용하고 있는 학생들은 1학년이 아닌 2학년이었으니까.

“하나! 둘! 셋! 호흡해!”

“예!!!”

맨 앞에서 달리는 남자가 소리치자 학생들은 호응했다.

성강과 비슷한 거구를 가진 남자는 다름 아닌 2학년 무인들을 담당하는 교사, 이철구였다.

한 번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꿀렁거리는 근육을 자랑하는 이철구는 학생들이 하는 기초적인 체력훈련을 하고 있었다.

“이 정도로 헉헉대지 마라!”

마력도 쓰지 않은 몸을 단기간에 혹사하는 훈련은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소년, 소녀에게는 너무나 가혹해 보였다.

만약 1학년들이 그 훈련을 봤다면 적어도 90명 이상은 10분 안에 나가떨어질 자신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학년은 확실히 막 입학한 신입생과는 경험과 실력에서 차이가 나서 그런지 강도 높은 훈련에도 잘 따라갔다.

”힘도 속도도 중요하지만, 무인은 체력이 제일 중요하다! 그게 검사든 창술사든, 아니면 뭐 어쌔신이든! 전부 똑같이 통용된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대한고는 한국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유학을 보낼 만큼 명성이 높았다.

그 정도가 어느 정도냐면 고작 진급만 해도 대형 길드에 입단하는 것이 프리패스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으니까.

다만 그런 소리가 어떻게 나왔는지 사람들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오직 대한고와 관련된 사람만이 그 이유를 알았고, 그들은 명문과 함께 들려오는 악명을 알았다.

[미친 학교.]

명예를 얻기 위해, 또는 안정된 미래를 위해 하는 혹독한 훈련과 신입생 때부터 많은 실전 경험.

그런 경험을 1학년 때 경험하고 성장한 2학년들은 대한고에서 1년을 버틴 엘리트 중 엘리트였다.

“오늘은 할만하다 그치?”

“그러게.”

2학년들은 군소리하지 않고 잡담을 하며 훈련을 여유롭게 따라갔다.

아니, 오히려 그들은 오늘 훈련이 이상하게 널널하다고 생각했다.

“달리면서 근육을 느껴라!”

으아아-!

물론 체력 훈련에 미친 선생인 이철구는 언제나처럼 달렸지만.

“쯔쯧...”

그리고 반대쪽에서는 손을 등 뒤로 모은 상태로 선 비실한 남성이 그런 무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제일 앞에 있는 이철구를 보고 있었다.

“저 자식은 오늘도 저런 무식한 훈련을 하냐?”

하하하하-!!

온몸이 땀에 젖은 채로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즐겁게 달리는 이철구를 보며 한심하다는 눈빛을 지은 교사 강솔.

찡그린 표정을 유지한 채 학생들을 돌아본 그가 말을 이어갔다.

“저기... 저 땀내 나는 녀석들은 전장의 선두 또는 측면에서 적을 죽이는 녀석들이지. 그럼 너희의 포지션은 뭐냐.”

“마법사입니다!”

“그래, 그중에서도 전투 마법사이지. 그러니 너넨 저렇게 할 생각은 관둬라. 마법사는 마력으로 세상에 신비를 일으키지. 저렇게 땀을 흘리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니까.”

땀방울을 흘리며 힘든 훈련을 하는 학생들과는 달리 마법을 사용하는 학생들은 조용히 앉아서 강솔의 말을 경청했다.

“그럼 전투 마법사가 1순위로 해야 하는 생각은 뭐일까?”

“...적을 죽이는 것입니다!”

“바로 빠르고 강력한 공격으로 적을 말살하는 법이다.”

“맞습니다!”

2학년 마법사 담당 선생인 강솔은 고작 몇 마디 되지 않는 짧은 말로 학생들을 휘어잡았다.

아직 덜 익은 1학년과는 달리 2학년 학생들의 자세나 태도는 마치 바짝 군기가 들은 병사들을 연상케 했다.

물론 던전과 미개척지대를 클리어하며 적을 죽이는 점에서 병사는 맞았지만 말이다.

“그러려면 기초적인 마력 양이 많아야 하지. 그러므로 오늘은 마력 훈련이다.”

“네에?!”

“조용히 해라. 얼른 시작해라.”

강솔의 단호한 명령에 많은 학생의 입에서 탄식이 새어 나왔지만 정작 진심으로 싫어하는 않는 사람은 없었다.

스르륵...

우우웅-!

뜨거운 땀을 몸 밖으로 빼내는 학생들과 마력 코어를 단련하는 학생들.

