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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82화 (82/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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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탁탁탁탁!

툭툭툭툭!

어둠만 가득한 숲 안에 발걸음 소리가 가득 찼다.

한두 사람이 달리는 것이 아닌지, 땅이 조금씩 울렸다.

하늘에서 보면 열 명은 훌쩍 넘는 학생들이 동시에 한 방향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선두에서 달리는 학생은 황신영이었다.

어두운 숲 속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하는 푸른 머리의 소녀 뒤에서는 같이 달리던 다른 학생들이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허억....

같이 달리는 소녀는 물론 황신영보다 체격이 훨씬 큰 소년들조차 그녀를 따라잡지 못한다.

오대가문 정도는 아니어도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명문가인 멸악의 후계자라 그런지, 같이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그녀의 신체능력은 독보적이었다.

물론 지금 황신영의 곁에 있는 다른 학생 중에서 선월이나, 유리 같은 천재들은 없었지만 말이다.

투욱...

투우욱...

귀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의 속도가 점점 늦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황신영.

뒤를 돌아본 그녀의 눈에는 숨을 몰아쉬다 못해 거의 탈진 직전처럼 보이는 학생들이 몇몇 있었다.

“하...하윤아, 조금 쉬었다 가면 안 될까?”

“적어도 조금만 속도를 줄이는 게 나을 거 같은데.... 이 정도면 충분히 멀리 오지 않았어?”

처음부터 마력을 쓰지 않았다면 이렇게 지치지 않았을 테지만 황신영의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적당한 강화가 필요했다.

그 결과,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마력으로 몸을 강화하며 달린 학생들의 체력이 받쳐주지 않았다.

결국 그녀의 속도를 억지로 따라가려 몸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곧바로 숨이 넘어갈 것 같은 다른 인원들이 생긴 것이었다.

“...”

황신영은 나약한 다른 학생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으나 억지로 가려고는 하지 않았다.

선생들이 자신들에게서 도망치라고 했을 때, 온갖 수단을 써서라도 살아남으라고 말했다.

그 말이 물론 팀을 맺으라는 말은 아니었지만, 황신영은 곧바로 도망치던 학생 중에서 자신의 파벌인 이들을 끌어들여 무리를 만들었다.

‘백지장도 만들면 그나마 나을 테니...’

이어서 그녀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가장 큰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마주쳤을 때, 그나마 희망이 있는 건 그 B급인가.’

그녀는 자연스럽게 다른 학생들을 확인했다.

자신과 비교했을 때, 아니 비교하기도 힘들 정도로 약하기 짝이 없는 동급생들이었으나 그래도 대부분 현역 C급 헌터와 비슷한 수준이다.

제일 약한 이조차 C급과는 별 차이가 안 나는 D급 최상위 정도.

‘다른 사람은 몰라도 B급밖에 안 되는 담임 정도는 충분히 지나갈 수 있겠지.’

물론 A반 담임인 뢰검이나, 천외천인 성강과 만나면 그대로 꼼짝없이 죽겠지만...

‘이 정도 수면 적어도 길을 만들기는 가능하겠네.’

상황이 안 좋아지면 희생을 고려하더라도 뚫고 나간다.

그녀의 판단은 가장 이성적이었다.

이 훈련은 저 위에 있는 빌어먹을 성에만 닿으면 끝이 나고, 무리 중에서 그 성에 닿을만한 실력을 갖춘 것은 소수였으니까.

“하아...”

생각을 마친 황신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무리의 학생들이 자신의 팀이라기에는 성에 차지 않았지만 지금 그녀는 팀의 리더였다.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까지 황신영은 리더로써 팀원들의 상태를 최선으로 고려해야 했다.

“그래, 그럼 잠깐 멈추고 휴식하자. 다른 사람들보다 빨랐으니까 바로 당하지는 않겠지.”

그녀의 입에서 휴식이라는 소리가 떨어지자마자 다른 학생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잠시 체력을 회복할 시간을 얻게 된 그들은 곧바로 몸을 강화하던 마력을 회수했다.

황신영은 긴장을 놓기 시작한 그들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마력은 가라앉혀도 경계는 똑바로 해.”

“으응...”

