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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85화 (85/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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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그는 말없이 정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후우.”

그의 눈에는 양팔에 장착한 건틀릿을 얼굴 앞에 교차한 자신의 주먹과 그것을 뚫으려 하는 성강의 주먹이 들어왔다.

‘와, 미친.’

선일은 자신이 막고 있는 거대한 주먹을 노려보며 침음을 삼켰다.

천류체에 적응하자마자 날아온 공격에 반사적으로 반응해서 다행이었다.

‘만약 1초만 늦게 막았어도....’

아니, 0.5초만 정신을 늦게 차렸어도 철퇴와도 같은 저 강렬한 주먹은 얼굴에 닿아 그대로 터져나갔을 것이다.

‘진짜 X 될 뻔했네...’

그러나 그의 속내를 알 수 없는 성강은 선일의 얼굴을 확인했다.

거칠게 숨을 쉬는 그의 표정에서는 은근히 불편해하는 기색이 느껴졌지만 그렇게 막 엄청나게 힘들어 보이지는 않는다.

‘잘 막아냈군.’

솔직히 통할 거라고 생각은 안 했다.

물론 포착하지 못한다면 그대로 즉사하는 일격이었으나 머리라는 급소를 그대로 노리는 쉬운 공격이었다.

만약 일어나지 못했으면 그대로 이 훈련에서 탈락했겠지만, 스승인 성강은 주먹을 쏘아내면서도 선일이 반응할 것을 믿고 있었다.

말년에 받은 제자가 이 정도 공격에 사그라질 수준은 아닌 것을 너무나 잘 아니까.

그리고 선일은 그 의지에 보답하듯 공격에 반응했다.

마치 일부러 그렇게 연기한 듯 완벽한 타이밍에 말이다.

허나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회피가 아닌 방어라...’

평소 선일의 전투 스타일은 대부분 방어가 아닌 회피를 주로 사용한다.

아무리 방금 공격이 깨달음에 집중이 팔렸을 때, 생긴 틈을 노린 기습이었다지만 성강은 공격에 반응할 수 있는 일말의 선택지를 주었다.

‘방금 공격은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텐데.’

게다가 자신이 방어를 뚫지 못한 점도 이상하다.

힘을 제한했어도 여전히 스펙의 차이가 존재했고, 대련 때와는 달리 주먹에 마력을 실어 파괴력도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방어를 뚫지 못한다는 것은 그가 방어하는 순간에 무언가를 했다는 것이다.

‘조금 더 손을 대보면 알 것 같군.’

성강은 그 이질감의 정체를 알아보기 위해 반대쪽 주먹에 몰래 마력을 담았다.

끄그그그...

평온한 성강의 주먹과 반대로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선일의 건틀릿이 서로를 밀어내기 위해 힘을 쏟아내자 쇠가 찌그러지는 듯한 불쾌한 소음이 들려왔다.

그러나 최고의 경도를 가진 여명과 황혼이 파손될 일은 거의 없다.

소음이 들려오는 진원지의 정체가 성강이 사용하는 권갑이라는 것을 깨달은 선일이 단전에서 마력을 폭포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끝났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서로를 밀어내기 위해 힘겨루기를 담아내던 와중에 성강이 물었다.

“별거 아닙니다...!”

“그렇군. 말하기 싫다는 건가.”

“당연하죠..!”

“그럼 나중에 듣지.”

우우우웅-!

짧은 대화가 끝나자 둘은 동시에 움직였다.

파아앙!

선일의 복부를 향해 빠르게 쏘아지는 성강의 주먹!

두 손으로 막고 있는 터라 막을 수가 없었던 그는 순발력을 발휘해 다리를 들었다.

그대로 적양권의 불꽃을 실은 선일은 날아오던 공격을 정확하게 걷어찼다.

터엉!

공격이 동시에 닿은 순간, 둘은 마력에 의한 반탄력에 의해 멀리 날아갔다.

허나 정상적인 자세에서 공격을 펼친 성강과는 달리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던 선일이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이 말이 즉 무슨 의미이냐.