그들을 선으로 그었을 때, 정확히 중앙이 되는 곳에 따로 자리를 잡은 선생이 손뼉을 마주쳤다.

짝!

“더더 몰아붙여!”

쫙 달라붙은 레깅스와 간편한 후드티를 입은 여성이 체육관 가운데에서 대련 중인 학생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녀의 정체는 2학년 담당 교관인 진유연.

작년에 대한고의 교관으로 오기 전까지 S급 헌터로 활동했던 그녀는 대련 중인 학생들을 바라보며 실시간으로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민우 늦잖아! 계속 공격해!”

“예!”

“서아야, 방어 무너진다! 탱커면 더 단단하게 자리 잡아!”

“알겠습니다!”

2학년은 전부 엘리트이기는 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수준이 나누어졌다.

이철구와 강솔이 담당하는 학생들은 평범한 재능을 가졌고.

진유연이 담당하는 학생들은 그들보다 뛰어난 성장세를 가진 이들이었다.

“오...”

열이 나도록 충고하는 그녀의 뒤에서는 몇몇 학생들이 대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학생들 사이에서 대련을 바라보고 있던 한 소녀가 감탄사를 뱉었다.

희미한 은색이 감도는 머리카락을 위쪽에서 바짝 묶은 소녀의 뒤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톡톡...

“응?”

갑자기 자신의 등을 찌르는 무언가에 무의식적으로 소녀가 뒤를 돌아보았다.

직후.

포옥.

그렇게 돌아볼 것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누군가의 손가락이 가볍게 뺨을 찔렀다.

초등학생이나 할 법한 장난의 주인공을 확인한 은발의 소녀.

동시에 뺨을 찌른 사람이 먼저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히히 선아 또 걸렸네?”

은발 소녀, 주선아의 뺨을 찌른 것은 그녀의 친구였다.

여전히 손가락을 떼지 않은 채로 장난기 넘치는 웃음을 지은 친구.

그러면서 목덜미와 머리카락 끝에 매달려 있는 땀방울을 털어낸 친구가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 모습에 작게 웃은 주선아가 물었다.

“언제 왔어?”

“방금!”

“훈련은?”

“끝났지요~.”

발랄하게 대답한 친구는 자연스레 손으로 이철구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물론 땀을 가볍게 털어내며 말이다.

친구의 손가락이 닿아있는 곳을 바라본 주선아는 다시 한번 피식거리는 웃음을 뱉었다.

그녀의 시선에 닿은 곳은 두 담당 교사들이 서로 말다툼을 하는 장면이 보였다.

물론 강솔이 쏘아붙이고 이철구는 호탕하게 웃고 있었지만, 뭐 저런 것도 일종의 싸움이니 딱히 정정은 하지 않았다.

그저 담담히.

“오늘도 저러시는구나.”

똑같다는 감상을 품었을 뿐이다.

그녀의 생각을 꿰뚫은 친구가 상체를 곧게 피며 말했다.

“맨날 그러시지~.”

“너도 마찬가지야. 맨날 도망치잖아.”

“뭐 어때~ 달리기는 싫은걸!”

친구가 두 선생이 싸우는 동안 자연스럽게 빠져나왔다는 사실을 깨달은 주선아가 고개를 저었다.

매일 같이 보았던 광경이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은 악우(惡友) 이철구와 강솔이 싸우는 것도.

친구가 그 틈을 타 도망친 곳이 결국 자신의 곁이라는 것도.

한 번도 빠짐없이 매일 반복되었다.

스르륵...

주선아는 이어서 묶어놨던 머리를 풀었다.

어느새 친구가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건드리다 보니 꽤나 어지러워졌다.

“안 지루해?”

머리끈을 입에 문 채 말을 멈춘 주선아를 보며 친구가 입을 열었다.

‘아하...’

뭐가 지루하다는 것인지 뻔히 보였다.

찰랑거리던 은발을 풀었다가 다시 묶은 주선아가 대답했다.

“괜찮은데? 대련은 하는 것도 보는 것도 재밌잖아.”

“나는 재미없어! 히히히.”

장난스럽게 키득거리는 친구를 보며 주선아가 한숨을 쉬었다.

“...저렇게 나가서 싸워보고 싶지는 않아?”

“아니?”

그러자 친구에게선 즉답이 들려왔다.

동시에 주선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또 아니라고 하네...’

진심이 아닌 것이 뻔히 보인다.

친구가 언제나 속마음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쭉 같이 지내왔던 그녀만이 알 수 있었다.

친구의 눈은 어느새 대련을 진행하는 다른 학생들에게 쏠려 있었으니까.

