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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84화 (84/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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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생각지도 못했던 강대한 적.

성강이 성 앞을 막아서자 황신영의 고운 얼굴이 그대로 돌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교...교관님이 왜 여기에.”

저벅.

스슥.

성강이 자신들을 향해 한 발자국씩 다가올 때마다, 황신영은 반 발자국 뒷걸음질치면서 말을 더듬었다.

순간적으로 그녀는 활을 잡은 손에 반사적으로 힘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녀와 같이 다니는, 정확히 말하면 그녀를 따라다니는 추종자들이 이런 모습을 봤다면 곧장 그녀의 앞에 먼저 나서겠다고 싸웠을 테지만...

“내가 아냐.”

작품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황신영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그는 그런 반응에 차갑게 대답했다.

이어서 선일은 슬금슬금 뒤로 빠지는 황신영과는 반대로 앞으로 걸어 나섰다.

‘후우...’

‘아까보다는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군.’

성강의 눈은 선일을 빠르게 훑었다.

집중도 못 하고 식은땀만 흘렸던 아침과 달리 지금 그의 기세나 분위기는 전혀 이상이 없어 보였다.

덥썩.

순간 누군가 자신의 팔을 잡자 선일의 움직임이 멈췄다.

지금 여기서 그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명, 황신영 밖에 없다.

이어서 선일은 팔을 뿌리치려고 했으나 그보다 먼저 그녀의 목소리가 귀에 인식되었다.

“너 뭐 하는 거야?”

“뭐가.”

황신영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었으나 선일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말했다.

선일이 성강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는 사실에 의문을 가진 황신영이 강하게 쏘아붙였다.

“왜 도망 안 치고 앞으로 가는 건데?”

“당연한 거 아니냐.”

타악!

그렇게 대답한 선일이 황신영의 팔을 강하게 뿌리쳤다.

유리나 하윤이었다면 훨씬 부드럽게 대했을 테지만, 서로에게 좋은 감정이 없는 것을 알았기에 행동 자체에서 싫은 감정이 묻어나온다.

그러나 선일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싸워야지.”

“...뭐?”

그의 눈에 황신영이 어떤 일이 있어도 무너지지 않는 차가운 표정이 다르게 무너져가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관심은 없었다.

황신영의 말을 귓등으로 대충 넘긴 선일은 이어서 양손을 부드럽게 돌리며 손목을 풀었다.

팔뿐만이 아니라 온몸이 자유로웠다.

담담하게 전투를 준비하는 선일을 한 차례 노려본 황신영이 물었다.

“너 아프다면서. 혹시 죽는 걸 좋아하는 X친놈이야?”

“지금 상태 좋아.”

시니컬하게 대답했지만 선일은 조금씩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헛소리하지 마. 그렇게 헐떡거리는데 상태가 좋다고?”

“...”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조금 어지러운 것 같다.

심장도 엄청나게 빠르게 요동치며 그의 몸을 긴장하게 하고 있었고, 온몸의 신경계들은 엄청난 속도로 뇌의 신호를 옮겨서 그런지 더욱 예민하다.

근육?

말할 것도 없다.

단련되었던 무인의 근육은 평소와는 달리 풀어져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이 정도만 들으면 여전히 환자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선일은 아프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래도 아까보다는 나아.”

아니, 그냥 나은 정도가 아니라 평소보다 더욱 몸에 생기가 도는 듯한 터질 것 같은 느낌이다.

왜일까.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확실한 점은 언제부터 이런 상태가 시작되었는지는 인지하고 있었다.

선일은 먼저 생각하기 전에 뒤에 있는 황신영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렇게 트집 잡을 거면 그냥 도망이나 쳐. 방해하지 말고.”

“선월이 말만 아니었으면 그랬어.”

“그럼 좀 돕던가.”

으득.

선일의 말에 황신영이 어떤 일이 있어도 무너지지 않는 고고한 표정이 무너져가는 것을 보았다.

“대화는 끝났나?”

터억.

마지막 말을 마친 선일이 다시금 앞에 있는 성강에 시선을 돌렸다.

