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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86화 (86/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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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선일이 철옹성 같던 성강에게 다가가는 순간, 위에서 화살을 겨누던 황신영은 그 광경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끔뻑.

곧바로 눈을 깜빡인 황신영이 아래에 집중했을 때 이미 상황은 끝났었다.

어느새 거리를 벌린 성강과 선일은 각자 자세를 잡고 있었지만, 누구 먼저 움직일 생각은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순식간에 지나간 전투는 평범하고 또한 평범했다.

단순히 헌터들끼리 싸울 때,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더더욱 강자와 약자 사이의 실력 차이가 크다면 그런 상황은 매우 흔히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말이 되지 않았다.

움직임을 놓쳐 반응이 늦었던 것은 다름 아닌...

성강이었으니까.

“방심...하신 건가?”

흠칫.

이어서 무의식적으로 말을 뱉은 황신영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절대 그럴 리가 없다.

지금 자신들의 앞에 서 있는 성강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최강자인 천외천이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도달할 인간이 존재할까 싶은 괴물들.

그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저 인간이라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힘을 제한했다지만 고작 학생들이 쉽게 공격을 성공할 수 있는 상대는 절대 아니었지만.

‘저 쓰레기가... 피해를 입혔다고?’

자신이 알고 있던 천검이가의 이선일은 단순히 데미지를 준 것뿐 아니라 물러나는 것까지 성공했다.

‘뭔가 있어.’

그녀의 직감도 동의했다.

그가 무언가를 했다는 사실을.

곧바로 정신을 집중한 황신영은 조금 전에 일어났던 둘의 합을 다시 떠올리기 시작했다.

“....거지.”

“저도... 요.”

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 보였지만 집중해서 그런지 들리지 않는다.

황신영은 자신이 본 것이 도대체 뭐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얻은 지식과 경험으로만 판단하기에 그들의 공방은 너무나 고차원이었으니까.

흐릿....

머리에 고통이 느껴질 정도로 몰입했음에도 그녀는 직전의 공방을 떠올릴 수 없었다.

마치 그녀의 수준으로는 알아볼 수도, 떠올릴 수도 없다는 것처럼 말이다.

직후.

[어떻게든 떠올리거라, 후예야.]

머릿속에 다정함과 시원스러움이 동시에 어우러지는 목소리가 그녀의 정신을 감싸며 메아리처럼 맴돌았다.

‘조금만 더...’

선조가 한 말의 의미를 본능적으로 인지한 것일까.

이미 그가 말하기 전부터 이미 황신영은 기억을 어떻게든 붙이고 있었다.

집중하는 그녀는 수호령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무거웠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없었다.

이어서 다시 한번 말이 들려왔다.

[태양과 저 사내의 한 수는 지금의 너에게는 더없이 과분한 것이니 말이다.]

무거운 분위기임에도 너무나 시원스러웠기에 선조의 목소리는 부드러운 선율처럼 들려왔다.

그래서 그런가.

그녀의 머릿속에 조각처럼 존재하던 단편적인 광경들.

전체적인 흐름은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흐린 기억들이 조금씩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스륵.

평소보다 배는 강한 정신력으로 황신영은 기억들을 이어 붙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조각난 기억들은 퍼즐처럼 합쳐지며 조금씩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보일 거 같은데.’

천외천인 성강조차 반응하지 못했던 선일의 움직임을 지금 황신영이 떠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몇 가지 우연이 겹쳤기 때문.

첫 번째는 그녀의 포지션이 궁사라는 점.

전위들이 앞에서 버티고 있을 때, 사이에 생겨난 희미한 빈틈을 포착해 치명적인 일격을 날려야 하기에 눈이 뛰어나다.

두 번째는 그 선례나 마찬가지인 멸악의 수호령의 조언이라는 점.

가끔 들려오는 목소리들은 극심한 짜증을 불러오는 선조였지만 지금은 황신영에게 거대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 번째는 그녀는 물론, 성강 또한 알 수 없었다.

오직 장본인인 선일만 알고 있는 마지막 조각.

그 조각의 정체는.

지금 그 움직임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 정도만 해도 그녀의 수준으로는 잡을 수도 없는 조각들이 많아 대부분 구멍투성이였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도 기억을 일단락 완성하기에는 충분했다.

이어서 황신영이 입술을 잘근 씹었다.

‘분명히...’

구속이 풀린 성강을 향해 이선일이 움직였고.

공격을 당한 그는 어째서인지 반응하지 못했다.

단순히 보자면 이걸로 끝.