“체공시간이 길다는 말은 제대로 된 자세를 잡지 못한다는 것이지.”

여유롭게 입을 열은 성강은 날아가던 와중 몸을 회전시켜 발을 땅에 꽂았다.

콰가가각!!

무게중심을 아래로 옮겨 밀려나는 것을 완벽하게 제어한 그가 자세를 잡자 주변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직후 다시 한번 마력을 일으킨 성강이 발을 굴렀을 때, 선일과 황신영은 그를 중심으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크허엉!!

작은 여진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마치 거대한 짐승이 포효하는 것 같았다.

황신영은 어째서 저런 소리가 나는지 알지 못했기에 무덤덤했다.

그러나 선일은 달랐다.

“황신영, 막아!”

호랑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자마자 반사적으로 소리친 선일.

갑작스러운 그의 외침에 잠시 당황했던 그녀는 곧장 장궁에 열 발의 화살을 시위에 얹었다.

“얼어붙어라.”

성강을 향해 활을 겨눈 그녀가 조용히 중얼거리자 손부터 활, 그리고 화살까지 푸르게 빛났다.

이후 활시위가 튕기며 맑은 음이 흘러나왔다.

팅....!

퓨퓨퓨퓩!

허공에 푸른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는 화살들!

멸악의 아이덴티티나 마찬가지인 만년설의 힘을 담은 채로 순식간에 나아가는 화살들은 곧장 표적에게 도달했다.

날카로운 강철의 비가 쏟아지는 것을 보며 성강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빠르구나.”

싸늘하게 내려앉은 눈으로 날아오는 공격을 바라본 그가 주먹을 휘두르자 화살들은 한순간에 분쇄되며 조각으로 변했다.

완전히 박살 나버린 화살들은 쓰레기처럼 바닥에 떨어졌다.

“하지만 궤도가 단순하다.”

“당연하죠.”

마력으로 강화한 화살들을 닿기도 전에 박살이 났지만 성강의 말에 황신영은 차갑게 대답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말을 뱉은 그녀의 입가에는 희미한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공격을 성공하려는 목적이 아니니까요.”

황신영의 노림수는 따로 있었다.

이후 바닥에서 냉기가 흘러나온다는 것을 깨달은 성강이 빠르게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눈치챘을 때는 이미 늦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황신영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빙산의 일각.”

화살에 인챈트해놨던 마법의 시동어를 읊자마자 바닥에 널브러진 화살 조각에서 만년설의 마력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화살 모양으로 만들어진 얼음들은 순백에 가까운 푸른색으로 빛나며 빠르게 덩치를 불려 갔다.

잠시 후, 얼음이 주먹만큼 커지자 바닥에 닿아 있는 성강의 발은 만년설에 뒤덮였다.

“이건 조금 귀찮군.”

‘생각이 맞았어.’

원래 천외천의 힘이었다면 상급 마력이라 한들 곧장 부숴버리고 나왔을 테지만 지금 성강은 그러지 못했다.

힘이 제한된 그는 만년설을 곧바로 파훼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가능한 공격!

성강의 움직임이 일순 막은 황신영이 소리쳤다.

“이선일!”

“알았어.”

화륵.

선일은 그가 장착한 여명과 황혼에서 각기 다른 불꽃을 일으켰다.

천류체를 받아들여서 그런지 평소보다 색이 훨씬 진했다.

이어서 선일은 그런 변화를 연구할 새도 없이 빠르게 주먹을 휘둘렀다.

“아까 했던 말은 취소하지.”

그러나 성강은 발이 묶였다는 점은 전혀 지장 없다는 듯 선일의 공격에 전부 대응했다.

터억.

그는 선일이 날리는 대부분의 공격에 먼저 반응함으로써 들어가는 힘을 미리 차단해 데미지를 줄였다.

동시에 황신영이 날리는 화살은 상체에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가볍게 피해냈다.