마치 길거리를 걷는 듯한 속도로 천천히 다가오는 스승.

거리가 꽤 되는 것을 확인한 이어서 그는 천천히 사고를 이어가며 직전까지의 상황을 떠올렸다.

‘분명 내 힘으로 달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랬지.’

정확히는 마력을 사용한 순간부터였다.

선월을 포함한 셋이 아래에서 우리가 성에 닿을 시간을 버는 동안 둘은 마력을 사용해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잘 생각해보면 그렇게 마력을 썼을 때부터 이런 감각이 몸을 가득 채웠다.

‘조금만 시간이 있다면 이런 상태가 된 이유를 대충은 알 것 같은데...’

“잡생각이 길군.”

섬짓!!!!

성강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머리를 굴리던 선일의 머릿속 경종이 미친 듯이 울렸다.

위기를 알린 직감을 감지하자마자 그는 빠르게 고개를 숙였으나.

쿠구구구...!!

“적을 앞둔 채로 잡생각은 자기 손으로 목을 베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물며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적 앞에서는 더더욱.”

이미 선일의 앞에는 성강의 주먹이 도달하기 직전이었다.

아무리 정신이 없고, 꽤나 거리가 있었다지만 이렇게 머리만 굴리는 것을 성강이 모를 리 없었다.

그는 중간에 선일의 집중이 다른 곳으로 가 있는 것을 깨닫고 빠르게 다가왔다.

그렇게 날린 주먹은 성강에게는 너무나 평범했으나 선일의 눈에는 아니었다.

재앙 또는 절망.

‘죽...는다?’

호기롭게 싸운다고 나섰음에도 그를 앞에 두고 다른 생각을 한 것은 방심이다.

선일이 머릿속으로 1초 후의 미래를 뇌까렸을 때, 그의 발 앞에 한 줄기 푸른빛이 쏘아졌다.

직후.

콰자자작!!!!

엄청난 크기의 벽이 푸른색을 발산하며 선일의 앞을 수호하듯이 생성되었고.

이어서 성강의 주먹이 벽에 닿자 푸른빛은 순식간에 그의 팔까지 잠식했다.

벽을 이룬 물질이 마력으로 만들어진 얼음이라는 것을 깨달은 선일은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싸운다고 말했으면 집중해.”

그가 돌아볼 때쯤 이미 황신영은 꽤 먼 곳에 있는 나뭇가지에 서서 활로 성강과 선일의 사이를 겨누고 있었다.

물론 화살은 없었지만 말이다.

선일은 그녀가 잠깐이라는 시간을 벌어준 틈을 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지원 좀 부탁해.”

“말만 그렇게 하지 말고 뭐라도 좀 해보던가.”

차갑게 대꾸하는 황신영을 뒤로한 채 선일은 자세를 잡았다.

“꽤나 단단하구나.”

원래 실력이라면 학생이 만든 벽 정도는 가볍게 부숴버렸을 테지만 성강은 그러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고 하는 게 맞으리라.

고작 훈련으로 보여주기에는 천외천의 힘은 너무나 압도적이었으니 아마 적당한 수준까지 힘을 제한한 것이 분명했다.

키이잉-!!!!

이어서 선일은 본능대로 단전의 코어를 회전시켰다.

이곳을 향해 달릴 때처럼 마력을 꺼내는 그는 불꽃으로 치환되지 않은 기운을 곳곳으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뜨거운 피가 마력을 흡수하자 거친 파도가 범람하는 소리가 들린다.

평범한 인간은 가질 수 없는 마력이 만들어낸 고양감이 몸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차오른다.

온몸의 감각이 명검처럼 벼려지는 것을 느낀 선일이 눈을 떴을 때, 그는 내부에서 몇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음?”

의문에 의해 소리를 낸 선일은 이상한 느낌이 머무는 곳을 확인했다.

이질감이 느껴진 곳은 다름 아닌 단전의 마력 코어.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본 선일의 눈이 커졌다.

‘마력이 전부 회복됐어...?’

