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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89화 (89/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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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화

살랑...

바람이 흐른다.

어느새 입학한 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넘어 도착한 4월 중순.

날이 갈수록 점점 해가 뜨는 시간이 길어져서 그런지 이제는 낮에는 20도 가까이 올라갈 때가 많았다.

오늘도 그만큼 더운 날씨였지만, 야외로 나온 학생들은 온도에 상관없이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흐음~.”

다른 학생들처럼 밖에 나온 선일.

환하게 비치는 햇빛을 만끽하던 그에게서 콧소리가 흘러나왔다.

“날씨 좋네.”

학교를 졸업한 지 몇 년이나 지났지만, 그럼에도 학교를 탈출하는 감각은 언제나 즐겁다.

게다가 오후 수업 내내 아프다는 핑계로 보건실에서 푹 자고 오니 몸까지 가벼웠다.

“아으으으악!”

시원하게 기지개를 켠 선일의 입에서 괴상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주변에 돌아다니던 학생들이 그 모습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저런 시선보다 훨씬 기분 나쁜 눈빛을 받으며 하루를 보내는 일상이 훨씬 익숙했다.

빙의 후의 생활은 물론, 이전에 강선일이었을 때도 거의 일상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근데 생각해보면 요즘 다른 녀석들이 시비 거는 게 좀 적어진 것 같은데.’

최근 들어서 괴롭힘이 줄어든 것 같다.

아니, 확실히 줄었다.

평소대로라면 실내수업을 할 때면 거의 매번 날아오는 적의와 장난들.

그리고 훈련을 할 때 느껴졌던 비웃음 등이 어느 순간부터 확실히 줄었다.

대충 시기를 생각해보면...

“저번 체험학습 이후부터인가?”

그렇게 말을 뱉은 선일이 이유에 대해 잠시 생각했을 때, 그는 빠르게 답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아마도 마체병기를 처리하는 모습을 본 건가.’

그는 쓰러져서 제대로 못 봤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했다.

이상 현상이 시작되자마자 학생들은 강화도 헌터들이 사용하는 쉼터로 도망쳤다.

아무리 쉼터가 마체병기가 나타난 게이트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지만, 마체병기를 처리한 장소는 마력으로 강화하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분명 쓰러지기 직전, 마지막에 들었지 않았던가?

쟤는 왜 여기 있냐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말이다.

“하아...”

선일은 한숨을 내쉬었다.

악사영의 빌런이자, 힘든 최후를 맞을 이선일이 자신이 된 이상 최대한 살아남기 위해서는 위험한 인물들의 시선을 넘겨야 한다.

그러나 숨기려 했던 사실이 학생들에게 들켰다면 결국 학교 안에 존재하는 적들의 귀에도 들어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바꾸려 하는 결말의 난이도가 높아진다.

사실 그 계획이 연구자라는 위험인물에게 시선이 끌린 시점부터 살짝 어긋난 것 같지만...

‘지금은 괜찮아.’

연구자는 선일에게 넘어야 할 벽이자 부숴버려야 할 장애물, 그리고 이선일이라는 캐릭터를 타락시킨 원수이다.

당연히 언젠가는 죽여야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다행이었다.

‘아직까지 별일은 없으니까.’

그녀의 수업을 들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었으니 별 신경은 쓰이지 않는다.

그리고 애초에 S급 헌터이자 8성급 마법사인 '레크라'라는 신분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연구자의 욕망은 지식을 채우고 싶어하는 탐구욕.’

지금 그녀의 신분인 레크라라는 거짓 신분은 인간들의 사회에 녹아 들어가기 충분한 데다가 악마숭배자들은 들어갈 수 없는 마탑의 지식 또한 얻기 쉬운 프리패스권!

그만큼 편한 신분을 지식에 미친 연구자가 쉽게 포기할 리가 없었다.

물론 전개가 점점 달라지고 있는 만큼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괜찮겠지.’