그러나 황신영은 그 중간에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무의식중으로 자각했다.

‘거대하고 부드럽고 또 알 수 없는 흐릿한 느낌....’

그게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금방 답을 구할 수 있었다.

살면서 느꼈던 선선한 바람이나 공기.

‘아니야.’

그보다 더 위에 존재하는...!

조금씩 정답에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깨달은 황신영이 깨닫는 순간.

치직.

-야, 들리냐?

“아 깜짝아!”

어느 순간 머릿속으로 직접 들려오는 음성에 깜짝 놀란 황신영이 몸을 떨며 소리를 질렀다.

선조의 목소리와는 전혀 달랐다.

특유의 부드러운 음성과 차가운 말투.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어째서인지 들려오지는 않았다.

‘뭐지?’

황신영은 빠르게 기세를 추스른 뒤,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에 들어오는 선일과 성강은 별 반응이 없었다.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당황하지 않은 채 서로를 조용히 노려보며 대치하고 있었을 뿐.

순간 헛것을 들었나 싶어 다시 집중하려던 순간, 다시 한번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소리치니까 충분히 잘 들리는 것 같네.

‘이선일?’

그제야 황신영은 목소리의 주인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을 목소리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이어서 어떻게 마법사도 아닌 선일이 자신에게 의지를 전달했는지 깨달은 그녀의 눈이 커졌다.

‘뭐야, 얘가 어떻게 전음도 쓰지?’

그 생각대로 지금 선일이 한 것은 무인들이 직접 의지를 전달하는 전음이었다.

‘전음은 적어도 A급의 실력자는 되어야 사용할 수 있는 고급 기술인데...’

그런 기술을 자신이 알고 있었던 그 모자란 놈이 사용하자 황신영은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만년설로 몸을 얼렸던 배치고사 날하고는 완벽히 다른 사람이라고 할 정도다.

그때는 분명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그냥 당하기만 했는데.

-왜 대답을 안 해.

이어서 선일은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다시 한번 그녀를 향해 의지를 쏘아냈다.

-뭐야, 너 전음도 못 써?

우연인지 필연인지.

다시금 들려오는 선일의 의지는 그녀가 처음 생각했던 말과 정확히 상반되었다.

마치 무시하는 듯한 말투에 황신영은 깊은 곳에서 무언가 울컥 올라오는 것을 느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어서 선일이 말했다.

-야 대답 못하면 그냥 들어라. 내가...

“무언가 하고 있군.”

선일이 전음을 보내던 와중, 성강이 말했다.

감정을 정리했는지 그의 목소리는 미동도 없었다.

그 사실을 선일이 깨달았을 때.

콰앙!

성강이 서 있던 자리의 땅이 부서지며 그가 움직였다.

갑자기 일어난 굉음의 정체가 그가 밟은 진각임을 깨달은 선일.

직후 대지가 그를 덮쳤다.

‘빠르다!’

순식간에 복부를 향해 다가오는 강렬한 어퍼컷.

기어를 올린 것처럼 한층 더 빨라진 성강의 공세에 선일 또한 집중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의 감각을 떠올려!’

다시 전투가 시작되자 자동적으로 사고가 가속한다.

동시에 감각이 인지하는 공간의 범위가 넓어진다.

화아아...

첫 번째 감각인 눈.

그 안으로 들어오는 성강의 속도는 처음과 달리 느렸다.

그렇다 해서 진짜 느려졌다는 말은 아니었다.

그저 선일의 눈엔 그렇게 보였다는 말이었다.

스으으...

선일은 이어서 느려진 세상 속에서 성강의 공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아니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인지했다.

그러나 인지했다 한들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의 흐름이 달라지면서 성강이 느려진 것처럼 선일의 움직임 또한 마찬가지로 움직임이 느려졌지만.

콰악!

이미 그 공격을 읽은 이상 선일은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성강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마력으로 강화한 다리로 강하게 대지를 내리쳤다.

쿠구구...

강한 지진이 일어났지만, 자연스럽게 무게중심을 아래로 이동시킨 선일에게 통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진짜는 지진은 아니었다.

직후 아래에서 무언가가 온다는 것을 느낀 선일!

화륵.

단전의 마력을 심장으로 올리며 선일은 불꽃을 일으켰다.

그 순간, 바닥 아래에서 송곳처럼 변화한 대지가 솟았다.

천천히 올라오는 대지 송곳이 시선에 들어왔을 때, 선일은 몸이 그대로 꿰뚫리는 위험한 미래가 보였다.