그의 생각대로 선일은 자신이 신체를 강화하기 위해 사용한 마력이 완전히 채워졌다는 것을 자각했다.

분명 방금까지 달리느라 꽤 많은 양의 마력을 소모했음에도 말이다.

‘뭐야.’

마력이 회복되는 경우가 처음인 것은 아니다.

빙의 후 선일이 중요한 전투를 할 때는 언제나 마력이 회복되는 속도가 빨랐으니까.

그러나 선일이 당황한 이유는 바로 따로 있었다.

‘분명 스킬은 안 썼는데.’

스킬을 사용했다고 해도 이상하다.

선일의 보조 스킬인 자연체는 사용하면 마력이 빠르게 차오르는 것은 사실이다.

애당초 자연체라 해도 한계는 있었다.

A급 스킬인 이상 사용한다 해도 순식간에 차오를 정도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는 아니었으니까.

‘천류체구나.’

라고 생각하는 순간, 선일은 이질감은 비정상적인 마력회복속도뿐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소소소...

마력을 사용하자 평소보다 감각들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꿈틀.

근육이 어떤 식으로 움직여야 할지.

찌릿!

어떤 신경부터 뇌의 신호를 인지하는지.

두근두근....!

심장은 이런 식의 신호를 보내는지.

스스스스...

마력은 어디에서부터 흐르는지까지.

전투에 필요한 모든 요소가 훨씬 예민하게 느껴진다.

동시에 몸을 채운 생기 또한 훨씬 강해지자 선일의 흐리멍덩했던 사고가 가속했다.

‘그렇구나.’

마력회복속도.

예민한 감각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침부터 느꼈던 고통.

전부 알았다.

‘처음 자연체를 사용했을 때 느꼈던 감각이야.’

그 순간,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만이 떠올랐다.

이면에 들어오기 전에 떴던 에피소드의 제목, 새로운 육체.

분명 새로운 육체라는 이름이 천류체를 의미하는 것은 알았다.

그러나 세세히 생각하지는 않았다.

띠링!

이어서 설계자 특유의 소리가 머릿속으로 직접 들려왔지만 선일은 설계자를 볼 수 없었다.

아니.

보지 않았다.

이미 아는 이상 확인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스킬: 천류체가 활성화됩니다.]

‘아침부터 느꼈던 고통은 내가 무리해서 난 게 아니야. 당연한 거였지.’

에피소드의 제목이 스킬이 아닌 육체로 뜬 이유.

그리고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체와 비슷한 감각이 계속 들었다는 점.

모든 것을 종합했을 때.

‘천류체의 정체는 바로...’

고작 마력을 흡수하는 스킬이 아니라.

[새로운 체질에 의한 육체의 변화가 시작됩니다.]

소유자에 맞춰 새로운 육체를 만드는 스킬이었다.

그 순간, 성강을 막아선 얼음이 산산이 조각났다.

빠자자작!

“칫!”

잠시나마 막고 있던 성강의 몸이 완벽히 자유로워지자 황신영의 미간이 찌그러졌다.

구속에서 벗어난 그는 잠시 황신영과 선일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적의 움직임을 잠시나마 막은 것은 좋은 선택이다. 그러나 그걸 지원해주는 팀원이 부족한 것 같군.”

선일은 성강의 말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보다는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각을 한 번이라도 느끼는 게 중요했다.

“호오...?”

성강은 지금 선일이 뭔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래 같았으면 제자가 깨달음을 얻는 것을 기다렸을 그였지만 지금은 한없이 실전에 가까운 훈련이다.

그렇기에 마인드 자체도 훈련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그 어디에도 적이 강해지는 것을 기다려주는 바보는 없지.’

그렇게 생각한 성강은 주먹에 마력을 담았다.

깨달음에 빠졌다는 말은 다른 의미로는 빈틈이라는 것.

그 빈틈을 놓치면 적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그가 주먹을 날렸을 때.

콰악!

“후우... 이제 끝났네.”

영문을 모를 말과 함께 선일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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