최근 조수로서 하는 일은 딱히 어렵지도 않았고, 하윤에게도 별 신경은 쓰지 않는 듯 보였으니까.

애초에 안 괜찮으면 어떻게 하겠나.

지금 자신과 연구자의 차이는 그녀의 손가락 하나로 그의 세상을 산산조각, 아니 완전히 갈아버릴 수 있을 만큼 심하니까.

그 사실에 살짝 암울해진 선일은 입을 오므렸다.

‘그건 그렇고 문제는 질투인데.’

체험학습 이후 질투의 교단은 자신에게 시선이 끌렸다.

강화도에서 흉계를 꾸민 교단인 탐욕이 그랬다면 이해라도 할 텐데, 어째서 탐욕이 아니라 질투가 그런 감정을 가졌는지는 지금 생각해봐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원래라면 지금은 질투는커녕 교단 자체가 등장할 때가 아니었으니까.

‘도대체 뭐지.’

그나마 현실성 있는 추측은 교단들의 연합.

2년 전의 악마 강림 사건처럼 몇몇 교단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힘을 합치는 장면이 아주 가끔 등장하지만...

‘악사영을 봐도 초반 시기의 질투가 움직였다는 내용은 없어.’

그 말대로 질투의 교단은 등장은커녕 초반에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다른 시각으로 보기 위해 악마숭배자의 설정과 굵직한 에피소드들을 몇 번이나 확인해도 똑같았다.

아마 짐작하건대.

‘악사영의 세계가 현실이 되면서 작가인 그조차 알지 못했던 설정이나 사건 중에 있는 거 같네.’

그런 생각들을 하자마자 머릿속을 어지럽게 헤집고 다니던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기 시작한다.

직감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는 것이다.

그게 맞는다는 것을.

스슥.

‘그나마 다행인 건 질투의 교단이 일곱 개의 악마숭배자 교단 중에서도 가장 힘이 약한 집단이라는 점인데..’

선일은 머리를 긁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위협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질투의 교단이 약하더라 해도 그들은 마인의 교단 중 하나다.

그곳에 속한 평신도와 하급 전도사 정도는 선일 혼자서도 쉽게 정리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있지만, 상급 전도사부터는 조금 힘들다.

당연하게도 그 윗 등급인 사제부터는 승리하기 엄청나게 힘들 것이고, 당연히 그 위에 존재하는 추기경과 교황은 대적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그건 아무리 악한 존재와 싸울 때 우위를 점하게 하는 칭호 ‘선을 지탱하는 자’가 있다고 한들 바뀌지 않는다.

“하아...”

선일은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까지 기분이 좋았던 햇빛이 거슬렸다.

“그냥 아예 망령 제사장만 처리하고 그냥 조용히 돌아왔어야 했나?”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던 선일은 답답함에 조용히 중얼거렸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건 아니다.

선일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지웠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이었어.’

악사영에서는 마체병기를 혼자 상대하다 엘레나의 내상이 더욱 심해져 생긴 타락의 시작점을 막았고.

마찬가지로 원작에서 하윤이 마체병기를 혼자 막다가 얻을 사람에 대한 상처와 악마화의 성장을 미뤄냈다.

자신이 개입함으로써 후에 있을 절망의 시초를 개입함으로써 이룩해낸 희망에 대해 선일은 후회하지 않았다.

작가로서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동원했다 해도 그 계획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 사실에 후회 따위는 하지 않는다.

마치 속에 무언가 얹힌 것처럼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는 사실 또한 부정하지 않는다.

“조금 찝찝하네.”

어차피 다음 주에 있을 훈련 때는 실력을 조금 보일 생각이었다.

팀훈련은 제일 먼저 2학년들이 직접 발로 뛰며 팀원을 모아오는 것으로 시작이니까.

운이 좋다면 하윤이나 유리, 또는 선월이나 황신영처럼 그의 실력을 아는 사람이 한 명 정도는 붙을 수 있지만 말 그대로 운이 좋아야만 된다.

유일한 희망은 선일이 가진 스킬 ‘운명 보정’의 힘을 믿는 것!