그 사실이 살짝 답답해진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러면 안 돼. 희은이 너는 흑영궁(黑影宮)을 이끌어야 하잖아.”

그러나 친구인 안희은이 노래하듯 속삭였다.

“에이, 후계자는 아빠가 따로 정해두셨을걸? 어차피 재능 없잖아 나는.”

희은의 입에서 나온 속삭임 끝에는 은근히 바닥난 자존감이 붙어있었다.

자신의 담담히 자기비하하는 그녀를 향해 주선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

“애초에 나는 못 해. 선아 너도 알잖아. 우리 가족 중에서는 나보다 잘난 사람들이 훨씬 많은걸.”

대답한 희은은 언제나처럼 밝게 웃었다.

그러나 주선아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아.”

주선아가 아니야라고 말하려던 순간, 어느새 목소리가 들리지 않던 진유연이 돌아왔다.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은 표정을 지은 그녀가 입을 열었다.

“어쭈, 안희은 너 오늘도 도망쳤냐.”

“네!”

“맨날 도망치는 것도 안 질리냐?”

“헤헤...”

헤픈 웃음으로 대답을 회피한 희은을 한차례 쳐다본 진유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여전히 싸우고 있는 두 선생을 노려보며 말을 이어갔다.

“저 녀석들 언제 한번 날 잡아서 싹 다 조져야겠네. 매일 싸우기나 하고 말이야.”

후우.

머리를 긁은 진유연은 답답함에 숨을 뱉었다.

이어서 그녀가 싸우는 두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이철구 선생, 강솔 선생! 오늘 훈련은 여기서 끝내.”

“왜입니까?”

먼저 다가온 이철구가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자 진유연은 X 씹은 표정으로 되물었다.

“다음 주에 팀 훈련 있다는 거 기억 안 나세요?”

“아.”

“아는 무슨. 일정 좀 잘 기억해라.”

“넵!”

자연스레 경례를 박는 이철구.

강솔은 그를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멍청이.”

“강솔 선생도 기억 못 했던 거 같은데.”

중간에 진유연이 날린 팩트에 살짝 흠칫한 강솔이었지만, 그는 자연스럽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대답했다.

“저는 아닙니다.”

“그렇다 칩시다... 응?”

어느새 진유연은 학생들이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 역시 1학년을 거쳐와서 그런지 그녀의 입에서 나올 말이 무엇인지 진작에 눈치챈 것 같았다.

자신이 키운 학생들이라 그런지 눈치는 빠르다.

한껏 기대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며 진유연이 말했다.

“어이 여기 있는 애들 들리냐?”

“예!!!”

“아이 씨... 작게 좀 말해라. 그렇게 안 해도 다 들리니까. 그건 그렇고 너네 1학년 때 해봤던 팀 훈련 기억나냐?”

진유연의 질문에 학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을 보며 조금은 편한 표정을 지은 그녀가 시니컬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럼 잘 알겠네. 팀을 짜는 방식은 작년과 동일하다. 2학년들이 1학년을 스카우트하는 거. 다들 잘 알지?”

“몇 명이 최소입니까!”

“한 팀당 2학년 두 명, 1학년은 네 명. 팀 신청은 이틀 뒤까지 받을 거고. 한 번 만들면 그대로 끝. 알았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가 전부 끝나며 후련한 표정을 지은 진유연은 학생들에게 고개를 돌린 채 힘없이 손짓했다.

“그럼 얼른 가라. 그러라고 일찍 보내는 거니까. 빨리 안 구해오면 쓸만한 애들 다 떨어진다?”

“알겠습니다!”

“전달할 건 다 말했다. 그럼 이철구 선생이랑 강솔 선생은 나 좀 따라와.”

“아...”

“엑...”

그 말을 끝으로 두 선생을 반강제로 끌고 가는 진유연.

그녀가 천천히 사라지자 학생들의 손놀림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그저 얼른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해.

또 다른 누구는 빠르게 후배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학생들은 각기 다른 목적으로 서로 바빠지기 시작했다.

“선아야.”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정리하던 주선아를 희은이 옆에서 불렀다.

“응?”

무의식적으로 반문한 주선아는 고개를 돌려 희은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딱 눈이 마주치는 순간, 희은이 물었다.

“팀 어떻게 할 거야?”

“흐음... 잘 모르겠어.”

“그럼 같이 할까.”

재능이라는 날개를 달고 있는 주선아에 비해 실력이 부족한 것은 그녀 스스로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20년 가까이 같이 살아왔기에.

그녀는 언제나라는 생각과 함께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 생각이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망과 함께.

“아니.”

그러나 소망은 언제나 빗나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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