씨익.

하지만 그는 웃었다.

그가 다루는 불은 평범한 불꽃과는 다르다.

적양권.

붉은 태양이 선일에 의해 떠올랐다.

스으으으!

선일이 보법을 밟은 자리에 미약한 불꽃이 남았다.

빠르게 가속하며 대지 송곳을 피한 그는 성강의 뒤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것까지도 읽었는지.

“좋은 선택이군.”

선일이 뒤를 잡는 순간, 성강은 유연하게 상체를 틀었다.

마력을 두른 주먹이 눈앞까지 다가오자 빠르게 팔을 들었다.

“크윽!”

산군역은 이렇게 전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사기이다.

선일은 날아가며 다시 한번 그 사실을 느꼈다.

“아까도 느꼈지만 참 잘 막는군.”

“참... 칭찬 좋아하십니다!”

까가각!

아까 성강이 했던 대로 다리를 땅에 박아 선일은 날아가던 것을 멈췄다.

이어서 고개를 들었을 때 선일은 표정을 찡그렸다.

후웅!

이번엔 머리를 노리는 올려 차기가 날아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세가 큰 탓에 고개를 숙여 피한 뒤 반격에 들어가려 했으나.

멈칫.

선일은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그의 눈엔 빈틈이 보였지만 성강이 그런 빈틈을 보일 리가 없다.

그제서야 일부러 빈틈을 만들어 유도하고 있음을 깨달은 선일.

직후 성강의 입이 열렸다.

“이것도 눈치챘군.”

“방금은 너무 빡빡한 거 아닙니까?”

“그렇다기엔 여유롭게 막던데.”

“지금 몸 상태로는 할 수 있는 것 같아서요.”

선일의 대답을 듣는 아이러니하게도 성강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기가 생겨났다.

단 한 번의 공격을 제외하고 전부 무산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성강이 조용히 기세를 다듬었다.

“그럼 이것도 막아봐라.”

달려오려는 성강의 자세가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던 것처럼 너무나 익숙한 선일이 머리를 굴렸다.

주로 사용하는 오른팔을 등 뒤로 끝까지 당긴 채 모으고 있는 마력이 범상치 않음을 깨달은 선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산군의 발톱.’

태산격무에 존재하는 몇 안 되는 공격기인 산군의 발톱이었다.

금방이라도 쏠 수 있는 포탄처럼 신체의 모든 힘을 최대한 압축하고 휘두르는 기술.

파괴력은 성강이 가진 기술 중 타의 추종을 불허했지만.

‘다행히 궤도는 정해져 있다.’

반응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선일이 마력을 일으킨 순간, 그의 시야에 몇몇 문구들이 떠올랐다.

-세상에는 피하거나 막을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대표적으로 자연재해.-

-그리고 천외천은 전부 그와 동일한 재해나 마찬가지인 존재들이다.-

-힘을 제한했음에도 기술은 기계와 같이 정교하다.-

저번에 우르슬라를 만났을 때 보았던 악사영의 설정들.

직후 성강이 달려들었다.

“한번 반응해 보아라.”

콰아앙!!!!!!!

메시지를 치우지도 못한 상태에서 성강이 달려오자 무의식적으로 입이 열렸다.

“아 미친.”

자연스럽게 비속어가 튀어나온 선일.

앞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존재감에 손을 놓을 수도 있었지만 선일은 주먹을 쥐었다.

“후우...”

궤도는 알고 있다.

언제 반응하면 될지 타이밍도 정확히 알고 있다.

그 감각만 떠올리면 된다.

선일의 사고가 다시 한번 가속하던 순간, 귀에 설계자의 알림 소리가 들려왔다.

띠링!

[스킬:천류체가 활성화됩니다.]

[그대는 거대한 흐름 속에 놓여있습니다.]

어째서인지 설계자의 메시지가 평소와 달랐지만 선일은 알 수 없었다.

그의 정신은 단지 감각을 되살리고 있었으니까.

온몸의 감각이 주인의 위기를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해진다.

근육과 신경은 의식해서 전부 느껴질 정도로 정밀하게 예민해진다.

고오오오....

불꽃의 소리가 달라졌지만, 그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담담하게 주먹을 허리 아래로 당겼다.

쏘아낼 것은 제 1초식.

직후.

커허엉!!!!

남자의 몸에 깃든 산군은 포효와 함께 거대한 발톱으로 소년을 가르기 위해 내려쳤고.

소년은 몸에 담긴 태양은 그 호랑이를 불사르기 위해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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