겨울처럼 차가운 그녀의 분위기에 다른 학생들이 다시 긴장의 끈을 잡으려 했을 때.

치지직...!

“아 따가!”

“뭐야. 정전기인가?”

찌릿거리는 불쾌한 느낌에 순간 몸을 움츠린 학생들.

모든 학생 사이에서 희미한 전류가 흘렀다.

무리의 최선두에 있던 황신영 또한 같은 감각을 느꼈을 때, 그녀는 전기 안에 이물질과 같은 힘을 감지했다.

그 힘의 정체는 바로.

‘마력...?’

그녀는 몸을 스쳐 지나간 정전기에서 희미한 마력을 느꼈다.

다른 학생들은 알지 못하는 것 같지만.

멸악의 일원, 그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혈통을 이어받은 후계자이기에 알 수 있었다.

‘자연적으로 일어난 전류가 아니야.’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일으킨 번개다.

그러나 이상한 점은...

‘분명 우리 중에서 속성마력을 개화한 사람은 나밖에 없었을 텐데...?’

그렇다면 이 번개의 정체는 설마..!

철컥!

이상함의 정체를 깨달은 순간, 황신영은 빠르게 등에 매어두었던 활을 꺼내며 시위에 화살을 겨눴다.

동시에 화살에 마력을 인챈트한 그녀가 소리쳤다.

“전투 준비!!”

“응?”

“뭐라고?”

반응이 늦었다.

직전까지 휴식하라던 그녀가 갑작스레 무기를 꺼내 들자 상황을 알지 못하는 다른 학생들이 무의식적으로 반문했다.

그리고 그렇게 반문한 학생들은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학생들은 눈치채지 못하는 작은 거품이 땅에서 일어났다.

부글부글.

황신영을 포함한 몇몇 학생들이 갑자기 아무것도 없던 땅에서 거품이 이는 것을 깨달았을 때.

콰가가각!!!!

파도가 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거품에서 수직으로 물이 솟아올랐다.

중력을 무시한 채 하늘로 치솟던 물은 그대로 학생들을 둘러싸는 거대한 물의 감옥이 되어가고 있었다.

누가 봐도 인위적으로 자신들을 가두려는 것을 깨달은 황신영이 푸른빛이 감도는 화살을 쏘았다.

슈우욱!

다음 세대의 멸악으로 결정된 그녀가 물려받은 힘, 만년설.

이름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시피 만년설은 평범한 얼음이 아니었다.

선일이 가진 태양이나 선월의 달, 하윤의 지옥불과 같이 기본적인 원소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상위의 속성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하고 있었다.

고작 평범한 물 따위는 만년설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씨익.

만년설의 냉기로 감싸진 화살이 물로 이루어진 벽에 박히자 황신영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기 시작했다.

곧 있으면 화살을 맞은 곳은 완전히 얼어붙을 것이다.

그 후에는 얼음으로 변한 벽을 부수고 다시 도망치면 된다.

쩌저적...!

물의 벽이 얼어붙었다.

그리고 동시에...

황신영의 눈 또한 얼어붙었다.

‘...뭐?’

황신영은 앞에서 일어나는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녀의 눈에는 만년설에 의해 만들어진 얼음이 깨지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것도.

평범한 물로 말이다.

콰콰콰콰!!!!

파도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거센 물줄기가 얼음을 깨트렸다.

그렇게 생긴 틈이 유지되었던 시간은 한순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짧았다.

만약 당황하지 않았더라면 황신영 혼자는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었지만, 만년설을 믿고 있었던 만큼 그 틈을 놓쳤다.

이어서 바닥에서 나오는 물이 깨진 틈을 채우며 학생들을 가뒀을 때.

“정신 단단히 챙기라잉.”

부산 특유의 사투리와 함께.

우르르르릉-!!!!!

강렬한 번개가 하늘에서 내려꽂혔다.

다행히 제때 반응한 황신영은 번개의 충격을 막기 위해 곧바로 마력으로 방어막을 만들었다.

“크윽!”

머리 위로 악착같이 마력을 쏟아부어 얼음으로 충격을 막던 그녀는 천둥소리가 조금씩 잦아지는 것을 느꼈다.