그러나.

‘왜 이럴 때는 운명 보정이 안 되냐?’

천검이가에서는 무심하게 발동되었던 운명 보정은 침묵했다.

분명 스킬의 주인은 자신인데 자신의 의지로 사용되지 않는 스킬들이 너무나 야속했다.

결국 포기한 선일은 설계자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냥 보상이나 확인해 봐야겠다.’

띠링.

이번 에피소드를 끝내고 얻은 보상은 단 한 가지였다.

[서브 에피소드: 새로운 육체 종료.]

[에피소드 과제 ‘천류체’를 깨달았습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깨달음으로 지능 1이 상승합니다.]

‘지능 상승?’

악사영 캐릭터의 스텟인 지능은 단순히 머리가 좋고 나쁨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물론 당연히 그런 뜻도 있다.

하지만 지능의 주된 효과는 바로 단전과 심장에 존재하는 마력 코어의 크기를 의미한다.

쉽게 표현하자면 마력의 질을 늘리는 마력 스텟은 자동차의 엔진이고, 지능 스텟은 그것을 부담할 수 있는 차체였다.

‘좋네.’

우울한 생각 후에 보상을 확인하니 조금 기분이 나아진다.

완전 좋은 보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괜찮은 수준의 보상이다.

지능이 뛰어난 편인 이선일의 코어가 꽤 크다지만 그럼에도 자연체, 아니 천류체의 효과인 마력 흡수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그 증거로 매번 전투가 끝난 이후에는 코어가 부서질 것처럼 아팠으니까.

이번 보상으로 얻은 지능의 상승은 그런 단점을 일부나마 극복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띠링.

선일은 이어서 스테이터스를 확인했다.

[스테이터스]

-명칭:이선일

-칭호:명문가 아들내미(보통),선을 지탱하는 자(특이),겉과 속이 다른 존재(유일)

-근력:LV7(+0.1)

-마력:LV7(+0.5)

-민첩:LV6(+0.3)

-체력:LV6(+0.5)

-지능:LV8

-친화력:LV3

-스킬

적양권(S),초현실저항(S),천류체(A+),필중일발(B),표정숨기기(B),덮어쓰기(?),운명보정(?)

이번 에피소드에서 스텟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지만 괜찮다.

자연체가 천류체로 진화함으로써 한계가 늘어났으니 이전과 똑같이 스텟을 얻을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니까.

미소를 지은 선일.

이어서 아래쪽에 존재하는 친화력을 보자마자 지었던 미소가 차갑게 식었다.

“근데 친화력은 도대체 언제 쓰냐...”

악사영의 캐릭터, 안희은은 분명 친화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했다.

미래에는 그 힘을 바탕으로 자유롭고 밝은 영혼을 사용해 여러 동물은 물론, 신수와 마수까지 친구가 된 그녀가 말했다.

이 힘을 사용하는 데에는 진심을 다 해야 한다고.

그러나 선일은 작가임에도 그 힘을 어떻게 쓰는지 감도 잡지 못했다.

안희은의 대사를 마음에 떠올리며 시도하는데도 말이다.

“내 진심은 진심이 아닌 건가?”

그렇게 생각하자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는 곧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나중에 찾아가든가 해야겠네.”

언젠가 이 힘을 가진 당사자인 그녀를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한 선일이 스테이터스 창을 없앴을 때.

톡톡.

“저기 너 1학년이지?!”

뒤에서 무언가가 느껴지며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선일은 자신이 기척을 놓쳤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뒤쪽을 몸을 돌렸다.

그의 뒤에는 선일과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소녀가 있었다.

그러나 명찰의 색이 달랐다.

올해 입학한 1학년 명찰의 파란색이 아닌.

2학년 교복에만 붙어있는 노란색의 명찰.

그리고 작은 노란색 상자 안쪽에 검은 실로 수놓아진 이름을 보는 순간.

“나랑 팀 하자!”

장난기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소녀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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