그러면서도 간간이 날아오는 반격은 하나하나가 잘못 맞으면 치명상일 정도로 너무나 매서웠다.

“후우.”

움직임을 봉쇄했음에도 그에게는 공격 하나 통하지 않는다.

선공권은 자신과 황신영 쪽이 가져갔으나 우위에 있는 것은 그쪽이다.

애당초 경험을 한 시간 자체가 다르니 지금까지 선일의 공격이 통한 적은 거의 없었다.

‘확실히 산군역이 사기 기술이기는 하구나. 진짜 격이 다르네.’

격이 다르다.

말 그대로 이제 열일곱 먹은 학생이 그를 이기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이 정도면 해볼 만할 것 같은데?’

선일은 어째서인지 답을 찾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도 풀지 못한 난제를 꿰뚫는.

운이 도와주어야만 하는 미세한 정답을 말이다.

멈칫.

그 생각을 남이 들었다면 너무나 오만하고 방자하다고 욕을 했을 것이다.

싸우겠다고만 말했는데 욕을 한 이도 있으니 말이다.

허나 그들은 알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는 지금.

‘한 번 해볼까?’

새로운 감각에 발을 들이기 직전이라는 것을 말이다.

“시간이 되었군.”

콰자작!!

직후 황신영이 사용한 [빙산의 일각]이 산산이 부서지자 선일은 뒤로 물러섰다.

자유를 되찾은 그가 진각을 밟자 다시 한번 산호랑이의 포효가 들려왔다.

커어헝!!!!

움직임을 막은 동안 선일이 유의미한 타격을 주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은 황신영의 얼굴이 조금 굳었을 때, 선일은 이상하게 웃음을 짓고 있었다.

‘...뭐지?’

죽을상을 하고 있었던 아침과 달리 시원스러운 표정을 지은 그를 보며 이상한 느낌을 받은 성강.

허나 가만히 있기에는 뭘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가 움직였을 때.

“...!”

어느새 선일은 자신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것이 아니라 놓친 것이다.

성강이 그 사실을 늦게나마 깨달았을 때.

이미 태양은 그의 옆에 피어올랐다.

화륵!

옆구리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자마자 선일이라는 것을 눈치챈 성강.

이번 공격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자각한 성강은 마력으로 주변의 흙과 바위를 끌어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하다는 것을 직감한 그는 급한 대로 바위와 흙 위에 마력을 덧대었다.

직후 예상대로 선일의 주먹은 옆구리에 닿았고.

콰아앙!!!

거대한 굉음과 함께 마력으로 감싼 바위가 조각났다.

지직...

성강은 선일이 날린 충격에 의해 자리에서 밀려났다.

물론 그 정도가 반 발자국 정도로 거의 밀려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었다.

욱씬.

성강은 옆구리에서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의식하지 않으면 한없이 희미한 통증.

그러나 중요한 점은 지금 선일의 공격에 데미지를 입었다는 점이었다.

이어서 그는

“...방금 어떻게 한 거지.”

대부분 학교에서 무뚝뚝한 표정만 짓는 성강의 얼굴에서 은근히 놀라는 감정이 드러났다.

선일의 얼굴은 아래에 향해 있었기에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성강은 그 또한 놀랐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저도 모르겠어요.”

지금 제자의 연을 맺고 나서 거의 매일같이 대련했지만 그가 공격을 허용한 적은 지금이 처음이다.

대부분 막히고 반격당하기만 했을 뿐.

자신이 한 일을 믿지 못한 선일은 순간적으로 주먹을 바라보았다.

‘진짜 나 뭐한 거지?’

지금 손끝에 남아있는 저릿한 감각.

적들과 싸울 때마다 느꼈기에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느낌이지만 그 대상이 성강이라고 하니 믿기지가 않는다.

동시에 환희가 몰려든다.

‘이 정도면 충분해...!’

아무리 데미지를 죽였다 한들 한 번 정타를 허용했다.

그 점에서 선일은 이미 힌트를 찾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직후 감정을 추스른 그가 어딘가로 전음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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