이어서 그녀가 번개의 빛에 시력을 잃지 않기 위해 감았던 눈을 떴을 때.

황신영은 자신을 제외한 학생들과 주위의 나무들이 전부 연기로 산화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스으으으...

“크으윽...!”

충격적인 광경에도 황신영은 전의를 잃지 않았다.

그녀가 활을 겨눴을 때, 연기 안쪽에서 두 명의 남성이 걸어 나왔다.

정호찬과 이상철.

이번 훈련에서 악역을 맡은 두 사람은 큰 충격을 받은 황신영을 보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정신을 보호하는 장치가 이면에 설정되어 있다지만 학생들을 향해 공격을 날리는 것도 힘들었지만, 혼자 있는 학생에게 손을 대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못할 짓이었다.

“....호차이, 어떻게 할 끼가.”

“....”

결국, 차마 손을 댈 수 없었던 이상철은 등을 돌렸고, 솟아났던 물은 다시 땅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뭡니까?”

선생들의 알 수 없는 행동에 화살을 겨눈 황신영이 으르렁거렸으나, 정호찬은 조용히 마법을 해제했다.

이어서 순간이동을 캐스팅하기 시작한 정호찬이 입을 열었다.

“살아남으려면 도망쳐라.”

말을 마친 직후 황신영의 눈앞에서 그들은 사라졌다.

아마도 다른 학생들을 잡으러 간 것인지 어쩐지는 알 수 없었지만, 기회를 한 번 더 얻은 이상 황신영은 몸을 움직여야 했다.

까득.

그대로 힘겹게 몸을 일으킨 황신영은 피가 날 정도로 강하게 입술을 깨문 채 성을 향해 어딘가로 달리기 시작했다.

* * *

“그렇게 여기에 온 거야.”

갑자기 나타난 황신영의 전후 사정을 전부 들은 학생들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 내리쳤던 번개가 자연적인 느낌은 아니었던 것은 기억한다.

‘분명 담임 선생님의 번개였어.’

아무리 일행 중 환자가 있어 많이 가지 못했다지만, 그럼에도 적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10분이 지났기에 선생들이 움직일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빨리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큰일이네...”

하아...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쉰 유리는 이어서 뒤쪽을 흘끗거렸다.

그녀의 시선에 가쁜 숨을 몰아쉬던 선일의 모습이 들어왔다.

‘어떡하지.’

우르릉!

쿠구구...!

게다가 가까운 곳곳에서 번개가 내리치는 것을 보니 거리가 멀지 않다.

자신과 하윤이 신체 능력을 강화한다 해도 담임 선생님이나 성강 교관님의 신체 능력과는 비교할 수도 없고, 정호찬 선생님은 텔레포트까지 사용한다.

애초에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까지 있는 이상 속도는 더욱 더뎌질 것이고, 선생들이 도달하기까지는 시간문제다.

가장 이성적인 판단은 선일을 버리고 가는 것이지만...

‘그럴 수는 없어.’

그것만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유리는 물론.

하윤 또한 같은 생각일 것이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인 상황에 고민하던 유리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뭘 고민하지.”

“이선월?”

“싸우면 되는 것 아닌가.”

목소리에 이끌려 뒤를 돌아본 유리의 눈이 커졌다.

기척 없이 다가온 선월.

“뭐?”

그는 당황하는 유리를 무시한 채 황신영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성강님은 몰라도 담임들은 같이 다니는 것 같은데.”

“으응 맞아.”

“둘이라...”

선월의 말에 황신영은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그 와중에 그녀의 뺨이 붉었다.

그들의 대화를 듣던 유리는 어이가 없어져 반사적으로 선월을 향해 물었다.

“아니, 근데 선생님들을 어떻게 이기려고?”

“멍청하군.”

유리의 질문에 가벼운 손놀림으로 허리춤의 검자루를 건들던 선월이 손을 멈췄다.

이어서 그녀를 향해 차갑게 말을 뱉은 선월은 검집에서 달미르를 천천히 뽑아들었다.

스릉...

“이긴다는 생각은 벌이면 된다. 우리의 승리 조건은 선생들을 죽이는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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